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사장님의 은밀한 도우미: Capítulo 21 - Capítul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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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스치는 인연의 궤적

드디어 약속이 잡혔다. 이번 주말 식사 자리만큼은 큰 소리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었다.재민이 문자를 읽었을까. 읽었다면 순순히 그 초대에 응할까. 현민은 조용히 눈을 감은 채, 고요한 정적 속에서 휴대폰 알림음이 울리기만을 기다렸다.짙은 남빛으로 물든 하늘.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정원을 환하게 비추었고, 창백한 달빛이 현민의 얼굴 위로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늘 환하게 웃던 얼굴이 그 순간만큼은 기묘하게 슬퍼 보였다.다음 날 아침, 재민의 펜트하우스.재민은 어젯밤 보드카를 단숨에 들이켠 탓인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띠리리ㅡ좀처럼 깨어날 기미가 없던 그를 깨운 건 강 비서의 전화였다. 무시하려 했지만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려대는 통에 재민은 어쩔 수 없이 침대 위를 더듬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응, 강 비서......"재민은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잠에 취한 묵직한 목소리로 받았다.ㅡ대표님, 오늘 일정 보고드리겠습니다. 오전 11시에 MD은행과의 미팅이 있습니다. 그리고......"알겠어. 9시까지 엄 기사 대기하라고 전해줘."전화를 끊은 재민은 눈을 비비며 몸을 겨우 일으켰다. 헤드보드에 기대앉아 휴대폰에 수신된 연락들을 확인하던 순간, 어젯밤 읽다 만 메시지가 여전히 화면에 남아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술기운에 잠들어 잠시 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재민은 몇 초간 허공을 응시하다가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그는 현민의 문자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기어코 일을 크게 만드는구나, 너란 녀석은......'불쾌한 기색을 드러낸 재민은 휴대폰을 침대에 휙 던져 버리고는 곧장 욕실로 향했다.그 시각, 주방에서는 지연과 이 여사님이 아침 식사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지연 씨, 식료품 저장실에서 감자 좀 가져와서 껍질 깎아줄래?""네!""아, 그리고 이따가 근처 프리미엄 식료품점에 가서 과일 좀 사 와야겠어. 뭘 사 올지는 메모지에 적어 줄게""네, 알겠습니다."감자 껍질을 깎던 지연이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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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마주할 시간

"좋아요.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요!"남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 동네 지리를 잘 안다는 듯 앞장서서 지연을 이끌었다. 오랜만에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에 들뜬 지연은 그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골목 모퉁이를 돌자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나타났다."뭐 먹을래요? 특별히 좋아하는 맛 있어요?"그동안 마트나 편의점에서 저렴한 아이스크림만 사 먹었던 지연은 수십 가지의 화려한 색상을 뽐내는 아이스크림이 가득 들어찬 쇼케이스를 보고 입을 떡 벌렸다."......."아무 말도 못 한 채 눈만 반짝이는 지연을 바라보던 남자가 다정하게 말을 이었다."제가 알아서 맛있는 걸로 시킬까요?"지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음...... 패밀리 사이즈로 할게요. 맛은 피스타치오랑 아몬드 초코, 그리고 딸기 맛이랑......"잠시 후 주문한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두 사람은 쟁반을 들고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지연은 작은 스푼을 입에 문 채, 난생처음 보는 알록달록한 아이스크림이 커다란 통에 한가득 담겨 있는 모습이 신기한지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했다."안 먹고 뭐 해요? 제가 좋아하는 맛으로 골라봤는데,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요."지연은 잠시 고민하다 가장 눈에 띄는 색상의 아이스크림을 큼직하게 한 숟가락 떠먹었다."와, 너무 맛있어요! 저 사실 이런 곳은 처음 와봐요.""정말요?""네! 저는 당연히 집 앞 편의점에서 사주실 줄 알았거든요, 헤헤."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맛있게 먹는 지연을 바라보던 남자의 입가에 살며시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우리 정식으로 통성명하는 건 어때요?"지연이 눈을 깜빡이며 남자를 쳐다보았다."제가 무거운 짐도 들어주고, 이렇게 맛있는 것도 사줬는데...... 이름 정도는 알려줄 수 있잖아요?""아, 그럼요! 저는 송지연이라고 해요.""오, 이름 예쁘다. 저는 한현민이에요. 꼭 기억해주셔야 해요!""네, 현민...... 씨!""아, 참! 그리고 이거."현민은 가디건 주머니에 손을 넣어 익숙한 물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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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그날의 진실

