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장님의 은밀한 도우미: Chapter 1 - Chapter 10

34 Chapters

#1. 예상치 못한 첫 만남

밤 10시.한재민은 피곤에 찌든 얼굴로 거실 소파에 널브러지듯 몸을 던졌다. 최근 새로운 사업을 확장하면서 중요한 거래처 미팅에 치여 살다 보니 퇴근 시간은 늘 이 모양이었다. “사장님, 식사 준비할까요?”“아니요. 거래처 사람들과 먹고 왔습니다.” 재민은 반쯤 감긴 눈으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손을 내저었다.“알겠습니다. 그럼 뜨거운 물 받아두었으니 씻으시지요, 사장님.”이 여사님이 소파에 놓인 그의 구겨진 재킷을 집어 들며 말했다. 샤아아ㅡ 욕실 안으로 들어선 재민의 귀에 뜨거운 물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욕조에 들어온 재민은 가슴까지 차오른 따뜻한 물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이내 그의 입에서 낮고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하...... 앗, 하......” 탁, 탁, 탁. 물살을 가르는 거친 소리와 함께 그의 손이 아래를 향했다. “흐아아...... 세아, 윤세아.”신음과 함께 튀어나온 이름. 윤세아, 그의 첫사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욕정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언제라도 그녀가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하...... 미치겠네.”숨을 거칠게 몰아쉬던 재민은 크고 긴 손으로 얼굴을 거칠게 쓸어내렸다. 풀린 눈으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그의 앞에 이내 고요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재민은 선반에 놓아둔 와인병을 집어 들어 잔에 한가득 따르더니 단숨에 들이켰다.요즘따라 신경쓸 일이 많아서인지 잠을 자주 설쳤다. 오늘은 와인의 힘이라도 빌려 잠을 청할 생각이었다. 빈 잔을 내려놓은 재민은 욕조에서 나와 샤워기로 몸을 씻고 침실로 향했다.침대에 눕자마자 휴대전화를 켜 비서의 업무 문자를 확인했지만, 지독한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재민은 넓은 식탁에 홀로 앉아 서류에 시선을 고정한 채 에스프레소와 토스트를 먹고 있었다. 그의 눈치를 살피던 하 여사님이 할 말이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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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최악의 첫인사

‘이 여사님......?' 이상했다. 이 여사님은 청소할 때가 아니면 절대 함부로 욕실에 들어오는 분이 아니었다. 특히 그가 목욕 중이라는 걸 알고 있을 때는 더더욱 그랬다. 스스륵.누군가 샤워 커튼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눈이 풀린 채 욕조에 기대어 있던 재민은 고개만 돌려 커튼 밖을 응시했다. 스윽ㅡ 기어코 샤워 커튼이 젖혀지기 시작했다. 재민은 급히 손으로 몸을 가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하얀 얼굴에 동그랗고 커다란 눈을 가진 앳된 여자. 그녀는 손에 샴푸 리필 용기를 든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그곳을 바라보던 그녀는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재민 역시 당황했지만, 이내 애써 표정을 굳히며 낮게 읊조렸다. “......다 구경했으면 그만 나가지?” 여자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너무 놀란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샴푸 리필 용기를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 “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간신히 사과를 내뱉은 그녀는 부리나케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떨려오는 다리를 부여잡고 제 방으로 들어온 그녀는 문을 닫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제야 온몸에 힘이 풀린 듯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사장님이란 분이신가? 첫날부터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는데...... 나 어쩌지? 오자마자 짤리는 걸까?’ 똑, 똑, 똑. 곧이어 그녀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나와 봐요. 사장님께 소개해 드려야 하니까.” ‘헙......’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얼굴을 마주 보고 인사를 드리지...... 짤리는 건 둘째치고 엄청나게 화를 내시겠지......‘ 한참을 망설이다 그녀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거실에는 가운 하나만 걸친 채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와 그 옆에 서 있는 이 여사님이 보였다. ‘너무 놀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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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난은 이제부터

