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1 - Chapitre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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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웅장한 새장, 방탄유리 너머의 흑해

밀라가 갇힌 겔렌지크 대저택의 최상층 침실은감옥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숨 막히게 화려했다.알렉세이가 이탈리아와 프랑스 전역에서 공수해 왔다는최고급 대리석과 티크 원목으로 마감된 방은,마치 제정러시아 시절 황후의 침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폭신하게 발을 감싸는 페르시아 양탄자,금박으로 정교하게 장식된 로코코 양식의 침대,그리고 은은한 향을 풍기는 고가의 가구들이밀라의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다.과분하다 못해 폭력적인 사치였다.하지만 밀라에게 이 모든 화려함은 옥죄어오는 금빛 쇠사슬에 불과했다.“…….”밀라는 한쪽 벽면 전체를 채우고 있는 거대한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갔다.마침 흑해의 수평선 너머로 거대한 노을이 지고 있었다.남부의 태양이 내뿜는 붉은 노을은 핏빛처럼 강렬하게 바다를 물들였고,그 장엄하고 잔인한 아름다움은 통유리를 통과해 밀라의 정결한 얼굴을 붉게 적셨다.밀라는 무심코 유리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손끝에 닿는 것은 시린 한기와 함께 느껴지는 기묘한 두꺼움이었다.알렉세이가 장갑차에나 쓰이는 특수 방탄유리를세 겹이나 겹쳐 특수 제작한 창문이었다.권총은 물론이고 소총 소형 폭탄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절망의 유리벽.방탄유리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흑해는 밀라에게 구원의 공간이 아니었다.그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건널 수 없는,알렉세이가 쳐놓은 거대하고 푸른 절벽이자 또 다른 벽이었다.저 바다를 건너지 않고서는 이 요새를 나갈 방법이 없었다.방 안에는 밀라를 위해 준비된 화려한 실크 드레스와 보석이 박힌 장신구들이드레스룸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그것들을 몸에 걸칠 때마다 밀라는 자신이 신의 길을 가던 신학도가 아닌,알렉세이의 박제된 인형이 된 것 같은 깊은 정신적 고립감을 느꼈다.화려함으로 무장한 정적 속에서 밀라는 홀로 남겨졌다.아무리 소리쳐도 이 두꺼운 방탄유리와 대리석 벽은그녀의 목소리를 밖으로 내보내지 못했다.세상과 철저히 차단된 채, 오직 알렉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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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청각의 절망, 밤의 군주

낮의 장엄했던 붉은 노을이 걷히고 암흑이 찾아오면,겔렌지크의 대저택은 전혀 다른 종류의 공포를 뿜어냈다.시각적인 화려함이 어둠 속에 묻히는 순간, 밀라를 엄습하는 것은 다름 아닌 ‘소리’였다.철썩, 쿠우웅-!절벽 아래에서 몰아치는 흑해의 파도 소리가 통유리창을 타고 진동으로 전해졌다.겨울을 앞둔 바다는 밤이 되면 미친 듯이 거칠어졌다.바다를 유난히 사랑하는 밀라였지만, 이 낯선 공간에서,암흑 속에서 짓짖어대는 파도 소리는 마치 지옥의 괴수가 울부짖는 것 같았고,깎아지른 절벽에 부딪혀 부서지는 거친 청각적 자극은밀라의 신경을 날카롭게 긁어내렸다.밀라는 침대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두 귀를 막았다.하지만 두꺼운 벽을 타고 울리는 파도 소리는심장 박동과 섞여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도망칠 곳이 없다는 시각적 절망에 이어,탈출이 불가능하다는 바닥가 절벽에서 들을 수 있는 청각적 절망이마치 그녀의 영혼에 공포를 주입하는 듯 했다.이 거친 바다와 숲을 뚫고 자신을 구하러 올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자연의 소리가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었다.