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보스 길들이기

마피아 보스 길들이기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5
Por:  yeyeActualizado ah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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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허름한 뒷골목... 초점없는 눈동자로 힘없이 서있는 어린 소녀, 루시아 산토르. 아픈 이모가 병과 싸울 때, 루시아는 이모부의 성폭행과 싸워야 했다. 이모부는 16살의 어린 그녀를 이탈리아의 어두운 뒷골목 푸타나로 팔아버렸다. 스퀼로(콜걸)로 살다 나이가 차서 루치올레의 삶으로, 거리의 여자가 된 그녀를 구원한 것은 신학도 요한과 그의 교회사람들. 그들의 도움으로 루시아는 신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요한과 함께 러시아로 유학을 가게 된다. 내면의 꺾이지 않는 순수를 간직한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은 러시아 마피아 보스 알렉세이는 첫 눈에 그녀에게 반하게 되고...잦은 우연과 스토커짓 후, 결국 그녀를 납치하게 된다. 과연 그들의 운명은 어디로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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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ítulo 1

1. 비 내리는 광장의 성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을은 유독 잔인했다.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음에도 네바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살을 에는 듯 차가웠고,

하늘은 며칠째 물을 잔뜩 머금은 잿빛 천을 덮어쓴 모양새였다.

부슬부슬 내리는 차가운 비가 돌바닥을 검게 적시고 있었다.

“…….”

광장 맞은편,

시동이 걸린 검은색 리무진 뒷좌석에 앉은 알렉세이 이바노프는

창문을 반쯤 내린 채 담배 연기를 뱉어냈다.

매캐한 니코틴 향이 차가운 빗공기와 섞여 흩어졌다.

그의 얼음처럼 차가운 푸른 눈동자는 길 건너, 오래된 개신교 교회 앞을 향해 있었다.

그곳에는 이 이교도와 범죄의 도시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가 있었다.

“……주는 나의 피난처시요, 나의 힘이시니.”

빗속에서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앰프도 없는 초라한 거리 찬양이었다.

밀라.

이탈리아의 화려하고 어두운 뒷골목에서 잠시 몸을 담았다가,

기적처럼 구원받고 회심하여 이곳 러시아의 신학대학으로 유학을 왔다는

기묘한 이력을 가진 여자.

그녀는 낡은 외투를 입은 채, 비를 맞으며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다.

알렉세이는 담뱃재를 툭툭 털어내며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밑바닥 인생에서 신이란 그저 두려운 장식품에 불과했다.

이탈리아계 가문의 피가 흐르는 탓에,

어릴 적 어머니의 손을 잡고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를 하던 기억은

파편처럼 남아 있기는 했었다.

거대한 성모상과 매캐한 향 냄새, 그리고 죄를 지으면 지옥에 간다던 신부의 차가운 목소리.

그 잔재는 알렉세이의 무의식 깊은 곳에 닻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신을 맹신하거나 사랑하지 않았지만, 신을 두려워했다.

자신이 언젠가 죽으면 도달할 곳이 불타는 지옥이라는 것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퍽! 구두발이 진흙탕을 치는 거친 소리가 들렸다.

“이봐, 노인네. 좋은 말로 할 때 돈 내야지? 이 구역이 누구 땅인지 몰라?”

교회 바로 옆,

노점상을 운영하는 늙은 상인의 멱살을 잡고 있는 것은 알렉세이의 부하들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이바노프 패밀리의 수금 시간이었다.

장총을 어깨에 멘 덩치 큰 사내들이 노인을 바닥에 내팽개쳤고,

상인이 팔던 조각한 목공예품들이 빗물 고인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광장의 사람들이 모두 눈을 돌릴 때, 찬양을 부르던 밀라의 목소리가 멎었다.

밀라는 주저 없이 빗속을 걸어가 마피아들의 앞을 막아섰다.

“그만두세요. 약한 자를 핍박하는 것은 신의 뜻이 아닙니다.”

가냘프지만 단단한 목소리. 부하 중 하나인 표트르가 황당하다는 듯 밀라를 돌아보았다.

“이 기집애가 미쳤나, 여기가 어디라고 선교질이야?”

짜증이 난 표트르가 거친 손을 들어 밀라의 뺨을 내리치려 했다.