모래 주머니를 차고 걷는 것처럼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웠다.조심스럽게 커피잔을 내려놓은 지연은 곁눈질로 재민을 슬쩍 살폈다.그런데ㅡ차가운 눈빛의 재민 역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헛......!"너무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커피잔을 통째로 쏟을 뻔했다.순간 얼어붙은 지연과 재민 사이에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재민의 입술이 낮게 움직였다."......너구나?"그는 이내 고개를 돌리더니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한 손에는 에스프레소를, 다른 한 손에는 태블릿을 든 채 뉴스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지연은 혼이 쏙 빠진 얼굴로 서둘러 제자리로 돌아왔다.뒷정리를 하면서도 조금 전 마주친 그의 차가운 눈빛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생각만으로도 온몸의 피가 식는 듯했고, 손끝이 가늘게 떨려왔다.아침 식사를 마친 재민은 식탁에서 일어나 소파로 향했다. 그러다 불쑥 지연의 이름을 불렀다.“송지연이라고 했던가.”“네, 네......?”“출근할 때 입어야 하니까, 베르사체 정장 좀 찾아놔요.”“네?...... 아, 저...... 아, 네! 이것만 다 끝내고......”지연은 화들짝 놀라며 말을 더듬었다.“지금 당장.”단호하고 차가운 말투에 지연은 하던 일을 이 여사님에게 급히 맡기다시피 한 뒤 거대한 드레스룸으로 향했다.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졌다. 드라마에서나 봤지, 이런 곳은 처음이었다. 마치 백화점을 그대로 축소해 놓은 것만 같았다.'베......베리? 배르? 뭐라고 했더라......'지연은 베르사체가 뭔지 알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재민에게 다시 물어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일단 정장이 걸려 있는 옷장에서 찾아봐야겠다......'먼지 한 톨 없이 관리된 옷장에는 칼같이 다려진 정장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지연은 그 앞에서 눈만 바쁘게 깜빡였다.그때였다.드르륵ㅡ드레스룸의 미닫이문이 거칠게 열렸다.깜짝 놀란 지연이 고개를 돌리자, 재민이 팔짱을 낀 채 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지연의 동그랗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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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찾고 싶은 사람

재민은 입술이 바짝 마르는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종이컵에 담긴 믹스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사람을 찾고 싶어서요."남성은 이런 의뢰가 익숙하다는 듯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이름, 나이, 관계, 사는 곳이나 전에 살던 주소는요?""윤세아, 서른 살. 관계는......"재민은 차마 친구라는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었다."주소는 몰라요.""마지막으로 연락한 건 언제예요?""4년 전이요.""또 아는 정보 없어요? 부모님 성함이라든가, 다니던 직장이라든가.""......남편 이름을 압니다."남자는 한쪽 눈썹을 슬쩍 치켜올리며 재민을 바라보았다."뭔데요?"허공을 헤매는 재민의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 사이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박. 도. 현."그 이름을 내뱉은 재민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몇 가지 추가적인 사항만 전달한 뒤, 그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흥신소를 빠져나왔다.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었다.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차에 올라탔지만,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답답함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오랜만에 입 밖으로 꺼낸 세아의 이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심란한 마음은 가라앉힐 수 없었던 재민은 결국 차를 돌려 단골 바로 향했다. "엄 기사님. 그만 들어가 보세요."바에 들어선 재민은 익숙한 자리에 앉아 평소 즐겨 마시던 술을 주문했다. 이내 재킷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짧은 연결음이 몇 차례 울린 뒤 통화가 연결됐다."이 여사님, 저 오늘 늦으니까 먼저 주무세요."한 손으로는 맥캘란 12년산 위스키 병을 든 재민은 온더락 잔에 얼음을 채우고 술을 따라 넣었다. 그러고는 전화를 끊었다.평소에는 부드럽게 넘어가던 술이 오늘따라 유독 쓰기만 했다. 기분 탓인지, 입안에 남는 씁쓸함마저 쉬이 가시지 않았다.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탓에 묵직한 두통이 머리를 짓눌렀다. 그 때문인지 평소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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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낯선흔적, 익숙한 향기

