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애틋한 마음을 나눈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저 그런 일상으로 치부하기엔 나름 설레는 첫사랑이었다. 보고 싶고, 보면 반갑고, 웃어주면 설레고.외로운 사춘기 소녀에게 그의 웃음은 살갑고, 따스하고, 자꾸만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마치 예상하지 못한 핑크빛 감정이 소리 소문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처럼.‘나만 그런 거 아니잖아. 저 아저씨도 나만 보면 웃잖아.’정말로 국밥이 맛있어서 자주도 오는 건지, 아니면 자신과 같은 마음인 건지 궁금했지만 차마 물을 용기는 나지 않았다.그리고, 할머니에게 살갑게 구는 모습도 순수한 마음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하지만 언제부턴가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이사라도 가버린 듯 발길이 뚝 끊겨버렸다. "할머니, 그 착한 아저씨는 요즘 왜 안 와?""누구 말하는 겨?""있잖아! 맨날 저 자리에 앉아서 국밥 먹던 젊은 아저씨!""아아, 도균 총각? 이제 안 올겨. 여기도 잠깐 있던거라고 혔어."할머니는 집안 사업이 잘 풀려서 서울로 갔다는 말을 전해왔지만, 어린 방울에게 어른들의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영역이었다.다만, 한 마디 인사도 없이 떠나버린 사실이 서운할 뿐이었다.그리고 그 서운함은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가 겪은, 아리고도 무력한 첫 이별이었다.***최도균을 다시 만난 건 3년 뒤, 할머니의 장례식장이었다. 유일한 보호자가 사라졌다는 상실감, 세상에 혼자 남았다는 두려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에 허덕이던 순간.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나타난 도균은 구원자나 다름없었다.“방울아, 부조금으로 장례식 비용은 충분할 것 같은데... 알아보니까 할머님 명의로 된 빚이 좀 있네. 당장 급한 이자는 내가 처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유골함이랑 납골당은 제일 좋은 걸로 해.”그 말이 얼마나 고맙고 힘이 되던지, 방울은 경계는커녕 그제야 마음을 놓고 엉엉 울었다. “우리 할머니 어떡해요.. 나 아직 효도도 못 했는데. 매일 틱틱거리기만 했는데...”"할머니는 방울이가 그
Last Updated : 2026-09-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