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장엄했던 붉은 노을이 걷히고 암흑이 찾아오면,겔렌지크의 대저택은 전혀 다른 종류의 공포를 뿜어냈다.시각적인 화려함이 어둠 속에 묻히는 순간, 밀라를 엄습하는 것은 다름 아닌 ‘소리’였다.철썩, 쿠우웅-!절벽 아래에서 몰아치는 흑해의 파도 소리가 통유리창을 타고 진동으로 전해졌다.겨울을 앞둔 바다는 밤이 되면 미친 듯이 거칠어졌다.바다를 유난히 사랑하는 밀라였지만, 이 낯선 공간에서,암흑 속에서 짓짖어대는 파도 소리는 마치 지옥의 괴수가 울부짖는 것 같았고,깎아지른 절벽에 부딪혀 부서지는 거친 청각적 자극은밀라의 신경을 날카롭게 긁어내렸다.밀라는 침대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두 귀를 막았다.하지만 두꺼운 벽을 타고 울리는 파도 소리는심장 박동과 섞여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도망칠 곳이 없다는 시각적 절망에 이어,탈출이 불가능하다는 바닥가 절벽에서 들을 수 있는 청각적 절망이마치 그녀의 영혼에 공포를 주입하는 듯 했다.이 거친 바다와 숲을 뚫고 자신을 구하러 올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자연의 소리가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었다.철컥.그때, 파도 소리를 뚫고 묵직한 문고리 돌리는 소리가 들이쳤다.밤의 군주, 알렉세이의 발소리였다.밀라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방 안으로 들어온 알렉세이는 불도 켜지 않은 채,오직 창밖의 어두운 바다 불빛만을 조명 삼아 밀라에게 다가왔다.“파도 소리가 무서운가?”알렉세이가 침대 머리맡에 앉아 밀라의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밀라는 그의 손길에 몸을 떨면서도 눈을 똑바로 떴다.“이 소리는…… 당신의 죄악이 울부짖는 소리 같아요.날 가두고 신을 모독하는 당신의 두려움이 들려요.”알렉세이는 낮게 실소를 터뜨렸다.가톨릭의 잔재가 남아있는 그의 심장이 그녀의 말에 찔려 계속 움찔댔지만,외면은 그저 차갑고 거칠 뿐이었다.“마음대로 생각해라. 하지만 분명한 건, 저 파도가 치는 한 넌 내 곁을 떠날 수 없다는 거다. 네 신이 저 바다를 가르고 너를 구원해 주지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4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