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사장님의 은밀한 도우미: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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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뜻밖의 손님

"동생들 학원비랑 대학 등록비도 벌어야 하고, 또........"지연이 말끝을 흐렸다."부모님은 뭐하시고?"지연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입을 열었다."어머니는 어릴 때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일하시다 크게 다치셔서 일을 못 하세요. 그래서 제가 가장이에요....."지연은 애써 밝게 웃어 보였다."그랬구나.......기특하네."이 여사님은 더 이상 깊게 묻지 않고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어우 삭신이야, 우리 한 시간만 쉬다 마저 하자, 지연 씨" 무거운 정적을 깨고 이 여사님이 곡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지연도 청소 도구를 주섬주섬 챙겨 정리하고는 제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도연이랑 우연이는 잘 있으려나.......'지연이에게는 동생이 둘 있다. 열여섯 살 도연이와 열세 살 우연이. 엄마는 막내 우연이를 낳다가 갑작스러운 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여덟 살의 어린 나이에 세 살 동생과 갓난아기를 품에 안게 된 지연이었다.다행히 사정을 아는 이웃 어른들이 물품을 챙겨주고 육아를 도와준 덕분에 동생들을 무사히 키울 수 있었지만, 삶은 팍팍했다.아버지는 가족을 먹여 살리려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러다 시급이 높다는 위험한 일용직 현장에서 사고를 당해, 결국 더는 일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그때부터 지연은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아가야 했다.결국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그런 상황에서도 지연은 한 번도 가족을 원망하지 않았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삶쯤은 얼마든지 내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침대 옆 서랍에 넣어둔 휴대폰을 꺼내 사진첩을 열었다. 화면 속에는 웃고 있는 동생들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밥은 잘 챙겨 먹는지, 학교는 빼먹지 않는지,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지만, 지연은 겨우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울음을 삼키며 화면을 껐다. 여기서 약해지면 끝이었다.'여기서 몇 년만 버티면 돼. 우리 가족 다시 잘 먹고 잘 살 수 있어.... 나 하나만 참으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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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아버지의 그늘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재민은 묵직하게 짓누르는 통증을 참듯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 짚었다.재민과 현민은 이복형제였다. 현민은 재민의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었다.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새어머니라며 소개해 줬다.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딱 달라붙는 롱 원피스를 입은 채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있던 여자.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재민은 그저 자신에게도 새로운 엄마가 생겼다는 말에 순진하게 기뻐했었다. 하지만 새어머니는 늘 웃고 있었지만 결코 친절한 사람은 아니었다.재민이 조금이라도 예쁨을 받으려 애를 써도, 그녀의 시선은 온통 제 친아들인 현민에게만 닿아 있었다.아버지는 일에 파묻혀 살았고, 새어머니는 현민을 돌보느라, 재민은 늘 혼자였다. 그럼에도 재민은 갑작스럽게 생긴 동생 현민을 자상하게 보살폈다.현민이 어느 정도 컸을 때는 재민을 졸졸 쫓아다니며 친형처럼 잘 따랐고, 두 사람은 비슷한 구석이 꽤 있었기에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되었다.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중학교 입학을 앞둔 시기, 외할머니께서 입학 축하를 해주겠다고 재민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잔칫상을 차려주었다.오랜만에 손자를 만난 외할머니는 재민의 밥 숟가락 위에 반찬을 얹어주며 따뜻하게 대해주었다.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가던 그때, 식탁 한켠에서 조용히 술만 들이키던 이모가 취기가 올랐는지 꾹꾹 눌러왔던 분노를 터뜨렸다."네 엄마가 왜 죽었는지 알려줄까?"재민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할머니를 바라보자, 할머니는 사색이 된 얼굴로 굳어 있었다.그날, 이모가 내뱉은 한마디는 어린 재민의 세상을 송두리째 뒤집어놓았다.그 사건 이후, 재민은 가족과 거리를 둔 채 살았다.아버지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면 집을 마련해주겠다고 했다. 재민은 그 조건을 지킨 대가로 작은 빌라 한 채를 얻었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그곳으로 나와 독립했다.그 시절, 그곳에는 첫사랑 세아가 있었다.가족의 지옥 같은 그늘에서 도망쳐 나와, 세아와 함께 같은 공간에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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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낯선 인연

