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아와 강주원이 처음 만난 건 5년 전이었다.김소아가 막 Y국에 도착했을 때였다.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언어도 통하지 않았다. 혼자 낯선 나라에 와 있다 보니, 한동안은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강주원은 그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었다.나중에 가까워지고 난 뒤에는 강주원에게 이런 말도 들었다.자신도 Y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현지어도 못 하고 아무 계획도 없이 혼자 외국까지 오고 두 달이 지나도록 기본적인 대화조차 못 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그래도 운은 좋았다.마침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강주원을 만났으니까.두 사람은 결국 거래를 하나 했다.김소아가 적지 않은 돈을 주는 대신, 강주원이 현지 생활을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현지어를 가르쳐 주고, Y국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알려 줬다.갈피를 잡지 못하는 김소아를 지켜보면서,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도 도와줬다.오른손의 부상 때문에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자 왼손을 쓰는 연습도 함께했다.처음에는 글씨 하나 제대로 쓰지 못했다.그러다 조금씩 익숙해졌고, 결국 왼손으로도 완성도 높은 설계도를 그릴 수 있게 됐다.지금의 김소아가 되기까지 강주원의 도움은 분명 엄청나게 컸다.하지만 강주원이 자신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처음 고백을 들었을 때도 한참이 지나서야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다.그날 이후 김소아는 일부러 강주원과 거리를 뒀다.강주원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그렇다고 물러나지는 않았다.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다가왔다.그러다 김소아가 서준우와 있었던 일을 전부 털어놓았다.앞으로도 한동안은 누군가와 연애할 생각이 없다고도 말했다.그제야 강주원도 방식을 바꿨다.더 이상 예전처럼 밀어붙이지는 않았다.그렇다고 포기한 것도 아니었다.“괜찮아, 소아야.”강주원은 그때 그렇게 말했다.“난 그냥 네 옆에 있을게. 네가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누군가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잠시 웃으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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