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은 나를 두고, 엄마는 동생부터 살렸다: Chapter 1 - Chapter 9

9 Chapters

제1화

죽기 직전 마지막 3분 전, 내 영혼은 엄마 곁을 떠돌았다.엄마는 지금 고준민의 병상 옆에 앉아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기도하고 있었다.“엄마 놀라게 하지 말고 얼른 눈 떠.”아빠는 분노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지훈이 그 자식이 동생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준민이가 이렇게 된 거야! 이따가 돌아오기만 해 봐. 내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나는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아빠, 이제 때리실 필요 없어요. 나는 이미 죽었으니까요. 당신들의 냉정함 속에서 죽었다고요!’그때 의사들은 고준민의 침대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뼈만 다쳤을 뿐 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그중 연세가 있어 보이는 의사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정말 지훈 씨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까? 교통사고가 꽤 심각해 보이던데요.”엄마의 얼굴에 가득했던 걱정은 순식간에 혐오로 바뀌었다.“또 무슨 연극을 하는 거야? 이번엔 죽은 척이라도 하려는 거야? 자기가 동생을 어떻게 만들어 놨는지 몰라?”나는 멍하니 엄마를 바라봤다.이미 죽었는데도 심장이 다시 찢기는 듯 아파왔다.‘나도 분명 당신의 아들인데, 정말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 건가요?’그때 엄마가 휴대폰을 들어 내 번호를 눌렀다.간호사가 내 귀에 휴대폰을 가져다 댔지만, 내가 기대했던 걱정 어린 말은커녕 여전히 욕설만 들려왔다.[도대체 언제 와서 네 동생한테 사과할 거야?]나는 그제야 완전히 마음을 접었고, 더 이상 기대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았다.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했다.조금 전 병원에 실려 왔을 때도 나는 엄마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엄마는 차갑게 한마디만 남겼다.“아무리 관심을 받고 싶어도 때와 장소는 좀 가려! 네 동생이 하마터면 뼈까지 다칠 뻔했잖아!”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모든 의사들을 데리고 고준민에게 갔다.엄마에게 나를 사랑하는 마음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보다 못한 간호사가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지훈 씨가 정말 얼마 못 버틸 것 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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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예상대로 엄마는 곧바로 얼굴이 굳어졌다.“저런 이기적인 자식을 유학 보내서 뭐 하겠어? 외국에 나갔다 오면 속만 더 시커멓게 변해서 돌아올 게 뻔한데.”고준민은 얌전한 척 말했다.“너무 화내지 마세요. 형도 분명 사정이 있었을 거예요.”그러자 엄마는 순식간에 눈빛이 부드러워졌다.“우리 준민이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그래서 형한테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는 거고.”고준민은 늘 그런 식이었다.부모님이 가장 좋아할 만한 말만 귀신같이 골라냈다.내가 부모님 앞에서 고준민이 어릴 때부터 저질러 온 악행을 모조리 털어놓는다 해도, 부모님은 내가 동생을 질투해서 헛소리를 한다며 따귀부터 날릴 게 뻔했다.오랜 세월 동안 이미 익숙해진 일이었다.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내 누나 고청아가 병실로 뛰어 들어와서 다급한 표정으로 고준민의 상태부터 살폈다.고준민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다.부모님처럼, 고청아의 눈에도 고준민밖에 보이지 않았다.고준민에게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고청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를 냈다.“내가 예전부터 말했잖아. 지훈이는 우리 집의 재앙이라고! 준민이가 태어난 뒤로 얼마나 많이 괴롭혔는데!”고준민은 그 틈을 타서 애교를 부리듯 말했다.“화내지 마세요. 설령 형이 나를 차도로 밀었다고 해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온 식구가 발칵 뒤집혔다.아빠가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뭐라고! 지훈이 걔가 널 차도로 밀었다고?”엄마는 이를 악물었다.