철컥.그때, 파도 소리를 뚫고 묵직한 문고리 돌리는 소리가 들이쳤다.밤의 군주, 알렉세이의 발소리였다.밀라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방 안으로 들어온 알렉세이는 불도 켜지 않은 채,오직 창밖의 어두운 바다 불빛만을 조명 삼아 밀라에게 다가왔다.“파도 소리가 무서운가?”알렉세이가 침대 머리맡에 앉아 밀라의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밀라는 그의 손길에 몸을 떨면서도 눈을 똑바로 떴다.“이 소리는…… 당신의 죄악이 울부짖는 소리 같아요.날 가두고 신을 모독하는 당신의 두려움이 들려요.”알렉세이는 낮게 실소를 터뜨렸다.가톨릭의 잔재가 남아있는 그의 심장이 그녀의 말에 찔려 계속 움찔댔지만,외면은 그저 차갑고 거칠 뿐이었다.“마음대로 생각해라. 하지만 분명한 건, 저 파도가 치는 한 넌 내 곁을 떠날 수 없다는 거다. 네 신이 저 바다를 가르고 너를 구원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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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소나무 숲의 균열, 잠입의 시작

겔렌지크 외곽, 이바노프 패밀리의 대저택을 병풍처럼 둘러싼울창한 피춘다 소나무 숲은 한낮에도 빛이 겨우 닿을 만큼 어둡고 빽빽했다.외부인의 접근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자연의 장벽이자,지옥의 파수꾼 같은 거대한 숲이었다.그러나 침묵만이 흐르던 그 철벽 같은 장벽에도마침내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밀라를 구하기 위해 소치에서부터 끈질기게 추적을 이어온요한과 교회 사설 경비 대원들이 마침내 이 은밀한 요새의 꼬리를 잡은 것이다.“요한 형제, 정말 위험합니다. 이 도로 전체가 이바노프 패밀리의 사유지나 다름없고, 저곳을 지키는 정장 차림의 사내들은 모두 동유럽 특수부대 출신의 베테랑 용병들입니다.”현지 가이드가 질린 표정으로 숲 너머의 삼엄한 경계망을 가리키며 말렸지만,요한의 눈은 분노와 결의로 이글거리고 있었다.요한은 며칠 동안 단 한순간도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밀라의 행방을 쫓았다.그리고 마침내 마피아의 고속 요트가정기적으로 겔렌지크의 은밀한 프라이빗 선착장으로 향한다는치명적인 단서를 포착해 낸 것이었다.“밀라가 저 숲 너머에 갇혀 있습니다. 신학을 공부하며 하나님을 섬기던 순결하고 무고한 유학생이 그런 악마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요한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요한과 일행은 정면 돌파 대신,경호원들의 촘촘한 감시망과 최첨단 CCTV의 사각지대를 파고들기로 했다.그들이 선택한 침투 경로는 사유 해변과 연결된 깎아지른 절벽 아래쪽이었다.숲속의 감시망은 삼엄하지만, 흑해의 사나운 파도가 거칠게 몰아치는 절벽 아래선착장 부근은 오히려 인간의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경계가 상대적으로 느슨할 것이라 예측한 결과였다.어스름한 새벽 안개가 바다를 덮을 무렵,요한은 검은색 잠수복을 입고 차가운 흑해의 바닷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었다.얼음처럼 차가운 파도가 그의 온몸을 사정없이 때렸고,어둠 속 날카로운 암초에 살점이 찢겨 나가는 지독한 통증이 밀려왔다.하지만 밀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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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짧은 재회, 무너진 평화

