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사극 로맨스 / 철향 / 철향鐵響 三

Share

철향鐵響 三

Author: 김굉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9 23:01:29

“그래. 장가 가. 장가 가렴. 내 참한 소저가 보이면 재깍재깍 데려다 주도록 하마.”

“아니요, 아니요. 유이님께선 저랑 떨어져 계시는게 도와주시는 겁니다.”

기탁은 침상 주위에 물이 든 대통과 당과가 담긴 목기를 놓아두고, 부시를 쳐 유등 하나에 불을 붙였다. 노랗게 밝혀진 현덕의 얼굴을 잠시 바라본다. 본래도 선이 굵은 얼굴에 짙은 음영이 더해져 남자가 봐도 반할 얼굴이 되었다.

“어휴, 과일이나 받으면 좀 나눠주십쇼. 제 색시는 제가 알아서 구하겠습니다.”

“과일은 왜?”

“으으. 머지않아 알게 되실겁니다. 누추하여 죄송합니다만, 곧 해가 뜰 것입니다. 그때까지만 참고 눈 좀 붙여두십시오. 낙양에서 멀어지면 역원이나 객잔에 들를터이니 오늘만 참아주십시요. 그럼 저도 쉬어야하니 물러나겠습니다.”

기탁은 천막에서 나와 활과 화살통을 둘러메고 나무를 올라탔다. 아무래도 이쪽이 주변을 경계하기 더 좋다. 기탁은 금군이 되면서 황궁 밖의 근무도 여러 번 떠나봤기에 야영이 익숙하다.

현덕은 궁 밖에서 자는 것이 처음이다. 아무리 봄비에 적셔져 부드러워진 낙엽을 깔고 양모 담요를 두툼히 위 아래로 깔고 덮고 잔다지만, 곧바로 적응하긴 힘들다. 밖에서는 돼지의 꾸륵거림이 계속 들려오고, 어디서 농염한 바람이 스산하게 들어온다.

그리고 의외로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다. 평생 살아온 곳을 벗어났다는 흥분과 서글픔이 동시에 밀려온다. 목표는 있지만 그걸 이룩하기 위한 막막함도 견뎌야 한다. 비록 툴툴대긴 했지만 의지할 이도 기탁 뿐이다. 현덕에겐 기탁이 황제의 마효장군과 다름없다.

그런 기탁에게 조금이라도 신세를 덜 지려면, 그의 말을 착실히 들어야한다. 조금이라도 잠을 자두기 위해 눈을 감는다.

역시나 이연의 얼굴이 바로 떠오른다. 핏줄이 비쳐보이는듯한 투명한 흰피부에 조각같은 이목구비. 그 가운데 맑은 하늘을 담아 박아넣은듯한 눈동자에 물기를 담아 나를 직시한다.

“형님께서 원하는대로 하십시오.”

이연은 목소리조차 아름다웠다. 청아하게 울리는 목소리는 크게 말하지 않아도 듣는 이의 심장을 떨리게 했다.

“널 죽이고 태자 자리를 빼았는 것이어도 말이냐?”

그에 비하면 나의 목소리는 낮고 지저분했다. 모든 것이 아름다운 황궁 안에서 나의 존재는 목소리부터 이질적이었다.

“그걸 원하신다면 그리 하십시오. 형님께서 원하는대로 살길 바라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드린 것입니다.”

현덕은 어릴적부터 적국인 번蕃에서 넘어 온 저주에 시달렸다. 낭심에서 퍼져 올라오는 저주는 언젠가부터 목까지 올라와 졸라대기 시작했다. 황제를 비롯 황자들은 모두 이 저주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연은 달랐다. 번 안에 속한 조그마한 속국인 설화궁雪花宮에서 온 은린족銀鱗族 공주는 저주에 걸리지 않는 황자를 낳았고, 심지어 황제의 저주도 늦추었다. 내 아래로 태어난 황자 둘이 저주를 이겨내지 못하고 죽었지만, 이연은 모친에게서 물려받은 능력으로 나를 살려주었다.

고작 세 살 때부터였다. 그 때 나는 열 넷이었다. 허리까지도 오지 않는 아이가 나를 살리겠다고 매일같이 찾아왔다. 다섯 살이 되자 은령과 기탁이 붙어 함께 찾아왔다. 은령은 이연의 귀동이었고 기탁은 이연의 호위금군이었다.