“이 자식,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겠어!”고청아의 눈빛은 독기로 가득했다.당장이라도 나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고준민은 일이 커져서 자칫 들킬까 봐 겁이 났는지 서둘러 수습했다.“형한테 화내지 마세요. 내가 잘못 기억한 걸 수도 있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형이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아니잖아요.”고청아는 다정하게 고준민의 이마를 톡 찔렀다.“넌 너무 순진해서 사람 마음이 얼마나 무서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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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며칠 후, 온 가족의 극진한 보살핌 덕분에 고준민은 무사히 퇴원했다.엄마는 분주하게 짐을 챙겼고, 아빠는 조금이라도 덜 걷게 하려고 미리 차를 병원 입구에 대놓았다.고청아는 신발도 직접 신겨 줄 정도로 고준민을 끔찍이도 챙겼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못마땅한 듯 투덜거렸다.“지훈이는 진짜 사람도 아니라니까. 동생이 퇴원하는 날까지 얼굴 한 번 비치지 않았어. 게다가 사과는커녕 연락 한 통 없잖아. 집에 가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아빠는 엄마를 슬쩍 보며 맞장구쳤다.“내가 뭐랬어. 그 자식은 집에 두는 것 자체가 화근이야. 언젠가는 반드시 사고를 칠 줄 알았다니까.”그 말을 듣자, 내 마음이 복잡해졌다.수많은 기억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어릴 때부터 엄마는 동생만 편애했고, 무슨 일이든 나더러 동생에게 양보하라고 했다.동생이 태어난 날, 내가 실수로 물을 엎지르는 바람에 엄마가 넘어지면서 조산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동생을 보면서 온 가족이 애를 태웠다.아빠는 내 뺨을 세게 때려서 고막이 찢어지게 만들면서 말했다.“정말 재수 없는 놈이야. 동생이 태어나자마자 너 때문에 죽을 뻔했잖아.”병상에 누워 있던 엄마는 힘겹게 눈을 떴고, 그 눈에는 나를 향한 실망이 가득했다.초등학교 때, 장난감 자동차 하나를 두고 고준민과 다퉜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아빠에게 사흘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얻어맞았다.그건 내가 가장 아끼던 장난감이었다.비록 아빠가 출장에서 돌아올 때 고준민의 선물을 사면서 덤으로 내게 준 것이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가장 소중한 장난감이었다.하지만 고준민은 상자 몇 개로도 다 담지 못할 만큼 장난감 자동차가 많으면서도, 일부러 내가 아끼던 그 장난감 자동차 하나를 빼앗으려 했다.실랑이를 벌이던 중 고준민이 갑자기 비명을 한 번 지르더니,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엄마는 황급히 달려와 고준민을 끌어안고는 소리쳤다.“네 동생이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 대체 준민이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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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집에 들어서자마자 고준민은 소파에 몸을 눕히며 말했다.“배고파요.”고청아는 기다렸다는 듯 주방으로 달려가서, 새로 배운 요리 솜씨를 보여 주겠다고 나섰다.평소 집안일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던 고청아는 휴대폰으로 각종 영양식 만드는 법을 찾아보며, 고준민이 조금이라도 불편할까 봐 노심초사했다.아빠는 최신형 고급 게임기를 꺼내며 말했다.“퇴원 선물이야. 이번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당연히 축하해야지.”엄마는 고준민의 방을 구석구석 청소한 뒤, 몸에 좋다는 화초들을 한가득 들여놓으며 신선한 공기를 많이 마셔야 회복도 빠르다고 했다.고준민은 그저 소파에 편히 누워 게임만 하고 있는데도, 온 가족의 신경은 온통 그에게만 쏠려 있었다.가족 곁을 따라 함께 집으로 돌아온 내 영혼도 덩달아 그 풍경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이 익숙한 장소는 언제나 그랬듯 나에게 그저 차가울 뿐이었다.그때 초인종이 울렸다.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본 순간, 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내 여자친구, 윤민영이었다.윤민영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고준민의 건강을 물었다.“준민이가 오늘 퇴원한다고 해서 몸에 좋은 것 좀 사 왔어요.”고준민은 손에 들고 있던 게임기를 내려놓고, 수줍은 척하며 말했다.“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마워요. 