저택 내부의 사정을 잘 아는 하녀 중 한 명이밀라의 독실함과 자비로운 성품에 감화되어 있었다.겉으로는 엄격한 마피아 보스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처지였으나,성녀처럼 맑고 순수한 밀라를 향한 연민과 동정심은 어쩔 수 없이 깊어져만 갔다.그녀의 은밀하고도 위험한 도움 덕분에밀라는 매일 아침 저택 하부와 연결된 사유 해변 근처의작은 정원을 잠깐씩 산책할 수 있는 유일한 자유를 얻었다.그날 아침도 밀라는 피춘다 소나무 숲에서 불어오는쌉싸름한 솔향과 알싸한 새벽 바닷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귓가를 간지럽히는 새소리와 파도 소리에 잠시나마 감금의 고통을 잊어가던 그 순간,정원 구석의 빽빽한 수풀 사이에서 피투성이가 된 사내가 비틀거리며 기어 나왔다.“밀라……!”“요한... 오빠...?!”밀라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잠수복이 여기저기 차가운 암초에 찢기고,얼굴과 팔다리가 온통 피투성이가 된 요한이숨을 헐떡이며 그녀의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밀라는 황급히 다가가 떨리는 손으로 요한의 상처 투성이인 뺨을 감싸 안았다.“오빠가 어떻게 여기를…… 아냐,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여기 있으면 안 돼요, 위험해요! 당장 나가야 해요!”“밀라, 드디어 찾았네요. 그 악마 같은 놈이 당신을 해치진 않았나요? 어서 나와 함께 가요. 우리의 요트가 저 멀리 사구 너머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갑시다!”요한이 밀라의 손을 부서뜨릴 듯 꼭 쥐며 탈출을 재촉했다.며칠 동안 죽음의 공포 속에서 홀로 견뎌내야 했던 밀라에게,이 익숙하고 다정한 온기는 비현실적일 만큼 눈부신 구원이었다.자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이 무시무시한 지옥의 요새까지 파고든 요한의 모습에밀라의 눈에서는 참았던 눈물이 왈칵 흘러내렸다.요한은 그런 밀라를 안심시키려는 듯 따뜻하게 품에 안았고,밀라 역시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렸다.하지만 그 간절하고도 감격스러운 평화는 얼마가지 못했다.찰칵-.지독하게 차갑고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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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폭발하는 질투, 첫 번째 낙인

“보스, 처리할까요?”부장 경호원의 차가운 물음이 소나무 숲의 묵직한 정적을 깨부수었다.하지만 알렉세이는 권총 총구를 요한의 이마에서 거두지 않은 채,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낮게 명령했다.“아니. 저놈의 손가락을 전부 부러뜨려라. 감히 내 것에 함부로 손을 댄 대가다. 그리고 바다에 산 채로 던져버려.”건장한 체구의 경호원들이 무자비하게 다가가 요한을 바닥에 짓눌렀다.암초에 찢겨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요한은 거칠게 반항했지만,사정없이 내리꽂히는 구두발과 폭력 앞에 무력하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안 돼요! 제발, 그 사람을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당신이 시키는 대로 전부 다 할게요! 이러지 말아요!! 신의 길을 따라 사람에게 그러면 안돼요!!! 이 죄를 다 어쩌려고,,,!!”밀라가 바닥에 무릎을 굴리며 알렉세이의 바짓가랑이를 사정없이 붙잡고 애원했다.며칠 동안 그 어떤 협박과 감금 속에서도신앙심과 박애를 무기로 도도하게 버티던 그녀였다.그 높고 순결하던 성녀가, 고작 저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인간 남자 하나를목숨 바쳐 구하기 위해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그 사실이 알렉세이의 오만한 자존심과 일그러진 독점욕을 더욱 잔인하게 자극했다.핏빛으로 물든 그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차오르는 질투심은 가슴속에서 검은 불꽃처럼 피어나 이성을 완전히 태워 버렸다.알렉세이는 요한의 손가락을 꺾으려던 부하들을 손짓 하나로 제지했다.그리고는 굽혀진 밀라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채어,강제로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붉어진 밀라의 눈동자에 절망과 공포, 그리고 요한을 향한 간절한 염원이 가득 차 있었다.“이 애송이를 정말 살리고 싶은건가? 너의 모든 걸 나에게 주어도 될 만큼? 그런거야> 말해봐, 밀라..!”“네, 제발…… 당신도 신을 두려워하는 인간이잖아요. 제발 더 이상 피를 묻히지 마세요. 신의 진노를 사지 마세요.”“그렇다면 증명해 봐라. 네가 누구의 소유인지. 네 몸과 영혼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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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핏자국을 닦아주는 손길

