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내가 시한부인 줄 아는 흑막 대공이 미쳐버렸다: Kabanata 1 - Kabanata 10

12 Kabanata

1화. 하필 피를 토해도 그놈 앞에서 토할 게 뭐람

"콜록! 쿨럭, 커헉!"새하얀 대리석 바닥 위로 붉은 핏방울이 후드득 떨어졌다.단순히 침에 섞여 나오는 수준이 아니었다. 입안을 가득 채운 검붉은 선혈이 울컥울컥 터져 나와, 순백의 고급 비단 드레스 자락을 붉게 물들였다. 누가 봐도 당장 목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시한부 환자의 처절하고 기괴한 각혈이었다.입가로 흐르는 비릿하고 미지근한 액체를 실크 손수건으로 벅벅 닦아내며, 나는 속으로 처절하게 쌍욕을 삼켰다.'아, 망했다. 진짜 개망했다. 하필 터져도 여기서 터질 게 뭐람!'내가 이 소설 속 피도 눈물도 없는 악녀, '세르리아 폰 발렌티'의 몸에 빙의한 지 딱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원작 소설 속 세르리아는 그야말로 악행의 대명사였다.제국 황실보다 돈이 많다는 발렌티 공작가의 무남독녀 외동딸이라는 신분을 믿고, 하녀의 뺨을 때리는 건 기본에 영지민들의 고혈을 짜내며 온갖 사치를 부리던 진짜 쓰레기.결국 그녀는 훗날 황실 반역죄에 얽혀, 북부의 지배자이자 흑막인 카일락 슬로언 대공의 손에 목이 잘려 죽는 처참한 배드 엔딩을 맞이하게 되어 있었다.빙의 사실을 깨달은 첫날, 나는 곧바로 결심했다.'악녀 짓? 미쳤어? 파업이다, 파업!'단두대 이슬로 사라지지 않으려면 당장 모든 악행을 중단해야 했다. 남주 뺨 때리기? 어림도 없지.가진 건 썩어나게 많은 돈뿐이니, 사교계 끊고 영지 구석에 처박혀 초호화 백수 생활이나 즐기기로 했다.맛있는 고급 스테이크를 썰고, 깃털처럼 푹신한 침대에서 12시간씩 자며 쾌적한 백수 라이프를 즐기던 중이었다. 그런데 원작에는 언급조차 없던 황당한 변수가 터졌다.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몸이 극도로 편안해진 탓일까?원래 세르리아가 무리하게 마법을 익히려다 몸속에 꽁꽁 얽혀 버렸던 '마나 코어'가 갑자기 뻥 뚫리며 스스로 각성하기 시작한 것이다.무협지로 치면 임독양맥이 타통되며 체내의 묵은 불순물인 '어혈'을 토해내는 탈피 현상.즉, 지금 내가 바닥에 쏟아낸 한 바가지의 검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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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내 병명이 '만수무강'이라는데 왜 말을 못 해!