한참을 그의 손길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리고 있던 지연.그때였다.쿵ㅡ이 여사님의 방 쪽에서 희미한 인기척이 들려왔다. 정신이 번쩍 든 지연은 서둘러 무거운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다행히 재민은 깊게 잠이 들었는지 쇳덩이처럼 무겁던 팔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달칵ㅡ기어코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이 여사님이 하품을 내뱉으며 걸어나왔다.“하으으음......”지연은 사색이 되어 두리번거리다 황급히 거실 구석의 대형 가죽 소파 뒤로 몸을 숨겼다. 다행히 가녀린 몸을 숨기기엔 충분한 크기였다.“저게 뭐야! 아이구머니나.”어두운 거실에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을 본 이 여사님이 깜짝 놀라 황급히 거실 불을 켰다.“사장님......? 왜 여기서 주무세요! 아이고, 술 냄새야”이 여사님은 재민을 몇 번 흔들어 깨우더니 이내 포기한 듯 방에서 이불을 가져와 대충 덮어주었다. 그리곤 주방으로 가서 물을 한 잔 마시고 다시 본인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한참을 숨죽여 기다리던 지연도 발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어 제 방으로 돌아왔다. 방문이 닫히자마자 전신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지연은 멍하니 제 몸을 쓸어내렸다. 그의 거친 손길에 젖어 신음까지 뱉어내던 제 자신이 너무 낯설고 혐오스러웠다.지연은 곧바로 옷을 벗어던지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차가운 물줄기 아래서, 그녀는 붉어진 가슴팍을 때타월로 거칠게 문질러 댔다.살결이 화끈거리고 감각이 마비될 정도로 닦아냈지만, 속에서부터 치밀어오는 열기는 가시지 않았다.특히 지연은 자신의 몸에서 나타난 낯선 반응에 더욱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몸의 흔적은 물로 씻어내면 그만이지만, 낯선 쾌락에 반응해 버린 몸과 더럽혀진 마음은 무슨 수를 써도 회복될 것 같지 않았다.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지만, 끈적한 손길과 열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밤이었다.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 잔인하게 긴긴밤이 이어지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눈을 뜬 재민은 인상을 구긴 채 이마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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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너구나?

지연은 가빠진 호흡을 간신히 가다듬고 식탁에 음식을 나르는 이 여사님 곁으로 다가갔다.“사장님, 곧 나오실 것 같아요.”재민이 언제 나올지 몰라 약한 불로 해장국을 끓여두던 이 여사님이 그제야 그릇에 담기 시작했다.“지연씨, 저기 서랍 두 번째 칸 열어보면 숙취해소제 들어 있을 테니 꺼내놔요.”지연은 숙취해소제를 건강주스와 에스프레소 옆에 올려놓았다.그제야 재민이 말끔하게 옷을 갖춰 입고 모습을 보였다.“사장님, 속은 괜찮으세요? ”이 여사님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괜찮아요.”괜찮다는 말과 달리 속이 쓰렸던 재민은 얼른 숙취해소제를 입에 털어 넣고 건강주스를 들이켰다.“오늘은 에스프레소 안 마실게요.”재민은 잔을 내려놓으며 명령하듯 덧붙였다.“지연씨 커피 치워놓고 드레스룸에 꺼내놓은 정장, 구겨진 부분 있으면 다시 다려놔요.”이 여사님은 지시를 내린 뒤 뒷정리를 하러 싱크대로 걸어갔고, 지연은 커피를 조리대에 올려둔 채 드레스룸으로 향했다.그 시각, 재민은 따끈한 해장국을 떠 먹고 있다. 위스키 한 병을 비운 탓에 뜨끈한 국물이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갔다. 음식을 넘기던 재민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그러졌다.“저..... 어제 제가 어떻게 집에 들어온 건가요? 기억이 전혀 없어서요.”설거지를 하면서 이 여사님이 고개만 돌려 대답했다.“글쎄요. 저는 일찍 잠이 들어서..... 새벽에 물 마시러 나와보니 소파에 누워 계시더라고요....”“시계도 풀려 있고 자켓도 벗겨져 있던데, 이 여사님이 하신 게 아니고요?”“네? 저는 건드린 적 없습니다. 늘 보이면 바로바로 정리해서 걸어둡니다”재민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분명 누군가가 제 몸에 손을 댄 선명한 감각이 남아 있었다.'누구지?'식사를 마친 재민이 곧장 드레스룸으로 향했다.때마침 지연은 다림질을 마친 정장을 비닐에 씌워 문을 나서려던 참이었다. 앞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지연은 서두르다 재민의 가슴팍에 머리를 그대로 부딪쳐버렸다.툭 ㅡ.재민은 감정 없는 눈동자로 그녀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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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새로운 장난감

