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가 구속한 아빠 절친이 나한테 집착한다: Chapter 21 - Chapter 30

30 Chapters

21화. 오늘은 회장님 말고 남자로 와요

21화. 오늘은 회장님 말고 남자로 와요 전화는 끊지 않은 채였다. 태성 쪽에서는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났고, 내 앞에는 다 비운 그릇이 놓여 있었다. 조금 전 그가 한 말이 계속 귀에 남았다. 당신한테는 그렇게 있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식탁 끝을 손가락으로 두 번 두드렸다. “태성 씨.” - 듣고 있습니다. “지금 나올 수 있어요?” 종이 소리가 멎었다. - 어디로 갑니까? “회사도 아니고, 우리 집도 아니고.” 잠깐 생각한 뒤 장소를 보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공영주차장. 강변 산책로가 붙어 있고 자정이 넘으면 사람도 드문 곳이었다. - 삼십 분쯤 걸립니다. “천천히 와요.” 말은 그렇게 했는데 나는 십 분 만에 코트를 입었다. 현관 거울 앞에서 두 번이나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그러다 손을 멈췄다. 지금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이러는 건지 너무 분명했다. 첫날 밤 이후에는 모르는 척하기 바빴다. 실수라고 부르면 정리될 것 같았고, 연락하지 말라고 하면 마음도 같이 멈출 줄 알았다. 전혀 아니었다. 연락이 없으면 휴대전화를 확인했고, 다른 남자 얘기에 질투하는 목소리를 듣고 싶었고, 조금 전에는 그가 나한테만 이러고 있다는 말에 웃었다. 검사라면 이미 결론을 냈어야 했다. 나는 윤태성을 남자로 의식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도 어디까지 가고 싶은지. 그 답을 오늘은 직접 보고 싶었다. *** 태성의 차가 들어온 건 정확히 스물여덟 분 뒤였다. 나는 조수석 문을 열고 탔다. “늦었죠.” “내가 나오라고 했잖아요.” 차 안은 따뜻했다. 그런데 문이 열렸던 탓인지 찬 공기가 발목 쪽으로 들어왔다. 내가 코트 자락을 당기자 태성이 아무 말 없이 송풍구 방향을 바꿨다. 시선은 앞에 둔 채였다. 예전 같으면 그 행동부터 거슬렸을 것이다. 내가 계속 선을 긋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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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미안해서 온 거 아니에요

22화. 미안해서 온 거 아니에요 윤태성의 집에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서하 때문에 근처까지 온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현관 안쪽은 낯설었다. 넓고 조용했다. 비싸 보이는 물건보다 오래 쓴 것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소파 팔걸이의 희미한 눌림. 책장 아래쪽에 쌓인 서류철. 현관 한쪽에 놓인 운동화 한 켤레. 누군가 보여주기 위해 꾸민 집이 아니라 한 사람이 오래 살아온 집 같았다. 벽 한쪽에는 액자 몇 개가 있었다. 서하가 어릴 때 찍은 사진도 있었고, 태성이 젊었을 때 아빠와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 나는 그쪽을 오래 보지 않았다. 지금 이 집에서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으러 온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죄인처럼 서 있을 생각도 없었다. 내가 선택해서 들어온 집이었다. 그 사실이 현관문이 닫힌 뒤부터 계속 몸에 남아 있었다. 회사에서는 수십 명이 움직이는 사람. 아빠에게는 삼십 년 친구. 서하에게는 아버지. 그런 윤태성의 사적인 공간에 지금은 나와 둘뿐이었다. 이상하게 그게 첫 키스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태성은 내 코트를 받아 걸었다. “불편하면 바로 말해요.” “안 불편해요.” 나는 거실 가운데까지 들어갔다가 멈췄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네요.” “뭐가.” “회장님 집인데 생각보다 사람 사는 집이라서.” “호텔처럼 살아야 합니까?” “약간은.” 태성이 웃었다. 그 웃음 때문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나는 소파에 앉았다.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렸는데 태성이 맞은편이 아니라 한 칸 떨어진 옆자리에 앉았다. 가까웠다. 조금 전 차에서 먼저 입을 맞춘 사람이 맞다는 게 뒤늦게 실감났다. “백준서 때문에 온 거 아니에요.” 내가 먼저 말했다. 태성이 내 얼굴을 봤다. “그 이름은 내가 묻지 않겠습니다.” “알아요. 사건 얘기 하려는 것도 아니고.” 나는 손가락으로 가방 손잡이를 만졌다. “그 사람을 처음 당신한테 데려간 게 나잖아요.” “지안아.” “그게 내 책임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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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오늘은 안 갈게요

