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위험한 네 남자의 침술사가 되었다!?: Chapter 11 - Chapter 20

72 Chapters

10화

"제대로 찾아 왔군."갑작스럽게 찾아온 불청객의 등장에 남자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나 역시 묶인 채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문가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카시안 백작님?"문을 박살내고 들어온 것은 분명 카시안이었다.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깔끔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얼굴만큼은 평소보다 훨씬 더 차가워 보였다."넌 뭐야?""여긴 어떻게 들어왔지?"남자들은 갑자기 나타난 카시안을 경계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남자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카시안의 앞을 막아섰다."야, 못 들었어? 여긴 어떻게 들어왔냐고.""내 두통약을 찾으러 왔다.""뭐?""지금 기분이 좋지 않으니, 얌전히 비키는 게 좋을 거야."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나도 똑같이 헛웃음을 터뜨렸다.두통약을 찾으러 왔다니, 나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이 자식이 뭐라는...?"퍽!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카시안의 주먹이 남자의 얼굴을 정확하게 가격했다."커헉!"주먹에 맞은 남자는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카시안은 쓰러진 남자를 한 번 내려다보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손목을 가볍게 털었다.그러자 뒤에 있던 남자들이 동시에 무기를 꺼내 들었다."이 새끼가!""죽고 싶나?""잠깐, 잠깐만요!"나는 묶인 채로 다급하게 소리쳤다."저 사람 카시안 백작님이에요! 귀족이라고요!""그래서 뭐 어쩌라고!"남자 하나가 소리치며 카시안을 향해 달려들었다.카시안은 상대가 휘두르는 칼을 가볍게 피한 뒤, 그대로 남자의 팔을 붙잡고 비틀었다."아악!"콰당!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고꾸라졌다."...와우."나는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그동안 성격 더러운 얌전한 귀족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싸웠다.남자들은 하나둘 카시안을 향해 달려들었다.하지만 카시안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다가오는 남자의 공격을 피하고, 팔을 꺾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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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이상한 남자들에게 납치를 당하고 며칠이 지났다.그동안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딱히 별일은 없었고, 당분간 외출 금지 명령을 받았다.하지만, 한가지 놀라운 사실!카시안이 나를 찾지 않는다는 것!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을 불러대던 카시안이 무려 3일 동안 한 번도 나를 찾지 않은 것이다.처음에는 조금 이상했다.설마 두통이 완전히 나은 건 아닐 테고.하지만 이유가 뭐든 내게는 좋은 일이었다.덕분에 카시안의 방을 들락거리며 침을 뱉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으니까."오늘도 날 찾지 마라~랄랄라~"나는 정원을 쓸며 저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그런데 바로 그때였다."아이린씨."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에드먼이 복도 쪽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부르셨어요?""카시안님께서 부르십니다."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하아, 금방 갈게요."나는 두통에 효과가 좋은 차 한잔을 타서 카시안의 방으로 향했다.똑똑."들어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예상대로 카시안이 책상 앞에 앉아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었다."자요."카시안은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른 채 내게서 찻잔을 받아 들었다.그런데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기 직전, 그가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나를 바라보더니 희미하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순간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기분 나쁘게 왜 웃는 거야?나는 카시안을 빤히 노려보았다."왜 사람 얼굴을 보고 웃어요?""그런 적 없는데.""방금 헤벌레 하고 웃었잖아요.""착각이겠지."카시안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찻잔을 입에 가져갔다.하지만 그 모습이 왠지 더 수상했다.왜 갑자기 기분이 좋아 보이는 거지?기분 나쁘게.나는 카시안의 방을 나온 뒤 다시 하던 일을 하기 위해 정원으로 돌아왔다."...뭘 잘못 먹었나? 갑자기 왜 저래?""허허허."바닥을 쓸어내며 혼잣말을 중얼거릴 때, 에드먼의 웃음소리가 들렸다."왜 웃으세요, 에드먼 아저씨?""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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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다음 날 아침.나는 평소처럼 정원 청소를 하기 위해 빗자루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정확히 말하자면, 내 입을 하얀 천으로 단단히 가렸다.그때, 마침 복도 쪽에서 걸어오던 에드먼과 눈이 마주쳤다.에드먼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걸음을 멈추더니 잠시 내 얼굴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아이린씨. 얼굴에 그 천은 뭔가요?"나는 당당하면서도 진지하게 대답했다."아, 이거요? 변태가 자꾸 제 입술을 노리고 있어서요.""......"에드먼은 잠시 굳은 표정을 짓더니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허허허! 변태라니요.""웃을 일이 아니에요. 이 저택에 변태가 살고 있다고요!""저는 아니겠지요?""물론이죠.""