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은 그대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재하는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조금 전까지 읽던 대목을 찾는 데 몇 초가 걸렸다.***토요일 아침이었다.늦게 눈을 뜬 서인은 커튼 사이로 들어온 빛이 침대 끝까지 번진 걸 보고서야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한성 재무팀에서 밤새 수정한 자구안이 와 있었다. 매각 대상 자산과 상환 일정을 다시 맞춘 자료였다.몇 군데 숫자를 확인하고 의견을 달아 회신하다 보니 어느새 11시가 가까웠다. 마지막 메일까지 보내고 나서야 서인은 노트북을 덮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계단을 내려가자 커피 향이 먼저 올라왔다. 주방에는 운동을 마치고 막 돌아온 듯한 재하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땀에 젖은 검은 티셔츠가 몸에 얇게 들러붙어, 넓게 벌어진 어깨와 가슴에서 허리로 좁아지는 윤곽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서인은 그쪽을 잠깐 보고 냉장고를 열었다.“밥은?”“아직.”“파스타 해먹으려고요.”“나도 먹을래요.”“그래요.”재하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익숙하게 냉장고 안을 훑어 마늘과 파슬리를 꺼냈다. 찬장에서는 페페론치노까지 찾아냈다.그걸 본 서인이 말했다.“알리오 올리오네요. 재하 씨가 해주는 거 맛있는데.”재하는 별말 없이 재료를 들고 조리대로 갔다.서인은 평소 마시던 탄산수를 꺼내려고 냉장고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다른 병들 뒤로 밀려 있어 허리를 숙여 팔을 넣었지만, 손끝에 겨우 닿은 병목이 미끄러지며 다시 안쪽으로 굴렀다.서인이 냉장고 선반을 짚고 조금 더 몸을 숙였다.그때 바로 뒤로 재하가 다가왔다.재하는 서인의 등 뒤에 서서 한 손으로 열린 냉장고 문 위쪽을 짚은 채, 다른 팔을 서인의 어깨 너머로 길게 뻗었다.탄산수를 대신 꺼내려는 것뿐이었다.냉장고 안쪽을 들여다보느라 허리를 숙인 서인과 그 위로 몸을 낮춘 재하 사이에는 애초에 거리를 둘 만한 공간이 없었다.운동으로 열이 오른 재하의 가슴이 서인의 등에 닿았다.서인은 자세를 바꾸지 않았고, 재하도 굳이 물러나지 않
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