그 무지막지한 손바닥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리무진에서 울리는 경적 소리가 광장을 날카롭게 찢었다.

빵-!

표트르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알렉세이는 창밖으로 차가운 시선을 던지며 낮게 읊조렸다.

“표트르. 내 구역에서는 노인과 아녀자의 피를 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낮지만 압도적인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하듯 광장에 울렸다.

잔인하기로 소문난 이바노프의 보스가 내린 뜻밖의 명령이었다.

사실 알렉세이 자신도 모를 충동이었다.

저 여자의 맑은 눈망울이 더러운 핏물로 얼룩지는 것을 본능적으로 거부한 결과였다.

어릴 적 성당에서 본 성모상의 청초함이 아주 잠깐,

저 여자의 얼굴 위로 겹쳐 보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죄, 죄송합니다, 보스!”

부하들은 황급히 노인을 놓고 물러섰다.

알렉세이는 여전히 차 안에 앉아서 밀라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밀라의 시선이 리무진 뒷좌석의 알렉세이에게 닿았다.

밀라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피비린내 나는 마피아의 우두머리, 알렉세이 이바노프.

하지만 그 잔혹한 사내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자비에

밀라의 마음속에 기묘한 호기심과 작은 호감이 피어올랐다.

‘저 잔인한 사람의 마음속에도 신이 심어둔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는 걸까?’

하는 신학도 특유의 박애정신이었다.

그때, 교회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우산을 들고 급히 뛰어내려 왔다.

“밀라! 괜찮아요?”

밀라와 같은 신학대학에 다니는 동급생이자,

늘 그녀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교회 오빠, 요한이었다.

요한은 밀라의 어깨를 감싸 쥐며 우산을 씌워주었고,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리무진과 마피아들을 노려보았다.

“…….”

리무진 창틀을 잡은 알렉세이의 가죽 장갑 낀 손가락에 거칠게 힘이 들어갔다.

요한이 밀라의 어깨를 만지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불쾌감과 불 같은 소유욕이 치밀어 올랐다.

‘감히 누가 누구를 만지는 거지?’

알렉세이는 차갑게 창문을 올렸다.

웅장한 리무진이 빗길을 매끄럽게 미끄러져 나갔다.

백미러 너머로, 요한의 우산 아래에서 자꾸만 멀어지는 리무진을 아쉽게 바라보는

밀라의 시선이 맺혔다.

