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트라고 생각해도 됩니까?"로비를 감싸던 서늘한 밤공기 속에서 던져진 질문에, 예원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데이트'라는 단어를 자신이 먼저 입에 올린 적은 없었다.하지만 그 단어에 선을 긋거나 서둘러 부정하고 싶은 마음 역시 들지 않았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예원은 시선을 살짝 피하며 가볍게 대답했다."적어도 업무 미팅은 아니죠."그것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거절도 아니었다.그리고 약속된 금요일 저녁.예원이 고른 레스토랑은 회사에서 차로 이십 분쯤 떨어진, 조용한 주택가 골목의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지나치게 고급스럽거나 화려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았고, 테이블 간격이 널찍해 대화 나누기에 적당한 곳이었다.예원은 창가 쪽 자리로 안내를 받아 앉았다.메뉴판을 펼쳐 들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글자 위를 겉돌 뿐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늘 두 사람 사이에는 도면, 예산안, 루센 프로젝트, 차재헌의 이름, 혹은 7년 전의 과거가 놓여 있었다.그런데 오늘은 아무것도 없었다. 테이블 위에는 정갈하게 놓인 물잔과 메뉴판, 그리고 두 사람의 가벼운 옷차림뿐이었다.'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지.'사회생활에 능숙한 30대 PM으로서 사람을 대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권시혁과 사적인 자리에서 마주 앉아 나누어야 할 대화의 결은 낯설었다.하지만 그 어색함은 오래가지 않았다.시혁은 분위기를 억지로 띄우려 들거나 침묵을 어설픈 말로 채우려 애쓰지 않았다.그는 메뉴판을 조용히 훑어보더니, 먼저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여기로 정하신 이유가 있습니까.""조용해서요. 업무 이야기 없이 저녁만 먹기에는 적당할 것 같아서요.""좋은 기준이군요."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8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