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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복숭아의 꿈나라
집에 들어서자마자 고준민은 소파에 몸을 눕히며 말했다.

“배고파요.”

고청아는 기다렸다는 듯 주방으로 달려가서, 새로 배운 요리 솜씨를 보여 주겠다고 나섰다.

평소 집안일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던 고청아는 휴대폰으로 각종 영양식 만드는 법을 찾아보며, 고준민이 조금이라도 불편할까 봐 노심초사했다.

아빠는 최신형 고급 게임기를 꺼내며 말했다.

“퇴원 선물이야. 이번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당연히 축하해야지.”

엄마는 고준민의 방을 구석구석 청소한 뒤, 몸에 좋다는 화초들을 한가득 들여놓으며 신선한 공기를 많이 마셔야 회복도 빠르다고 했다.

고준민은 그저 소파에 편히 누워 게임만 하고 있는데도, 온 가족의 신경은 온통 그에게만 쏠려 있었다.

가족 곁을 따라 함께 집으로 돌아온 내 영혼도 덩달아 그 풍경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이 익숙한 장소는 언제나 그랬듯 나에게 그저 차가울 뿐이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본 순간, 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내 여자친구, 윤민영이었다.

윤민영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고준민의 건강을 물었다.

“준민이가 오늘 퇴원한다고 해서 몸에 좋은 것 좀 사 왔어요.”

고준민은 손에 들고 있던 게임기를 내려놓고, 수줍은 척하며 말했다.

“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마워요. 난 이제 다 나았어요.”

윤민영은 고준민에게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 앞에서는 늘 차갑기만 하던 여자가, 고준민 앞에서는 다정하고 온화한 옆집 여동생처럼 보였다.

나는 윤민영을 바라보며 낯선 기분을 느꼈다.

그러다 윤민영이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지훈이는요?”

윤민영이 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아마 온 가족이 내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렸을 것이다.

내 이름을 언급하자, 엄마의 얼굴이 곧바로 굳어졌다.

“그 나쁜 자식 얘기는 왜 해? 그날 몇 마디 했다고 집에도 안 들어오네. 그래도 잘됐지. 밖에 있는 게 그렇게 좋으면 영원히 돌아오지 말던가.”

“밖에서 죽어 버리면 집안도 조용하겠네. 매일 사고만 치는 놈 때문에 골치 아플 일도 없고!”

윤민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안 돌아오는 게 낫죠. 괜히 돌아와서 준민이 쉬는 데 방해나 하지 않게요.”

고청아가 영양식을 들고 나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언제 지훈이랑 헤어질 건데? 우리 준민이, 더 늦으면 다른 사람한테 뺏길 텐데?”

윤민영은 얼굴을 붉혔다.

“원래 오늘 준민이 보러 온 김에 그 얘기도 하려고 했어.”

말로 다할 수 없는 서러움이 가슴 깊은 곳에서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휙 돌렸다.

이런 모습은 한순간도 더 이상 눈에 담고 싶지 않았다.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건 내게는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엄마는 왠지 초조하고 신경질적인 기색을 보였다.

혼자 방으로 들어가더니 휴대폰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가까이 가 보니 내 연락처를 찾고 있었다.

엄마는 몇 번이고 내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건 계속되는 통화 연결음뿐이었다.

한참 뒤, 엄마는 휴대폰을 홧김에 내던졌다.

“내 전화까지 안 받을 셈이야? 누가 정말로 지 걱정이라도 하는 줄 알아?”

‘나는 이미 죽었어요. 그러니 전화를 받을 수 없잖아요.’

하지만 곧 엄마는 그날의 간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훈이 걔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리겠다고 했어? 빨리 걔한테 전해. 염치도 없이 굴지 말고 얼른 돌아와서 준민이한테 사과하라고.”

“그러면 집에 돌아오는 걸 허락해 준다고 말이야.”

전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지훈 씨는 일주일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때 교통사고로 심장이 파열됐어요. 그런데 원장님께서 모든 의사를 준민 씨 병실로 불러 모으는 바람에, 아무도 지훈 씨 수술을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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