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습에 임 집사는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렸지만, 따라오지는 않았다.주씨 가문 저택에서 멀어지자 나는 골목 안으로 숨어들어 초라한 몰골을 어둠 속에 감추었다.조금 전 그 부자간의 대화를 떠올린 나는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울었고, 눈에는 서글픔이 가득 찼다....나는 본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명문가의 아가씨로, 팔 년 전 가문을 따라 아무도 모르는 섬으로 들어가 살았어야 했다.하지만 과거에서 삼등으로 급제한 주인혁에게 첫눈에 반해 이곳에 남았다.그에 대해 알고 싶어 사방으로 수소문했으나, 그에게는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고 심지어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래서 그들의 혼례식 날 축복을 빌어주고, 곧바로 가문을 찾아 떠날 생각이었다.하지만 나는 그들의 혼례를 보지 못했고, 대신 소연아가 그를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비굴하게 애원하는 그를 보았으나, 소연아는 혐오스럽다는 듯 그의 소매를 뿌리치고 망설임 없이 돌아서 떠났다.그녀가 시집가던 날, 주인혁은 술집에서 술에 잔뜩 취했다.사고라도 날까 걱정되어 다가가 말리려던 찰나, 그는 나를 덥석 품에 안았다.밀쳐내려 했지만, 그는 가련한 목소리로 속삭였다."네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연아도 나를 버렸는데, 너마저 나를 버릴 셈이냐?"마음이 약해진 나는 더 이상 거절하지 못했고, 술기운을 빌려 우리는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그리고 주인혁은 바로 다음 날 도성을 떠나 양주(揚州)로 발령받기를 자청했고, 그곳에서 나와 가정을 꾸렸다.그는 소연아를 잊고 진심으로 나를 대할 것이며, 수년 동안 변함없이 나를 지극정성으로 아끼겠다고 말했다.팔 년 동안 우리에게는 아들이 생겼고, 부부 사이의 정은 나날이 깊어졌다.나는 우리가 이렇게 평온하고 행복하고 평범하게 평생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다.그런데 보름 전, 소연아가 초라한 행색으로 우리를 찾아왔다.주인혁을 보자마자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달려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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