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자수성가한 IT 업계의 신화이자 냉철한 CEO, 한재민. 완벽주의인 그의 펜트하우스에 순진한 도우미 송지연이 스며든다. 사소한 실수를 계기로 얽히기 시작한 아슬아슬한 관계, 서늘했던 그의 눈빛이 점차 그녀를 향한 뜨거운 소유욕으로 변모하는데...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그의 성, 가장 은밀한 곳에서 벌어지는 치명적인 로맨스.
View More밤 10시.
한재민은 피곤에 찌든 얼굴로 거실 소파에 널브러지듯 몸을 던졌다. 최근 새로운 사업을 확장하면서 중요한 거래처 미팅에 치여 살다 보니 퇴근 시간은 늘 이 모양이었다.
“사장님, 식사 준비할까요?”“아니요. 거래처 사람들과 먹고 왔습니다.”
재민은 반쯤 감긴 눈으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손을 내저었다.“알겠습니다. 그럼 뜨거운 물 받아두었으니 씻으시지요, 사장님.”
이 여사님이 소파에 놓인 그의 구겨진 재킷을 집어 들며 말했다.
샤아아ㅡ 욕실 안으로 들어선 재민의 귀에 뜨거운 물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욕조에 들어온 재민은 가슴까지 차오른 따뜻한 물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이내 그의 입에서 낮고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하...... 앗, 하......” 탁, 탁, 탁. 물살을 가르는 거친 소리와 함께 그의 손이 아래를 향했다. “흐아아...... 세아, 윤세아.”신음과 함께 튀어나온 이름. 윤세아, 그의 첫사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욕정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언제라도 그녀가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하...... 미치겠네.”숨을 거칠게 몰아쉬던 재민은 크고 긴 손으로 얼굴을 거칠게 쓸어내렸다.
풀린 눈으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그의 앞에 이내 고요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재민은 선반에 놓아둔 와인병을 집어 들어 잔에 한가득 따르더니 단숨에 들이켰다.요즘따라 신경쓸 일이 많아서인지 잠을 자주 설쳤다. 오늘은 와인의 힘이라도 빌려 잠을 청할 생각이었다.
빈 잔을 내려놓은 재민은 욕조에서 나와 샤워기로 몸을 씻고 침실로 향했다.침대에 눕자마자 휴대전화를 켜 비서의 업무 문자를 확인했지만, 지독한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재민은 넓은 식탁에 홀로 앉아 서류에 시선을 고정한 채 에스프레소와 토스트를 먹고 있었다. 그의 눈치를 살피던 하 여사님이 할 말이 있는 듯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재민은 마시던 잔을 소서에 조용히 내려놓으며 짧게 물었다. “뭐죠?” 잠시 머뭇거리던 하 여사님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급한 사정이 생겨서 오늘까지만 일하고 그만두려 합니다...... 오후에 새로운 후임자가 올 예정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네, 알겠습니다.”
사정이 무엇인지 전혀 관심 없다는 듯 재민은 무미건조하게 대답하며 식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곧장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짐 없이 포마드를 깔끔하게 발라 넘기고, 주름 하나 없는 흰 셔츠와 검은색 슬랙스를 차려입었다. 제법 커다란 전신 거울이었지만, 187cm에 달하는 그의 큰 키를 온전히 담아내기엔 비좁아 보였다.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을 무렵, 기사에게서 연락이 도착했다. ㅡ 대기하고 있습니다, 대표님. 드레스룸을 나온 재민은 기다리고 있던 이 여사님에게 서류 가방을 건네받고 급히 현관문을 나섰다. 로비로 내려오자 새까만 정장 차림의 운전기사가 재민을 발견하고 재빨리 뒷좌석 문을 열었다. 이어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회사로 향하는 차 안. 재민은 늘 그렇듯 업무 관련 전화 통화로 쉴 틈이 없었다. “네, 차 대표님. GH그룹 한주지사 개소식은 각 기업 대표님들과 임원진들이 참석하는 중요한 행사입니다. 저희 AI 사업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특별히 실수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주십시오.” 전화를 끊자마자 오늘도 고단한 하루가 될 것이라는 듯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재민은 무거운 몸을 헤드레스트에 기대었다. 한편, 펜트하우스의 로비 데스크 인터폰이 울렸다. ㅡ 손님이 방문하셨습니다. 젊은 여성인데, 일하러 오셨다네요. 확인 부탁드립니다. 화면을 확인한 이 여사님의 미간이 좁혀졌다.“네, 맞습니다. 올려보내 주세요.”
잠시 후, 묵직한 현관문이 열렸다. 아담한 체구에 앳된 얼굴의 여자가 자기 몸보다 훨씬 커다란 캐리어를 든 채 서 있었다.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본 이 여사님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가씨가 새로 오기로 한 분 맞아요? 여기서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는 알고 온 거예요?”“네...... 입주 도우미요.”