ㅡ 뭐? "간다고."ㅡ 진심이야?"응."ㅡ 고마워, 형! 아버지도 분명 좋아하실 거야! 장소는 문자로 보내줄게.재민이 거절할 거라 생각해 통화 내내 조심스러웠던 현민의 목소리가 한층 들뜬 듯했다.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문자를 확인하는 재민의 얼굴에 휴대폰 불빛이 드리웠다. 그 빛은 그의 냉랭한 인상을 한층 더 서늘하게 부각했다.거의 5년 만이었다. 내일이면 그토록 외면해 왔던 아버지를 마주하게 될 터였다. 재민은 사업 자금을 투자받기 위해 아버지를 만난 뒤, 아버지와 절연한 채 살아왔다.사실 재민은 아버지의 눈을 피해 세아와 함께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 살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을 그만두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세아와 강제로 떼어 놓겠다는 협박을 들은 터라 멀리 떠날 수는 없었다.학교에서 왕복 세 시간쯤 걸리는 서울 외곽에 겨우 원룸을 마련한 재민은 새로운 시작을 했다. 생활은 조금 불편했지만, 적어도 아버지의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집주인이 월세를 더 올려 달라고 연락해 온 것이다.공부와 함께 학교 선배가 세운 작은 회사에서 일을 간간이 도우며 돈을 벌던 재민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였다.재민은 다급한 마음에 집주인을 찾아가 사정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냉담했다. 월세를 조정해 줄 생각은 없으니, 이번 달까지만 방을 비우라는 것이었다.연달아 찾아온 좌절에 무력감이 밀려들었다. 한평생 도련님으로 살아온 재민에게는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도, 세아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막막하기만 했다. 재민은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을 사 들고 나와 병째 들이켰다. 남은 술까지 전부 비운 그는 결심한 듯 술병을 탁 내려놓고 집으로 향했다.그날 재민은 세아에게 모든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세아는 놀라지도 않았다. 그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한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입을 열었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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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잠기지 않은 문

재민은 평소보다 빠르게 반신욕을 마치고 욕조에서 일어섰다.젖은 머리를 말리며 둘러본 욕실 안은 빈틈 없이 깨끗했다.알 수 없는 미소를 흘린 재민은 몸을 닦은 수건을 바구니에 툭 던져 두고 욕실을 나섰다.가운만 대충 걸친 채 1층으로 내려온 그는 물을 한 잔 들이켜며 지연의 방문을 응시했다.닫힌 문틈 사이로 가느다란 빛줄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재민은 가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무언가를 꼼지락거렸다. 빈 잔을 싱크대에 내려놓은 그는 긴 다리로 느긋하게 복도를 가로질러 지연의 방 앞으로 향했다.손잡이를 내리고 문을 열었다. 예상과 달리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서자, 지연이 액정이 깨진 구형 휴대폰에 줄 이어폰을 꽂은 채 노래를 듣고 있었다.재민이 들어온 줄도 모른 채 침대에 엎드린 지연은, 짧은 바지 아래로 드러난 다리를 위아래로 흔들며 신나게 노래를 흥얼거렸다.처음 보는 발랄한 모습에 잠시 낯선 감정을 느낀 재민은 이내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지연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몰래 들여다보았다. 일기를 쓰는 모양이었다.그때, 자신의 위로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를 알아챈 지연이 고개를 돌렸다."헙!"지연은 입을 틀어막으며 숨을 들이켰다. 화들짝 상체를 일으킨 그녀는 놀란 눈으로 재민을 올려다보았다."사, 사장님......? 여, 여기는 어쩐 일로......"재민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짓궂은 눈빛으로 지연을 내려다보았다."내 욕실에 흔적을 남겨놓질 않나, 방문도 안 잠그고 있고. 이거 다 계획된 유인책인가?""네......?""알고보면 고단수 아니야?""그게 무슨......"재민이 가운 주머니에서 캐릭터가 새겨진 머리핀 하나를 꺼내 보였다."네 거지?""어......? 이게 왜 거기......?""유치한 게 딱 너답다 싶었어."지연이 핀을 집으려 하자 재민은 재빨리 주먹을 움켜쥐며 손을 거둬들였다. "아, 목 아파. 비켜.""........네?""비키라고, 나 앉게.""아, 아.....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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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마음의 빚