23화. 오늘은 안 갈게요 말이 끝난 뒤 내가 더 긴장했다. 태성은 서재 문가에 그대로 서 있었다. "지안아." "들었잖아요." "들었습니다." "그럼 왜 거기 서 있어요." 나는 내가 먼저 불러놓고도 심장이 빨라지는 걸 느꼈다. 처음에는 술 한 캔과 새벽이라는 핑계라도 있었다. 오늘은 없었다. 나는 맨정신이었고, 내일 출근해야 했고, 이 사람이 누구인지 너무 잘 알았다. 나중에 실수였다고 말할 구멍을 내가 먼저 막은 셈이었다. 태성도 그걸 아는 얼굴이었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게 웃지 않았다. 그가 흔들릴 때 나타나는 작은 변화가 있었다. 말수가 줄고,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천천히 내 앞으로 왔다. 그날은 내가 먼저 입을 맞췄고, 내가 셔츠를 잡았고, 내가 멈추지 말라고 했다. 오늘은 태성이 먼저 내 손에서 공판기록을 가져갔다. 내용을 보지 않은 채 덮어서 테이블 끝에 놓았다. "내일 필요한 거죠?" "아침에 보면 돼요." "정말 안 갑니까."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봤다. "같은 질문 세 번 하면 갈 거예요." 그 말에 태성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그럼 더 안 묻겠습니다." 이번에는 그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손가락이 내 손목을 지나 손바닥 안쪽으로 들어왔다. 억지로 당기지 않았는데 내가 먼저 일어났다. 거리가 가까워졌다. 태성의 셔츠 단추와 목선이 눈앞에 있었다. 첫날 이후 일부러 보지 않으려 했던 것들이 다시 선명해졌다. 그가 고개를 숙였다. 입술이 닿기 직전까지 기다리는 버릇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시작하길 기다리지는 않았다. 먼저 입을 맞췄다. 숨이 엉켰다. 내 손이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로 올라갔다. 태성의 손은 내 허리에서 멈췄다가 내가 더 가까이 붙자 조금 힘이 들어갔다. "태성 씨." 내 입에서 이름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가 움직임을 멈췄다. "왜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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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두 번째 밤은 실수가 아니었다