“형님. 그러나 쉬이 죽어드린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제가 살길 원하는 자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하얀 얼굴에 떠오른 미미한 미소가 거슬렸다. 우는 표정에 가까워서 더 그랬다. 더이상 저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아졌다. 네 얼굴에 어울리는 표정은 그것이 아니다. 그러나 내가 곁에 있는 한 네 표정은 항상 그러하겠지.

현덕은 티끌 하나 없이 맑은 미소가 저 아름다운 얼굴에 떠오를 수 있도록 이연의 곁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월식이 일어나는 날 궁을 떠나겠다.”

또 쇳소리가 섞인 미련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지저분한 목소리가 칼날이 되어 심장을 찌른다. 내가 없어져야 이연의 얼굴에 내가 원하는 표정이 떠오를 것이라는게 속을 싸각싸각 짓이긴다. 다른 모든 이가 그 얼굴을 볼 수 있을지언정 가장 원하는 내가 그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지독히 서럽다.

이제 자정이 지났으니 세상이 따뜻함에 휩싸이는 오월 보름이 되었다. 밤하늘을 펼쳐놓은듯한 흑발에 월광보다 화사하고 오연한 안색은 탄생일을 그대로 형상화한듯하다. 내가 그리 결정했다만, 너의 열다섯 번째 탄일을 축하해주지 못해 아쉽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랑하는 나의 아우여, 이제 나는 네 얼굴을 보지 못한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내 인생은 빛을 잃은 장님이나 다름없지 않나.

네가 매일같이 어르고 달래 풀어주었건만, 저주의 고통이 버릇처럼 고인 이 몸뚱이는 끊임없이 너를 갈구한다. 이래선 안된다. 그러나 그러므로 남은 인생 오롯이 이연 너 하나만을 위해 죽어가겠다. 네가 없는 곳에서.

그걸 완수하기 위해 자호란, 연기처럼 사라진 나의 누이이자 나의 정혼자. 너를 찾아가겠다. 미끼에게 가장 어울리는 자리는 덫의 곁이기에.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철향   철향鐵響 一百二十二

    은령은 자기가 옳게 들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아직 연의 말이 어설프다. 그나마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쪽이 익숙하긴 하다. 전하께서는 등 뒤로 문을 닫으시며 궁녀들과 금군들에게 일렀다. “연의 일이다. 금군은 아래층 입구와 계단 아래를 지키고, 궁녀들은 주방으로 가서 다과를 준비하도록 해. 한 시진 이후 부르겠다.”덕비 전하는 그렇게 문앞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한참 있었다. 아마 사람들이 물러나는 발소리를 듣고 계신 모양새였다. 은령은 전하께 자리를 비켜드리기 위해 일어섰다. 그 순간 미친 사내가 덕비 전하에게 다가가 턱을 잡아올리며 입을 맞췄다. 은령은 벙쪄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도대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사이에 끼어들어 잡아뜯어야 하나. 한 발 내딛는데 사내가 손만 뒤로 뻗어 은령을 막았다. 아직도 덕비 전하의 입을 게걸스레 집어삼키고 있다.은령은 더 참을 수 없어 호갑투를 사내의 뺨을 향해 뻗었다. 그 순간 사내는 덕비 전하를 끌어안더니 춤을 추듯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침상에 전하를 눕혔다. 은령이 뒤돌아보는 그 짧은 순간에 벌써 전하의 치맛자락을 걷어올리고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미소 띤 얼굴로 은령을 노려본다. 그 모습이 고깃덩이를 앞에 둔 표범 같았다. “은령아, 미안해. 미안하다. 내가 정말 미안하다.”사내가 침묵하는 사이 덕비 전하께서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울먹이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어찌 나오지 말아야 할 말을 하실 땐 눈을 가리십니까? 은령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내는 웃으며 덕비 전하의 옷을 벌리고 올렸다. “널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면 보고 있고, 아니면 나가서 망이나 봐. 난 더는 못 참겠으니까.”그러더니 전하의 뽀얀 가슴을 꺼내 붉은 입으로 담뿍 물었다. 은령은 자신이 당한 양 몸서리치며 한 발 물러섰다. “아냐. 이렇게 알려주고 싶진 않았어. 은령아. 아니다. 아냐.”덕비 전하는 몸부림치며 벗어나

