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나는 동생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했다. 심장에 큰 손상을 입어서 당장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병원 원장인 엄마는 모든 의사를 동생의 병실로 불러 모았고, 고작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동생을 상대로 온몸을 검사하게 했다. 나는 엄마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엄마는 잔뜩 짜증 난 얼굴로 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아무리 관심을 받고 싶어도 때와 장소는 좀 가려! 네 동생은 하마터면 뼈까지 다칠 뻔했잖아!” 결국 나는 아무도 찾지 않는 병원 구석에서 죽고 말았다. 그런데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엄마는, 나를 가장 미워했던 사람이었음에도 결국 미쳐 버렸다.
view more6개월 후, 재판 결과가 나왔다.고준민은 사형을 선고받았다.엄마는 무기징역과 함께 평생 모든 헌법적 권리를 박탈당하는 중형을 선고받았다.아마 한 맺힌 복수를 모두 끝냈기 때문일까?내 영혼은 점점 더 자유로워졌다.더 이상 엄마 곁에 묶여 있을 필요도 없었고,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었다.마지막으로 남은 시간 동안, 고준민은 매일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다.교도관이 매일 가져다주는 식사도 모조리 바닥에 내팽개쳤다.불과 일주일 만에 고준민은 눈에 띄게 야위었다.이전 같았으면 부모님과 누나는 분명 가슴 아파하며 고준민을 걱정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고준민을 찾지도 않았다.고준민의 사형이 집행되는 날, 나는 공중에 조용히 떠서 사형이 집행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고준민이 죽는 순간, 그의 영혼도 나처럼 육체에서 빠져나왔다.고준민은 겁에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형,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나 죽이지 마. 제발 나 죽이지 마...”나는 웃으면서 말했다.“너 이미 죽었잖아.”고준민은 자신의 시신을 내려다보다가 비명을 질렀고, 그대로 영혼이 흩어지면서 사라졌다.안타깝게도 그 비명은 같은 영혼인 내게만 들렸다.나를 해친 사람이 영혼마저 소멸되어 다시는 환생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자, 나도 조금은 속이 후련했다.엄마는 감옥에서 어머니로서 감당해야 할 정신적인 고통에 계속 시달렸다.때로는 울다가 웃기도 했고, 또 때로는 뛰어다니다가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다.어떤 때는 다른 사람을 때리기도 했고, 증상이 심해지면 자기 자신까지 학대했다.건장한 교도관 2, 3명이 달라붙어도 엄마를 제지하기 힘들 정도였다.결국 정신병원의 의사를 불렀고, 엄마는 심리적 외상으로 인한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다.그리고 교도소에서 정신병원으로 이감되었다.시간이 흐를수록 엄마의 병세는 점점 더 심해졌다.엄마는 누구를 만나든 이렇게 말했다.“우리 아들 이름은 고지훈이에요. 세계 최고의 대학에 합격해서 지금 외국에서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부모님과 누나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고준민을 바라보았다.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깊은 침묵에 빠졌다.겨우 정신을 차린 엄마는 고준민에게 달려들더니 죽을힘을 다해서 멱살을 움켜쥐었다.“이 살인자야! 어떻게 네 친형을 죽일 수가 있어? 어떻게 그렇게 악독할 수가 있어!”엄마는 점점 더 흥분하면서 손을 들어 고준민을 때리려고 했다.그러자 형사들이 서둘러 엄마의 행동을 제지했다.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엄마가 고준민에게 손을 대는 모습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준민은 이미 모든 일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고준민은 고개를 젖힌 채 한참 동안 미친 듯이 웃었다.그리고 싸늘한 시선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약간의 온기마저도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내가 악독하다고요? 그거 다 엄마한테 배운 거잖아요.”“내가 살인자라고요? 교통사고가 난 날, 모든 의사들을 내 병실로 불러서, 형이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게 한 사람은 엄마잖아요.”“엄마가 아니었으면, 내가 그렇게 쉽게 형을 죽일 수 있었을 것 같아요?”고준민의 말은 날카로운 바늘처럼 엄마의 심장을 깊숙이 찔러댔다.엄마의 몸이 순간 굳어 버렸다.마치 과거의 잘못들이 엄마의 영혼을 칭칭 옭아맨 것 같았다.밀려오는 죄책감에 짓눌린 엄마는, 그제야 나에 대한 죄책감이 마음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다.엄마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눈을 부릅뜬 채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미안해. 다 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그렇게 오랫동안 널 오해했어. 내가 죽을죄를 지었어...”엄마는 거의 기어가다시피 내 위패 앞으로 다가갔다.그리고 흐느끼며 내 위패를 꼭 끌어안았다.위패에 붙어 있는 내 사진을 떨리는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간신히 말했다.“눈 좀 떠 봐. 엄마가 잘못했어. 엄마가 무릎 꿇고 제대로 사과할게...”“너 유학 가고 싶었잖아. 엄마가 돈 대줄게. 엄마가 보내줄게. 아니, 아니야... 엄마가 너랑 같이 갈게.”말을
