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 대법정에서 첫 공판이 열렸다. 엄숙한 긴장감이 흐르는 법정 한가운데, 청색 수의를 입은 박도진이 포승줄이 풀린 뒤 피고인석에 앉았다. 한 달 사이에 십 년은 늙어버린 듯 퀭하게 파인 볼과 핏발 선 눈동자,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그의 옆자리 피고인석에는 화려한 메이크업 대신 핼쑥하게 파인 얼굴의 신서린이 고개를 푹 떨군 채 앉아 있었다. 나는 피해자이자 고소인 자격으로, 류태환 변호사와 함께 방청석에 단정하고 차분하게 자리했다. 검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두툼한 서류철을 펼치며 서늘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공소 사실을 낭독했다."피고인 박도진은 피해자가 고속도로 터널 붕괴 사고로 매몰되어 사투를 벌이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지하고도, 구조 요청을 고의로 묵살하고 내연녀 피고인 신서린과 밀회를 즐기며 조기 사망 처리를 사주했습니다."법정 내 대형 스크린 위로 블랙박스 육성 녹음과 허위 사망진단서 매수 정황이 제시되었다. 법인카드와 회사 계좌에서 빠져나간 2억 원의 내역, 손해배상 청구액 4억 원을 산정한 자료도 구분해 제출됐다.'수색대가 늦게 갈수록 우리한테 유리해. 그 안에 묻혀서 산소 부족으로 질식해 죽으면 완벽한 자연재해 사망이거든.''꺄악! 오빠 최고! 나 오늘 밤 오빠한테 완전 봉사할래!'도진과 서린의 끔찍하고 잔인한 육성이 스피커를 통해 법정을 가득 메우자, 방청석에 모여 있던 시민들과 터널 참사 유가족들의 입에서 분노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방청석 곳곳에서 "인간도 아니다", "천벌을 받아라" 하는 거친 야유가 쏟아졌다. 재판장이 서늘한 눈빛으로 피고인석을 내려다보며 물었다."피고인 박도진,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합니까?"도진은 떨리는 입술을 달싹였다. 양손을 깍지 껴 쥐었다가 풀며, 내 쪽을 몇 번이나 돌아봤다."모…… 모두 인정합니다…… 하지만 지은이가 제 처벌을 원치 않는다면, 다시 성실하게 빚을 갚으며 평생 속죄하고 살겠습니다……."그 비열하고 역겨운 마지막 희망을, 내가 차가운 목소리로 단칼
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9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