재민의 회사에서 기운 없이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현민.현민은 나름 재민의 비위를 잘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말실수로 분위기를 완전히 망쳐버렸다.현민은 어머니에게 들은 게 전부라 재민과 세아의 사정을 자세히 몰랐다. 알았다면 그렇게 멍청하게 언급하지 않았을 터였다.현민은 답답한 마음에 긴 한숨과 함께 하늘을 올려다봤다.티는 내지 않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사무실의 공기가 얼마나 싸늘했는지 다 느껴졌다. 오랜만에 마주한 재민의 표정에서, 여전히 자신을 불편해한다는 걸 눈치채고 살짝 서운하기도 했다.감정 표현이 별로 없는 사람이지만, 유독 현민과 가족들에게만큼은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편이었다.현민은 재민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본인에게 아무리 쌀쌀맞게 대해도 현민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재민에게 늘 먼저 다가갔다.하지만 돌아오는 건 서늘한 눈빛으로 퉁명스럽게 내뱉는 대답뿐이었다. 재민은 한 발짝 가까워지면 두 발짝 멀어지는, 참으로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물론 재민이 본인과 부모님에게 거리를 두는 이유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현민은 재민에게 늘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을 품고 살았고, 그게 과거 유학길에 오른 이유이기도 했다.한때는 서로 의지하며 친하게 지냈었는데........ 어린 재민이 분노로 가득 차 집안을 뒤집어엎었던 그날, 자상하고 친절했던 재민이 한순간에 돌변했던 그때를 현민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현민은 씁쓸한 얼굴을 삼킨 채 택시에 올라탔다.그 시각, 지연은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 위해 마트로 향하고 있었다.비록 며칠밖에 안 됐지만 그동안 너무 숨 막히는 일들이 많았기에, 지연은 바깥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습하......"재민이 사는 집 주변은 죄다 고급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해 있어 지연은 구경하느라 눈이 바빴다.어느덧 마트에 도착해 메모지를 꺼내 카트에 이것저것 담기 시작했다.지연은 원래 마트에 오면 최대한 저렴한 것들을 일일이 비교하며 꼭 필요한 것만 샀다. 하지만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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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통제 불능의 파편

현민은 친구들과의 약속이 끝난 후, 본가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탔다.장시간 비행을 하고 와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재민과 친구들을 연달아 만난 탓에 몸이 몹시 지친 상태였다.택시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대고 초점 없는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바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현민은 아까 도로에서 우연히 주웠던 카드키를 꺼내 이리저리 훑어보았다.'어딘가 익숙한 이름이 적힌 카드키인데.......'아까 부딪쳤던 여자의 행색을 보아하니 설마 그곳에 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고급빌라로 들어가던 그녀의 뒷모습이 머릿속에서 자꾸만 어른거렸다.'정말 그곳에 사는 걸까......'분명 그녀의 것이란 걸 알았으면서도 곧바로 돌려주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돌려주기 싫었던 것인지도 몰랐다.현민은 청초했던 지연의 모습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입꼬리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곧이어 택시가 본가의 대저택 앞에 도착했다.공항에서 급하게 환전한 지폐로 요금을 지불하고 내린 현민이 초인종을 눌렀다.잠시 후, 인터폰 모니터 화면으로 현민을 확인한 도우미가 곧바로 문을 열어주었다.끼익ㅡ요란한 소리를 내며 저택의 커다란 대문이 열렸다.화려한 조경이 들어선 마당을 지나 현관문 앞에 다다를 때쯤, 자신을 반갑게 맞이해 주는 도우미들이 서 있었다."안녕하셨습니까, 도련님.""안녕하셨어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현민은 언제나 그렇듯 환한 미소로 그들에게 화답했다."보고 싶었습니다, 도련님.""저도요. 이렇게 환영해 주셔서 고마워요, 다들.""안으로 들어가십시오, 도련님."현민이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 어머니가 마중 나와 있었다."아들! 어쩐 일이야. 온다는 연락도 없이?"그녀는 울컥하는 목소리로 현민을 품에 꽉 끌어안았다."놀래켜 주려고 일부러 연락도 없이 왔지! 잘 있었어, 우리 주 여사?""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언제까지 아들을 그리워하며 살아야 하는 거니?"현민은 대화를 돌리려 특유의 능청스러운 미소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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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균열과 온기 사이