요한이 부하들의 손에 끌려 정원 밖으로 사라지고,거친 파도 소리만이 두 사람의 사위를 메웠다.알렉세이의 품에 안긴 밀라는 초점을 잃은 눈으로 정신이 나간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그녀의 아랫입술은 알렉세이의 폭력적인 낙인으로 인해붉은 피가 배어 나와 하얀 턱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정적이 찾아오자, 알렉세이의 푸른 눈동자를 집어삼켰던 핏빛 광기가 서서히 걷혔다.밀라의 상처 입은 입술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망울을 마주한 순간,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죄책감이 송곳처럼 그를 찔러왔다.성녀를 범했다는 두려움,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존재를스스로 아프게 했다는 기묘한 후회가 끊임없이 밀려와 그를 괴롭혔다.알렉세이는 거친 가죽 장갑을 신경질적으로 벗어 던졌다.그리고 날것의 가볍게 떨리는 손가락으로 밀라의 턱을 조심스럽게 거머쥐었다.그의 손길은 방금 전의 폭력성이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러웠다.“……미안하다.”알렉세이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낮고 갈라진 목소리에밀라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잔인한 마피아 보스의 입에서 나올 것이라곤 상상도 못 한 유약한 고백이었다.알렉세이는 품에서 정교한 실크 손수건을 꺼내 밀라의 입술에 고인 피를아주 살포시, 천천히 닦아내기 시작했다.“내가 미쳤었군. 저 애송이 놈 때문에 내가 이성을 그만 잃었어... 너 나약한 죄새끼 같은 놈이 너를 안고 있는 것을 보는 순간……내 이성이 마비되어 버렸다. 미안하다, 밀라. ”밀라는 아픔을 참으며 그를 응시했다.그의 눈 속에는 여전히 신을 두려워하는 유년 시절의 아이가 숨어 있었다.밀라의 박애 정신이 이와중에도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사실 유흥가에소 팔려 강제로 당한 수많은 학대와 폭력에 비하면이런 것 쯤 별 것도 아니었다.다만, 그에게서 자꾸만 웅크린 소녕의 모습을 보며 보듬으려던 그녀였기에,또 납치당한 특수한 상황이 겹쳐 잠시 큰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이 남자는 괴물이지만, 동시에 사랑을 주는 법을 모르는 가엾은 죄인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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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방심의 대가, 요한의 방면

“보스, 그 신학교 애송이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바다에 던지라는 명령을 집행하려 합니다.”대저택의 집무실, 부장 경호원의 보고에 알렉세이는책상 위에 놓인 은색 십자가 묵주를 만지작거리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밀라와의 달콤하고도 서글픈 입맞춤 이후,그의 마음속에는 기묘한 여유와 자비가 싹트기 시작하고 있었다.알렉세이의 상식 속에서 밀라는 가톨릭의 수녀와 다름없는 존재였다.평생을 신에게 봉헌하고 독신으로 살아가야 하는 성직자.그렇다면 고작 저 나약한 인간 남자 요한은 밀라에게그 어떤 남자로서의 위협도 되지 못했다. 둘은 그런 관계가 될 수 없으니까...밀라는 어차피 인간 남자의 여자나 아내가 될 수 없는, 오직 신의 소유물이었으니까.‘내가 신의 품에서 그녀를 잠시 빼앗아 왔을 뿐, 다른 인간 남자에게 빼앗길 일은 없다.’그 오만한 확신이 알렉세이의 방심을 불러왔다.어차피 밀라가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 한다면,굳이 그녀가 아끼는 신학생 오빠를 죽여서 그녀의 마음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원망과 저주의 흔적을 남길 필요가 없었다.그것은 신의 분노를 더 크게 사는 짓이기도 했다.“좀 두들겨 패서 다시는 이런 짓 못하게 엄히 말하고 살려서 보내라.”