난 이제 다 나았어요.”윤민영은 고준민에게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내 앞에서는 늘 차갑기만 하던 여자가, 고준민 앞에서는 다정하고 온화한 옆집 여동생처럼 보였다.나는 윤민영을 바라보며 낯선 기분을 느꼈다.그러다 윤민영이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지훈이는요?”윤민영이 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아마 온 가족이 내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렸을 것이다.내 이름을 언급하자, 엄마의 얼굴이 곧바로 굳어졌다.“그 나쁜 자식 얘기는 왜 해? 그날 몇 마디 했다고 집에도 안 들어오네. 그래도 잘됐지. 밖에 있는 게 그렇게 좋으면 영원히 돌아오지 말던가.” “밖에서 죽어 버리면 집안도 조용하겠네. 매일 사고만 치는 놈 때문에 골치 아플 일도 없고!”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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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 말을 들은 엄마는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면서, 곧바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사고 당일을 떠올리다가, 엄마는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말도 안 돼. 지훈이는 준민이랑 같은 차에 타고 있었잖아. 준민이는 퇴원했는데, 지훈이만 그렇게 심하게 다쳤을 리가 없어.”“내가 그 얄팍한 수작을 모를 줄 알아? 동생을 질투해서 내 관심을 끌어보려는 거잖아.”“경고하는데 둘이 짜고 계속 이런 식으로 날 속일 생각 하지 마! 그땐 정말 가만 안 둘 거야!”엄마가 도무지 믿으려고 하지 않자, 간호사는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정말 거짓말이 아니에요. 못 믿으시겠으면 직접 영안실에 가서 확인해 보세요.]엄마는 뭔가 초조해졌는지 방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무거워지면서 점차 다급해졌다.“이 못된 것들이 감히 짜고 날 속여? 정말 하늘 높은 줄도 모르네!”간호사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엄마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듯 핸드폰 화면을 거칠게 눌러서 전화를 끊었다.엄마가 소리를 지르는 걸 들었는지 아빠가 방문을 열었다.“민영이도 아직 있는데,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엄마는 휴대폰을 두 손으로 꼭 움켜쥔 채 무력한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봤다.“좀 전에 병원 간호사가 지훈이가 죽었다고 하던데... 설마 그게 사실은 아니겠지?”아빠는 엄마를 못마땅하다는 듯 흘겨봤다.“당신도 참 잘 속네. 사고가 정말 그렇게 심했다면, 걔 성격에 준민이까지 같이 죽자고 끌고 갔겠지. 그런데 준민이는 이렇게 멀쩡하잖아.”윤민영도 다가와서 엄마를 달랬다.“맞아요, 지훈이 목숨이 질긴 거 아시잖아요.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에요. 남을 죽게 만들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죠.”고청아는 귤을 먹으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툭 내뱉었다.“그 성가신 자식이 죽었으면 오히려 잘된 거 아니에요? 뭘 그렇게 걱정해요?”모두가 고준민만 편애한다는 걸 진작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험한 꼴로 나를 보고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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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다음 날 아침, 엄마는 밥도 먹지 않은 채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빠 역시 엄마가 걱정돼 함께 따라갔다.병원으로 가는 길에도 엄마는 두 사람이 또 헛걸음하게 생겼다며 투덜거렸다.하지만 병원 영안실에 도착해 내 시신을 본 순간, 엄마는 겁에 질린 듯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비틀거리다가 벽에 기대고 주저앉으면서,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왜, 왜 이렇게 된 거야? 그날 분명히 많이 다친 것 같지는 않았는데. 정신도 멀쩡해 보였잖아.”실제로 나는 겉보기에는 크게 다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동생을 감싸안는 과정에서 손에 가벼운 찰과상이 생긴 것을 제외하면, 겉으로는 아무런 이상도 찾아보기 힘들었다.하지만 그건 내가 몸을 옆으로 돌려서 고준민을 끌어안고, 내 몸으로 동생을 감쌌기 때문이었다.엄청난 충격이 그대로 내 몸을 덮쳤고, 그 충격으로 심장이 파열된 것이다.