알렉세이는 심장 부근이 기묘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악마에게, 신이 내린 가장 아름다운 덫이 저 멀리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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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 내리는 광장의 성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을은 유독 잔인했다.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음에도 네바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살을 에는 듯 차가웠고,하늘은 며칠째 물을 잔뜩 머금은 잿빛 천을 덮어쓴 모양새였다.부슬부슬 내리는 차가운 비가 돌바닥을 검게 적시고 있었다.“…….”광장 맞은편,시동이 걸린 검은색 리무진 뒷좌석에 앉은 알렉세이 이바노프는창문을 반쯤 내린 채 담배 연기를 뱉어냈다.매캐한 니코틴 향이 차가운 빗공기와 섞여 흩어졌다.그의 얼음처럼 차가운 푸른 눈동자는 길 건너, 오래된 개신교 교회 앞을 향해 있었다.그곳에는 이 이교도와 범죄의 도시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가 있었다.“……주는 나의 피난처시요, 나의 힘이시니.”빗속에서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앰프도 없는 초라한 거리 찬양이었다.밀라.이탈리아의 화려하고 어두운 뒷골목에서 잠시 몸을 담았다가,기적처럼 구원받고 회심하여 이곳 러시아의 신학대학으로 유학을 왔다는기묘한 이력을 가진 여자.그녀는 낡은 외투를 입은 채, 비를 맞으며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다.알렉세이는 담뱃재를 툭툭 털어내며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그의 밑바닥 인생에서 신이란 그저 두려운 장식품에 불과했다.이탈리아계 가문의 피가 흐르는 탓에,어릴 적 어머니의 손을 잡고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를 하던 기억은파편처럼 남아 있기는 했었다.거대한 성모상과 매캐한 향 냄새, 그리고 죄를 지으면 지옥에 간다던 신부의 차가운 목소리.그 잔재는 알렉세이의 무의식 깊은 곳에 닻처럼 가라앉아 있었다.그는 신을 맹신하거나 사랑하지 않았지만, 신을 두려워했다.자신이 언젠가 죽으면 도달할 곳이 불타는 지옥이라는 것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퍽! 구두발이 진흙탕을 치는 거친 소리가 들렸다.“이봐, 노인네. 좋은 말로 할 때 돈 내야지? 이 구역이 누구 땅인지 몰라?”교회 바로 옆,노점상을 운영하는 늙은 상인의 멱살을 잡고 있는 것은 알렉세이의 부하들이었다.피도 눈물도 없는 이바노프 패밀리의 수금 시간이었다.장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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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죄인의 성전, 얼어붙은 서류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가에 위치한 이바노프 패밀리의 대저택.제정러시아 시절 황실 귀족이 살았을 법한 웅장한 대리석 건물 내부,알렉세이의 집무실은 기묘하리만치 무겁고 차가운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높은 천장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빛나고 있었지만,그 빛마저도 방 안의 짙은 어둠을 완전히 걷어내지는 못했다.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십자가 성상(聖像) 아래,알렉세이는 어둠 속에 묻힌 채 서류 몇 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게 전부인가?”알렉세이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책상 앞에 부동자세로 서 있던 충직한 비서 안드레이가 고개를 숙였다.“예, 보스. 밀라 안(Mila Ahn). 이탈리아 밀라노의 뒷골목 화류계에서 약 2년간 체류한 기록이 있습니다. 동양계 이민자 출신으로 고아가 된 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1년 전, 알 수 없는 계기로 로마의 한 개신교 공동체에서 회심한 후, 전액 장학금을 받고 이곳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신학대학으로 유학을 왔습니다.”안드레이의 보고가 이어지는 동안 알렉세이는서류에 첨부된 밀라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만히 쓸었다.빗속에서 찬양을 부르던 그 투명한 눈동자가 흑백 사진 속에서도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화류계. 어둠의 세계.그것은 알렉세이에게 너무나도 익숙하고 진저리쳐지는 단어였다.매일같이 마주하는 욕망과 타락의 구렁텅이.하지만 그녀의 프로필은 기묘하게 부조리했다.그 더러운 바닥에 발을 담갔던 여자가,어떻게 이토록 정결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길 수 있단 말인가.‘타락했다가 살아 돌아온 성녀라니.’알렉세이는 심장 부근이 묵직하게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어릴 적 가톨릭 신자였던 어머니에게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성경 속 ‘막달라 마리아’의 이야기가 불현듯 뇌리를 스쳤다.온갖 죄를 짓고도 예수 앞에 무릎 꿇어 눈물로 발을 씻기고 구원받았다던 여자.알렉세이의 마음 밑바닥에 잠들어 있던 기묘한 죄책감과 종교적 두려움이 요동치기 시작했다.그는 신을 믿지 않는다고 자부했으나,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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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도