  • 철향   철향鐵響 一百二十一

    기건 말대로 궁이 번잡하다. 궁녀들과 환관들과 금군들이 서넛씩 짝을 이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궁인들답게 걸음은 조급하지 않지만, 표정에는 긴장이 어렸다. 자미궁은 느긋하고 따스한 궁이었다. 적어도 후궁은 그랬다. 그래서인지 이리 바쁜 걸 보니 조금 어색하다. 그만큼 손님 접대에 정성이란 뜻이겠지. 그런데 사룰로 분한 내 딸은 왜 체했느냔 말이다. 작약궁이 보이기 시작하니 속이 뒤집힌다. “아참, 네 딸 예쁘더라.”카사르는 본능적으로 허리에 손을 갖다 댔고, 익숙한 도병이 잡히지 않자 신경질이 확 올라왔다. 단숨에 기건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너! 이익!”덧붙일 말이 없다. 키와 덩치가 카사르보다 큰 기건은 급히 잡힌 멱살 따위는 쉽게 뿌리쳤다. “네가 없어지고 갑자기 나타난 고아 아기인데 뻔하지. 어떤 궁녀 건드려서 낳았는지 모르겠는데, 예쁘게 잘 컸어. 벌 받기 싫어서 튄 건 알겠는데, 이왕 올 거면 좀 일찍 오지. 그랬으면 만났을 텐데.”하. 진짜 이 새끼는 감이 좋은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다. 기건이 먼저 어깨동무를 하더니 쭉쭉 앞으로 밀고 나간다.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거든? 네가 왕자면 딸도 연의 왕족이잖아. 그럼 궁에서 붙들고 있지 굳이 보내줬나 싶더라고.” “어. 그래. 생각하느라 고생 많았네.” “야! 그래도 친구 딸이라고 내가 멀찍이서 혹여 다칠까 아플지는 않을까 유심히 지켜봤거든? 고마워하진 않아도 돼. 알아서 잘 크더라고. 연으로 돌아가기 전에 화산에 들러 봐. 현덕 마마님 따라갔어. 너랑 달리 눈이 참 높아. 자고로 사내라면 현덕 마마님처럼 생겨야지.”바보다. 바보 맞다. 이 새끼는 진짜 바라보기만 했다. 고마워하지 않아도 되겠다. 다만 이렇게 정신이 번쩍 든 채로 작약궁에 이르게 된 것은 고마워해야겠다. 카사르는 작약궁 대문 앞에 당도하자마자 팔꿈치로 기건의 명치를 퍽 쳤다. “이제 가 봐.”

  • 철향   철향鐵響 一百二十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은령은 숨이 점점 차올랐다. 그게 대비전에서였는지 지금인지 모르겠다. 눈에 힘을 주어 젓가락이 집은 것에 집중했다. 바삭하게 튀긴 후에 간장과 황주를 넣어 조린 황어 부레다. -엇, 은령이 왔니? 마침 네가 좋아하는 황어 부레가 남아 있어!- 달그락- 틱 티르르르륵-은령이 소리를 내었다. 덕비는 입에 넣으려던 당면볶음을 내려놓고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은령이 일어나 있다. 양손으로 귀를 막고 엉거주춤 서 있다. 은령의 앞에는 젓가락과 고깃점 같은 것이 나뒹군다. “독이니?”덕비는 재빨리 뒤에 서 있는 궁녀를 불러 은령에게 보냈다. “아닙니다.”은령은 손을 뻗어 궁녀가 다가오는 것을 제지했다. “전하. 하아. 이건 제가 정말 좋아하는 황어 부레입니다. 그러나 지금 갑자기 체기가 올라와 먹을 수가 없었을 뿐입니다. 절대 숙수를 혼내지 말아 주십시오. 어, 송구하옵니다만 이대로 물러남을 허락해 주시옵소서.”아니나 다를까. 은령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다. 그걸 보자마자 덕비의 심장이 훅 하고 내려앉았다. 내가 네게 먹을 걸 주니 네가 탈이 난다. “뭣들 하느냐. 공주님을 어서 방으로 뫼시지 않고. 너는 궁의를 불러오너라.”덕비는 다급히 명령을 내리면서도 은령이 아픈 걸 핑계로 카사르의 방문을 막을 궁리를 하는 스스로가 참을 수 없이 역겨웠다. 역시 아이는 친부모가 키워야 한다. 바트나 에르든이나 친부의 손에 크지 못해 이렇게 인생이 말린 것이다. 도대체 애를 어떻게 했기에 급체를 해. 카사르는 어머니를 따라온 어의들을 닦달해 소화기에 좋은 약이란 약은 다 챙겨 나왔다.하긴 에르든도 어릴 때부터 얼마 먹지 않았지. 맛있고 몸에 좋은 거 보이는 족족 챙겨다 주면 뭐 하겠는가, 보는 데서는 반도 먹지 못하는 걸. 에잇.카사르는 다급히 달려 사신관으로 돌아왔다.