카일락 슬로언 대공의 전용 침실.북부의 지배자이자 전장의 사신이라 불리는 남자의 방은, 그 악명에 걸맞게 온통 서늘한 무채색으로 꾸며져 있었다.검은 대리석 바닥, 차가운 은장식, 서릿발 같은 겨울 숲의 향기.그리고 그 중앙에 덩그러니 놓인, 지나치게 거대한 킹사이즈 침대."……."나는 그 무시무시한 침대 한가운데에 눕혀진 채, 조심스럽게 몸을 뒤척여 보았다.'오.'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분명 분위기는 사람 하나 잡아먹게 생겼는데, 내 등을 받치고 있는 매트리스와 덮고 있는 비단 이불은 미치도록 푹신했다. 마치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안락함이었다.'최고급 구스다운인가? 아니면 마수 털? 백수 생활하기엔 아주 완벽한 침대인데.'순간 본분을 잊고 이불에 얼굴을 부비적거릴 뻔했다.하지만 지금은 이불의 촉감을 감상하며 늘어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당장 방문 밖에서 들려오는 저 살벌한 소리들부터 해결해야 했다.쾅-! 쿠당탕!"살려주십시오, 대공 전하! 아무리 그래도 황실 내의원 회의 중에 목덜미를 잡고 끌고 오시면……!""닥치고 들어가라.""히익!"육중한 침실 문이 부서져라 열리며, 제국 최고의 명의라 불리는 벤윅 노(老)의원이 바닥에 패대기쳐졌다.그의 뒤로 핏발 선 눈을 한 카일락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대공의 서슬 퍼런 살기에 방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영하로 뚝 떨어지는 듯했다.침대에 누워있던 나는 그 황당한 광경에 입을 떡 벌렸다.'아니, 황실 의원을 저렇게 개끌듯이 끌고 온다고?'카일락은 바닥에 엎드려 덜덜 떠는 벤윅 의원의 뒷덜미를 짐승처럼 움켜쥐더니, 억지로 내 침대 앞까지 질질 끌고 왔다."진찰해라.""예, 예? 하지만 전하, 저는 내상 전문…….""이 여자의 몸 상태가 어떤지,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내게 보고해. 만약 병명을 밝혀내지 못하거나, 살릴 방도를 찾지 못한다면……."서릉-카일락의 허리춤에서 푸른빛을 머금은 장검이 반 뼘쯤 뽑혀 나왔다."네 목숨으로 그 무능함을 증명하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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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숟가락 하나도 못 들게 하는 흑막님

"아─ 하거라."……내가 지금 뭘 듣고 있는 거지?나는 내 눈앞에 내밀어진 순금 숟가락과, 그 위에 정갈하게 담긴 따뜻한 흰 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리고 그 숟가락을 들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천천히 훑어 올라갔다.칠흑 같은 흑발, 깎아지른 듯한 조각 같은 턱선, 그리고 여전히 미세한 핏발이 서 있는 적안.제국 전역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북부의 지배자, 카일락 슬로언 대공이었다.남주가 여주에게 밥을 먹여주는 장면에선 보통 간지러운 설렘이 떠올라야 맞다.하지만 지금 카일락의 표정은 마치 '이 죽을 먹지 않으면 내 손으로 제국을 멸망시키겠다'는 비장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저기, 대공님.""말을 아끼라고 했을 텐데. 기력이 쇠한다.""아니, 제 말은요…… 제가 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숟가락 정도는 혼자 들 수 있다고요."내가 억울함을 담아 손을 뻗으려 하자, 카일락의 찌푸려진 미간에 순식간에 깊은 골이 패였다."손가락 마디마디에 무리가 가면 어쩌려고 그러나. 네 뼈는 지금 가느다란 유리처럼 취약한 상태다."유리? 내 뼈가?어처구니가 없어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전신 마나 각성을 마친 내 골격은 지금 강철보다 단단해진 상태였다. 원한다면 지금 당장 저 남자의 대리석 침대 헤드를 맨손으로 쪼갤 수도 있을 것 같았다."대공님, 정말 진지하게 드리는 말씀인데요. 저 진짜 엄청나게 튼튼해요. 보실래요?"나는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해, 협탁 위에 놓여 있던 묵직한 순은제 찻잔을 덥석 쥐었다.그리고 약간의 마나를 실어 악력을 가했다.찌그러뜨려 보여주마. 내 악력이 이 정도라는 걸 보면 무서워서라도 오해를 풀겠지!콰직─!단단한 순은 찻잔이 내 손 안에서 호두껍질처럼 비참하게 찌그러졌다. 아니, 찌그러지다 못해 거의 아예 찌부러진 은덩어리가 되어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거봐요! 제 힘 보셨죠? 저 시한부 아니라니까요!"나는 승리감에 도취하여 찌그러진 찻잔을 가리키며 턱을 높이 들었다.이제야 내 건강함을 인정하겠지!그러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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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경매장을 사 오라고 했지, 내 침실로 들여오라진 않았는데요

