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사랑해서 한 결혼은 아니었다. 서로의 조건이 맞았고, 집안의 이해관계가 맞았고, 뜻밖에도 몸까지 지독하게 잘 맞았다. 그렇게 삼 년. 한성그룹이 무너지자 서인은 깔끔하게 이혼을 제안했다. “우리 이혼해요.” “그러죠.” 재산도, 집도, 언론 발표도 십 분 만에 정리됐다. 그런데. “그러면 섹스는?” “안 하죠.” “아예?” “이혼할 건데요.” 권재하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씨발.” “왜 욕해요?” “섹스도 오늘로 끝이네요.” 이혼 발표까지 두 달. 같은 집, 각자의 침실. 그리고 섹스 금지. 두 사람은 아직 몰랐다. 결혼보다 어려운 게, 이혼도 아닌 금욕일 줄은.
View More지독하게 가라앉은 열기 속에서, 권재하의 움직임은 여유로울 만큼 나른하고도 잔인했다.
“…….”
서인은 엉망으로 흐트러진 숨을 삼키며 눈을 감았다. 제멋대로 떨리는 입술을 진정시키려 깨물자, 재하의 낮게 가라앉은 시선이 그 버릇을 놓칠 리 없다는 듯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깨물지 말라고 했죠.”
나긋한 경고와 함께, 재하의 손가락이 짓누르듯 벌려놓은 입술 사이를 파고들었다.
젖은 점막을 헤집고 들어오는 손가락의 감각에 서인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본능적인 열락이 이성을 집어삼켰다.
서인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단단한 손가락을 자연스럽게 입안으로 받아들였다. 부드럽게 얽혀드는 혀끝으로 감싸듯 천천히 빨아내자, 재하의 숨소리가 미세하게 거칠어졌다.
귓가에 질척한 물소리가 울렸다.
지독하게 배덕하고 음란한 감각이었다.
“……버릇이야, 정말.”
낮게 읊조린 재하가 손가락을 빼내려 했다.
그 찰나, 서인은 심술궂게 이를 세웠다.
날카로운 이빨 끝에 단단한 살점이 짓눌렸다.
“하…….”
재하가 짧은 탄식과 함께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러나 피하기는커녕, 다시 내려온 눈빛이 한층 진득하게 어두워져 있었다.
“깨물지 말라고 했을 텐데.”
나직한 경고와 함께 재하가 서인의 골반을 단단히 붙잡아 제 앞으로 끌어당겼다.
끈적한 열기로 젖은 살이 맞부딪혔다.
재하는 제 아래를 묵직하게 채우고 있던 단단한 성기를 천천히 빼냈다. 그리고 대답할 틈도 주지 않은 채 다시 깊숙이 꽂아 넣었다.
“아아, 흣……!”
서인의 전신이 크게 들썩였다.
한 번에 밀려든 쾌락이 척추를 타고 뇌리까지 치솟았다. 머릿속이 하얗게 부서지고, 붙잡을 곳을 찾던 손이 다급하게 재하의 팔을 움켜쥐었다.
재하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듯 묵직하고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눅눅한 소리.
젖은 곳을 거듭 파고드는 움직임.
안쪽을 짓이기듯 몰아치는 템포에 서인의 정신이 속절없이 흐트러졌다.
몇 번의 거친 허릿짓이 이어진 순간,
“아아…….”
서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왈칵 쏟아진 뜨겁고 묽은 애액과 함께 온몸이 바르르 떨렸다. 힘이 풀린 허벅지가 재하의 허리를 감싼 채 제멋대로 경련했다.
그 민감하고 무방비한 반응을 놓칠 리 없었다.
재하는 멈추지 않고 허리를 깊숙이 묻은 채 상체를 숙였다. 그의 시선이 서인의 하얗고 가늘게 떨리는 허벅지 사이로 떨어졌다.
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아래로 완전히 내려갔다.
“……재하 씨, 잠깐…….”
당황한 서인이 그를 밀어내려 팔을 뻗었지만, 재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제 입술로 그 흔적을 고스란히 쓸어내렸다.
끈적하게 젖은 살을 탐욕스럽고 진득하게 훑는 감각에 서인은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달콤하고 진한 액체의 맛을 음미하듯 천천히 입술을 떼어낸 재하가 번들거리는 입가를 손등으로 쓸었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맛있네요.”