허허, 그것 참 다행이군요."에드먼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지만,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남아 있었다.그때였다.다그닥! 다그닥!저택 앞에서 커다란 마차가 멈춰 서는 소리가 들려왔다.나와 에드먼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저택의 정문 앞에는 마차 한 대가 멈춰 서 있었다.마차의 외관은 눈에 띄게 화려했고, 곳곳에는 금빛 장식까지 달려 있었다.나는 빗자루를 든 채 멍하니 마차를 바라보았다.에드먼 역시 평소와 달리 조금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잠시 후, 마차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나는 빗자루를 든 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마차 쪽을 바라보았다.도대체 누가 저렇게 화려한 마차를 타고 찾아온 걸까?아니 그보다,'아주 마차에 돈지랄을 해놨네.'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저렇게 화려한 마차 한 대를 굴리는 데 대체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 걸까?역시 돈 많은 사람들의 취향은 이해하기 어려웠다.그때, 마차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번쩍이는 검은 구두가 먼저 바닥을 밟았다.이윽고 마차에서 완전히 내린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나는 무심코 눈을 크게 떴다.'...어려 보이는데?'언뜻 보기에도 나보다 어린 나이로 보이는 남자였다.하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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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정원을 쓸고 있던 나는 문득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 조금 떨어진 곳에, 아까 저택을 찾아왔던 반쪽 가면의 남자가 서 있었다. 에단이라고 했었나? 에드먼이 그를 그렇게 불렀던 것이 기억났다. 나는 빗자루를 든 채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을 걸었다. "저기요." "네." 에단이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혹시 저한테 볼일이라도 있으세요?" "음... 네, 있습니다." 에단은 살짝 망설이는 척 하며 대답했다. 그리고 내 앞에 멈춰 서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저와 함께 일하시죠." "......?" 그냥 미친놈인가? "지금 받고 있는 임금의 세 배를 드리겠습니다." "...세 배요? 제가 지금 얼마 받고 일하는지 아시면 그런 소리 못 하실텐데?" 에단은 그런 나를 보며 여유롭게 웃었다. "얼마를 받든 세 배를 드리죠." "......" 진짜 미친놈이었잖아? 하지만 타고 온 마차를 보나, 입고 있는 옷으로 보나 부잣집 귀족이거나 도련님인 건 확실해 보였다. 세 배. 무려 세 배였다. 순간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미친 듯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금 받는 돈의 세 배면... 일당 금화 150개? '잠깐! 진정해, 아이린.' 나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 세 배라는 말에 너무 쉽게 넘어갈 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처음 보는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지금 받는 임금의 세 배를 주겠다며 나를 고용하겠다고? 무슨 이유로? 가만, 내가 일 잘한다고 벌써 소문이 돈 거야? ...그럼 납득이 되고 말고. 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어. "근데, 저를 왜 고용하려고 하시는 건데요?" 혹시나 해서 슬쩍 질문을 던졌다. 에단은 기다렸다는 듯이 아주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첫눈에 반했습니다." "......" 우웩. 그 말을 듣자마자 속으로 헛구역질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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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아...미치겠네."결국 나는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침대에 누운 채 천장만 멍하니 바라보며 한참을 고민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머릿속만 더욱 복잡해졌다.지금처럼 카시안의 저택에서 계속 일할 것인가.아니면 지금보다 세 배나 많은 임금을 받고 에단이라는 수상한 남자를 따라갈 것인가."...하아.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나는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카시안의 저택에서 일하는 것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처음에는 성격 더러운 고용주 밑에서 일하는 것이 불편하기만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 저택에서 지내는게 우리집보다 더 편했다.일단 내 방에 침대가 있고, 삼시 세 끼 배부르게 먹을수 있다는 것부터 합격!일은 더럽게 힘들지만.하여튼 에단이 다시 찾아오면 시간을 조금 더 달라고 해야겠어.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나는 결국 제대로 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잠에 빠져들었다.---------------다음 날 아침.나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에서 깼다.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어제 에단이 했던 말이었다.'그럼 내일 이 시간까지 충분히 생각해 보시길.'"...휴우."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결국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에단이 저택으로 찾아오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죄송한데 며칠만 더 생각해 볼게요.'아니, 이건 좀 너무 우유부단해 보이려나?'임금 다섯 배를 주시면 바로 따라가죠.'혹시 모르니 더 강하게 밀어 붙여 봐?나는 하녀옷으로 갈아입은 뒤에도 한동안 에단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그러던 중, 갑자기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쾅!"......?"