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구도현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윤채희는 그런 구도현의 손을 붙잡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도현아, 이러지 마... 난 네가 없으면 안 돼. 나랑 결혼 안 할 거야? 난 네 아이까지 가졌잖아!”구도현은 차분한 얼굴로 윤채희를 바라봤다.“윤채희, 난 서윤의 병부터 치료할 거야.”윤채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저었다.“구도현, 거짓말하지 마. 그러면 나한테 했던 약속은 전부 거짓말이었어? 난 널 하나 믿고 다 포기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정말 네가 미워 죽겠어!”나는 한동안 윤채희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윤채희도 어느 정도는 피해자였다. 구도현이 수없이 헛된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모든 걸 버리고 여기까지 찾아왔을 리 없었다.결국 구도현이 가장 사랑한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었다. 누군가가 곁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마음이 식는 순간 그동안 쏟아붓던 사랑조차 아무렇지 않게 거둬 갈 사람이었다.“왜 그러는 거야? 아이가 갖고 싶다고 한 것도 너잖아! 그래서 나도 임신한 거고...”윤채희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네가 그랬잖아. 한서윤은 네 아이도 못 가지는 여자고 넌 애초에 한서윤을 사랑하지도 않는다고!”“구도현, 한서윤이 아프니까 이제 와서 무슨 좋은 사람인 척하는 거야?”흥분하던 윤채희는 오히려 점점 차분해졌다. 차갑게 선을 긋는 목소리로 구도현이 저질러 온 일들을 하나씩 폭로했다.주변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들의 표정도 미묘하게 굳어졌고 구경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낮은 수군거림이 퍼졌다.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구긴 구도현은 성큼성큼 윤채희에게 다가가더니 목을 움켜쥐었다.“이 미친년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그러고는 곧장 나를 돌아봤다.“서윤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야. 네가 어떻게 되든 난 계속 네 곁에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날 버리지 마. 응? 치료만 제대로 받으면 난소암도 분명 나을 수 있어.”나를 바라보는 구도현의 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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