어느새 재민의 주먹이 시뻘건 피로 물들어 있었다.재민은 얼마나 거칠게 분출해 냈는지, 아직도 숨을 몰아쉬며 헐떡이고 있었다.남성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고, 주변 사람들이 모여 웅성대기 시작할 무렵 마침내 경찰들이 현장에 닥쳤다.아마도 맞은 남성의 일행들이 신고를 했던 모양이었다.경찰은 현장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뒤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하고는, 곧바로 재민에게 수갑을 채워 경찰차에 태웠다.조금은 진정이 되었는지, 경찰차 뒷자리에 앉아 말없이 눈을 감은 채 묵묵히 이동했다.잠시 후, 경찰서 안.동공에 초점을 잃은 채 수갑을 차고 멍하니 앉아 있는 재민의 오른편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남성과 그 일행들이 억울하다는 듯 앉아 있었다.곧이어, 재민의 비서가 집에서부터 급하게 달려왔는지 헝클어진 머리칼을 휘날리며 변호사를 대동하고 경찰서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비서는 경찰관에게 곧바로 명함을 건네며 자신의 신분을 확실히 밝혔다.그 꼴을 본 남성과 일행들은 처벌을 더 강하게 해달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경찰관님, 이것 좀 보세요! 제 친구를 완전 피떡으로 만들어 놨다고요. 우리 절대 합의 없습니다. 저 자식 당장 감옥에 쳐넣어 주세요!"남성이 얼굴을 부여잡고 아프다는 듯 앓는 소리를 냈다.사건의 진술을 모두 들은 경찰관이 한심하다는 듯 남성 쪽을 한 번 힐끗 쳐다보고는, 비서와 변호사를 향해 타이르듯 말했다."어쨌든 먼저 폭행을 가하신 건 대표님 쪽이라서, 상황이 불리합니다. 지위도 높으신 분이니 원만하게 합의를 보시는 게.......""합의라니! 저딴 놈은 콩밥을 먹여야......!"그때, 비서가 남성의 말을 날카롭게 가로채며 앞으로 나섰다."얼마를 원하십니까? 부르는 대로 드리겠습니다."그 말에 남성과 일행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헛기침을 남발했다."그러니까....... 뭐, 달라는 대로 다 준다고.......?"비서는 대답 대신 싸늘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천만 원 줘, 그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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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흔들리는 경계

그 말에 지연은 흠칫 놀라며 하마터면 내지를 뻔한 비명을 삼키고는 이내 허우적거리던 몸짓을 멈췄다.재민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눈을 감고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품에 안긴 채 자세가 점점 더 불편해진 지연이 재민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정적을 깼다."저....... 사장님......? 혹시 주무세요.....?"하지만 재민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숨소리마저 잦아든 상태였다.지연은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숨이 막힐 것 같아 조금씩 몸을 꿈틀거리며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가까이서 본 재민의 얼굴은 평소와 달리 창백했고, 입술이 바짝 말라 있었다.화들짝 놀란 지연이 얼른 손을 뻗어 그의 이마에 손등을 대보았다."뜨거워......."이마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사장님.....! 정신 좀 차려보세요!"지연이 재민의 어깨를 흔들어 깨워보았지만, 가쁜 숨소리만 새어 나올 뿐이었다.마음이 급해진 지연은 허리를 감싸고 있던 재민의 긴 팔을 온 힘을 다해 떼어냈다. 그리고 그 틈으로 허겁지겁 빠져나왔다.발만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 하던 지연의 머릿속에 문득 좋은 생각이 스쳤다.지연은 곧장 계단을 뛰어올라 2층 재민의 서재로 들어가 바퀴가 달린 가죽 의자를 들고 내려왔다. 온몸에 힘이 빠진 재민을 부축해 의자에 앉힌 뒤, 지연은 낑낑거리며 그를 자신의 방까지 끌고 갔다.재민을 침대에 간신히 눕힌 지연은 곧장 냉장고로 달려가 얼음주머니를 만들어 그의 이마 위에 얹었다.가운 사이로 드러난 재민의 맨살이 눈에 들어오자, 지연은 이불을 어깨까지 덮어주었다. 그리고 전기장판을 약하게 켜두었다.그렇게 지연은 온밤을 꼬박 새우며 재민의 열이 내리기만을 기다렸다.침대 옆 바닥에 쪼그려 앉아 꾸벅꾸벅 선잠을 자던 지연은 이른 아침이 되어서야 번뜩 눈을 떴다.황급히 손을 뻗어 그의 상태를 확인하려던 찰나였다.탁ㅡ지연의 손목이 재민의 손에 덥석 잡혀버렸다.재민은 워낙에 경계심이 심했다. 아주 작은 인기척에도 금세 알아차리는 사람이었다. 아픈 와중에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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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초라한 재회