며칠 뒤, 엄마는 죄책감 때문인지 내게 그럭저럭 봐줄 만한 장례식을 치러 주었다.장례식장에는 친척과 지인들뿐만 아니라 엄마가 근무하던 병원의 의사들도 참석했다.그날 나를 도와주었던 간호사도 그 자리에 있었다.간호사는 꽃 한 다발을 들고 내 위패 앞으로 다가와서 말했다.“미안해요. 그때 제가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당신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 가운데 나를 도와준 사람은 그 간호사뿐이었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게 사과한 사람 역시 그 간호사뿐이었다.반대로 엄마는 조금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은 채 내 험담을 늘어놓았다.마치 그렇게 말하면 자신의 죄를 씻을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지훈이는 어릴 때부터 죽어라고 말을 안 들었어요. 이번에도 예전 일에 앙심을 품고 동생을 해치려다가 오히려 자기가 죽은 거예요.”사람들은 모두 엄마가 동생만 편애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설움을 겪어왔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누구 하나 괜한 일에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았고, 결국 모르는 척 엄마를 위로할 뿐이었다.그때 소란스러운 장례식장 안으로 갑자기 경찰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형사들이 사람들을 헤치고 엄마와 고준민 앞까지 다가왔다.엄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형사님, 무슨 일인가요? 누구를 찾으시는 건가요?”선두에 선 형사가 사진을 확인한 뒤 물었다.“혹시 유희연 씨 본인이 맞습니까?”엄마는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경찰은 체포영장을 엄마 앞에 내밀었다.“그렇다면 저희와 함께 가주시죠. 의료 자원을 부당하게 사용하고, 불법 의료 행위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신고가 접수됐습니다.”고준민은 곧바로 엄마 앞을 막아섰다.“무슨 소리예요? 우리 엄마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해 왔어요.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잖아요! 사람을 잡아가려면 증거부터 보여주세요!”그러더니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누가 우리 엄마를 신고한 거야?”줄곧 구석에 서 있던 한 간
다음 날 아침, 엄마는 밥도 먹지 않은 채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빠 역시 엄마가 걱정돼 함께 따라갔다.병원으로 가는 길에도 엄마는 두 사람이 또 헛걸음하게 생겼다며 투덜거렸다.하지만 병원 영안실에 도착해 내 시신을 본 순간, 엄마는 겁에 질린 듯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비틀거리다가 벽에 기대고 주저앉으면서,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왜, 왜 이렇게 된 거야? 그날 분명히 많이 다친 것 같지는 않았는데. 정신도 멀쩡해 보였잖아.”실제로 나는 겉보기에는 크게 다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동생을 감싸안는 과정에서 손에 가벼운 찰과상이 생긴 것을 제외하면, 겉으로는 아무런 이상도 찾아보기 힘들었다.하지만 그건 내가 몸을 옆으로 돌려서 고준민을 끌어안고, 내 몸으로 동생을 감쌌기 때문이었다.엄청난 충격이 그대로 내 몸을 덮쳤고, 그 충격으로 심장이 파열된 것이다.내가 멀쩡해 보였던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내장은 이미 파열되어 죽어가고 있었지만, 그 순간 몸속 아드레날린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던 것이다.원장인 엄마가 조금만 더 주의 깊게 살폈다면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엄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준민만 걱정했을 뿐, 나를 제대로 한 번도 살펴보지 않았다.아빠도 두 손을 뻗어서 내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하지만 어쩌면 죽은 내 모습이 너무 처참했던 탓인지, 아빠의 손은 허공에서 멈춰 버렸다.소식을 들은 고준민은 누나와 함께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왔다.침통한 부모님의 모습을 보자, 고준민은 곧바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내 침대 곁으로 달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형, 왜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한 거야? 내가 예전에 형 유학 자리를 가져간 게 그렇게 원망스러웠어? 나한테 복수하려고 자기 목숨까지 버린 거야?”한바탕 크게 울고 난 고준민은 죄책감에 빠진 척 바닥에 주저앉았다.“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 내가 아니었으면 형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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