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문 앞에는 카시안이 서 있었다.그런데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언제나 느긋하고 무심한 표정을 짓던 그가 오늘따라 어딘가 급해 보였다."...뭐, 뭐에요? 다 큰 숙녀방에 노크도 없이 멋대로 들어오는게 귀족의 상식인가요?""시끄럽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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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식당을 나온 뒤, 나는 카시안과 함께 아드리안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카시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지금 어디 가요? 뭘 사겠다는 거죠?" 내 질문에 카시안은 여전히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가보면 알아." "그 말, 벌써 다섯 번째 듣고 있거든요?" "그럼 질문을 하지 마." "...아오, 진짜! 답답해 죽겠네." 나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아드리안까지 끌고와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여기에 갈 거다, 이걸 살 거다, 왜 말을 못 하냐고!! 이 답답한 고집불통 변태놈아! 카시안은 시장에 있는 상점들을 하나씩 둘러보기만 했다. "...우리 아까 여기 지나가지 않았어요?" "그런가? "그런가가 아니라 지나갔다고요! 저기 대머리 아저씨를 벌써 세 번이나 봤잖아요!"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생선가게 대머리 아저씨는 우리를 발견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하하하, 외부에서 오셨나 봐요? 찾는게 있으시면 제가 길 안내라도 해드릴까요?" "......" 카시안은 입을 다물고 쌩하니 그 가게를 지나갔다.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뒤쫓았다. "뭐 하는 거예요, 진짜?" "조용히 하고 따라와." "아니요, 저 지금 돌아버리기 직전이에요. 아드리안까지 사람을 끌고 와놓고 목적지도 없이 시장만 빙빙 돌고 있잖아요!" 내가 큰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던 바로 그때였다. "여기에요! 여기!" 시장 한쪽에서 남자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나와 카시안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한 상인이 가게 앞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드리안에서만 구할 수 있는 황금색 진주 목걸이 있습니다! 구경 오세요!" "황금색 진주 목걸이?"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이었다. 옆에 있던 카시안의 눈동자가 갑자기 초롱초롱 빛났다. "...그래. 저걸 사려고 했어. 후우...드디어 찾았군." "잠깐! 방금 저거 사려고 왔다고 했어요?" "불만인가?" "...진짜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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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나는 가게를 나와 앞서 걷고 있는 카시안의 뒤를 따라 걸었다. “이보세요, 백작님.” 하도 어이가 없어서 화도 나지 않았다.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에요? 황금색 진주를 사러 온 건 맞아요? 그러면서 금화를 안 챙겨왔어요?” 쏟아지는 내 질문에 카시안은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그러다 태연하게 말했다. “서둘러 오느라 깜빡했을 뿐이다.” 깜빡했다고? 이 미친놈이 장난하나!! 아, 잠깐. 그러고 보니 나도 뭔가 깜빡한 것 같은데? “...오늘 아침에 에단님이 오시기로 했었는데!” 나는 뒤늦게 에단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 어떡해!” 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때 내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들자 카시안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 그러고 있지?” “......”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카시안을 빤히 노려보았다. “백작님 때문이잖아요! 오늘 아침에 에단님과 만나기로 약속했었다고요!” “...그랬나? 그건 몰랐는데.” “아, 진짜!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여기까지 따라 왔을까, 이 바보 멍청이!” 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오늘 아침에 에단이 찾아오기로 했다는 걸 완전히 잊고 있었다니. “오늘 아침에 만나기로 한 거라면, 이미 늦었군.” “하...그렇겠죠.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더 늦기 전에 돌아가야 내일이라도 제대로 수습할 수 있을 테니까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하지만 카시안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 “왜요? 설마 또 살 게 있어요?” 잠시 망설이던 카시안이 이내 혼잣말을 작게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충분히 시간 끌었으니, 더 지체할 이유도 없겠지.” "......?" 그렇게 우리는 마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드리안까지 와서 한 일이라고는 해산물 요리만 잔뜩 먹고 시장을 몇 바퀴나 돌아다닌 것뿐이었다. 마차에 올라타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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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에단이 돌아간 뒤에도 나는 한동안 현관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대체 저 미친놈(?)은 무슨 생각으로 나를 누나라고 부르는 걸까? 안 따라가길 정말 잘했어! 잘...한 거겠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계속 고민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다시 평소처럼 해야 할 일을 시작했다. 정원을 쓸고, 주방을 정리하고, 점심 식사에 들어갈 재료들을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꽤 흘러 있었다. “아이린씨.” 이제 막 요리를 시작하려고 할 때쯤, 에드먼이 나를 불렀다. “백작님께서 부르십니다.” “하아...