작고 맥아리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려 보이는데, 집안일은 제대로 해본 적 있어요? 이 일 생각보다 엄청 힘들어요. 할 일도 많고 손도 빨라야 하는데...... 몸도 너무 약해 보여서 원.” 이 여사님이 우려 섞인 목소리로 타박하듯 말했다. 그러자 여자는 얼른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그게...... 어려서부터 동생들 밥 해먹이고, 집안일은 제가 다 했습니다. 잘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바닥에 시선을 둔 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사장님은 엄청 깔끔하신 분이에요. 대충 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순서나 위생도 중요하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모르는 건 바로 물어봐요.”“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녀는 긴장한 듯 가늘게 대답했다. 목소리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일단 저쪽 방이 아가씨 방이니까, 빨리 들어가서 짐부터 풀고 나와요.“
밤 11시. 늦은 퇴근을 마친 재민이 집으로 돌아왔다. “사장님, 오셨어요? 늦으셨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목욕물 받아놓았는데 바로 씻으시겠어요?”“네, 그러죠.”
재민은 손목시계를 풀며 지친 발걸음으로 욕실을 향했다. 샤아아ㅡ 뜨거운 수증기가 욕실 안을 가득 채웠다. 어김없이 낮은 신음 소리가 넓은 욕실 안에 울려 퍼졌다. “하아...... 앗, 하......”“하...... 세아야. 윤세아.”
길게 늘어진 속눈썹이 물기에 젖었다. 그녀에게 닿지 못할 이름만이 허공을 맴돌았다. 바로 그때였다. 벌컥! 요란한 소리와 함께 욕실 문이 열렸다.지연의 마음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평소와는 달랐다. 이상하게도 싫지가 않았다. 굳이 그를 밀어내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재민의 나른하게 풀린 눈매가 묘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처음 보는 그의 다정한 손길에 지연은 잠시 넋을 잃고 말았다.재민의 길고 곧은 손가락이 지연의 뒤통수를 지그시 감싸며 멈춰 섰다.점점 가까워지는 그와의 거리에 지연은 주체할 수 없는 떨림을 느꼈다.'진정해야 돼......'하지만 눈치 없는 심장이 쾅쾅 소리를 내며 뛰어대는 바람에 고요한 적막이 깨지고 말았다.깊게 가라앉아 있던 재민의 눈동자에는 어느새 부드럽고 짙은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지연은 저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재민의 시선이 지연의 얼굴을 천천히 훑어 내리다 이내 한곳에 멈췄다.그의 입가에 희미하고 짓궂은 미소가 번졌다. 재민은 지연의 목을 빽빽하게 덮고 있던 목폴라 깃을 손끝으로 살며시 끌어 내렸다."내 흔적들로 가득하네."지연은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고개를 돌렸다."......마음에 들어."재민은 그녀의 붉어진 목덜미에 입술을 살포시 맞춘 뒤, 정장 재킷을 집어 들고 드레스룸을 빠져나갔다.지연은 목덜미에 남은 그의 뜨거운 감촉을 되새기며 한동안 그 자리에 굳은 듯 서 있었다.그 시각, 현민은 세차게 쏟아지는 샤워기 물줄기 아래에서 더럽혀진 제 몸을 씻어내고 있었다.몇 번이고 몸을 문질러도 불쾌한 감각은 좀처럼 씻겨 나가지 않았다.어젯밤만큼은 절대로 술을 마시지 말았어야 했다.하지만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기에, 유혹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매번 이런 식이었다.부어라 마시며 밤을 지새우고 난 다음 날 아침, 낯선 여자와 마주할 때면 견딜 수 없는 쓸쓸함과 후회가 밀려들었다.온몸 구석구석에서 지독한 악취가 풍기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그럴 때면 그는 욕실에 들어가 몇 시간이고 피부가 아릴 때까지 몸을 닦아내곤 했다.사실 어머니도 현민을 걱정하고 있었다.