제 방으로 돌아온 재민은 가죽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동안 미간을 좁힌 채 생각에 잠겨 있던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송지연이 대체 그 녀석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동명이인인가.'도무지 서로 마주칠 일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재민의 머릿속은 온통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다. 재민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그저 피곤한 탓에 예민해진 게 분명했다. 같은 시각, 지연의 방.불쑥 찾아와 한바탕 휘젓고 간 재민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지연은 그제야 방문을 닫았다.이번에는 확실하게 문을 걸어 잠근 뒤 침대로 돌아와 앉았다. 방금 전 일이 떠오르자 아직 가라앉지 않은 열기가 두 뺨을 달구었다. 지연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그리고는 침대 위에 내팽개쳐진 일기장을 집어 들어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종이가 조금 찢어졌을 뿐 큰 이상은 없었다. 지연은 서랍 깊숙이 일기장을 밀어 넣고, 주위 물건들로 차곡차곡 가려두었다.잠시 뒤,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을 확인한 지연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한현민 씨]지연은 잠시 고민하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네, 현......민 씨?"ㅡ 드디어 받았다! 지연 씨, 바빠요?"아, 아니요! 이제 좀 한가해졌어요."ㅡ 아 난 또, 아까 일 때문에 나한테 화난 줄 알고 걱정했잖아요."아까 일이요......? 무슨......?"ㅡ 기억도 못 하는데 나 혼자 안절부절못했네. 근데 왜 제 문자 답장 안 줬어요?"아...... 그게! 액정이 깨져서 터치가 잘 안되거든요. 그래서 문자를 잘 못 써요."ㅡ 아! 그랬구나. 어쨌든 다행이다."근데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ㅡ 아, 그냥...... 뭐랄까. 목소리 듣고 싶어서요."네......?"ㅡ 가끔 이렇게 전화 걸어도 돼요? "글쎄요......"ㅡ 저 고민상담도 진짜 잘하는데! 맛있는 거 먹고 싶을 때 부르면 바로 달려갈 수도 있고요."음...... 좋아요!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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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마음

오후 햇살이 길게 드리워진 펜트하우스 거실에서 지연은 집 안 곳곳의 먼지를 부지런히 닦아 내고 있었다.워낙 깔끔한 재민의 성격 탓에 이 집에서는 먼지를 구경하기조차 쉽지 않았지만, 까다로운 그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단 한 톨의 먼지도 용납할 수 없었다.지연은 부드러운 천으로 가죽 소파의 표면을 꼼꼼하게 문질렀다. 손길이 지나간 자리마다 짙은 가죽 특유의 은은한 윤기가 드러났다."지연 씨, 우리 잠깐 쉬다 하자. 아침부터 이 넓은 집을 쓸고 닦느라 삭신이 다 쑤시네."이 여사님의 말에 지연은 내심 기다렸다는 듯 마른 걸레를 접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네. 알겠습니다."시간 가는 줄 모르고 쉬지 않고 청소한 탓에 온몸이 뻐근했다. 지연은 이 여사님과 인사를 나눈 뒤 방으로 들어갔다.침대에 몸을 반쯤 뉘인 지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서랍 쪽으로 향했다.'연락하겠다고 했는데......'현민이 했던 말이 떠오르자 지연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랍을 열어 휴대폰을 꺼냈다.화면을 켜자 메시지 한 통이 눈에 들어왔다.[지연 씨, 잘 잤어요? 저는 아침에 조깅하러 나왔어요. ]현민이 보낸 메시지에는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 가을빛으로 물들어 가는 나무들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현민의 모습이었다.지연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작은 미소가 번졌다.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던 지연은 답장을 보내기 위해 키패드를 눌렀다. 하지만 깨진 액정 탓에 손가락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몇 번이고 같은 글자를 지우고 다시 입력하기를 반복한 끝에 겨우 메시지를 완성했다.[지·ㄹ잤ㅇ·ㅣㅇ··ㅡ, ㅎ··ㅣㄴ민 씨. 비·ㅣㄱ··ㅣㅇㅇ··ㅣㅣㅂ·ㅣㅇ··ㅡ]'잘 안 눌리네...... 알아볼 수 있으려나.'그런데 몇 분 지나지 않아 현민에게서 답장이 도착했다.[와, 지연 씨다! 뭐 하고 있어요?]지연은 다시 한번 깨진 액정을 꾹꾹 눌러 가며 손가락을 움직였다.[ㅈㅣ·ㅁㄲㅣ·ㄴ쉬ㄱ·ㅡ잇ㅇ·ㅣㅇ··ㅡ]제대로 입력했는지 확인하려던 순간이었다.위윙ㅡ!화면에 현민의 이름이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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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마주한 순간

