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가 눈을 떴다. 정신을 바로 차릴 수 없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어지러웠다. 눈앞이 몇 번이나 흐려졌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간신히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손과 발이 묶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움직이기가 불편했다. 낑낑대며 겨우 침대 머리에 몸을 기대자 두려움이 올라왔다.“누, 누구 없어요? 살려주세요!”떨리는 목소리로 문 쪽을 향해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순간, 방 안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침대와 화장대, 옷장. 뭔가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그때였다.“일어났어요?”언제부터였을까. 한 남자가 문 앞에 비스듬히 서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에 헝클어진 머리카락. 그의 목소리는 낮고, 아주 차분했다.“미안해요. 내가 약을 너무 많이 섞었나 봐. 깨어나는 데 오래 걸리더라고. 꼬박 하루를 잤는데, 기억나요?”꼬박 하루? 도희는 남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루라니.도희가 급하게 한 번 더 주변을 둘러봤다. 아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어두웠다. 지금이 몇 시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오늘이 며칠이에요?”“결혼식 다음 날.”남자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도희의 얼굴이 굳었다.결혼식.끊겨 있던 기억이 조금씩 이어지기 시작했다. 도희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내려다봤다. 구겨지고 군데군데 찢어진 웨딩드레스. 손끝이 떨렸다.분명 신부대기실에 있었다. 낯선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억지로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식이 시작되기만을, 그래서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다가 잠깐 밖으로 나갔다.왜 나갔더라.도희는 기억을 되짚기 시작했다. 가방순이를 맡아준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도희야, 밖에 누가 너 찾던데? 꽤 급해 보이던데 들어오진 못하고 있었나 봐. 잘생겼어. 한번 가봐.”“누군데?”“모르겠어. 불편하면 같이 가줄까?”“아니야, 나 혼자 가볼게.”도희가 신부대기실을 나서고 얼마
Huling Na-update : 2026-09-08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