지연의 방.준비를 마친 지연은 거울 앞에 서서 난감한 표정으로 제 목덜미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빨갛게 물든 자국들이 여기저기 흉터처럼 남아 있었다.지연은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목덜미에서 쇄골선까지, 가느다란 깃털이 살갗을 간질이듯 스쳐 갔던 그의 뜨거운 입술.부끄러움과 수치심이 한꺼번에 밀려들자 지연은 달아오른 두 볼을 양손으로 꾹 감싸 쥐었다. 머릿속을 헤집는 기억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거칠게 내저었다.'모기에 물렸다고 할까...... 아니면 아토피가 올라왔다고 둘러댈까......'이 여사님이 이 흔적을 본다면 분명 이상하게 생각할게 뻔했다.지연은 옷장을 뒤적거리더니 유니폼 안에 껴입을 목폴라를 꺼내 들었다. 아직 아침바람이 쌀쌀하다지만 목폴라를 입기에는 확실히 이른 시기였다. 그래도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화장대 의자에 주저앉은 지연은 이내 고개를 숙인 채 깊은 고민에 잠겼다.일은 고됐지만 고액의 일자리였고, 함께 일하는 이 여사님도 친엄마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그래서 웬만하면 꾹 참고 버티려 했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결국 사장님의 장난감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앞으로 얼마나 더 그에게 농락당해야할까.진지하게 그만둘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했다. 하지만 별다른 기술도, 내세울 만한 학벌도 없는 지연에게 세상은 너무나 냉정했다.입주 도우미는 지연이 그나마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곳에서 받는 월급이면 딸린 식구들을 뒷바라지하기에 충분했고, 저축까지 할 수 있었다.지연은 침대 밑에 숨겨두었던 낡은 상자 하나를 꺼내 조심스럽게 열었다.그 안에는 온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지연은 그중 편지 한 통을 집어 들었다. 집을 떠나는 지연의 옷자락을 붙잡고 엉엉 울며 동생들이 건네준 편지였다.[언니, 항상 고마워. 공부 열심히 해서 꼭 호강시켜줄게. 우연이랑 아빠도 내가 잘 챙길게. 괴롭히는 사람 있으면 전화해, 내가 혼내줄 테니까! 언니 사랑해.]울컥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려 지연은 고개를 쳐
술과 담배, 뒤엉킨 웃음소리로 가득한 곳. 노골적인 시선과 은밀한 접촉이 오가는 곳이었다.독한 술을 주는 대로 받아 마신 탓에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몸이 축 늘어지고 눈꺼풀마저 무거워졌다.흐릿해진 시야 사이로 주변의 소음이 아득하게 멀어져 갔다.옆에 앉은 여자는 어느새 현민의 허리를 감싸 안고 상체를 밀착시켰다. 손길이 점점 대담해졌다.그 손을 떼어내려 해봤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하루 종일 제대로 먹은 게 없었던 탓일까. 위장이 뒤틀리며 속이 울렁거렸다. 현민은 연신 식은땀을 흘리며 메스꺼움을 참았다.괴로운 듯 얼굴을 일그러뜨린 현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룸을 뛰쳐나왔다.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복도를 비틀거리며 지나 겨우 화장실에 도착했다. 변기를 부여잡고 속에 든 것을 모조리 게워낸 그는 한동안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얼마나 지났을까.겨우 정신을 차린 현민은 화장실 문 앞에 서 있던 여자에게 부축을 받았다. 그 뒤로 호텔에 도착하기까지의 기억은 군데군데 끊겨 있었다.현민이 눈을 뜬 건 다음 날 아침이었다.새하얀 리넨 이불이 깔린 넓은 침대 위, 그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로 누워 있었다.간신히 눈을 떴지만 머리를 쪼개는 듯한 지독한 숙취가 그를 덮쳤다."으......"극심한 두통과 함께 속이 쓰려왔다."물......"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듯한 갈증에 현민은 힘들게 몸을 일으켜 주위를 살폈다.침대 옆자리에는 낯선 여자가 맨몸에 이불만 덮은 채 잠들어 있었다.현민은 여자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듯 가까이 다가갔다.그 순간, 여자가 눈을 번쩍 떴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누구였지......?'기억이 날 듯 말 듯 희미한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잘 잤어요?"여자는 씨익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건넸다.눈가에는 번진 마스카라 자국이 남아 있었고, 입술의 립스틱도 곳곳에 지워져 있었다. 지난밤 두 사람 사이에 무
"현민 씨를 아세요......?"탁.재민은 젓가락을 수저받침 위에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내가 할 소린데. 어떻게 알게 된 거지? 애초에 네가 그 사람을 만날 일이 없을 텐데.""그냥...... 우연히 알게 됐어요.""무슨 사이야?"지연은 잠시 멈칫했다. 낮에 현민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스쳤다."그게......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그런데 연락처까지 교환하나?""그걸 어떻게......"재민은 짧게 헛기침을 하더니 슬쩍 화제를 돌렸다."한현민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집안 배경이나 가족관계라든가.""아니요. 아무것도 몰라요. 그저 친절하고 다정한 분이라는 것 말고는......""그래? 그렇단 말이지."재민은 여전히 석연찮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더 캐묻지는 않았다."네. 그런데...... 두 분 아는 사이이신가요?""알 거 없어."재민은 더는 대꾸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2층으로 올라갔다. 지연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그의 뒷모습을 어리둥절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그날 밤 현민은 미처 마르지 않은 눈물을 손등으로 쓱 닦아내고는 다시 룸 안으로 들어섰다.어느새 테이블 위 식기들은 말끔히 치워지고 정갈한 찻잔과 디저트가 놓여 있었다. 조금 전 재민이 깨뜨렸던 유리 파편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뒤였다.한바탕 소동이 지나갔음에도 어머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거울을 보며 매끄럽게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그 모습을 씁쓸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현민이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엄마,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어?"어머니는 들은 체도 않고 찻잔을 들어 향을 음미할 뿐이었다."오랜만에 다 같이 모인 자리였잖아! 형도 정말 어렵게 고민해서 나온 건데...... 꼭 그렇게 상처를 줘야 했냐고!""향이 참 좋다. 현민아, 너도 와서 한 잔 마셔보렴.""엄마!"울분에 찬 현민의 고함이 넓은 룸 안에 울려 퍼졌다."한현민! 너 아버지 계시는 자리에서 어디서 언성을 높이니?""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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