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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3년 그리고 다시 5년: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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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사라진 여자

월요일 오전 9시 58분. 태하그룹 본사 로비를 지나던 차도윤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뉴욕에서 돌아온 것은 전날 늦은 밤이었다. 일주일간의 출장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오전 11시에는 전략기획실 보고가 예정되어 있었고, 오후에는 신규 사업 관련 임원회의까지 잡혀 있었다. 평소의 도윤이라면 귀국 다음 날일수록 더 일찍 집무실에 들어가 밀린 업무부터 확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의 발걸음은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건물 출입구를 향했다. 길 하나만 건너면 있는 카페. 지난 일주일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여자가 있는 곳이었다. 이수아. 도윤은 자신도 모르게 재킷 주머니를 만졌다. 손끝에 작은 상자의 모서리가 느껴졌다. 뉴욕에서 충동적으로 산 팔찌였다. 도윤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는 미세한 미소가 스쳤다. 일주일 만이었다. 수아는 자신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혹시 자신이 왜 오지 않았는지 궁금해했을까. 그 생각이 들자 도윤은 피식 웃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군.” 딸랑. 카페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익숙한 인사말이 들려왔다. 그런데 도윤의 걸음이 멈췄다. 수아가 아니었다. 카운터 안에는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도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매장 안을 훑었다. 커피 머신 옆. 테이블 사이. 안쪽 직원 휴게실로 이어지는 문. 없었다. 수아가 보이지 않았다. ‘쉬는 날인가?’ 도윤은 카운터로 다가갔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따뜻한 걸로 드릴까요?” “네.” 평소 수아가 묻던 질문이었다. 도윤의 시선이 다시 카운터 안쪽으로 향했다. 잠시 기다리면 수아가 안쪽에서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나오지 않았다. “저기.” 도윤이 직원을 불렀다. “네?” 잠시 망설이던 도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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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찾아

오전 10시 17분.김민철은 집무실 앞에서 태블릿으로 오전 일정을 확인하고 있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민철이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도윤이었다.‘벌써?’보통 카페에 가면 정확히 한 시간 가까이 있다가 돌아왔다.그런데 오늘은 나간 지 채 이십 분도 되지 않았다.더 이상한 것은 도윤의 얼굴이었다.표정이 없었다.그런데 김민철은 알았다.오랫동안 도윤을 보좌한 사람이라면 저 얼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수 없었다.기분이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몹시 화가 나 있었다.“전무님.”도윤은 대답 없이 집무실로 들어갔다.민철이 뒤따랐다.“11시 전략기획실 보고는 예정대로…….”“김 비서.”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말을 끊었다.“네.”도윤이 책상 앞에 멈춰 섰다.“이수아가 카페를 그만뒀어.”민철의 눈이 살짝 커졌다.“그만뒀다고요?”“지난 금요일.”잠시 정적이 흘렀다.민철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제가 카페 쪽에 확인해 보겠습니다.”“아니.”도윤이 재킷을 벗어 의자에 던졌다.“전부 확인해.”“전부라면…….”도윤이 그를 바라봤다.“어디 있는지.”차갑게 가라앉은 눈이었다.“지금 뭘 하고 있는지.”“…….”“왜 갑자기 카페를 그만뒀는지까지.”민철은 잠시 도윤을 바라봤다.단순히 마음에 들었던 여자가 카페를 그만둔 것뿐이다.그런데 도윤의 반응은 지나치게 컸다.민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전무님. 이수아 씨가 개인적인 이유로 그만둔 것일 수도 있습니다.”도윤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알아.”“그런데 굳이 저희가…….”“김 비서.”낮은 목소리였다.그 한마디에 민철이 말을 멈췄다.“내가 지금 이유를 물었어?”“……아닙니다.”“그럼 찾아.”도윤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지금 당장.”민철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그가 돌아서려는 순간 도윤이 다시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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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도망치듯 떠난 자리

