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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봄산
나는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주인혁과 주현우를 지나쳐 걸음을 옮겼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자 세 사람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현우는 더욱 큰 소리로 울부짖었지만, 나는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주현우의 비명과 함께 비릿한 피 냄새가 풍겨왔고,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뒤를 돌아보니 주현우의 어깨가 단검에 베여 피가 흐르고 있었고, 주현우는 아픈 나머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내가 돌아보자 주인혁이 차갑게 비웃었다.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내가 현우를 죽여버려도 넌 모른 척하겠구나."

그는 단검을 치켜들며 또 다시 칼로 찌르려 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단검을 꽉 움켜쥐었다. 손바닥이 칼날에 베이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나는 고개를 숙여 예전처럼 주현우에게 무서워하지 말라고 달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두려움에 젖은 눈동자 깊숙이 숨겨진 주현우의 득의양양한 기색을 보고 말았다.

나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손바닥의 통증이 심장까지 서늘하게 스며드는 듯했다.

당황한 주인혁이 서둘러 단검을 내던지고 내 손을 잡아 지혈하려 했다.

하지만 소연아의 붉어진 눈시울을 의식한 그는 금세 정신을 차리고 차갑게 손을 거두었다.

나는 그 기색을 살필 겨를도 없이, 피가 흐르는 손을 꽉 쥐며 주현우에게 물었다.

"정말로 내가 소연아와 네 아버지를 위해 점괘를 받아오길 바라느냐?"

내 질문에 주현우의 눈에 잠시 죄책감이 스쳤으나, 이내 흐느끼며 대답했다.

"아버지께서 어머니가 가지 않으시면 칼로 저를 찌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 저 너무 무섭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피식 웃으며 한마디 했다.

"그래."

떠나기 전, 이 아이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 여기기로 했다.

말을 마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고, 주인혁과 주현우는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예전에는 주현우가 다치는 것만 봐도 가슴이 아파 소연아에게 애원했고, 주현우의 상처부터 싸매 준 뒤에 그들이 요구하는 일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상처가 가짜일 때는 손도 못 대게 하더니, 정작 진짜 상처가 났는데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이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의 변화를 가장 견디기 힘들어한다. 특히 소연아가 그를 데리고 돌아가 치료해주겠다고 하자, 주현우는 화가 나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는 정말 나쁩니다. 저를 걱정도 하지 않고, 버리려고 하다니."

"어머니께서 이번에 돌아오시면 꼭 첩이 되겠다고 승낙하게 해서 누나께 차를 올리게 할 겁니다."

"네 어머니가 싫다고 하면 어쩔 셈이냐?"

소연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정한 눈빛으로 묻자, 주현우는 그녀의 품에 안기며 대답했다.

"누나, 걱정 마십시오. 어머니가 싫다고 하시면 제가 호수에 뛰어들어서 열이 펄펄 끓게 만들 겁니다. 어머니가 승낙하실 때까지 약도 안 먹을 거고요."

앳된 아이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귓가에 들려왔으나,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만 띠었을 뿐 뒤돌아보지 않았다.

입안의 쓴맛을 삼키며 내가 향한 곳은 절이 아니라, 도성에서 가장 화려한 전당포로 가서 내 옥패를 꺼내놓았다.

"마차와 배를 준비해 주십시오. 떠날 겁니다."

...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전당포를 나서자, 누군가 앞을 가로막으며 재촉했다.

"어서 가서 점괘나 받아오시지요."

고개를 들어보니, 소연아가 나를 모욕적인 일을 시키러 보낼 때마다 곁에서 감시하던 하인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절이 있는 산 아래에 도착하자마자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무릎을 꿇어 절을 올리며 산을 올랐다.

절을 올릴 때마다 지난 팔 년 동안 주인혁과 주현우에 대해 품었던 기억들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받아온 점괘를 하인에게 건넸다.

"이걸 가져가서 전하거라. 더 이상 나를 첩으로 들이려고 애쓰지 말라고."

"현우는 내가 데려가지 않을 것이고, 처음부터 나는 없었던 사람이라 생각하라고 말이다."

"앞으로는 그들 셋이서 오붓하게 가족으로 살아라고 하거라."

하인은 멍하니 그것을 받아들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순간 하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서둘러 자신이 나를 따라다니며 보고 들은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고했다.

그 말을 듣던 주인혁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고, 내가 점괘를 받으러 가기 전에 들른 곳이 어디인지 듣고는 눈가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도씨 가문의 전당포에 들어가서 몸에 지니고 있던 옥패까지 맡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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