내가 멀쩡해 보였던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내장은 이미 파열되어 죽어가고 있었지만, 그 순간 몸속 아드레날린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던 것이다.원장인 엄마가 조금만 더 주의 깊게 살폈다면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엄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준민만 걱정했을 뿐, 나를 제대로 한 번도 살펴보지 않았다.아빠도 두 손을 뻗어서 내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하지만 어쩌면 죽은 내 모습이 너무 처참했던 탓인지, 아빠의 손은 허공에서 멈춰 버렸다.소식을 들은 고준민은 누나와 함께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왔다.침통한 부모님의 모습을 보자, 고준민은 곧바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내 침대 곁으로 달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형, 왜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한 거야? 내가 예전에 형 유학 자리를 가져간 게 그렇게 원망스러웠어? 나한테 복수하려고 자기 목숨까지 버린 거야?”한바탕 크게 울고 난 고준민은 죄책감에 빠진 척 바닥에 주저앉았다.“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 내가 아니었으면 형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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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며칠 뒤, 엄마는 죄책감 때문인지 내게 그럭저럭 봐줄 만한 장례식을 치러 주었다.장례식장에는 친척과 지인들뿐만 아니라 엄마가 근무하던 병원의 의사들도 참석했다.그날 나를 도와주었던 간호사도 그 자리에 있었다.간호사는 꽃 한 다발을 들고 내 위패 앞으로 다가와서 말했다.“미안해요. 그때 제가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당신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 가운데 나를 도와준 사람은 그 간호사뿐이었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게 사과한 사람 역시 그 간호사뿐이었다.반대로 엄마는 조금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은 채 내 험담을 늘어놓았다.마치 그렇게 말하면 자신의 죄를 씻을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지훈이는 어릴 때부터 죽어라고 말을 안 들었어요. 이번에도 예전 일에 앙심을 품고 동생을 해치려다가 오히려 자기가 죽은 거예요.”사람들은 모두 엄마가 동생만 편애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설움을 겪어왔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누구 하나 괜한 일에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았고, 결국 모르는 척 엄마를 위로할 뿐이었다.그때 소란스러운 장례식장 안으로 갑자기 경찰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형사들이 사람들을 헤치고 엄마와 고준민 앞까지 다가왔다.엄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형사님, 무슨 일인가요? 누구를 찾으시는 건가요?”선두에 선 형사가 사진을 확인한 뒤 물었다.“혹시 유희연 씨 본인이 맞습니까?”엄마는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경찰은 체포영장을 엄마 앞에 내밀었다.“그렇다면 저희와 함께 가주시죠. 의료 자원을 부당하게 사용하고, 불법 의료 행위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신고가 접수됐습니다.”고준민은 곧바로 엄마 앞을 막아섰다.“무슨 소리예요? 우리 엄마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해 왔어요.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잖아요! 사람을 잡아가려면 증거부터 보여주세요!”그러더니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누가 우리 엄마를 신고한 거야?”줄곧 구석에 서 있던 한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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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부모님과 누나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고준민을 바라보았다.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깊은 침묵에 빠졌다.