지연의 갑작스러운 통보에 현민은 얼어붙은 채 휴대폰 화면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큰 용기를 내어 지연에게 다가갔고, 농담을 빌려 은근히 마음을 전하기까지 했다.하지만 지연에게는 닿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자신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걸까.그녀의 단호한 한마디에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듯했다.'내가 또 무슨 실수라도 한 걸까. 이번에도 지연 씨를 화나게 만든 건가.'현민은 자신이 했던 말들을 하나하나 곱씹어 보았다. 어제만 해도 대화하는 내내 지연의 표정은 밝았다.그런데 어느 순간, 무슨 이유에선지 말수가 줄어들더니 급기야 바쁘다는 핑계로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화가 풀린 줄 알고 다행이라고 생각했건만, 이제는 아예 연락하지 말라니......지연과 이대로 인연이 끊긴다 하더라도 그녀의 뜻을 존중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유는 알고 싶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이렇게 끝낼 수는 없었다. 당장 지연이 있는 곳으로 가야 했다.현민은 의자에 걸쳐 둔 외투를 집어 들고 방을 나섰다.막 신발을 신으려는데, 거실에서 화분에 물을 주던 어머니가 그를 발견하고 다가왔다."아들, 어디 가는 거야?""잠깐 누구 좀 만나고 올게요."평소와 달리 서늘하게 가라앉은 현민의 목소리에 어머니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오늘 저녁 식사 약속은 안 잊었지......? 아버지도 오시는데.""늦지 않게 갈게요."현민은 서둘러 주차장으로 달려가 차에 올랐다.집 집입로를 따라 대문이 천천히 열렸다. 차가 밖으로 빠져나오자마자 현민은 엑셀을 깊게 밟았다.지연의 휴대폰은 여전히 꺼져 있었다.충동적으로 그녀가 사는 빌라 앞까지 찾아오긴 했지만, 막상 어떻게 만나야 할지 막막했다. 결국 정문 앞에 차를 세워두고 그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두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지연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현민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내 차에서 내려 빌라 로비로 들어섰다."안녕하세요. 저기...... 퀵서비스인데요. 물건을 전해 드리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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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돌이킬 수 없는 대면

한동안 말없이 서서 아버지를 응시하던 재민은 이내 맞은편 자리에 천천히 앉았다."제가 오는지 모르셨던 눈치네요?"아버지가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현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버지의 눈길을 애써 외면한 현민은 메뉴판을 들어 재민에게 건넸다."형, 배고프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더 시켜." "됐어. 입맛 없어.""그렇구나......! 와, 우리 가족 이렇게 다 모인 거 정말 오랜만이다. 그치, 엄마?"현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아들의 마음을 알면서도 호응은커녕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잠시 후, 직원이 작은 뚝배기에 담긴 불도장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뚜껑을 열자 진한 육수 향이 퍼졌고, 그 안으로 전복과 해삼이 모습을 드러냈다.재민은 음식에 손 하나 대지 않았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앉아 있던 그는 아무런 감흥도 없다는 듯 시선만 허공에 두고 있었다."먹지 그러냐." 아버지는 무심하게 한마디를 건넸다."잊으신 건지, 아니면 애초에 관심이 없으셨던 건지. 저 해산물 못 먹습니다."바삐 움직이던 아버지의 젓가락이 멈췄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순간 뜨끔한 어머니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제가 먹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요."재민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룸 안의 공기가 단숨에 무거워졌다."형, 미안해. 내가 너무 오랜만에 봐서 잊어버렸나 봐. 다른 거 시켜줄게."사실 메뉴 선택에는 어머니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일찍 도착한 어머니는 재민의 식성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일부러 해산물 요리만 주문했다.어릴 적부터 자주 있었던 일이었기에 재민은 단번에 어머니의 속내를 알아차렸다. 오랜만에 마주한 자리에서도 변함없는 태도에 헛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그는 이내 표정을 추슬렀다."됐어. 나 중식 싫어해."재민은 테이블에 놓인 호출 벨을 눌러 직원을 불렀다."차 한 잔 부탁합니다."현민은 마음이 무거웠다. 자신이 주선한 자리에서 형이 또다시 상처받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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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걷잡을 수 없는 밤