배웅을 마친 이 여사님은 지연을 데리고 2층 복도 안쪽으로 향했다.“지연씨 여기 들어와 본 적 있나? 처음이죠?”이 여사님은 재민 전용의 넓고 모던한 욕실 문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연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네......”“여기는 청소할 때 말고는 절대 들어가선 안 돼요. 특히 사장님이 퇴근하신 후로는 근처도 오지 마요”그 말에 지연은 입주 첫날의 아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시선이 닿는 곳마다 감탄을 자아내던 이 집에서, 의욕만 앞서 멋대로 돌아다니다 마주쳤던 그 광경.거의 비어 있던 샴푸통을 채워두려 욕실에 들어갔다가, 샤워부스 안에서 거친 숨을 내뱉던 재민과 시선이 마주쳤던 그 순간.아무도 몰랐던 사장님의 은밀한 비밀을 하필 도우미인 자신에게 들켜버렸으니, 첫날부터 자신을 서늘하게 내려다보던 그의 눈빛이 이해가 갔다.“사장님은 욕실 한번 들어가면 함흥차사셔. 아마도 퇴근 후 목욕을 하면서 하루 생각을 정리하시는 모양이야.”‘생각 정리라니.......’지연은 속으로 어색한 웃음을 삼켰다.“그래서 사장님 방 다음으로 완벽하게 청소해야 돼요. 아주 깔끔하신 분이니까.”“네 명심하겠습니다.”“처음엔 내가 하는 법을 알려줄 테니까 다음엔 혼자서 깔끔하게 해내야 해요. 자, 오늘부터 욕실 청소는 지연씨 담당이에요.”그렇게 재민의 성역과도 같은 공간을 청소하게 된 지연의 어깨가 무거워졌다.그 시각, 재민은 지방 출장 길에 올랐다.GH그룹이 한주시에 새 지사를 세우면서 재민의 회사가 핵심 IT 시스템 구축을 맡았고, 재민은 이날 개소식에 주요 귀빈으로 초대받았다.오늘은 아침부터 이어진 숙취와 복잡한 상념 탓에 꽤나 피곤한 하루가 예상되었다.재민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눈을 붙이기로 하며 짧은 한숨과 함께 눈을 감았다.'송지연.......'하지만 어째서인지 차가운 실내 공기 속에서도 그 여자의 잔상이 자꾸만 머릿속을 헤집었다.아침 드레스룸에서 제 품에 안겼을 때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하던 지연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여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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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누가 들어오래?

‘이 여사님이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지연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계단 앞에서 좀처럼 발을 떼지 못했다.‘와인.....? 뭐라고 했더라. 패....... 페? 트......?’재민의 집은 지연에게 신기하고도 낯선 것들투성이었다.갈팡질팡하던 그때, 드레스룸에서 나오는 이 여사님을 발견한 지연은 쪼르르 달려갔다.“이 여사님, 저기..... 사장님께서 와인을 가져오라고 하시는데 이름이 잘 기억 안 나서요. 패트...... 뭐라 그러던데.”이 여사님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단박에 알아채고는 성큼성큼 어딘가로 걸어갔다.그리고는 숨겨진 작은 와인 저장고 앞에서 지연을 불렀다. 그곳에는 진귀한 와인들이 수십 병이나 진열되어 있었다.이 여사님은 수많은 병 속에서 능숙하게 하나를 집어 들더니, 와인 잔과 간단한 치즈 플래터를 고급스러운 쟁반에 척척 담았다.“사장님께서 내려오신대요?”“아니요...... 저 그게....... 욕실로 가지고 오라고 하셔서.....”이 여사님이 적잖이 놀란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욕실로 가지고 오라고 하셨다고?”“네.....”“별일이네”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갸웃거린 이 여사님이 쟁반을 지연에게 건넸다.“봐도 못 본 척하고 절대 실수하지 마요.”“네 명심하겠습니다.”지연은 무슨 엄청난 임무라도 맡은 사람처럼 비장하게 쟁반을 들고 계단을 한 칸 한 칸 올랐다.욕실 앞에 다다른 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똑, 똑, 똑. “와인 가지고 왔습니다. 사장님”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한 번 더 노크를 해보았지만 안은 조용하기만 했다.혹시나 싶어 손잡이를 내리자 문이 스르륵 열렸다. 망설이던 지연이 머뭇머뭇 욕실 안으로 발을 들였다.밖의 조용한 분위기와는 달리, 욕실 거울에 희뿌연 김이 자욱하게 서려 있었다.“사장님......? 와인 가져왔습니다......”투명한 샤워 커튼 너머로 욕조가 어렴풋이 보였다.어쩔 줄 몰라 하며 조심스레 커튼을 젖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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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어젯밤의 대가