[ ㅡ한주시. 성수동. 새별 아파트. 102동. 805호 동네 맛나 식당에서 설거지 함. 그리고..... ]주소가 적힌 문자와 함께 몇 장의 사진이 연속해서 도착했다.재민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본인을 버리고 떠났으니, 당연히 행복하고 넉넉하게 살고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화면 속 세아는 재민의 예상과 달리 초췌한 모습이었다.'전보다....... 더 야위었네.'몸살 기운이 여전히 온몸을 짓누르고 있었지만, 재민은 아픈 것도 까맣게 잊은 채 당장이라도 세아를 제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허겁지겁 나갈 채비를 했다."엄 기사, 지금 당장 집 앞으로 와요. 가야 할 곳이 있어."재민은 외투에 한쪽 팔을 마저 끼우며 계단을 쿵쿵 급하게 내려갔다. 어느새 주방으로 나온 이 여사님과 지연이 계단을 울리는 발소리에 일제히 재민을 바라보고 있었다."이 여사님, 저 나갑니다. 아침밥 안 차리셔도 됩니다."그 한마디만 남긴 채 재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쌩하니 나갔다. 그러곤 차에 오르기도 전에 급히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강 비서, 중요한 일이 생겨서 오늘 출근 못 하니까 오늘 일정 전부 내일로 미뤄줘요."로비로 내려와 초조하게 발을 굴리고 있으려니 마침내 엄 기사가 도착했다."한주시, 성수동으로 가죠."엄 기사는 갑작스러운 목적지에 조금 놀란 눈치였지만 군말 없이 차를 출발시켰다.평소 머리카락 한 올조차 흐트러짐 없던 재민이었지만, 차분하게 이마 위로 내려앉은 머리칼이 그의 다급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재민은 긴장한 탓일까, 속이 좋지 않았다. 아까 먹은 죽을 게워낼 것만 같았다.창문에 비친 제 모습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다. 간신히 돌아왔던 혈색은 다시 핏기를 잃고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한주시로 향하는 내내, 재민은 약 기운과 열 때문인지 정신이 몽롱했다. 이내 재민은 눈을 감은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얼마나 달렸을까. 창가로 내리쬐는 눈부신 햇살에 감겼던 눈이 찡그려지며 떠졌다."엄 기사, 아직인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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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지워지지 않는 흔적

몇 번이고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제아무리 남부럽지 않은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얻었다 해도, 세아의 앞에 서는 일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세아의 입장에서도 이런 초라한 꼴로 재민을 마주하는 것은 결코 달갑지 않을 터였다.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재민의 눈에 마침내 눈물이 가득 고였다.이대로 계속 서 있다간 감정적으로 행동해 버릴 것만 같았다. 재민은 소매로 흐르는 눈물을 쓱 닦아내고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힘겹게 돌렸다.세아가 살고 있는 동네의 풍경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아파트 입구에 다다랐다."이거 안 놔? 너 방금 뭐라 했어. 이 새끼가 날 무시해?"어디선가 시끄럽고 거친 고함이 터져 나왔다.술병을 든 취객이 혀가 꼬인 채 지나가던 행인에게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그를 말리려는 사람들과 웅성거리며 구경하는 주민들까지 뒤엉켜 있었다.재민은 미간을 깊게 구기며 그 소란스러운 곳을 응시했다.그런데 난동을 부리는 취객의 얼굴이 어째서인지 낯이 익었다. 한주시에 온 건 지난번 GH그룹 개소식 때 이후로 이번이 겨우 두 번째인데.......재민은 잠시 멈춰 서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려 했지만, 몰려든 구경꾼들에게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재민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차에 올라탔다.하루 종일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무리하게 움직인 탓에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다. 세아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생각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것도 한몫했다.애써 눈을 뜨고 있으려 했지만, 무거워진 눈꺼풀이 자꾸만 감겨 내려왔다.얼마나 지났을까. 침묵을 깨고 재민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네."ㅡ만나 보셨습니까, 선생님?"수고했어요. 약속한 보수는 바로 송금하겠습니다." ㅡ예, 감사합니다! 혹시 또 필요하신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전화....."저기, 부탁할게 하나 더 있는데."재민이 남자의 말을 가로채며 다급하게 덧붙였다.ㅡ네, 말씀하십시오."돈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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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감정의 표적