비가 그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오후,오래된 개신교 교회의 대예배당은 은은한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 들어오며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밀라는 성가대석에 앉아 낡은 성경책을 무릎에 올려놓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밀라, 아직도 그날 일 때문에 그래요?”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들고 다가온 요한이 밀라의 옆자리에 앉았다.요한은 밀라와 같은 신학대학 동기이자, 언제나 그녀를 친동생처럼,혹은 그 이상으로 아끼고 챙겨주는 다정한 청년이었다.“고마워요, 요한 오빠.”밀라는 컵을 받아들며 엷은 미소를 지었지만, 눈가에 서린 그늘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그날 광장에서 마주친 그 사람…… 자꾸 생각이 나요.”요한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상트페테르부르크를 지배하는 잔혹한 마피아 보스, 알렉세이 이바노프.그의 이름 석 자만으로도 이 도시의 주민들은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밀라, 그 사람은 우리와 사는 세계가 다른 사람이에요. 피도 눈물도 없는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라고요. 그날은 운이 좋아 그냥 넘어갔지만,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 될 위험한 존재예요.”요한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경계심과 걱정이 묻어났다.하지만 밀라는 고개를 저으며 나직하게 말했다.“저도 알아요. 하지만 오빠, 그 사람의 눈을 보았을 때…… 아주 잠깐이었지만 깊은 어둠과 함께 기묘한 두려움을 보았어요.부하가 노인과 저를 해치려 할 때 그가 막아섰던 건,단순히 기분이 좋아서가 아니었을 거예요.그의 마음 깊은 곳에 아주 작은 양심의 불씨가 남아 있는 것 같았어요.”밀라는 화류계에 몸담았던 시절,수많은 악인과 탐욕스러운 인간들을 만나보았다.그렇기에 사람의 눈빛을 읽는 직감이 남달랐다.알렉세이의 눈빛은 그저 잔인하기만 한 악마의 그것이 아니었다.무거운 죄책감에 짓눌려 신의 눈을 피하려는, 겁에 질린 영혼의 눈빛이었다.“난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기로 했어요.”“밀라! 마피아 보스를 위해 기도하겠다고요? 그건 너무 위험해요!”요한이 놀라 목소리를 높였지만, 밀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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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연이라는 이름의 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골목길 구석에 위치한, 백 년도 더 된 빛바랜 서점. 낡은 책 냄새와 먼지 섞인 공기가 감도는 그곳은 밀라가 고적함을 달래기 위해 자주 찾는 장소였다.그날도 밀라는 러시아어로 된 신학 서적을 찾기 위해 서점 깊숙한 서가 사이를 거닐고 있었다. 구석진 통로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드는 순간, 서가 너머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앗…….”밀라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검은색 평범한 가죽 재킷에 모자를 깊게 눌러쓴 사내. 하지만 그 모자 그늘 아래로 드러난 날카로운 턱선과 얼음처럼 차가운 푸른 눈동자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알렉세이 이바노프였다.그는 평소의 화려하고 위압적인 리무진도, 떼를 지어 다니는 부하들도 없이 홀로 서 있었다. 그의 커다란 손에는 놀랍게도 조악한 가톨릭 기도서 한 권이 들려 있었다.“……당신은?”밀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알렉세이는 묵묵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뛰어대고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가면을 쓴 것처럼 무표정했다. 사실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가 이 서점에 자주 온다는 보고를 받고, 참다못해 평신도처럼 옷을 입고 그녀의 뒤를 밟은 결과였다.“이런 누추한 곳에서 마피아 보스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밀라가 애써 대범하게 말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렉세이는 그녀의 미소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내 구역이다. 내가 어디를 가든 네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알렉세이의 거친 목소리가 나직하게 울렸다. 