"이, 이것은 제국 서부의 광산에서 채굴된 최고급 스타라이트 다이아몬드입니다! 빛을 받으면 영롱한 은하수 모양의 마나가 반짝이는……!"달달달달.침실 한복판에 땀을 뻘뻘 흘리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황실 경매장의 총책임자이자, 사교계의 거물 경매사로 이름 높은 르벨 남작이었다.원래라면 턱을 드높이 들고 귀족들의 경쟁을 느긋하게 관망해야 할 남자가, 지금은 손에 든 비단 덮개를 들덜 떨며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내 옆에 차갑게 서 있는 카일락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카일락은 팔짱을 낀 채, 마치 당장이라도 목을 칠 범인을 취조하는 재판관처럼 르벨 남작을 노려보고 있었다."그딴 뻔한 입놀림은 치워라.""히익!""내 관심사는 오직 단 하나다. 저 보석이 세르리아의 기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가?"르벨 남작은 당장이라도 울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황실 경매장 건물 전체를 대공가 기사단이 둘러싸더니, "대공비 전하(아님)께서 몸이 위중하시니 경매 물품 전체를 대공저로 이송한다"며 통째로 끌고 온 결과가 바로 이 상황이었다.내 침실 문밖 복도에는 지금 고급 비단과 보석 box, 희귀한 마법 도구들을 실은 수레 수십 대가 끝없이 줄을 서 있었다. 경매장이 통째로 내 방으로 출장을 온 셈이었다.'미친…… 스케일 봐라.'나는 속으로 입을 떡 벌리면서도, 본능적으로 푹신한 베개에 깊숙이 묻혀 있던 몸을 일으켰다.어쨌든 나를 위해 마련된 무대였다. 원래대로라면 오늘 경매장에 나가서 발렌티 가문의 재력으로 독점하려 했던 그 보석이 내 눈앞에 굴러들어온 것이다."르벨 남작님.""예, 예! 영애 전하!""그 보석, 가까이서 봐도 될까요?"내가 다정하게 묻자, 르벨 남작은 구원이라도 얻은 듯 다급히 보석함을 내 앞으로 가져왔다.영롱하게 빛나는 푸른빛의 다이아몬드. 마나가 깃들어 있어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개운함이 느껴졌다. 역시 건강해진 내 마나 코어가 마법 보석에 반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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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내 병명이 '승천'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대공저의 화려한 침실 안.나는 최고급 거위 털 베개 세 개를 등 뒤에 푹신하게 받치고 반쯤 누운 채, 내 눈앞에 펼쳐진 진수성찬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마네스산 최고급 빈티지 와인(을 가장한 원기 회복 포션), 혀에 닿자마자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푸아그라, 그리고 서해안에서 갓 잡아 올렸다는 랍스터 버터 구이까지."이게 다…… 내 저녁 식사라고?"황실 연회에서나 볼 법한 요리들이 내 침대 위 접이식 식탁에 산처럼 쌓여 있었다.나는 감격에 겨워 포크를 집어 들려 했다. 하지만 내 손이 포크의 은빛 손잡이에 닿기도 전에, 커다랗고 단단한 손이 내 손목을 가로막았다."무리하지 마라."카일락이었다.그는 자신이 입고 있던 제복의 빳빳한 소맷자락이 소스에 얼룩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직접 은장도를 들어 랍스터의 살점만을 정교하게 발라내기 시작했다.제국 최고의 검사가 검기(劍氣)를 다루듯 섬세한 손놀림으로 갑각류의 살을 발라내는 꼴이라니. 기사단장들이 본다면 거품을 물고 쓰러질 광경이었다."자, 아─ 하거라."카일락이 먹기 좋게 썰어낸 랍스터 살을 포크에 찍어 내 입가로 가져왔다.아니, 진짜 자기가 먹여주네.나는 묘한 배덕감과 수치심에 입술을 달싹였다."대공님. 랍스터 껍질 까는 건 그렇다 쳐도, 먹는 건 진짜 혼자 할 수—""기력이 쇠한다.""아니, 입을 오물거린다고 기력이 쇠하진 않—""입술이 말라 있군. 씹는 행위조차 버거울 정도로 마나 코어가 말라가고 있는 거겠지."대공님, 입술이 마른 건 랍스터 냄새 맡고 침을 꼴깍 삼키느라 입맛을 다셔서 그런 건데요.하지만 그의 적안에 또다시 그 '눈물방울'이 맺히려는 조짐이 보이자, 나는 얌전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저 덩치 큰 미친 남자가 눈물 뚝뚝 흘리며 지옥에서 온 후회남 코스프레를 하는 걸 보느니, 그냥 수발을 받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웠다."냠."랍스터 살이 입안에 들어오자마자 진한 버터의 풍미와 함께 사르르 녹아내렸다.미쳤다. 진짜 맛있다! 대공가 주방장 납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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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억울해서 딱 한 걸음 걸었을 뿐인데