24화. 두 번째 밤은 실수가 아니었다 이번엔 내가 먼저 그의 셔츠를 잡아 벗겼다. 단추가 두 개쯤 날아갔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팬티를 내리고 그것을 꺼냈다. 무릎을 꿇고 손으로 감쌌다. 손가락이 닿지 않는 곳이 있었다. 천천히 위아래로 쓸자 그의 숨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늘 침착한 사람의 복부가 긴장했다. "지안아." "왜요." "그거…… 하지 않아도 되." "하기 싫어요?" "싫을 리가." 고개를 숙여 끝에 입술을 댔다. 처음이었다. 혀를 대자 짠 맛이 났고, 그가 숨을 삼켰다. 입에 넣는 것도 벅찼다. 조금 넣었다 빼고, 손으로 감싼 채 혀로 훑었다. "지안아, 그만……" "왜요." "이러다 참을 자신 없어." "참지 마요." 얼굴을 들자 그가 나를 끌어올렸다. 이번에는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 눕히고,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 뜨거운 것이 입구에 닿았다. "넣어줘요." 천천히 밀려 들어왔다. 첫날보다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도 가득 차는 감각은 그대로였다. 숨을 못 쉬었다. 그가 절반쯤에서 멈추고 내 얼굴을 봤다. "괜찮아요?" "더." 끝까지 들어왔다. 안쪽이 밀려나는 느낌에 그의 등에 손톱을 박았다.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얕게. 내가 숨을 고르는 걸 기다려서. 그러다 점점 깊게, 점점 빨리. 침대가 낮게 울었다. "아…… 아, 태성 씨……" "태성 씨, 태성 씨……" 그가 내 다리를 어깨 위로 올렸다. 각도가 바뀌자 깊이가 달라졌다. 안쪽 어딘가를 스치는 자리가 생겼고, 거기를 지날 때마다 목소리가 튀었다. "거기…… 거기예요……" "여기?" "아, 거기…… 아!" 허리를 세게 밀어 넣었다. 내가 울자 리듬을 늦추고 그 자리를 반복해서 두드렸다. 위아래로 밀려오는 감각에 이불을 붙잡았다. "또 갈 것 같아요……" "가요." "같이……" "당신 먼저." 엄지가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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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두 번이면 우리 사귀는 거예요?

25화. 두 번이면 우리 사귀는 거예요?태성은 딸에게 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와. 대신 아빠가 잠깐 나갔다 들어갈 거야.”- 어디 가는데?“사람 데려다주고.”나는 괜히 숨을 멈췄다.서하가 누구냐고 묻기 전에 태성이 말을 이었다.“삼십 분이면 돼.”- 알았어. 그럼 나 먼저 들어가 있을게.통화가 끝났다.태성은 미안하다는 얼굴을 하지 않았다.그게 오히려 좋았다.서하는 그의 딸이었다.나 때문에 밀어낼 사람이 아니어야 했다.“가요.”내가 먼저 차 문을 열었다.“서하 오기 전에.”태성이 고개를 끄덕였다.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어젯밤 얘기를 하지 않았다.대신 다음 주 내 공판 일정도, 회사 일도 아닌 쓸데없는 얘기를 했다.신호가 너무 길다는 말.새로 생긴 건물이 생각보다 못생겼다는 말.그게 연애 같아서 더 이상했다.차에서 내리기 직전 태성이 내 손등을 한번 눌렀다.지하주차장이라 사람이 없었지만 오래 잡고 있지는 않았다.“오늘 연락해도 됩니까.”“어제 규칙도 없었는데 왜 허락부터 받아요.”“연락하지 말라는 말을 너무 자주 들어서.”나는 문을 열다가 멈췄다.“그건 취소할게요.”“어떤 부분을.”“연락하지 말라는 거.”태성의 표정이 아주 조금 밝아졌다.“대신 내가 일할 때 답 없다고 서운해하지 말고.”“그 정도는 압니다.”“아는 사람이 연락하지 말랬다고 다른 방법까지 찾아요?”말해 놓고 내가 먼저 웃었다.태성도 따라 웃었다.“앞으로는 다른 방법을 찾겠습니다.”그 대답이 이상하게 기대됐다.***밤 열한 시가 넘어 태성에게 전화했다.이번에는 이유를 만들지 않았다.“서하 갔어요?”- 방금 갔습니다.“뭐 했어요?”- 딸이 와서 아버지가 뭘 하겠습니까. 얘기하고, 같이 텔레비전 보고.“재밌었어요?”- 꽤.그 대답에 마음이 놓였다.나는 침대에 기대앉아 무릎을 세웠다.“태성 씨.”- 듣고 있어요.“우리 지금 뭐예요?”말해 놓고 천장을 봤다.굳이 묻지 않아도 되는 걸 묻는 기분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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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아빠가 그 만년필을 알아봤다

