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시에서도 손꼽히던 서씨 가문은 순식간에 무너졌다.XS그룹의 대표 서준우는 납치와 불법 감금 등 여러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수사 과정에서 5년 전 있었던 성범죄 미수 사건까지 다시 드러났다.결국 서준우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범행을 사주한 또 다른 관련자 역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범행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본인 역시 크게 다쳐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는 점이 고려돼 형의 집행은 유예됐다.이후에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됐다.서준우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대신 한 가지 부탁을 했다.김소아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김소아는 한참 고민한 끝에 면회를 가기로 했다.다만 혼자 가지는 않았다.면회실.두꺼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앉았다.김소아는 수화기를 들었다.유리 너머로 들려오는 서준우의 목소리에 잠시 묘한 기분이 들었다.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소아야.”체포된 뒤 재판이 끝날 때까지 몇 달이 흘렀다.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하지만 유리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마치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김소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다음 말을 기다렸다.“그때...”서준우가 한참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내가 당신을 서씨 가문으로 데려오지 않았다면, 우리도 이런 지경까지 되지 않을 수도 있었을까?”김소아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만약 그때 서준우가 자신을 서씨 가문으로 데려가지 않았다면, 그 뒤의 수많은 일도 없었을 것이다.서준우가 조금만 더 확실하게 행동했더라도 모든 게 달라졌을지도 몰랐다.끝까지 김소아를 선택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임지연과의 결혼을 선택했거나.김소아가 애초에 서준우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또 달랐을 것이다.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만약’이 없었다.서준우는 XS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였다.기억을 되찾은 이상 평생 김소아와 낡은 단칸방에서 살 수는 없는 사람이었다.서씨 가문으로 돌아간 뒤, 부모의 뜻을 완전히 무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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