그 한마디에 서인의 머릿속에서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던 이성의 끈이 완전히 끊어졌다.
수치심보다 흥분이 먼저 치솟았다.
겨우 가라앉던 몸이 다시 달아올랐다.
“흐…… 더, 더 해줘요. 재하 씨.”
서인은 제멋대로 떨리는 두 팔을 뻗어 재하의 단단한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애원하듯 몸을 비틀며 더 넣어달라고 헐떡이는 목소리에는 이미 이성이 남아 있지 않았다.
재하에게 매달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못 참겠네, 정말.”
재하의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갔다.
그는 다시 서인의 위로 묵직하게 올라탔다.
이번에는 그에게도 여유가 없었다.
희고 가늘어 부서질 듯한 서인의 몸 위로 단단한 핏줄과 굴곡진 근육이 얽힌 재하의 육신이 짓누르듯 겹쳐졌다.
조각한 듯 서늘한 얼굴 위로 땀방울이 떨어졌다.
늘 오만하리만큼 흐트러짐 없던 얼굴이 흥분으로 일그러지는 모습은 지독하게 관능적이었다.
“후…… 씹.”
낮게 가라앉은 욕설이 귓가를 때렸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감각마저 집어삼켜졌다.
서인은 눈앞이 새하얘지는 절정과 함께 온몸을 팽팽하게 조였다.
재하 역시 억눌린 신음을 삼키며 깊숙이 허리를 묻었다.
그리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거친 숨만 침실 안을 가득 채웠다.
***
폭풍처럼 몰아쳤던 열기가 지나가자 방 안은 기이할 만큼 고요해졌다.
흐트러진 시트와 아무렇게나 떨어진 옷가지, 아직 식지 않은 서로의 체온만이 조금 전까지 이 침대 위에서 벌어진 일을 증명하고 있었다.
재하는 잠시 거친 호흡을 고르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서인은 그대로 누운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하얗게 달아오른 피부 위로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았다.
재하는 침대 협탁에 놓인 부드러운 수건을 집어 들었다.
서인의 뺨에 흐른 땀과 몸에 남은 흔적을 손수 닦아냈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 탐욕스럽게 몸을 탐하던 남자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사무적인 손길이었다.
다정한 말도 없었다.
입맞춤도 없었다.
서인 역시 바라지 않았다.
재하는 수건을 내려놓고 아무 말 없이 옆으로 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불과 몇 분 전까지 서로의 몸속까지 헤집어놓았던 두 사람 사이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적당한 거리가 생겼다.
한동안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서인은 천천히 눈을 떴다.
몸에는 아직 희미한 열감이 남아 있었다. 반면 절정의 끝에서 산산이 흩어졌던 이성은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오고 있었다.
그러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내일 오전의 약속이었다.
법무법인 세경.
오전 열 시.
예약은 이미 끝나 있었다.
이제 그 전에 반드시 해야 할 말 하나만 남았다.
서인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재하는 팔 하나를 눈 위에 걸친 채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조금 전까지의 흐트러진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느릿하게 오르내리는 단단한 가슴과 아직 마르지 않은 땀방울 정도가 그 흔적이라면 흔적이었다.
참 빠르게도 멀쩡해지는 인간이었다.
서인은 그 익숙하고도 낯선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재하 씨.”
“네.”
잠든 줄 알았는데 대답은 바로 돌아왔다.
서인은 망설이지 않았다.
“우리 이혼해요.”