26화. 아빠가 그 만년필을 알아봤다아빠가 오기 전까지 만년필을 세 번 옮겼다.처음에는 서랍 안.그다음에는 내 가방.마지막에는 현관 수납장 위.태성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눈에 보이는 곳에 뒀다가, 아빠가 온다는 걸 떠올리고 다시 숨겼다.내가 하는 짓이 우스웠다.증거물도 아닌데 증거를 은닉하는 기분이었다.결국 가방 안쪽 지퍼에 넣었다.그 정도면 잊어버릴 수 있을 줄 알았다.저녁 일곱 시 조금 전에 초인종이 울렸다.“문 열려 있어.”아빠는 양손에 과일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혼자 사는 애한테 너무 큰 거 아니야?”“회사에서 들어온 거다. 네가 좀 먹어.”“그럼 반만 두고 가.”“반을 어떻게 두고 가냐.”평범한 대화였다.아빠는 내가 어릴 때부터 집에 오면 꼭 창문부터 봤다.환기했는지, 잠금장치는 멀쩡한지.예전에는 그게 잔소리였는데 오늘은 그 익숙한 동작 하나하나가 신경 쓰였다.혹시 태성이 남긴 흔적을 먼저 찾을까 봐.정작 태성이 이 집에 남겨둔 건 거의 없었다.그런데 사람은 물건보다 행동을 더 잘 숨기지 못했다.아빠가 “요즘 좀 덜 피곤해 보이네”라고 말했을 때 나는 괜히 물병 뚜껑을 오래 돌렸다.“잠 좀 자서 그래.”“검사가 잠을 잔다고?”“가끔은 자.”아빠는 별 뜻 없이 웃었다.나는 그 웃음에도 뜨끔했다.그게 더 긴장됐다.아빠는 내 얼굴을 한번 보고 집 안을 둘러봤다.“요즘 늦게 다닌다며.”“사건 하는 검사가 원래 그렇지.”“그 회장 사건은 빠졌다며.”나는 물병을 꺼내던 손을 멈추지 않았다.“응. 이해관계 생겨서.”“잘했다.”아빠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를 가만히 봤다.“그런데 사건에서 빠진 뒤로 오히려 더 답답해 보이는데.”“뭐가.”“일 못 해서 속 막힌 사람처럼 보여.”정확히 절반만 맞았다.사건에서 빠진 건 답답했다.나머지 절반은 그 사건 한가운데 있던 남자와 연애를 시작해서 생긴 변화였다.“다른 사건 많아.”“알아서 하겠지. 넌 어릴 때부터 남이 못 만지게 하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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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두 번째 아침

27화. 두 번째 아침내가 멈추면 같이 멈췄고, 내가 가까워지면 먼저 당겼다.한 번은 내가 숨을 정리하려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자 태성이 내 등을 쓰다듬었다.“괜찮습니까.”“이 상황에서 존댓말이에요?”내가 묻자 낮은 웃음이 들렸다.“습관이라.”“아까는 왜라고 했잖아요.”“그건 정신이 없어서.”나는 고개를 들었다.“그럼 계속 정신없게 해줄까요.”말을 하고 내가 먼저 웃었다.태성은 웃지 않았다.대신 내 뺨을 감싸 쥐었다.“그런 말 하지 마.”목소리가 낮았다.“왜요.”“진짜 그러고 싶어지니까.”평소의 윤태성이 아니었다.그게 좋았다.나는 그의 손바닥에 뺨을 조금 더 기댔다.“하면 되잖아요.”이번에는 그가 눈을 감았다.마치 참는 게 더 힘들어진 사람처럼.***눈을 떴을 때 방 안이 아직 어두웠다.커튼 사이로 새벽빛이 아주 조금 들어왔다.옆에서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렸다.태성은 잠들어 있었다.나는 한동안 옆얼굴을 봤다.자는 얼굴은 생각보다 어려 보였다.평소에는 눈가의 잔주름이나 단단한 표정 때문에 나이가 느껴졌는데 지금은 아니었다.문득 손을 뻗어 보고 싶었다.그러다가 멈췄다.이상했다.첫날 내 집에서는 아침이 오는 게 무서웠다.지금은 조금 더 오래 밤이었으면 했다.태성이 눈을 떴다.“왜 안 잡니까.”목소리가 잠겨 있었다.“깼어요?”“보고 있으면 깨죠.”“사람이 눈 감고 있는데 어떻게 알아.”“느낌이 있습니다.”“회장님 감각 되게 예민하네.”태성이 팔을 뻗어 나를 가까이 끌었다.아주 자연스럽게.나는 그 품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생각했다.아침까지 남아 있었다.두 번째.태성이 내 머리 위에 턱을 가볍게 얹었다.“더 자요.”“몇 시예요.”“여섯 시 조금 넘었습니다.”“출근해야 되는데.”“한 시간은 더 자도 됩니다.”“여기서 검찰청까지 길 막히면.”“데려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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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우리 뭐예요?