알겠어요.” 나는 식재료에서 손을 놓고 카시안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카시안은 의자에 앉은 채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평소와 표정이 달랐다. 분명 두통이 있을 때는 관자놀이를 한 손으로 누르면서 똥씹은 표정이었는데, 지금은 어째서인지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왜 저래? 나는 문가에 서서 한참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백작님, 두통이 있다면서 왜 웃고 있어요?” “내가 언제?” “지금 웃고 있잖아요.” “착각이겠지.” “아니거든요.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데요. 뭐 좋은 일 있어요?” 카시안은 내 말을 듣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다시 관자놀이를 눌렀다. “약이나 타 와.” “...아침에 뭘 잘못 드셨나?” “쓸데없는 소리 할 시간에 움직여.” “알겠어요, 알겠다고요.” 나는 못마땅한 얼굴로 중얼거리며 방을 나왔다. 주방으로 내려가 에드먼 몰래 약을 준비한 뒤, 다시 카시안의 방으로 돌아가 그의 앞에 조심스럽게 약을 내려놓았다. “여기요.” “음.” “그럼 저는 이만.” 나는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문을 열기 직전, 뒤에서 카시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왜요!” 나는 문고리를 잡은 채 휙 뒤를 돌아보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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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안녕하십니까, 백작님?" 에단은 험악한 얼굴로 다가오는 카시안에게 생글생글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지금 뭐 하는 짓이냐고 물었을텐데?" "딱히? 그냥 누나랑 얘기 하는 중이었습니다만?" "...누나? 네 놈이 드디어 정신이 나갔군." "누나를 누나라고 부르는데 뭐 잘못 됐습니까?" "일단 그 손부터 놓지?" 우리에게 다가온 카시안의 시선은 에단이 잡고 있는 내 손목이었다. 나는 카시안의 얼굴을 보다가, 아직도 내 팔목을 잡고 있는 에단을 내려다봤다. "내 하인을 네가 무슨 자격으로 붙잡고 있는 거지? 당장 그 손 놔." "음~ 듣고 보니 백작님 말씀이 맞습니다. 근데 저한테 명령은 하지 마시죠?" 에단은 살벌한 표정으로 천천히 내 팔목을 놓아주었다. 그때, 두 사람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튀고 있는 것 같았다. 분위기 살벌하게 왜 이래? 아무래도 여기서 빠져 나가야겠어. “저기... 저는 먼저 가볼게요. 해야 할 일도 밀려 있고.” “누나? 아직 할 얘기가...” 에단이 아쉬운 목소리로 나를 불렀지만, 나는 못 들은 척 그 자리를 후다닥 떠났다. 지금 여기 계속 있다가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것 같단 말이지. --------------- 아이린의 모습이 복도 끝으로 사라지자 주변이 조용해졌다. 카시안은 한동안 그쪽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눈앞에 서 있는 에단을 바라봤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 온 거지?” 에단은 여전히 생글 거리고 있었다. “그걸 내가 왜 말해줘야 합니까?”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 온 놈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함부로 들어 온 적 없습니다. 누나가 반갑게 문을 열어 줬습니다만?" 카시안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칼튼 상단의 후계자가 할 일이 그렇게 없나?” “제가 없어도 상단은 자~알 돌아갑니다.” "그건... 좀 부럽군. 아, 아니." 카시안은 잠깐 멈칫하더니 에단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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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대로 빗자루를 들고 정원을 쓸고 있었다. '...그 귀걸이...한번 끼워라도 볼걸...' 어제 에단이 선물로 주려 했던 다이아몬드가 박힌 귀걸이가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하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받을 걸 그랬나?' 후회와 아쉬움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다. “누나~!” 정문 너머에서 익숙해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빗자루를 든 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오늘도 여전히 반쪽짜리 가면을 쓰고 생글생글 웃는 에단이, 나를 발견하자마자 반갑다는 듯 손까지 흔들고 있었다. “......” 나는 모르는 척 하며 다시 빗자루를 움직였다. 그러자 잠시 뒤. “누나?” “......” “누나, 저 왔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하아, 죄송하지만 못 열어드려요." 나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대답하고 말았다. “왜요?” “백작님께서 에단님이 오셔도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하셨어요.” 에단은 잠시 저택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더니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네. 그러니까 그냥 돌아가시는 게 좋겠어요." 내 말에 에단은 오히려 환하게 웃었다. “그럼 여기서 이야기하면 되겠네요.” “......?”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저기요, 에단님?” “네, 누나.” “왜 굳이 아침부터 와서 이러고 있는 거예요?” “어제 말했잖아요? 누나랑 친해지고 싶다고요.” 너무 태연하게 대답해서 오히려 할 말이 없어졌다. 그래, 여기도 미친놈인 걸 깜빡했어. 나는 한숨을 내쉬며 에단을 무시하고 다시 정원을 쓸었다. 에단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누나의 취미는 뭐에요?” “...딱히 없어요.” “그럼 좋아하는 음식은요?” “음...고기일까나?” “좋아하는 동물은요?” “마리요.” “마리? 그런 동물도 있어요?” "저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에요." "아하~" 아니, 난 왜 자꾸 대답을 하고 있는 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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