그는 손에 든 기도서를 슬그머니 서가에 꽂아 넣었다. 밀라는 그 기도서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신에게 기도를 드리려고 하셨나요? 당신의 마음속에 아직 신의 자리가 남아있어 다행이네요.”“착각하지 마라, 아가씨. 난 그저…… 이 종이 쪼가리들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확인하려던 것뿐이다.”알렉세이는 냉정하게 말을 뱉고는 그대로 돌아섰다. 서점을 빠져나가는 그의 걸음걸이는 어딘가 도망치는 자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며칠 뒤, 상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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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림자 스토킹
알렉세이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것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지독한 열병이었고, 광기에 가까운 집착이었다.그는 바쁜 조직의 업무 중에도 시간을 내어 직접 밀라의 일상을 훔쳐보기 시작했다.검은색 유리를 썬팅한 평범한 차량 운전석에 앉아,혹은 거리가 먼 건물 옥상에서 망원경을 통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그녀가 아침 일찍 교회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길가에 앉은 부랑자에게 자신의 장갑을 벗어 쥐여주는 모습,신학대학 강의실 창가에 앉아 진지한 얼굴로 필기를 하는 모습까지.알렉세이는 그녀의 모든 순간을 눈에 담았다.밀라의 일상은 정결하고 아름다웠다.하지만 그 평화로운 풍경 속에 자꾸만 끼어드는 불청객이 있었다.바로 요한이었다.망원경 렌즈 너머로 요한이 밀라의 책을 대신 들어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들어왔다.밀라 역시 그를 향해 스스럼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심지어 요한이 밀라의 머리에 묻은 낙엽을 다정하게 털어주는 순간,차량 운전대를 잡은 알렉세이의 손에 핏줄이 불거졌다.콰직!가죽 장갑이 찢어질 듯한 소리가 났다.알렉세이의 눈이 분노와 질투로 붉게 물들었다.‘저놈은 뭔데 네 곁에서 그렇게 웃고 있는 거지?’알렉세이의 머릿속에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여전히밀라가 ‘독신을 서원한 가톨릭 수녀 같은 존재’로 각인되어 있었다.신에게 바쳐진 성스러운 여인이,고작 저런 나약해 빠진 인간 남자와 다정하게 어울리는 꼴을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그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자, 자신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도발이었다.“밀라…….”알렉세이는 미칠 것 같았다.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감질나는 짓은 이제 한계에 도달였다.그녀의 그 투명한 눈동자에 오직 자신만의 그림자를 새겨넣고 싶었다.자신을 죄인이라 부르든, 악마라 부르든 상관없었다.그 가냘픈 몸을 품에 안고, 매일 밤 자신만을 위해 기도하게 만들고 싶었다.“보스, 슬슬 움직이셔야 합니다. 오늘 밤 패밀리의 회합이 있습니다.”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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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흑해의 낙원, 붉은 운명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잿빛 어둠을 피해 밀라가 찾은 곳은러시아 남부의 온화한 휴양지, 소치(Sochi)였다.신학대학의 짧은 방학을 맞아 오랜 지병이었던 약한 기관지를 요양하고,끝없는 바다를 보며 기도를 이어가기 위함이었다.소치의 리비에라 해변(Riviera Beach)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차가운 바다와는 전혀 달랐다.맑고 푸른 흑해의 파도가 부드러운 자갈밭을 적시고 있었고,아열대의 따스한 바람이 밀라의 뺨을 간지럽혔다.밀라는 오랜만에 무거운 외투를 벗고 가벼운 원피스 차림으로 해변을 걸었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밀라는 눈을 감고 바다 내음을 들이마셨다.하지만 그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파도 소리 사이로 묵직하고도 익숙한 구둣발 소리가 서서히 다가왔다.본능적인 긴장감에 밀라가 눈을 떴을 때,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믿을 수 없는 거대한 그림자였다.알렉세이 이바노프.그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밀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왕복 수천 킬로미터가 떨어진 이 남부의 해변에서그를 다시 마주치다니. 밀라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거대하게 흔들렸다.“당신이…… 어떻게 여기에?”알렉세이는 대답 대신 거칠게 미소 지었다.우연이 아니었다.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훔쳐보던 그는,그녀가 소치로 떠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패밀리의 모든 정무를 제쳐두고이곳까지 단숨에 달려왔다.