28화. 우리 뭐예요?거울 속 내 얼굴이 낯설었다.화장도 안 했고 머리도 엉망이었다.그런데 웃고 있었다.나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렸다.“미쳤나.”욕실 밖에서 태성 목소리가 들렸다.“뭐가요?”“아무것도 아니에요.”“혼잣말까지 보고해야 합니까.”“검사가 혼잣말 좀 할 수도 있죠.”“여긴 검찰청 아닙니다.”그 말이 이상하게 좋았다.여긴 검찰청이 아니었다.나는 서 검사도 아니었다.태성도 윤 회장이 아니었다.그런데 정확히 뭐냐고 물으면 여전히 대답할 수 없었다.***아침은 간단했다.토스트.계란.커피 대신 따뜻한 보리차.“왜 커피 안 줘요.”“어제 속 쓰리다며.”“내가 언제.”“국 먹기 전에.”“그것도 기억해요?”태성은 대답 대신 보리차를 내 앞에 놓았다.나는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사람 잘 기억하는 게 장점인지 집착인지 모르겠네.”“둘 다일 수도 있고.”고개가 들렸다.태성은 아주 태연하게 토스트를 잘랐다.“방금 뭐라고 했어요?”“사람을 잘 기억한다고.”“그 뒤에.”“못 들었으면 됐습니다.”“태성 씨.”그가 웃었다.요즘 이 사람은 나를 놀리는 법도 배우고 있었다.나는 토스트를 한입 먹었다.몇 분쯤 평범하게 식사를 했다.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내가 먼저 불안해졌다.두 번째 밤.두 번째 아침.보리차.칫솔.출근시간 계산.이 정도면 이름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그런데 이름을 붙이는 순간 모든 게 더 실제가 된다.윤서하.서재명.사건.나는 컵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태성이 먼저 물었다.“무슨 생각 합니까.”“우리.”말이 먼저 나왔다.태성의 손이 멈췄다.나는 바로 후회했다.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우리 뭐예요?”입 밖으로 나왔다.태성은 당황하지 않았다.오히려 기다리고 있었던 질문처럼 보였다.“뭐라고 생각합니까.”“왜 또 나한테 물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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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밖에서는 손도 못 잡았다