금요일 오후. 서인은 사무실에서 마지막 메일을 보내고 노트북을 덮었다. 시계는 5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책상 한쪽에는 비서가 가져다 놓은 검은색 드레스 커버가 걸려 있었다. 오늘 저녁 일정은 우진문화재단 후원 행사였다. 한성의 자구안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오래전부터 잡혀 있던 공식 일정까지 바꿀 수는 없었다. 서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행사장은 청담동의 작은 갤러리였다. 정식 만찬보다는 후원자와 재단 관계자들이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자리라 규모는 크지 않았다. 서인이 도착했을 때 이미 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었다. 검은 드레스 위로 얇은 숄을 걸친 채 몇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 “한 전무님.” 재단 이사가 반갑게 다가왔다. “오랜만이에요.” “그러게요. 잘 지내셨어요?” “나는 똑같죠. 그런데 권 대표는?” “회사에서 바로 온다고 했어요.” “웬일이래. 오늘은 따로 오나 봐요?” 서인이 웃었다. “오늘 타이밍이 좀 안 맞았네요.” “그래도 금방 오겠죠?” “네. 거의 다 왔다고 했어요.” 그때 입구 쪽이 조금 소란스러워졌다. 서인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돌렸다. 권재하였다. 짙은 네이비 슈트에 넥타이는 없었다. 셔츠 단추를 하나 풀어놓은 탓에 평소보다 목선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조명 아래로 걸어 들어오는 얼굴은 멀리서도 선이 또렷했다. 이마에서 곧게 떨어지는 높은 콧대와 그 아래 단정하게 다물린 입술, 사람을 볼 때마다 느슨하게 휘어지는 긴 눈매까지. 반듯한 차림을 하고 있으면 차가워 보이는 얼굴인데, 오늘은 셔츠 깃이 조금 풀어진 것만으로 인상이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아침마다 현관에서 보던 단정한 모습보다 한결 느슨했다. 재하는 입구에서 재단 관계자와 악수하고, 다가오는 사람에게 짧게 인사를 건넸다. 지나가던 여자 둘의 시선이 동시에 그쪽으로 향했다. 한 명은 걸음을 늦추며 한 번 더 돌아보기까지 했다. 서인은 다시 잔을 들었다.
식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갈비찜은 적당히 데워져 있었고, 와인은 한 병을 다 비우지 않았다. 서인은 한성의 자구안 이야기를 조금 했다. 오전에 회신한 자료에서 매각 대상이 하나 더 늘었다는 얘기였다. 재하는 들으면서 필요한 말만 했다. “그쪽은 매수자 있어요?” “두 군데요. 아직 조건 보는 중이고.” “급하게 팔면 가격 많이 빠질 텐데.” “알아요. 그래도 현금화 순서는 앞쪽이에요.” “그럼 경쟁 붙이는 게 낫겠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대화는 그 정도였다. 식사를 마친 서인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올라갈게요.” “네.” 빈 잔을 싱크대에 내려놓은 서인이 주방을 나갔다.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차츰 멀어졌다. 재하는 식탁에 남아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셨다. 잔 가장자리에 묻은 와인이 입술을 적셨다. 삼키고 나서도 이상하게 입안이 말랐다. 재하는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욕실에 들어온 재하는 샤워기를 틀었다. 뜨거운 물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하루 종일 굳어 있던 목덜미와 어깨가 물을 맞으며 느슨하게 풀렸다. 재하는 눈을 감은 채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겼다. 내일 오전에 확인해야 할 인수안과 월요일 투자심의위원회, 아직 넘어오지 않은 현지 법무법인의 수정 계약서까지. 머릿속에는 평소처럼 일이 차례대로 떠올랐다. 그 사이로 전혀 상관없는 향 하나가 스며들었다. 달고 서늘한 향. 재하는 눈을 감은 채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켰다. 욕실의 습기와 물 냄새뿐이었다. 그런데 코끝에는 조금 전 맡았던 향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냉장고 앞에서 서인의 뒤로 몸을 숙였을 때였다. 열린 문 안쪽에서는 찬 공기가 흘러나오는데, 바로 앞에 닿은 몸만 따뜻했다. 얇은 가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등에 맞닿았던 가슴. 고개를 돌린 순간에는 젖은 머리카락 몇 올이 턱 아래를 스쳤다. 목덜미 가까이에서 막 씻은 피부의 깨끗한 향이 났다. 샴푸인지 바디워시인지. 구분할 생각도 하지
