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알렉세이가 목사 안수를 받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복지 센터와 교회를 이끌기 시작하자, 러시아 전역에는 믿을 수 없는 거대한 신앙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피도 눈물도 없던 잔혹한 마피아 보스가 독실한 크리스찬이 되어 거리의 부랑자들과 고아들을 돌보고 복음을 전한다는 전무후무한 서사는,
쌍둥이가 태어난 지 5년의 시간이 흘렀다.상트페테르부르크의 어둡고 차가운 지하 세계는 완전히 와해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이바노프와 코르네 가문의 합법적인 재단 사업만이양지의 거대한 권력으로 자리 잡았다.피비린내 나던 총성과 배신의 공포로 얼룩졌던 러시아의 밤은이제 신이 내린 은빛 백야의 평화 속으로 깊숙히 스며들었다.그리고 오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장 웅장하고 거룩한 개신교 교회 본당에서는전 세계 정재계 거물들과 수많은 하객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아주 특별한 임직식이 성대하게 열리고 있었다.“알렉세이 코르네 형제에게,주님의 거룩한 말씀과 신성한 목사의 직분을 안수합니다.”거룩하고 제법 엄숙한 성가대의 찬송 소리가웅장한 대예배당의 파이프오르간 선율과 함께 울려 퍼졌다.목사의 선언과 함께, 성단 위로 걸어 나온 사내는다름 아닌 과거 러시아 전역을 공포에 떨게 했던 마피아 보스,알렉세이였다.그는 어둠을 상징하던 검은 정장 대신,주님의 고결하고 정결함처럼 순백색인 목사 가운을 단정하게 입고 서 있었다.그의 어깨는 여전히 거대하고 위압적인 남성미를 뿜어내고 있었지만,품에 안은 성경책을 쥔 그의 눈빛만큼은그 어떤 목회자보다 겸손하고 깊은 크리스찬의 영성을 머금고 있었다.과거 수많은 적들의 목숨을 가차 없이 거두며 총구를 겨누던 그 손으로,이제는 잃어버린 영혼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하기 위한거룩한 기도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밀라의 헌신적인 사랑과 꺾이지 않는 신앙,그리고 지독했던 가문의 핏빛 과거를 자신의 손으로 정화하기 위해알렉세이는 지난
밀라의 배가 눈에 띄게 불러오기 시작했고, 어느덧 첫 임신 소식을 접한 지 아홉 달이 지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혹독한 겨울이 지나가고 네바강의 얼음이 녹아내리는 따스한 봄날, 대저택의 침실에서 마침내 밀라의 날카로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아윽……! 알렉세이……!”“의사! 당장 의사를 불러라! 안드레이, 데릭! 뭐 하고 있나!”평소 사선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마피아 보스 알렉세이는 이성을 잃고 저택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돈 바실리가 공수해 온 최고의 산부인과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음에도, 알렉세이는 밀라의 침대 곁에서 그녀의 손을 꼭 쥔 채 제 전신을 바르르 떨었다.의사는 밀라의 약한 기관지와 체력을 고려해 제왕절개를 권유했으나, 밀라는 자신의 힘으로 신이 내린 생명을 온전히 맞이하겠다며 자연분만을 고집했다.몇 시간째 이어지는 격렬한 진통 속에서 밀라의 하얀 이마에는 식은땀이 가득했고, 알렉세이의 다쳤던 손은 밀라가 쥐어짜는 힘에 다시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조여들었다.“주여…… 제발 제 아내를 고통에서 구하소서…….”알렉세이는 밀라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눈물로 기도를 올렸다. 야수의 참회록이 극에 달했을 무렵,“응애-!”침실 가득 청아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드디어 울려 퍼졌다.끝이 아니었다.수분 뒤, 또 하나의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이란성 쌍둥이였다.알렉세이를 쏙 빼닮은 푸른 눈동자의 아들과,밀라를 닮아 투명하게 검은 맑은 눈망울을 가진 딸이동시에 세상에 빛을 본 순간이었다.밀라는 지친 몸으로 아기들을 품에 안으며 눈물을 흘렸고,알렉세이는 그 세 사람을 자신의 거대한 품으로 통째로 감싸 안으며신이 내린 기적 같은 구원에 오열했다...............................계절이 바뀌어 흑해의 눈부신 해변가에 위치한 코르네 가문의 프라이빗 별장.따스한 오후의 햇살이 테라스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그곳에는 유모차 두 대를 나란히 세워둔 채 아이들을
임신 소식이 전해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 궁전 대저택은가문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찬란한 축제의 도가니로 변했다.피비린내 나던 권력의 왕좌와 음지의 총성이 지배하던 거대 조직의 중심에,마침내 순수한 생명의 기적이 고요히 내려앉은 것이다.밀라의 임신 소식을 들은 알렉세이의 친부 바실리 코르네는그 소식을 접하자마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가문의 전 재산 중 수십억 루블을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개신교 복지 재단과가톨릭 성당에 동시에 기부하며 성대한 감사의 제사를 올렸다.“내 가문에 마침내 피비린내가 아닌, 축복의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게 되었구나!”백발의 군주 바실리가 호탕하게 웃으며저택의 모든 경호원들과 하녀들에게 파격적인 특별 보너스를 지급했다.저택 문밖에서는 이미 아기 아빠가 되어 유모차를 끌고 다니던경호실장 데릭이 자신의 무뚝뚝한 정장 핏도 잊은 채,보스의 임신을 축하하기 위해 최고급 유기농 아기 용품들을박스째로 들고 들어와 주방을 가득 채웠다.“보스, 축하드립니다! 육아는 아이템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제가 엄선한 최고급 분유와 유기농 기저귀 세트입니다!”데릭의 뻔뻔하면서도 진심 어린 축하에알렉세이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그의 어깨를 툭 쳤다.카라 역시 만삭의 배를 내밀고 밀라의 침대
