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이서연에게서 고예은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예은의 전화가 걸려왔을 때, 엄마의 목소리는 고예은의 기억 속 목소리와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예은아... 엄마가 데리러 갈게.][지금 어디야? 어디 있는지만 알려줘.]“데리러 오지 마세요.”고예은은 호텔 창가에 기대고 있었다.창밖으로 도시의 불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내일 내가 갈게요.”전화를 끊은 뒤, 고예은은 창가에 앉아서 밤을 꼬박 지새웠다.슬퍼서도, 긴장돼서도 아니었다.그저 어떤 표정으로 그 문을 들어서야 할지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다음 날, 고예은은 파란색 코트를 입었다.연구기지 근처의 유일한 작은 상점에서 샀던 옷이었다.파란색은 고예은이 원래부터 좋아했던 색이었다.집 앞에 도착했을 때, 현관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엄마는 현관 안에 서 있었다.20킬로그램은 족히 빠진 듯, 눈에 띄게 야윈 모습이었다.머리카락도 절반 이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허리에는 앞치마가 둘러져 있었고, 손에는 아직 밀가루가 묻어 있었다.엄마의 뒤쪽 부엌에서는 고추와 파기름 냄새가 흘러나왔다.고예은이 현관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는 순간, 엄마의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무릎이 타일 바닥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예은아, 엄마가 미안해.”아빠도 거실에서 걸어 나왔다.고예은은 아빠의 머리를 바라봤다.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다.5년 전에는 귀밑머리에 회색빛이 조금 섞여 있었을 뿐인데, 이제는 마치 서리가 내려앉은 것처럼 새하얬다.아빠는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목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숨소리만 새어 나왔다.한참 뒤에야 겨우 한마디를 꺼냈다.“돌아왔으면 됐어.”그때 방에서 고현우가 뛰어나왔다.급하게 나오다 문턱에 발이 걸리면서, 휘청거리다 겨우 몸을 바로 세웠다.오빠는 기억 속 모습보다 훨씬 말라 있었다.눈은 움푹 들어가 있었고, 광대뼈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예은아...”오빠는 고예은의 이름을 불렀다.‘너’라고 부르지도 않았고,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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