카페를 그만둔 것은 단순히 도윤을 피하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언제부터인가 카페 주변을 맴돌던 끈질기고도 섬뜩한 시선이 신경 쓰였다.퇴근길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고개를 돌리면 아무도 없었다.길 건너편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편의점 앞에서는 학생들이 떠들고 있었다.그런데도 이상했다.목덜미에 달라붙는 듯한 시선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또각, 또각.자신의 발소리 뒤로 누군가의 발걸음이 겹쳐 들리는 것 같았다.어느 날은 일부러 편의점에 들어가 십 분 넘게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괜찮아졌다고 생각하고 다시 길을 나섰는데…또 느껴졌다.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설마…….”수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애써 잊고 지냈던 기억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고등학교 시절.그 끔찍했던 시간.자신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던 시선과 공포.어디를 가든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불안 때문에 몇 번이고 뒤를 돌아봐야 했던 날들.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그런데 카페를 그만두기로 한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었다.어쩌면 수아에게는 다른 이유가 더 컸다.차도윤.딸랑.문이 열릴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갔다.혹시 그일까 봐.오전 열 시가 가까워지면 벽시계를 바라봤다.그가 나타나지 않으면 실망했다.그러고는 그런 자신이 싫어졌다.“미쳤어, 이수아.”더 무서운 것은다시 만나면 어떻게 될지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도윤이 다시 나타나 자신을 바라보며 말한다면.‘나한테 와.’이번에도 정말 거절할 수 있을까.수아는 자신이 없었다.처음부터 그에게 끌렸다.그 사실만큼은 아무리 부정해도 달라지지 않았다.차도윤이라는 남자는 위험했다.그는 자신에게 결혼을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고, 사랑을 약속한 것도 아니었다.고작 몇 달.호기심이 사라질 때까지.그것이 그가 자신에게 내민 관계의 전부였다.그런데도 자신은 그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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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낯익은 학생

미술실 문 앞에 선 수아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수아에게 얼굴을 돌렸다.카페.자신이 일하던 카페에 자주 찾아왔던 남자였다.늘 비슷한 시간에 나타나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 돌아가던 사람.말수가 적고 눈에 띄는 행동도 하지 않아 그저 조용한 단골이라고 생각했던 남자였다.그런데 왜…….자신이 카페를 그만두자마자 이곳에 있는 걸까.그것도 자신의 개인 레슨 학생으로.수아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의문이 떠올랐다.그러나 곧 스스로를 다독였다.‘우연일 거야.’카페와 이곳은 아주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니었다.동네에 미술학원이 많지 않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무엇보다 지금 자신은 카페 직원이 아니었다.선생님이었다.그리고 저 남자는 그림을 배우러 온 학생이었다.괜한 선입견으로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수아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남자에게 다가갔다.“안녕하세요?”남자가 고개를 들었다.수아는 손에 들고 있던 스케치북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인사했다.“오늘부터 개인 레슨을 맡게 된 이수아입니다.”“…….”남자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아를 바라보는 듯했지만 정작 눈이 마주치려 하자 슬쩍 시선을 피했다.“안녕하세요.”낮고 조금 떨리는 목소리였다.“저는…… 황치우라고 합니다.”“황치우 씨.”“네.”“반갑습니다.”수아가 손을 내밀까 잠시 고민하다 가볍게 목례만 했다.치우 역시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그런데 이상했다.남자는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수아와 눈이 마주칠 것 같으면 고개를 숙이거나 다른 곳을 바라봤다.그런데—수아가 스케치북을 꺼내거나 등을 돌리면 어김없이 시선이 느껴졌다.카페에서도 몇 번 느꼈던 그 시선.수아는 괜히 목덜미를 한번 만졌다.‘내가 너무 예민해졌나 봐.’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 뒤부터 사람들의 시선에 과민해진 것인지도 몰랐다.수아는 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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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그리고 싶은 사람