그리고 눈부신 햇살 아래 서 있는 그녀를 본 순간,알렉세이의 머릿속에서는 이성이 완전히 끊겨 나가버리고 말았다.성당의 성모상 같던 여자가, 남부의 태양 아래에서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나신(裸身)의 천사처럼 빛나고 있었다.다른 인간 남자가, 그 교회 오빠라는 놈이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게 둘 수는 없었다.이것은 신이 자신에게 내린 마지막 기회이자,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내가 말했지, 아가씨. 우린 자꾸만 만나게 된다고.”알렉세이의 낮고 독점욕 어린 목소리가 밀라의 귓가를 파고들었다.“신이 준 기회인지,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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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절벽 위의 요새, 겔렌지크
밀라가 정신을 차렸을 때,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상상도 못 한 웅장하고 차가운 이형(異形)의 세계였다.그곳은 소치에서 북서쪽으로 떨어진 흑해 연안의 은밀한 휴양 도시,겔렌지크(Gelendzhik)의 외곽이었다.디브노모르스코예(Divnomorskoye)의 해안 절벽.거친 파도가 집어삼킬 듯 몰아치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꼭대기에,알렉세이의 비밀 요새 같은 대저택이 우뚝 솟아 있었다.저택은 제정러시아 시절의 고전적인 성곽 형태를 띠고 있으면서도,동시에 현대적인 방어 시스템이 결합한 기묘한 건축물이었다.인간의 접근을 거부하듯 수십 미터 높이로 솟은 거친 화강암 돌담이저택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고, 담장 위에는 삼엄하게 회전하는최첨단 CCTV 카메라들이 붉은 불빛을 섬뜩하게 빛내고 있었다.“여기가…… 어디죠?”밀라는 침대에서 일어나 사방이 통유리로 된 창가로 다가갔다.창밖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흑해의 웅장한 수평선이 펼쳐져 있었다.아름답지만, 동시에 철저하게 고립된 절벽 위에 갇힌 기분이기도 했다.그렇다. 탈춫조바 불가능한 감옥같은 곳이였다.철컥.육중한 문이 열리며 검은 정장을 입은 알렉세이가 걸어 들어왔다.그의 등 뒤로는 자동소총을 무장한 경호원들이 삼엄하게 복도를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겔렌지크다. 이제부터 네가 머물 새로운 성전이지.”알렉세이가 다가와 밀라의 떨리는 어깨를 거칠게 쥔 채 창밖을 보게 했다.“이 저택은 오직 나만의 사유지다. 저 아래 바다는 사유 해변이고, 저택과 바로 연결된 프라이빗 선착장이 있지. 난 언제든 요트를 타고 누구의 눈도 피하지 않은 채 네게 올 수 있다. 그 누구도, 네가 믿는 그 신조차도 이곳에서 너를 꺼내 갈 수는 없을꺼야.”알렉세이가 그녀를 등뒤에서 끌어안았다.밀라는 그의 거친 손길에서 숨이 막히는 압박감을 느꼈다.웅장한 절벽 위 요새에서, 알렉세이는 군주이자 유일한 간수였다.폭력에 가까운 그의 소유욕이 겔렌지크의 차가운 돌벽을 타고밀라의 온몸을 옭아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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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피춘다의 숨결, 잔인한 배려
납치된 지 사흘째 되던 날, 밀라는 두려움 속에서도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침실 테라스 밖으로 나가자, 웅장한 절벽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피춘다 소나무(Pitsunda Pine) 군락지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바람이 불 때마다 짙은 솔향과 흑해의 짠 내음이 섞여 들어왔는데,신기하게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밀라를 괴롭히던 지독한 기침과 기관지 통증이거짓말처럼 가라앉고 있었다.알렉세이의 아지트는 숨이 막히는 요새였지만,동시에 지독하게 맑은 공기를 품은 천혜의 요양지였다.“마음에 드나?”언제 왔는지 알렉세이가 테라스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물었다.밀라는 그를 돌아보며 슬픈 눈으로 물었다.“왜 저를 이런 곳에 가두는 건가요? 전 신의 길을 가야 하는 사람이에요.”알렉세이는 담배 연기를 바다로 뱉어내며 밀라에게 다가갔다.그의 큰 손이 밀라의 하얀 뺨을 쓸어내렸다.그의 손길은 거칠었지만, 그 안에 담긴 온기는 부인할 수 없었다.“너의 그 빌어먹을 신학대학 서류를 보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지독한 겨울이 오면 네 기관지가 버티지 못할 거라는 의사의 소견서도 있더군. 이바노프의 구역에서 자꾸만 피를 토하며 찬양을 부르는 꼴을 보느니, 내 눈앞에서 숨을 쉬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나의 카나리아, 밀라.”밀라는 충격을 받았다.이 잔인한 마피아 보스가, 자신을 납치한 이유 중 하나가 고작 제 건강을 걱정해서라니.“이곳 피춘다 소나무 숲의 공기는 신이 내린 치료제라고 하더군. 그러니 넌 이곳에서 건강하게 살아만 있으면 돼. 요한인지 뭔지 하는 그 애송이 놈 곁에서 먼지를 마시며 죽어가는 꼴은 절대 못 본다.”알렉세이의 목소리에는 지독한 질투와 집착,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밀라를 향한 비뚤어진 박애가 가득 차 있었다.밀라는 그의 눈빛 깊은 곳에서 여전히 요동치는 죄책감과 소유욕의 광기를 읽었다.그는 죄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밀라를 살리기 위해 그리고 그녀를 온전히 차지하기 위해기꺼이 더 깊은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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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차단된 단서, 숲속의 미로