29화. 밖에서는 손도 못 잡았다태성의 답은 짧았다.〈나도.〉그 뒤에 장소 하나가 왔다.밤 열 시까지 하는 대형 서점.나는 화면을 한참 봤다.첫 데이트라는 말을 서로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그런데 나는 옷을 두 번 갈아입었다.정장을 입으면 퇴근길 같았고, 너무 편하게 입으면 괜히 신경 쓴 티가 날 것 같았다.결국 평소보다 조금 부드러운 니트와 긴 코트를 골랐다.거울 앞에서 한참 서 있다가 스스로 어이가 없었다.피의자를 만날 때는 삼 분이면 준비했다.애인을 만나러 가는 데는 옷 하나가 이렇게 어려웠다.태성에게 사진을 보내 물어볼까 하다가 관뒀다.그건 너무 연애 같았다.이미 연애 중인데도.〈회장님 데이트 장소가 서점이에요?〉〈사람 많은 식당보다 덜 눈에 띕니다.〉반박할 수 없었다.한 시간 뒤 우리는 서점 서로 다른 입구로 들어갔다.***데이트라고 해놓고 처음 십 분은 서로 세 걸음쯤 떨어져 걸었다.태성은 코트를 입고 안경까지 썼지만 알아볼 사람은 알아볼 얼굴이었다.나도 검찰청 출입 기자나 사건 관계자를 마주칠 가능성이 있었다.집에서는 입을 맞추던 사이가 밖에서는 인사도 조심해야 했다.태성이 먼저 나를 봐도 내가 지나치면 모르는 사람처럼 시선을 거둬야 했다.반대로 내가 뒤에서 따라가도 그는 기다려주지 않았다.누군가 사진 한 장만 찍어도 설명이 길어질 관계였다.그 현실을 알고 시작했는데 막상 데이트라는 이름을 붙이자 훨씬 불편했다.연애를 숨기는 건 한 문장으로 쉬웠다.좋아하는 사람 옆에서 남처럼 걷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이게 데이트 맞아요?”내가 작은 목소리로 묻자 태성이 책등을 보는 척하며 대답했다.“당신이 서점이 싫으면 다른 데로 갑시다.”“서점이 싫은 게 아니라.”말을 멈췄다.뭐가 서운한지 말하기가 더 민망했다.태성은 한동안 재촉하지 않았다.나는 신간 코너에서 책 한 권을 뽑았다.그 순간 반대편에서 같은 책을 잡던 그의 손과 내 손가락이 닿았다.둘 다 바로 떨어졌다.너무 자연스러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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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조수석에 내 자리가 저장됐다

30화. 조수석에 내 자리가 저장됐다태성이 먼저 내 손을 놓았다.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너무 자연스러운 판단이라 바로 이해했다.나는 몸을 좌석 안쪽으로 조금 낮췄다.밖의 남자는 차 번호판과 운전석 쪽을 번갈아 봤다.“알아본 것 같아요.”“그런 것 같습니다.”태성은 급하게 출발하지 않았다.오히려 평소처럼 시동을 걸고 안전벨트를 맸다.“고개 숙이고 있을 필요 없습니다.”“사진 찍히면요.”“내 사진이면 상관없습니다.”“내가 같이 찍히면.”그제야 태성이 나를 봤다.“그건 확인해야겠죠.”차가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남자는 끝까지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지만 플래시도 없었고 가까이 오지도 않았다.우리는 두 블록쯤 지나서야 말을 했다.나는 휴대전화로 바로 검색하지 않았다.사진이 올라왔는지 확인하고 싶은 충동은 강했다.하지만 아직 올라오지도 않은 사진을 찾겠다고 밤새 새로고침하는 건 내 방식이 아니었다.“혹시 기사나 커뮤니티에 올라오면 회사에서 먼저 알겠죠?”“아마도.”“내 얼굴이 찍혔으면 말해줘요.”“바로.”“지우라고 압력 넣지는 말고.”태성이 고개를 돌렸다.“내가 그렇게 할 사람으로 보입니까?”“아니니까 미리 말하는 거예요.”“알겠습니다.”짧은 약속이었다.내 직업도 그의 위치도 서로에게 무기가 되지 않게 하는 것.그게 우리가 밖에서 손을 못 잡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첫 데이트치고 화려하네요.”“미안합니다.”“왜 당신이 미안해요.”“내 얼굴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그럼 앞으로 얼굴 바꿀 거예요?”태성이 웃었다.“그건 어렵겠군요.”“그럼 미안해하지 마요.”나는 창밖을 봤다.조금 전 손을 먼저 놓은 것도 이해했다.그런데 이해하는 것과 서운하지 않은 건 달랐다.“다음에는 내가 먼저 놓을게요.”“왜요.”“매번 당신이 나 숨기는 사람 되는 거 싫어서.”태성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지안아.”“알아요. 숨겨야 하는 거.”“당신을 부끄러워서 숨기는 건 아닙니다.”“그것도 알아요.”나는 고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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