  • 철향   철향鐵響 一百一十九

    입에 넣고 있는 건 숙수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음식이건만 자꾸 숨통이 조여왔다. 덕비는 예의도 잊고 젓가락으로 허공을 배회했다. 이렇게 불러놓고 눈도 못 마주치겠다.은령은 예의 바르게도 한 점 한 점 다소곳이 입에 넣고 오물거린다. 그래. 너는 그렇게 조용하고 얌전한 아기였지. 뱃속에 들어앉은지도 몰랐는데, 자그마하게 태어나 잔뜩 웅크리고 제대로 울지도 않았다. 바들바들 떨고만 있었다. 핏덩이가 그렇게 눈치를 봤다.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은령에게 점심을 함께하자는 요청을 보냈고, 알겠다는 답과 함께 카사르가 오후에 온다는 기별이 전해졌다. 미친놈이 여기까지 왔다. 이번 일은 카사르가 모르게 진행하는 걸로 오드게렐님과는 뜻이 통했다고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나.오전 내내 마음을 다잡았다. 차라리 잘 되었다. 다 말하자고. 모든 것을 꺼내어 드러내자고, 그렇게 네 앞에 엎드리자고,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사과를 하자고 마음먹었다.그러나 오찬장에 나타난 네 파리한 얼굴을 보는 순간 모든 결심이 날아가 버렸다. 안절부절 모든 걸 망설이게 되었다. 요즘 까다로운 황후 아래서 교육을 받더니 많이 피곤했던 걸까. 모처럼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방해를 한 것 같아 많이 미안해졌다. 좀 더 편히 와도 될 것을 완벽히 성장을 하고 나타났다.새빨갛게 칠한 입술 안으로 여러 향신료를 넣어 볶은 양고기 한 점이 들어간다. 입술이 다물리고 작은 움직임으로 조곤조곤 씹어 먹는다. 덕비는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은령이는 식감이 재미난 음식을 좋아한다 하였다. 은령이는 향이 짙고 맛이 강한 음식을 좋아한다 들었다. 그렇게 들은 대로 요청해 준비했다. 내가 먹이지 못한 그 한 번을 이렇게라도 보상할 수 있을까. 너무 얄팍해 자조적인 미소가 떠오른다. “입맛엔 맞느냐?”은령이도 계속 먹어 온 궁의 음식일 터다. 그래도 묻고 만다. 서두르지 않고 느릿하게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추는 은령의 자태가 우아하다. 날카로운 눈매 안