“좋아하는 분인가 봐요.”치우가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수아는 그것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다.“멋진 목표네요.”“그런가요?”“그럼요. 좋아하는 사람을 직접 그려서 선물하면 받는 분도 좋아하지 않을까요?”그 순간 치우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두 사람의 눈이 정확히 마주쳤다.수아의 가슴이 이유 없이 철렁했다.치우가 조용히 물었다.“정말…… 좋아할까요?”“네?”수아는 애써 웃었다.“우선은 기초부터 시작해 봐요.”수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젤 앞으로 향했다.“사람 얼굴을 잘 그리고 싶어도 처음부터 인물화만 그리면 오히려 어려워요. 선 쓰는 법부터 배우고 형태와 명암을 익힌 다음에 인물로 넘어가는 게 좋아요.”“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 대로 할게요.”“좋아요.”수아는 새 스케치북을 펼쳤다.“우선 연필 잡아보세요.”치우가 연필을 들었다.수아가 옆으로 다가갔다.“너무 힘주지 마시고요. 이렇게 가볍게 잡으세요.”수아가 자신의 연필을 잡아 보여주었다.치우의 시선은 종이가 아니라 수아의 손에 머물렀다.가늘고 긴 손가락.연필을 움직이는 손목.머리카락이 흘러내리자 귀 뒤로 넘기는 작은 동작까지.“황치우 씨?”치우가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네?”“보고 계세요?”“네.”“제가 방금 뭐라고 했죠?”“…….”수아가 웃었다.“첫 수업부터 딴생각하시면 안 되는데.”“죄송합니다.”“괜찮아요. 다시 해 볼게요.”수아가 종이 위에 선을 그었다.“처음에는 똑바로 그리려고 애쓰지 마세요. 손에 힘을 빼는 게 더 중요해요.”“네.”이번에는 치우도 따라 선을 그었다.그렇게 수업이 시작됐다.처음 느꼈던 불편함과 달리 치우는 수업에는 꽤 성실했다.수아가 말하면 그대로 따라 했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질문했다.말투도 예의 바르고 조용했다.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수아도 조금씩 긴장을 풀었다.‘내가 괜히 의심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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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후계자의 자리

“전무님, 전략기획실입니다.”노크 소리와 함께 회의실 문이 열렸다.도윤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오전 11시 2분.뉴욕에서 돌아온 다음 날부터 숨 돌릴 틈 없는 일정이 이어지고 있었다.미국에서 진행한 투자협상 결과를 정리해야 했고, 새롭게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사업성 검토도 마무리해야 했다.해외사업부 보고에 전략기획실 회의, 계열사 임원 보고까지.책상 위에는 결재를 기다리는 서류가 쌓여 있었다.평소의 도윤이라면 오히려 이런 날을 좋아했다.생각할 틈조차 없이 몰아치는 업무.결정하고, 지시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그것이 차도윤이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그런데 오늘은 이상했다.“전무님?”도윤이 고개를 들었다.“계속해.”“네. 뉴욕에서 협의한 조건을 반영하면 초기 투자비용은 예상보다 약 8퍼센트 정도 증가합니다. 하지만 미국 시장 진입 시기를 최소 6개월 앞당길 수 있습니다.”도윤의 시선은 보고서를 향하고 있었다.그러나 머릿속 한구석에는 전혀 다른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이수아.도윤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를 두드렸다.톡.톡.톡.“그럼 현지 법인 설립 시기를 당기는 쪽으로 하지.”“난 반대입니다.”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회의실을 갈랐다.태하그룹 사장 차진만이었다.도윤의 작은아버지이자 차태하 회장의 동생.도윤은 서류에서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차진만이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이 프로젝트까지 도윤이가 직접 맡을 필요가 있나?”도윤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차진만 옆에는 그의 아들 차도진이 앉아 있었다.도윤보다 한 살 어린 사촌동생.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그 눈빛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도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도윤이는 이미 해외사업 쪽까지 총괄하고 있잖아. 이번 프로젝트 정도는 다른 임원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도윤이 무표정하게 물었다.“다른 임원이라면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차진만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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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돌아가고 싶은 사람

