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오늘은 회장님 말고 남자로 와요 전화는 끊지 않은 채였다. 태성 쪽에서는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났고, 내 앞에는 다 비운 그릇이 놓여 있었다. 조금 전 그가 한 말이 계속 귀에 남았다. 당신한테는 그렇게 있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식탁 끝을 손가락으로 두 번 두드렸다. “태성 씨.” - 듣고 있습니다. “지금 나올 수 있어요?” 종이 소리가 멎었다. - 어디로 갑니까? “회사도 아니고, 우리 집도 아니고.” 잠깐 생각한 뒤 장소를 보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공영주차장. 강변 산책로가 붙어 있고 자정이 넘으면 사람도 드문 곳이었다. - 삼십 분쯤 걸립니다. “천천히 와요.” 말은 그렇게 했는데 나는 십 분 만에 코트를 입었다. 현관 거울 앞에서 두 번이나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그러다 손을 멈췄다. 지금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이러는 건지 너무 분명했다. 첫날 밤 이후에는 모르는 척하기 바빴다. 실수라고 부르면 정리될 것 같았고, 연락하지 말라고 하면 마음도 같이 멈출 줄 알았다. 전혀 아니었다. 연락이 없으면 휴대전화를 확인했고, 다른 남자 얘기에 질투하는 목소리를 듣고 싶었고, 조금 전에는 그가 나한테만 이러고 있다는 말에 웃었다. 검사라면 이미 결론을 냈어야 했다. 나는 윤태성을 남자로 의식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도 어디까지 가고 싶은지. 그 답을 오늘은 직접 보고 싶었다. *** 태성의 차가 들어온 건 정확히 스물여덟 분 뒤였다. 나는 조수석 문을 열고 탔다. “늦었죠.” “내가 나오라고 했잖아요.” 차 안은 따뜻했다. 그런데 문이 열렸던 탓인지 찬 공기가 발목 쪽으로 들어왔다. 내가 코트 자락을 당기자 태성이 아무 말 없이 송풍구 방향을 바꿨다. 시선은 앞에 둔 채였다. 예전 같으면 그 행동부터 거슬렸을 것이다. 내가 계속 선을 긋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아까 한 말.” 태성이 나를 봤다. “어떤 말 말입니까.” “나
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