아픔에 재민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떼어냈다.그 틈을 타 지연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의 다리 위에서 허우적거리며 욕조 밖으로 미끄러져 나왔다.물에 젖은 옷이 온몸에 척 달라붙어 무게를 더하는 바람에 다리가 휘청거렸다.뚝뚝 물이 떨어지는 옷을 수건으로 대충 닦은 지연은, 미친 듯이 뛰는 가슴을 움켜쥔 채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왔다.마침 거실에서 행주를 빨던 이 여사님의 눈을 피해 방으로 숨어들려던 찰나였다. 뒤쪽에서 걸쳐 입은 가운 자락을 휘날리며 재민이 따라 내려왔다.“이 여사님.”재민의 부름에 이 여사님이 고개를 들었다.“네? 사장님?”“제가 실수로 샤워기를 송지연 씨 쪽으로 틀어버려서 옷이 다 젖었네요. 씻어야 할 것 같아서 들여보내겠습니다.”“아이고, 저런...... 알겠습니다, 사장님.”이 여사님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지연을 안쓰럽고 짠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재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얼굴로 유유히 계단을 올라 제 방으로 사라졌다.지연은 이 여사님에게 어색하게 꾸벅 목을 숙인 뒤, 곧바로 제 방으로 뛰어 들어와 문을 닫아걸었다.방 안에 홀로 남겨진 지연은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 죽여 서러운 눈물을 쏟아냈다. 온몸에 남아 있는 재민의 손길과 체온이 지워지지 않아 몸서리가 쳐졌다.하지만 순진한 지연의 머릿속을 지배한 건 그 수치심보다도 다른 것이었다.‘내가 실수해서...... 이 여사님을 잘릴 뻔하게 만들었잖아......’재민이 자신을 희롱한 것보다, 자신의 부주의 때문에 이 여사님이 쫓겨날 뻔했다는 사실이 더 아찔했다.그래도 사장님이 직접 덮어주셔서 이 여사님이 모르게 넘어갔으니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치밀어 오는 수치와 굴욕을 억지로 삼키며, 지연은 더러워진 몸을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다.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지연은 어지럼증이 가시지 않았고, 구토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온도 조절기를 가장 차가운 쪽으로 돌린 채 샤워기를 틀었다.차디찬 물줄기가 온몸 구석구석을 타고 흘러내리며 감각을 마비시키는 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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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어린 그녀의 사정

화들짝 놀란 지연이 질겁하며 그를 내려다보았다.재민은 짓궂고도 서늘한 미소를 지은 채, 입술만 움직여 지연에게만 들릴 말을 건넸다."잘 잤어, 내 장난감?"혈관의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공포에 지연이 황급히 이 여사님의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다행히 이 여사님은 반대편 조리대에서 등을 돌린 채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하지만 안도할 새도 잠시였다. 재민은 방심한 지연의 손목을 휙 잡아채더니, 그대로 제 단단한 허벅지 위로 확 끌어당겨 앉혔다."아.......!"짧은 비명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려는 것을 지연이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삼켰다.재민은 제 허벅지 위에 갇힌 지연의 상의를 힐끗 내려다보며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속옷은 입어야지. 젖꼭지가 툭 튀어나와 있잖아. 나 자극하는 거야?"지연은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라 바로 제 가슴 쪽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한쪽 손으로 가슴을 급히 가렸다.아침에 정신없이 나오느라 속옷을 챙겨 입지 못했던 것이다.그 겁에 질린 반응을 즐기듯, 재민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설마 팬티도 안 입은 거야? 직접 확인해 볼까?" "아.....아니에요, 이러지 마세요....."재민의 손이 지연의 치맛자락 아래로 스며들었다."흐읍.....제발요, 그만......"지연은 이 여사님이 볼 새라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쳤지만, 재민은 그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듯 그녀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어제 일 말이야...... 저기 있는 이 여사님이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지연의 눈에 금방이라도 닭똥 같은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장난감은 주인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거야. 안 그래?"바로 그때, 이 여사님이 일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려 기척을 냈다."지연씨?"등 뒤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지연은 사색이 되어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재민은 이런 상황을 예상이나 한 듯,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지연의 양팔을 붙잡아 일으켜 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조심해요, 송지연씨. 발이 헛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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