태하그룹 회장실.차태하는 아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안경을 벗었다.“뉴욕에서 돌아오자마자 또 일인가?”“보고드릴 게 있습니다.”“앉아.”도윤은 아버지 맞은편에 앉아 자료를 펼쳤다.“신규 프로젝트 관련입니다.”차태하는 아들이 설명하는 동안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시장 전망.투자 규모.위험 요소.예상 수익률.도윤의 설명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그래서 제가 직접 총괄하는 게 좋겠습니다.”“진만이가 도진이한테 맡기자고 했다며?”도윤의 눈빛이 살짝 움직였다.역시 회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네.”“넌 어떻게 생각해?”“아직 능력이 부족합니다.”단호했다.차태하가 피식 웃었다.그는 다시 자료를 천천히 살펴봤다.그리고 결재란에 사인했다.“네 판단대로 해.”“감사합니다.”“대신.”도윤이 아버지를 바라봤다.“결과는 네가 책임져.”“물론입니다.”차태하는 아들을 잠시 바라봤다.서른두 살.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어린 시절부터 머리가 좋았다.한번 가르친 것은 좀처럼 잊지 않았고, 무엇을 시켜도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경영에 뛰어든 뒤에는 더욱 그랬다.사람을 보는 눈도,숫자를 읽는 감각도,위기에서 결정을 내리는 판단력도 자신보다 나으면 나았지 부족하지 않았다.태하그룹을 맡길 사람으로 도윤만 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차태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아버지로서 아들을 바라보면—마음 한구석이 늘 무거웠다.“도윤아.”도윤은 말없이 아버지를 바라봤다.“일 좀 적당히 해.”“회장님께서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차태하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그건 인정하지.”도윤의 입가에도 아주 희미한 웃음이 스쳤다.차태하는 그 얼굴을 잠시 바라봤다.회사에서 누구에게도 쉽게 보여주지 않는 아들의 표정이었다.“그래도 넌 나처럼 살지 마라.”도윤의 눈빛이 달라졌다.“무슨 뜻입니까?”“일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야.”“저한테는 지금 회사가 가장 중요합니다.”차태하는 아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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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두 여자의 자리

“여기입니다.”김민철이 태블릿을 도윤 앞으로 밀었다.화면에는 수아가 새로 일하기 시작한 미술학원의 정보가 떠 있었다.도윤은 말없이 화면을 내려다봤다.“집에서 버스로 약 20분 정도 거리입니다. 오전에는 성인 취미반과 개인 레슨, 오후에는 학생 수업을 맡고 있습니다.”“언제부터?”“지난주에 면접을 봤고 월요일부터 출근했습니다.”도윤의 눈빛이 가늘어졌다.도윤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주소는?”“확인했습니다.”민철이 다음 화면을 열었다.수아가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의 옥탑방 주소였다.“학교와 카페에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보증금과 월세는 본인이 부담하고 있고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도윤의 턱이 단단하게 굳었다.“그리고…….”민철이 잠시 머뭇거렸다.“뭐야?”“확인 과정에서 찍은 사진입니다.”몇 장의 사진이 화면에 나타났다.도윤의 손이 멈췄다.첫 번째 사진.미술학원 건물로 들어가는 수아였다.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한 손에는 가방을, 다른 손에는 커다란 스케치북을 들고 있었다.두 번째 사진에서는 아이와 함께 건물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허리를 조금 숙인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리고 세 번째.미술학원 창문 너머로 수아가 보였다.앞치마를 두르고 아이의 그림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도윤의 시선이 그 사진에서 멈췄다.한참 동안.“…….”김민철은 말없이 기다렸다.도윤이 이렇게 오랫동안 사진 몇 장을 바라보는 모습은 처음이었다.“김 비서.”“네.”“이 사진.”도윤이 무심한 척 물었다.“누가 찍었어?”“조사 담당 직원이 찍었습니다.”도윤의 표정이 굳었다.“남자야?”민철이 순간 대답을 멈췄다.“……네.”“다음부터 여자 직원 보내.”민철이 도윤을 바라봤다.“네?”도윤의 차가운 시선이 날아왔다.“두 번 말해야 하나?”“아닙니다.”“그리고 사진 원본 전부 삭제하라고 해.”“알겠습니다.”민철은 대답하면서도 묘한 표정을 감췄다.도윤은 다시 사진으로 시선을 돌렸다.자신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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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다시 느껴지는 시선