재민 특유의 서늘한 표정을 본 지연은 덜컥 겁에 질려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자신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이 여사님의 시선과 딱 맞아떨어졌다.나름대로 온 신경을 쏟아 청소했다고 생각했지만, 가뜩이나 예민한 데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재민의 기준에는 한참 못 미쳤던 모양이었다.이 여사님이 재민의 눈치를 살피며 다급하게 지연에게 손짓을 해 가까이 불렀다."지연 씨, 뭐 실수한 거 있어? 청소 빼먹은 곳이라도 있어?"이 여사님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초조하게 속삭였다."모, 모르겠어요......"지연은 정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무력하게 고개를 저었다.이 여사님이 헛기침을 한 번 내뱉고는 조심스럽게 재민 쪽을 돌아보았다."사장님, 제가 2층 욕실에 같이 가서 지연 씨한테 청소 방법이랑 모자란 부분 다시 알려주고 오겠습니다."이 여사님이 은근슬쩍 지연의 등을 떠밀며 2층 계단 쪽으로 향하려던 참이었다."이 여사님."곧이어 낮고 차분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목소리가 식탁 쪽에서 들려왔다."드라이 맡겨둔 스테파노 리치 슈트 좀 지금 가서 찾아와 줄래요? 내일 입어야 해서."재민은 젓가락으로 정갈하게 차려진 반찬을 집어 입에 넣으며 무심하게 덧붙였다.재민과 지연을 번갈아 쳐다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던 이 여사님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짧은 한숨을 내쉬며 현관문을 나섰다.혼자 남겨진 지연은 재민을 힐끗 보고는, 창고로 가 청소 도구를 챙겨 쭈뼛거리며 계단을 올랐다.욕실 안으로 들어선 지연은 욱신거리는 허리를 부여잡고 뭐가 문제인지 샅샅이 살펴보았다.'내가 대체 뭘 놓친 걸까......'하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지연의 눈에는 그저 깨끗하기만 했다.그때였다. "뭐가 문제인지 알기는 하나?"언제 왔는지, 재민이 문가에 삐딱하게 기대어 팔짱을 낀 채 지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앗......!"깜짝 놀란 지연이 짧은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돌아섰다."이 여사님이 제대로 안 가르친 모양이지?""아, 아니...... 그게 아니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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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불편한 초대

지연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문밖에 걱정스레 서 있던 이 여사님과 마주했다."지연 씨, 어떻게 된 거야? 사장님한테 많이 혼난 거 아니지?""아...... 그게, 제, 제가 마무리를 꼼꼼하게 못 했나봐요. 다음에는 더 깨끗하게 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랬구나. 청소는 다시 다 한 거야, 뭐야.""그, 그게 사장님께서 오늘은 됐으니 내일 다시 하라고 하셔서......""그래? 휴, 그럼 일단은 잘 넘어간 거네. 다행이다. 내가 얼마나 가슴을 조렸는지 몰라."겁먹은 지연의 얼굴을 보고 마음을 졸이던 이 여사님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연은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렸다.1층으로 내려오니 식탁은 이미 이 여사님의 손에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설거지까지 깨끗이 마무리된 상태였다. 몸과 마음이 지친 지연은 방으로 들어가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한편, 지연에게 억눌린 감정을 거칠게 쏟아낸 재민은 가운을 벗어 던지고 침대에 몸을 누였다.하루 사이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았던 탓에 그의 뇌는 이미 과부하 상태였다.재민은 괴롭거나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면 미친 듯이 일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가라앉히곤 했다. 애초에 속내를 타인에게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사업이 커지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그 가면은 더욱 두꺼워져 갔다.그런데 지연을 마주하고 난 후부터는 이상하게도 감정을 억누르기가 어려웠다. 자신의 은밀한 비밀을 알게 됐다는 핑계로 그녀를 계속 괴롭혔다."하아......"재민은 잔뜩 찌푸린 미간을 손으로 짚은 채, 몇 차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더는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강제로라도 잠에 들기 위해 그는 마시다 남은 보드카를 샷 글라스에 따라 한 입에 털어 넣었다.술기운이 퍼지자, 팽팽하게 곤두서 있던 신경이 조금씩 무뎌졌다.그 순간, 침대 협탁 위에서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형, 나야 현민이! 이번 주 주말에 시간 괜찮아?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다 같이 밥 한 끼 먹는 거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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