쾅!"하...... 씨발."운전대를 잡은 재민이 핸들을 주먹으로 내리쳤다.이렇게 될 줄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 자리에 나간 건 단란한 가족과의 식사를 기대해서가 아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자신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더는 그들의 영향력 아래 놓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똑똑히 각인시키려는 목적이 컸다.그럼에도 오랜만에 마주한 만큼 분노를 억누르고 이성적으로 대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룸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아버지의 당황한 표정과 어머니의 심술궂은 행동은 애써 다잡은 인내심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거기다 염치도 없이 감히 세아의 이름을 입에 올리다니. 재민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두 사람의 가증스러운 태도에 헛웃음을 흘렸다.'고맙네요. 하나도 안 변하고 그대로여서.'빵ㅡ! 빵ㅡ!평소의 재민답지 않게 차선을 거칠게 바꿔 가며 경적을 연달아 눌러 댔다. 주변 차량들이 놀라 속도를 줄이거나 차선을 양보한 덕분에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과속 단속 카메라를 몇 개나 지나쳤을까. 어느덧 빌라 지하 주차장에 들어섰다.차를 세운 재민은 문을 쾅 닫았다. 구두 굽이 바닥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지하 주차장에 울려 퍼졌다. 한껏 날이 선 걸음으로 집을 향하던 그는 현관 앞에 도착해서야 걸음을 멈췄다.띵동ㅡ.초인종을 누르고 몇 초가 지나자 현관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틈 사이로 지연의 얼굴이 나타났다."다, 다녀오셨어요?"재민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굳게 다문 입술과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빛만으로도 그의 기분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알 수 있었다."아, 제가 인터폰 조작법을 잘 몰라서......"지연이 눈치를 보며 말을 꺼냈지만 재민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옆으로 밀어내듯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섰다."이 여사님은?" "일찍 끝내시고 쉬고 계세요.""배고파. 밥 차려.""식사 약속이 있으셨다고 들었는데......""또 먹으면 안 돼?""아, 그게 아니라...... 이 여사님이 해 두신 음식이 없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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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감춰 둔 얼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옭아매려던 사람들, 제멋대로 세아를 입에 올리던 아버지, 그리고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혼자 끓어오르는 자신까지.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었다.그렇다고 눈앞의 지연에게 화풀이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재민도 그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일상을 이어가는 것조차 견디기 힘들었다.애써 꿰매 놓았던 상처들이 끝내 곪아 터져버렸다. 아물었다고 믿었던 자리에서 다시 검붉은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가슴 깊숙이 눌러 담아 두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들끓었다.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가슴속을 파고들었지만, 오랫동안 감정을 억눌러 온 탓인지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다.분노와 좌절이 뒤엉킨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올랐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싶은 충동마저 고개를 들었다.재민의 알 수 없는 말을 들은 지연이 까만 눈동자만 깜빡이며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가녀리고 연약해 보이는 눈빛.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저 눈빛을 보고 있자니 또다시 짓궂은 심술이 고개를 들었다. 괜히 건드리지 말아야지 싶다가도, 이상하게 지연 앞에서는 그 다짐이 오래가지 못했다. 특유의 비누 향이 은은하게 풍겨와 재민의 코끝을 간질였다.비즈니스를 하며 만난 부자들과 성공한 경영인들에게서 숱하게 맡았던 지독한 고급 향수들과는 전혀 다른 향이었다. 꾸며 낸 것도, 누군가에게 과시하기 위한 것도 아닌 소박하고 익숙한 냄새.재민은 문득 그 향에 이끌리듯 지연의 목덜미 가까이 고개를 숙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복잡하게 엉켜 있던 머릿속이 조금씩 가라앉는 듯했다. 재민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지연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목덜미에 닿는 뜨거운 숨결이 피부를 간질일 때마다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지연은 조심스레 눈동자만 굴려 재민을 살폈다. 그는 얼굴을 묻은 채 두 눈을 꼭 감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그의 행동에 지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를 발견한 듯 시선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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