수아가 미술학원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도 어색했고, 아이들 앞에 서서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도 긴장됐다.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다.“선생님!”“응?”“이거 봐주세요!”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가 스케치북을 번쩍 들고 수아에게 달려왔다.“어디 보자.”수아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쪼그려 앉았다.커다란 도화지에는 집 한 채와 나무, 그리고 손을 잡고 있는 세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우와, 예쁘다. 이건 누구야?”“엄마, 아빠, 저요.”“그럼 이건?”“우리 집이요!”아이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나중에 진짜 이런 집에서 살 거예요. 마당에 강아지도 키울 거고요.”“그래?”“네! 선생님은 강아지 좋아해요?”“엄청 좋아하지.”“그럼 선생님도 그려줄까요?”수아가 웃음을 터뜨렸다.“선생님을?”“네!”아이는 빈 공간에 사람 하나를 더 그리기 시작했다.“여기가 선생님이에요.”“선생님이 너희 집에 살아?”“네. 선생님도 같이 살아요.”“그럼 선생님 방도 있어?”“당연하죠!”수아는 아이의 말에 환하게 웃었다.“고마워. 선생님 집까지 만들어줘서.”“하하.”수아의 웃음소리가 미술실 안에 퍼졌다.아이들과 있으면 좋았다.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쳐주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됐다.카페를 그만둔 뒤 처음 며칠 동안은 도윤의 얼굴이 자주 떠올랐다.아침 열 시가 가까워지면 괜히 시간을 확인하기도 했다.‘오늘도 카페에 갔을까?’그러다 스스로를 책망했다.자신이 그만둔 카페에 그가 오는지 안 오는지가 무슨 상관인가.시간이 조금씩 지나면 그에 대한 기억도 사라질 것이었다.차갑고 무뚝뚝한 얼굴.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던 깊은 눈.수아는 애써 그 얼굴을 마음 한구석으로 밀어냈다.‘잘한 거야.’카페를 그만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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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내가 꿈꾸는 가족

평소 같으면 씻고 과제를 했겠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혼자 있는 것이 싫었다.누군가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수아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연락처를 한참 내려갈 필요도 없었다.손가락이 익숙한 이름에서 멈췄다.지아.수아의 얼굴이 조금 부드러워졌다.유일한 친구.아니.친구라는 말로는 부족했다.수아에게 지아는 가족이었다.두 사람은 같은 고아원에서 자랐다.기쁜 날도,서러운 날도,누군가의 가족이 부러워 몰래 울었던 밤도 함께했다.성인이 되어 고아원을 나온 뒤에도 한동안 작은 방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그런 지아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고 했던 날.수아는 누구보다 기뻐하면서도 많이 울었다.지아가 지방으로 내려가는 날에는 더했다.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가족마저 떠나는 것 같아서.하지만 이제 지아에게는 남편이 있었고, 사랑스러운 아들도 있었다.지아가 그토록 바라던—자신만의 가족이 생겼다.수아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신호가 두 번쯤 울렸을까.“여보세요?”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수아의 눈가가 괜히 뜨거워졌다.“지아야.”“어머, 이수아?”수아가 웃었다.“미안, 시간이 너무 늦었지!”“무슨 일 있어?”지아는 걱정부터 했다.“아니, 아무 일 없어.”“새로운 데 취직했다며? 미술학원은 어때?”그 질문에 수아의 표정이 환해졌다.“좋아.”“정말?”“응. 정말 좋아.”수아는 침대에 걸터앉았다.“아이들 가르치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어. 애들도 너무 예쁘고.”“너 원래 애들 좋아했잖아.”“그러니까.”수아가 조용히 웃었다.“나 졸업하면 너 있는 곳으로 갈게.”수아의 목소리가 조금 밝아졌다.“진짜?”지아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응.”“진짜 진짜?”“왜 두 번 물어봐.”“너 또 말만 하고 서울에 남을까 봐!”수아가 웃음을 터뜨렸다.“이번에는 진짜야.”“약속했다?”수아의 눈빛이 조금씩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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