알렉세이의 엉뚱한 명령에 부장 경호원의 눈이 커졌다.“예? 하지만 그놈은 사유지에 무단 잠입한……”“치명적인 부상만 입히지 말고, 적당히 밟아 놓고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던져버려라. 내가 밀라의 얼굴을 봐서 베푸는 마지막 자비다. 대신, 다시는 이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엄히 경고해라. 다시 이런일이 발생하면 그놈은 물론 밀라의 목숨도 무사하지 못할것이라 전해!!”알렉세이는 묵주를 주머니에 넣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밀라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정복감,그리고 그녀를 암흑에서 구해냈다는 그녀의 은인이자 신의 형제를 살려주었다는기묘한 도덕적 우월감이 그를 지배했다.그는 이 조치가 밀라에게 자신의 자비로움을 과시할 좋은 기회라고 믿었다.신의 여인에게 마음을 얻기 위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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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무너진 신화, 때늦은 진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패밀리의 정무를 보기 위해 일시 복귀했던 비서 안드레이가다급한 걸음으로 겔렌지크의 집무실로 들어왔다.그의 이마에는 어쩐일인지 식은땀이 흥건해 안절부절 못하며 다가왔다.“보스! 큰일 났습니다. 우리가 놓친 치명적인 사실이 있습니다.”의자에 길게 기대어 담배를 피우던 알렉세이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지? 요한 그 기집애 같은 놈이 또 사고라도 쳤나?”“그게 아닙니다…… 밀라 안의 종교인 개신교(Protestant)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아니, 오류가 있었습니다. 가톨릭과 달리, 개신교의 목사(Pastor)는 독신 의무가 없습니다.”알렉세이의 손가락 사이에 끼어 있던 담배 연기가 멈추었다.그의 푸른 눈동자가 얼어붙은 듯 굳어졌다.“……그게 무슨 소리지? 다시 말해봐.”“개신교는 성직자의 결혼을 전면 허용합니다. 즉, 밀라가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목사가 되더라도…… 남자와 결혼은 물론 아이까지 낳고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그리고 그녀와 늘 붙어 다니던 그 요한이라는 자 역시,밀라와 결혼할 수 있는 완벽한 자격을 갖춘 사내였습니다.”콰직-!알렉세이가 쥐고 있던 최고급 크리스탈 재떨이가 바닥에 내팽개쳐지며 산산조각이 났다.파편이 안드레이의 구두 앞을 스쳤지만, 알렉세이의 분노는 그보다 훨씬 파괴적이었다.결혼을 할 수 있다고? 신에게 귀속된 성녀가 아니라...?언제든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아이를 낳고 아내가 될 수 있는 여자였다고?그의 머릿속을 지배하던 성스러운 수녀의 환상이 단번에 깨져나갔다.동시에, 자신이 자비랍시고 살려 보낸 요한이라는 놈이밀라의 합법적인 남편이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 뇌리를 스쳤다.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과 질투,그리고 방심에 대한 분노가 알렉세이의 전신을 불태웠다.“보스, 지금 요한은 이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송되는 중입니다만……”“당장 그놈을 다시 잡아 와! 아니, 죽여라! 당장 사지를 찢어서 바다에 처넣어 버려!”알렉세이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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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분노의 폭풍, 어두운 복도