지중해의 눈부신 낙원에서 달콤한 허니문을 마치고상트페테르부르크의 대저택으로 돌아온 지 두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다.오후의 나른한 햇살이거대한 서재의 아치형 창문을 통해 부드럽게 스며들고 있었다.가죽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던 알렉세이는문득 책상 한켠에 고스란히 놓여 있는 낡은 표지의 책 한 권으로 시선을 던졌다.밀라가 결혼 전부터, 그리고 결혼 후에도 늘 손에서 놓지 않고 아끼던 성경이었다.알렉세이는 피식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걸어가 그 책을 집어 들었다.평생을 피비린내 나는 어둠의 세계에서,총성과 배신만을 무기로 삼아 살아온 마피아 보스의 손끝에 닿기에는너무나도 거룩하고 낯선 물건이었다.“아직도 이 책이 그렇게 좋은가, 밀라…….”나지막이 혼잣말을 내뱉으며 표지를 넘기자,빛바랜 페이지들 사이로 밀라의 정갈한 손글씨와그녀가 짚어둔 성경 구절들이 눈에 들어왔다.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고,오직 밀라가 사랑하는 것이기에 이해하고 싶었던 마음뿐이었다.하지만 한 줄 한 줄 눈으로 좇아갈수록,텍스트 속에 담긴 묵직한 구원의 메시지는얽혀 있던 알렉세이의 영혼을 미묘하게 파고들었다.피로 물든 자신의 손과, 그녀가 품고 있는 빛의 세계.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이 남자가 나아가야 할 보이지 않는 길이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책장을 한참 동안 말없이 넘기던 알렉세이는밀라의 발소리가 복도에서 들려오자,멋쩍은 듯 책을 제자리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바로 그때였다.재단 이사장실에서 서류를 검토하던 밀라가 갑자기 가슴을 치며 헛구역질을 시작한 것은.“으윽……으읍!”밀라는 참을 수 없이 밀려오는 울렁거림에 입을 틀어막고는급히 서재와 연결된 프라이빗 욕실로 황급히 달려갔다.“밀라! 왜 그래? 어디가 아픈 거야? 또 기관지가 안 좋아진 건가? 의사! 당장 의사 불러 와!”서재에 있던 알렉세이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더니,굳게 닫힌 욕실 문을 당장이라도 부수 기세로 거칠게 두드리며 비명을 질렀다.그의 얼굴에는
“읍……!”밀라의 입술에서 터져 나온 짧은 탄성은 그의 뜨거운 입맞춤 속에 단숨에 삼켜졌다.처음에는 부드럽게 어르듯 시작되었던 입맞춤은이내 걷잡을 수 없이 뜨겁고 탐욕스러운 형태로 변모해 갔다.그간 쌓여왔던 금욕의 시간과 억누르던 본능이 폭발하듯,알렉세이는 영혼까지 삼켜버릴 기세로 그녀의 입술을 짓누르며 끈질기게 탐닉했다.밀라는 몸을 파르르 떨면서도 그의 압도적인 기세와 뜨거운 체온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그의 단단한 어깨에 두 손을 의지하며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창밖의 백야는 여전히 환하게 세상을 비추고 있었지만,거대한 야수의 성전 안에서는 이제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는 가장 뜨겁고도 황홀한 밤의 서막이 거칠게 열리고 있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방 안을 가득 메우던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고,창밖의 백야는 조금씩 짙은 새벽의 기운으로 바뀌고 있었다.밀라는 알렉세이의 단단한 가슴에 지친 듯 기대어 얕은 잠에 빠져 있었다.그녀의 맨살 위로 알렉세이의 커다란 손이 떨어질세라 부드럽게 감싸 쥐어진 채였다.하지만 평화로운 잠을 즐길 여유는 길지 않았다.지중해의 숨겨진 해변에 위치한 프라이빗 풀빌라로 향하는 전용기가대저택의 사설 격납고에서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밀라. 일어나야 해, 아가씨. 비행기 시간이 됐어.”알렉세이가 잠든 그녀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낮게 속삭였다.밀라는 피곤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지만,이내 눈을 깜빡이며 정신을 차렸다.“벌써……요?”“응. 지중해의 바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코르네 가문의 전용 헬기에 오른 두 사람은모스크바를 경유해 남쪽으로 향하는 대형 전용기 스위트 캐빈에 탑승했다.일반 여객기의 비즈니스석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거실과 침실, 전용 욕실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호화로운 공간이었다.전용기가 굉음을 내며 활주로를 박차고 떠올라 구름 위 안정권에 접어들자,기내의 조명은 은은한 로열 블루 빛으로 낮춰졌다.하객들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