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장가 가. 장가 가렴. 내 참한 소저가 보이면 재깍재깍 데려다 주도록 하마.” “아니요, 아니요. 유이님께선 저랑 떨어져 계시는게 도와주시는 겁니다.” 기탁은 침상 주위에 물이 든 대통과 당과가 담긴 목기를 놓아두고, 부시를 쳐 유등 하나에 불을 붙였다. 노랗게 밝혀진 현덕의 얼굴을 잠시 바라본다. 본래도 선이 굵은 얼굴에 짙은 음영이 더해져 남자가 봐도 반할 얼굴이 되었다. “어휴, 과일이나 받으면 좀 나눠주십쇼. 제 색시는 제가 알아서 구하겠습니다.” “과일은 왜?” “으으. 머지않아 알게 되실겁니다. 누추하여 죄송합니다만, 곧 해가 뜰 것입니다. 그때까지만 참고 눈 좀 붙여두십시오. 낙양에서 멀어지면 역원이나 객잔에 들를터이니 오늘만 참아주십시요. 그럼 저도 쉬어야하니 물러나겠습니다.” 기탁은 천막에서 나와 활과 화살통을 둘러메고 나무를 올라탔다. 아무래도 이쪽이 주변을 경계하기 더 좋다. 기탁은 금군이 되면서 황궁 밖의 근무도 여러 번 떠나봤기에 야영이 익숙하다. 현덕은 궁 밖에서 자는 것이 처음이다. 아무리 봄비에 적셔져 부드러워진 낙엽을 깔고 양모 담요를 두툼히 위 아래로 깔고 덮고 잔다지만, 곧바로 적응하긴 힘들다. 밖에서는 돼지의 꾸륵거림이 계속 들려오고, 어디서 농염한 바람이 스산하게 들어온다. 그리고 의외로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다. 평생 살아온 곳을 벗어났다는 흥분과 서글픔이 동시에 밀려온다. 목표는 있지만 그걸 이룩하기 위한 막막함도 견뎌야 한다. 비록 툴툴대긴 했지만 의지할 이도 기탁 뿐이다. 현덕에겐 기탁이 황제의 마효장군과 다름없다. 그런 기탁에게 조금이라도 신세를 덜 지려면, 그의 말을 착실히 들어야한다. 조금이라도 잠을 자두기 위해 눈을 감는다. 역시나 이연의 얼굴이 바로 떠오른다. 핏줄이 비쳐보이는듯한 투명한 흰피부에 조각같은 이목구비. 그 가운데 맑은 하늘을 담아 박아넣은듯한 눈동자에 물기를 담아 나를 직시한다. “형님께서 원하는대로 하십시오.” 이연은 목소리조차 아름다웠다. 청아하게 울리는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9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