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병원을 나와 집까지 돌아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서지훈이 돌아왔을 때 집 안은 이미 엉망진창이었다.웨딩 사진을 바닥에 내던져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어 있었다.벽에 붙어 있던 결혼 축하 장식은 모조리 찢어 버렸고, 신혼 침대까지 망가뜨렸다.현관에 선 서지훈은 말없이 담배 한 개비를 끝까지 피웠다.그러고는 다가와 내 손을 살폈다."다친 데 없어?"나는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가슴을 들끓던 분노를 더는 억누를 수 없었다.눈시울을 붉힌 채 따져 물었다."왜 그랬어?"서지훈이 눈썹을 슬쩍 치켜올렸다."너랑 결혼한 이유를 묻는 거야?"그는 사뭇 진지하게 생각하는가 싶더니 불쑥 웃었다."넌 꼼꼼하고 성격도 무던하잖아. 나를 위해 일까지 포기하고 배우 활동도 접은 채 집에 있어 줄 수 있으니 아내로는 딱이지.""나연이는 철없고 제멋대로인 공주님이라 집안일은 기대도 못 하거든."그가 솔직하게 털어놓을수록 가슴은 더 지독하게 아팠다.내 눈에 맺힌 눈물을 보자 서지훈은 다가와 나를 품에 안았다."그만해. 말했잖아, 나랑 걔는 안 된다고.""앞으로도 기껏해야 같이 아이를 키우는 사이일 뿐이야."나는 그를 세차게 밀어내며 울부짖었다."왜 나한테 이래? 걔랑 아이까지 낳아 놓고 왜 나랑 결혼했냐고!"한 사람은 오랫동안 사랑한 남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가장 친한 친구였다.두 사람은 오랜 세월 나를 철저히 속이고 바보로 만들었다.나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진실의 무게에 짓눌려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헐떡였다.서지훈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친 사람 보듯 나를 바라봤다.한참 뒤, 그가 짜증스럽게 말했다."그만 좀 해. 나연이가 내가 끓여 주는 닭고기 수프를 기다리고 있어."나는 그 자리에 선 채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남자를 꼼짝도 않고 바라봤다.능숙하게 불을 켜고, 재료를 썰고, 국물 위 거품을 걷어 내는 모습을.함께한 삼 년 동안 그는 나를 위해 단 한 번도 요리한 적이 없었다. 그저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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