  • 철향   철향鐵響 一百一十八

    은령은 살금살금 네 발로 걸으며 궁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마 궁녀들끼리만 이동하는 걸 금한 모양이다. 금군이나 환관이 한 명이라도 끼어 있으면 내가 건드리지 못할 거라 생각한 걸까. 이연은 여전히 깜찍하다. 은령의 입매가 자연스럽게 위로 끌어당겨졌다. 그리고 이연의 말을 듣지 않는 건 나 하나로 족하다. 어디 건방지게 이연의 방침에 토를 다는 것이냐. 머리끈을 풀려다 생각을 바꿔 허리끈을 풀었다. 상의 도련을 허리춤에 꼼꼼히 집어넣고 목소리를 따라 걸었다. 야심한 시각이라 아무도 듣지 않으리라 여기는지 할 말 못 할 말 다 흘러나온다. “근데 말이야. 간택, 누가 될까?” “그거야, 뭐. 공주님이 오셨는데, 그 사람이 되겠지.” “우 소저도 월국 왕족이라던데?” “월보다 연이 훨씬 가깝지. 점점 강해지는 중이고.” “그래도 우리가 딴 나라 눈치 볼 필요 있나? 솔직히 난 손 소저가 귀엽고 사랑스럽던데. 하아, 여자인 내가 봐도 그 정도인데 남자들이 보면 환장하겠지?” “환장은 무슨. 여자들이 좋아하는 여자랑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랑 같냐. 남자들은 안고 싶은 여자를 탐내고, 여자들은 되고 싶은 여자를 선망하는 법이야. 어휴, 이 떡대야. 남자들이 보기엔 가슴 쪼물딱거리기 좋은 네가 압승이다.” “야! 이 미친 년이. 하긴 암만 봐도 이연 마마님보다 미모가 뛰어난 상대는 없더라.” “쉽지 않지. 그러나! 어차피 간택은 미모가 중요한 게 아니야. 실리라고. 려에서는 후궁의 주인들을 미모로 뽑으면 지탄을 받게 되어 있다고. 철저히 집안과 성품만 따져야 해.” “아, 너 려에서 왔지.”은령은 저도 모르게 숨소리조차 죽여가며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연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에는 고개까지 끄덕여가며 집중해서 목소리를 따라갔다. “아무튼 사룰 공주가 될 거야. 생긴 것도 은령이랑 비슷하잖아. 아-. 보고 싶네. 우리 은령이. 내가 지 뒤를

  • 철향   철향鐵響 一百一十七

    기건이 손가락 두 개로 눈을 찔러 오기에 카사르는 재빨리 기건의 손을 붙잡았다. “우리 애 팔병신 만든 것도 모자라 나까지 장님으로 만들려고?” “장난도 못 쳐.” “나라도 장난치지 말아야지. 그 녀석이 그래 보여도 내 조카거든. 걔 엄마한테 가서 이러쿵저러쿵 주절거리려면 그 정도는 참아 줘야 해.” “아, 네 조카였어? 맞다. 형이 죽었댔지. 조카까지 그렇게 돼서 미안하다.”이것도 아니다. 형은 멀쩡히 살아서 게르드족을 갈구며 잘 살고 있다. 딸만 다섯을 낳아 의도치 않게 막내 동생을 안심시키고 베르케의 후계를 공고히 했다. 어디서 저런 잘못된 정보가 들어갔을까. 군인은 정보를 잊어서도 안 되지만 왜곡하면 절대 안 된다. 기건을 빤히 쳐다보니 녀석이 제 발 저린 표정을 짓는다. “상대가 안 좋았어. 그 새끼가 그렇게 독이 오른 상태인 줄 몰랐는데……. 내가 전에 슬쩍 도발해 봤었거든? 그때는 잘 흥분하지 않더라고. 꽤 냉정한 놈인 줄 알았는데.” “팔 자른 꼬라지 보니. 냉정하긴 하던데……?”카사르는 말끝을 흐리며 팔짱을 끼고 고개를 삐뚜름하게 꺾었다. 내가 냉정할지언정 경우에 대해서는 배운 바가 많다. “어이구 씨발. 등신아, 등신아. 이 상등신아. 지금 내 앞에서 누구 편을 드는 거냐? 아무리 그 새끼가 맘에 들었어도 팔 잘린 애새끼 삼촌 앞에서 그러면 안 되지.” “어? 어, 야.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리고 편든 거 아니잖아. 아, 씨발. 못 본 새 엄청 예민해졌네. 애라도 뱄냐?”비슷할지도? 카사르는 또 딸이 떠오르자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헤실거리며 기건의 배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기건의 거체가 한순간 위로 둥실 떠올랐다가 주저앉았다. “크헉!”바로 뛰어올랐으니 충격도 거의 없었을 텐데 아픈 시늉을 한다. “그럼 낮에 오지.” “언제든지 오라고. 나 보러도 오고. 볼 수 있을 때 자주 보자고.”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