겨우 정신을 차린 엄마는 고준민에게 달려들더니 죽을힘을 다해서 멱살을 움켜쥐었다.“이 살인자야! 어떻게 네 친형을 죽일 수가 있어? 어떻게 그렇게 악독할 수가 있어!”엄마는 점점 더 흥분하면서 손을 들어 고준민을 때리려고 했다.그러자 형사들이 서둘러 엄마의 행동을 제지했다.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엄마가 고준민에게 손을 대는 모습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준민은 이미 모든 일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고준민은 고개를 젖힌 채 한참 동안 미친 듯이 웃었다.그리고 싸늘한 시선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약간의 온기마저도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내가 악독하다고요? 그거 다 엄마한테 배운 거잖아요.”“내가 살인자라고요? 교통사고가 난 날, 모든 의사들을 내 병실로 불러서, 형이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게 한 사람은 엄마잖아요.”“엄마가 아니었으면, 내가 그렇게 쉽게 형을 죽일 수 있었을 것 같아요?”고준민의 말은 날카로운 바늘처럼 엄마의 심장을 깊숙이 찔러댔다.엄마의 몸이 순간 굳어 버렸다.마치 과거의 잘못들이 엄마의 영혼을 칭칭 옭아맨 것 같았다.밀려오는 죄책감에 짓눌린 엄마는, 그제야 나에 대한 죄책감이 마음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다.엄마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눈을 부릅뜬 채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미안해. 다 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그렇게 오랫동안 널 오해했어. 내가 죽을죄를 지었어...”엄마는 거의 기어가다시피 내 위패 앞으로 다가갔다.그리고 흐느끼며 내 위패를 꼭 끌어안았다.위패에 붙어 있는 내 사진을 떨리는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간신히 말했다.“눈 좀 떠 봐. 엄마가 잘못했어. 엄마가 무릎 꿇고 제대로 사과할게...”“너 유학 가고 싶었잖아. 엄마가 돈 대줄게. 엄마가 보내줄게. 아니, 아니야... 엄마가 너랑 같이 갈게.”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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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6개월 후, 재판 결과가 나왔다.고준민은 사형을 선고받았다.엄마는 무기징역과 함께 평생 모든 헌법적 권리를 박탈당하는 중형을 선고받았다.아마 한 맺힌 복수를 모두 끝냈기 때문일까?내 영혼은 점점 더 자유로워졌다.더 이상 엄마 곁에 묶여 있을 필요도 없었고,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었다.마지막으로 남은 시간 동안, 고준민은 매일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다.교도관이 매일 가져다주는 식사도 모조리 바닥에 내팽개쳤다.불과 일주일 만에 고준민은 눈에 띄게 야위었다.이전 같았으면 부모님과 누나는 분명 가슴 아파하며 고준민을 걱정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고준민을 찾지도 않았다.고준민의 사형이 집행되는 날, 나는 공중에 조용히 떠서 사형이 집행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고준민이 죽는 순간, 그의 영혼도 나처럼 육체에서 빠져나왔다.고준민은 겁에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형,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나 죽이지 마. 제발 나 죽이지 마...”나는 웃으면서 말했다.“너 이미 죽었잖아.”고준민은 자신의 시신을 내려다보다가 비명을 질렀고, 그대로 영혼이 흩어지면서 사라졌다.안타깝게도 그 비명은 같은 영혼인 내게만 들렸다.나를 해친 사람이 영혼마저 소멸되어 다시는 환생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자, 나도 조금은 속이 후련했다.엄마는 감옥에서 어머니로서 감당해야 할 정신적인 고통에 계속 시달렸다.때로는 울다가 웃기도 했고, 또 때로는 뛰어다니다가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다.어떤 때는 다른 사람을 때리기도 했고, 증상이 심해지면 자기 자신까지 학대했다.건장한 교도관 2, 3명이 달라붙어도 엄마를 제지하기 힘들 정도였다.결국 정신병원의 의사를 불렀고, 엄마는 심리적 외상으로 인한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다.그리고 교도소에서 정신병원으로 이감되었다.시간이 흐를수록 엄마의 병세는 점점 더 심해졌다.엄마는 누구를 만나든 이렇게 말했다.“우리 아들 이름은 고지훈이에요. 세계 최고의 대학에 합격해서 지금 외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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