“보스, 제발 제 말을 들으셔야 합니다! 그 신학생 요한은 이미 우리 사유지 구역을 완전히 벗어났습니다.지금 저놈이 들어간 곳은 중앙 정부의 공권력이 강하게 개입되어 있는 자치 지구입니다!”알렉세이의 충직한 부관 안드레이가 목숨을 걸다시피 하며 집무실 문앞을 막아섰다.그의 얼굴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지금 저 구역까지 사람을 보내 손을 대면, 그동안 어렵게 유지해 온 중앙 정부와의 아슬아슬한 평화가 깨집니다! 패밀리 전체가 정부와 전면전을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비켜라, 안드레이.”알렉세이가 짓씹듯 뱉어낸 목소리에는 차가운 서리가 서려 있었다.그의 손에 쥔 권총이 미세하게 떨렸다.이성이 머리끝까지 마비되어 있었다.눈앞에서 사냥감을 살려 보낸 꼴이었다.자신의 가톨릭적 방심과 그 자비심 때문에 놓친 그 쥐새끼가지금 공권력의 그늘 뒤로 숨어 자신을 비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하, 밀라....”알렉세이의 붉게 충혈된 입술 사이로 지독하게 낮고 살벌한 이름이 새어 나왔다.분노의 서슬 퍼런 화살은 이제 고스란히 저택 가장 높은 곳,방탄유리 너머의 감옥에 갇혀 있는 여인에게로 향했다.생각할수록 머리통이 터져나갈 것 같은 배신감이 그를 엄습했다.밀라는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가 될 요한과 결혼하여 평범하고 따스한 삶을 살 수 있었음을,그 남자가 자신을 구하러 온 유일무이한 진정한 구원자였음을 이미 알고 있었을 테다.그러면서도 자신 앞에서는 성스러운 성녀의 가면을 아무렇지도 않게 고쳐 쓰고,신의 자비와 용서를 논하며 그 남자를 살려달라 애원했던 것이다.‘나를 완벽하게 기만했구나, 발칙하고 앙큼한 신의 아가씨.’알렉세이는 묵직한 권총을 마호가니 책상 위에 쾅 소리가 나도록 내던졌다.집무실을 나서는 그의 걸음걸이는 대지를 울릴 만큼 무겁고 살벌했다.겔렌지크 대저택의 길고 어두운 복도를 걸어가는 그의 등 뒤로차가운 살기가 아지랑이처럼 지독하게 피어올랐다.복도를 지나치던 하녀들과 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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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지옥의 방문자, 깨어진 성역

밤이 깊은 시각, 밀라는 여전히 침실의 통유리창 앞에 앉아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요한이 무사히 풀려났다는 하녀의 은밀한 전언을 듣고,안도의 눈물을 흘리며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던 참이었다.쾅-!거대한 굉음과 함께 침실의 두꺼운 대리석 문이 벽에 부딪히며 열렸다.밀라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문가에 서 있는 것은 온몸에 살기를 두른 알렉세이였다.그의 넥타이는 풀어헤쳐져 있었고, 푸른 눈동자는 광기로 가득 차 번뜩이고 있었다.“알렉세이 씨……?”밀라가 불길한 예감에 뒤걸음질 치며 물러서려 했지만,알렉세이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와 그녀의 양 손목을 낚아챘다.그리고 그대로 그녀를 거대한 통유리창 벽으로 밀어붙였다.쿵!두꺼운 방탄유리에 밀라의 등이 부딪혔다.유리 너머로 거친 밤바다의 파도가 치고 있었고,밀라의 앞에는 그보다 더 무서운 마피아 보스, 그 사나운 남자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나를 속이니 재미있었나, 아가씨?”알렉세이의 낮고 으르렁거리는 목소리가 밀라의 뺨을 때렸다.“무슨 말씀이신지…… 전 속인 적 없어요.”“거짓말하지 마! 너... 니가 가려는 그 빌어먹을 개신교는 목사도 결혼을 할 수 있다더군! 수녀처럼 평생 신에게 몸을 바치는 게 아니라, 언제든 그 요한이라는 놈의 품에 안겨 살 수 있는 여자였어!”알렉세이의 폭로에 밀라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그제야 이 남자가 왜 그토록 자신을 성직자 대하듯 조심스러워했는지,그리고 지금 왜 이토록 분노하는지 깨달았다.가톨릭적 사고방식에 갇혀 있던 마피아 보스의 거대한 착각이 깨진 결과였다.“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니 속인 적도 없어요. 그리고... 그건 죄가 아니예요? 하나님이 맺어준 사람과 평생 사느것, 개신교에서는 가정을 꾸리는 것 역시 신의 축복이라……”“닥쳐!”알렉세이는 밀라의 손목을 유리창 위로 거칠게 고정시켰다.그의 거대한 체구가 밀라의 가냘픈 몸을 완전히 압박해 왔다.“축복 같은 소리 하네. 넌 내 거다.신의 여자라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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