뒤에서는 다시 칼질 소리가 났다.서인은 찬장을 열어 접시 두 장을 꺼냈다.결혼한 해에 집들이를 했을 때 선물받은 접시였다. 손님들에게 내놓으라고 받은 고가의 식기였는데, 정작 손님보다 두 사람이 더 자주 썼다.하나씩 식탁 위에 놓았다.팬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얇게 저민 마늘이 기름에 닿자 작은 소리와 함께 향이 퍼졌다.“배고파요?”재하가 면을 건지며 물었다.“조금.”“금방 돼요.”“네.”팬 위로 면이 한 번 크게 뒤집혔다.서인은 식탁에 기대 탄산수를 한 모금 더 마셨다.***오후에는 재하가 집을 나섰다.주말의 우진 본사는 평일보다 지나치게 조용했다.다음 주 투자심의위원회에 올릴 해외 법인 인수안 때문에 재무담당 임원과 법무팀장만 출근해 있었다.회의는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환율 변동분까지 넣으면 이쪽 수익률은 다시 봐야 합니다.”재하가 자료 한 장을 넘겼다.“낙관치 말고 보수적으로 다시 잡죠.”“네. 월요일 오전까지 수정하겠습니다.”“법무 검토는요?”“조건부 승인 가능합니다. 현지 계약서에서 두 조항 정도만 조정하면 됩니다.”재하는 표시된 부분을 눈으로 훑었다.몇 가지를 더 짚고 회의를 끝냈다.임원들이 빠져나가고 문이 닫혔다.조용해진 회의실에서 재하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업무 연락 사이로 메시지가 수십 개 쌓여 있었다.대학 시절부터 이어진 한국인 친구들의 단체방이었다. 대부분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었다. 유학을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와 가업에 들어간 놈도 있었고, 자기 사업을 시작한 놈도 있었다.다음 달 결혼하는 친구가 청첩장을 올려놓은 모양이었다.[결국 하네][양가에서 날짜 잡아준 지 몇 년 됐냐][2년][오래 버텼다][이제 도망가면 신문에 난다][축하한다]신랑이 웃는 이모티콘을 하나 보냈다.잠시 뒤 메시지가 다시 올라왔다.[유부남들한테 진지하게 묻는다][뭔데][결혼할 만하냐][그걸 이제 물어보냐][권재하한테 물어봐]재하가 화면을 내리던 손을 멈췄다.곧바로 답이 달
서인은 그대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재하는 다시 메일을 읽었다.조금 전까지 어디를 읽고 있었는지 찾는 데 몇 초가 걸렸다.***주말 아침이었다.서인은 늦게 눈을 떴다.커튼 사이로 들어온 빛이 침대 끝까지 번져 있었다. 휴대전화를 집어 들자 10시가 조금 넘었다.한성 재무팀에서 밤새 수정한 자구안이 와 있었다. 매각 대상 자산과 상환 일정을 다시 맞춘 자료였다.몇 군데 숫자를 확인하고 의견을 달아 회신했다. 마지막 메일까지 보내고 나니 11시가 가까웠다.그제야 노트북을 덮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커피 향이 먼저 올라왔다.재하는 주방에 있었다.운동을 마치고 막 돌아온 모양이었다. 땀에 젖은 검은 티셔츠가 몸에 얇게 들러붙어, 넓게 벌어진 어깨와 가슴에서 허리로 좁아지는 윤곽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서인은 그쪽을 잠깐 보고 냉장고를 열었다.“밥은?”“아직.”재하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파스타 해먹으려고요.”“나도 먹을래요.”“그래요.”재하는 익숙하게 냉장고 안을 훑었다. 마늘과 파슬리를 꺼내고 찬장에서는 페페론치노를 찾아냈다.그걸 본 서인이 말했다.“알리오 올리오네요. 재하 씨가 해주는 거 맛있는데.”재하는 별말 없이 재료를 들고 조리대로 갔다.서인은 냉장고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평소 마시던 탄산수가 다른 병들 뒤로 밀려 있었다. 허리를 숙여 팔을 넣었지만 손끝에 닿은 병목이 미끄러지며 다시 안쪽으로 굴렀다.서인이 냉장고 선반을 짚고 조금 더 몸을 숙였다.그때 바로 뒤로 재하가 다가왔다.서인의 등 뒤에 선 재하가 왼손으로 열린 냉장고 문 위쪽을 짚었다. 오른팔은 서인의 어깨 너머로 길게 뻗었다.탄산수를 대신 꺼내려는 것뿐이었다.문제는 자세였다.냉장고 안쪽을 들여다보느라 허리를 숙인 서인과, 그 위로 몸을 낮춘 재하 사이에는 애초에 거리를 둘 만한 공간이 없었다.운동으로 열이 오른 재하의 가슴이 서인의 등에 닿았다.땀에 젖은 티셔츠가 얇은 가운에 눌렸다. 단단하게 잡힌 가슴의 굴곡이 천 두 장을 사이에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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