같은 시각, 밀라가 몸 담았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개신교 교회는 발칵 뒤집혀 있었다.밀라가 소치로 떠난 이후 연락이 두절되자,요한과 교회 사람들은 백방으로 그녀의 행방을 쫓고 있었다.“틀림없이 그 이바노프라는 마피아 놈의 짓이에요! 그날 광장에서도 밀라를 보는 눈빛 보셨죠? 그 눈빛은 정상이 아니었다고요! 그녀의 영혼까지 빤히 보는 듯한 그 소유욕의 눈빛.. 그 더러운 눈빛... 그 놈이예요!!”요한은 주먹을 불끈 쥐며 교회의 목사와 성도들 앞에서 소리쳤다.그들은 밀라의 흔적을 찾아 사설 탐정과 연계해 남부의 소치까지 내려왔지만,리비에라 해변에서 밀라의 소지품 일부가 발견된 것을 끝으로수사는 완전히 미궁에 빠져 있었다.“요한, 진정하게. 상대는 러시아에서 가장 잔혹한 마피아 보스야. 우리가 섣불리 움직였다간 오히려 밀라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네.”목사의 만류에도 요한은 포기할 수 없었다.그는 밀라를 소중한 동역자로서, 그리고 이성으로서도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신학공부를 마치면 둘이 결혼해서 같이 교회를 운영할 꿈울 꾸던 요한이었다.그는 밀라가 머물 만한 흑해 연안의 지도를 펼쳐놓고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알렉세이가 밀라를 숨긴 겔렌지크의 디브노모르스코예 저택은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같은 곳이었다.저택 주변을 수킬로미터에 달하는 울창한 피춘다 소나무 숲이 빽빽하게 감싸고 있어,인공위성 사진으로 보아도 그저 푸른 숲으로만 보일 뿐저택의 형태조차 식별할 수 없었다.게다가 저택으로 향하는 유일한 지상 도로는이바노프 패밀리의 무장 경호원들이 24시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었다.정장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부장급 경호원들이첨단 열감지 센서와 드론을 이용해 개미 한 마리조차 접근하지 못하도록삼엄한 감시망을 펼치고 있었다.요한과 교회 사람들은 밀라가 아주 가까운 흑해의 절벽 위에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거대한 소나무 숲의 장벽 앞에서 무력하게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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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프라이빗 선착장의 악마
겔렌지크의 절벽 끝, 요새처럼 버티고 선 저택 아래에는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비밀 계단이 존재했다.깎아지른 암벽을 뚫어 만든 칠흑 같은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오직 알렉세이만의 사유지이자 은밀한 낙원인 프라이빗 선착장이 모습을 드러냈다.그곳에는 흑해의 사나운 파도 위로 거대하고 세련된 검은색 요트 한 편이 정박해 있었다.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피비린내 나는 이권 다툼과 잔혹한 숙청 작업을 끝마친 날이면,알렉세이는 그 누구의 눈도 피한 채 이 요트를 탔다.밤바다를 갈라 겔렌지크의 사유 해변으로 은밀히 접근하는 것이 그의 오랜 루틴이었다.세상 그 누구도, 심지어 그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정적들조차이 까마득한 요새 안에 마피아 보스의 하나뿐인 '성녀'가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달빛조차 차갑게 비켜가는 어두운 밤이었다.요트에서 내린 알렉세이는 피와 바닷물로 적셔진 묵직한 코트를바닥에 던져 버리며 밀라의 방으로 향했다.그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다급했고, 굳게 닫힌 문틈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는 사나웠다.방금 전까지 조직의 배신자들을 직접 처단하며 묻혀온 기묘한 피비린내,그리고 차가운 밤바다의 안개 냄새가 그의 몸에 지독하게 엉켜 있었다.달컥-무거운 붉은목재 문이 열리자, 넓은 침대 한가운데에서 밀라가성경책을 두 손으로 꼭 쥔 채 떨고 있었다.거친 사내의 향기와 함께 밀려드는 비린 혈향에 밀라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알렉세이는 포식자처럼 짐승 같은 걸음걸이로 다가가,침대 밑에 무릎을 꿇고는 밀라의 무릎 위에 자신의 무거운 머리를 묻었다.그의 거친 숨소리가 밀라의 치맛자락을 적셨다.사시나무 떨듯 떨던 밀라는 자신을 눌러오는 사내의 육중한 무게와,그 뒤에 숨겨진 기묘한 쓸쓸함을 느꼈다.지옥에서 막 걸어 나온 것 같은 악마가 제 발로 성전 안에 들어와 납작 엎드려 있는 꼴이었다.밀라는 숨을 깊이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도망쳐야 한다는 이성이 경고를 보냈지만,무슨 마음에서인지 그녀는 떨리는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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