"나갈 거야."나는 침대 위에서 단호하게 선언했다.사흘이다. 무려 사흘 동안이나 이 거대하고 푹신한 대공의 침대에 갇혀, 억대의 영약과 진수성찬을 아기 새처럼 받아먹으며 살았다.아무리 백수 라이프가 꿈이었다지만, 온종일 누워만 있는 것도 사람 할 짓이 못 되었다. 몸속에 펄펄 날아다니는 청정한 마나 기운 때문에 체력이 넘쳐나서, 이대로 있다간 침대 헤드를 박살 내고 사자후라도 지를 것 같았으니까."영, 영애 전하! 안 됩니다! 아직 거동을 하시기엔 너무나 위중하십니다!"침실을 지키던 시녀와 전속 의원들이 경악하며 날 가로막았다.나는 그들의 시선을 싹 무시하고 훌렁 이불을 개어 던졌다."나 진짜 멀쩡해요. 그냥 저 앞 정원에서 바깥공기만 딱 10분 쐬고 올 테니까 막지 마세요.""전하! 살려주십시오! 전하께서 발을 바닥에 딛는 순간, 저희 목은 대공 전하의 검에 날아갑니다!"의원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아니, 사람 발이 바닥에 닿는다고 목이 날아가는 가문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하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가뿐하게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사흘 만에 느껴지는 단단한 바닥의 촉감에 감격이 밀려왔다.'역시 사람은 땅을 밟고 살아야 해!'나는 기분 좋게 굳었던 몸을 풀며 침실 문을 벌컥 열었다.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나는 제자리에서 굳어버렸다."……."복도에는 두꺼운 갑주를 풀옵션으로 착각한 슬로언 대공가 소속의 최정예 기사단이 늘어서 있었다.전장에서 마수를 도살하며 피도 눈물도 없이 싸운다는 그 유명한 '철혈 기사단'.그들의 서슬 퍼런 눈빛과 묵직한 살기는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문제는, 그 무시무시한 기사단 전체가 내가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사색이 되었다는 점이었다."영, 영애 전하께서…… 스스로 서 계신다!""바닥에…… 가녀린 발을 딛으셨어!"기사단장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과 함께, 제국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기사들이 일제히 두 손으로 제 머리를 감싸쥐었다."전하! 바닥이 차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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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불청객이 찾아왔다, 내 요양 생활을 방해하러

은빛 잎사귀가 흩날리는 옥석 정원.그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파라솔 아래서, 나는 입이 떡 벌어질 만한 광경을 마주하고 있었다."이게 다 뭡니까?"내 앞에는 성인 남성 키만 한 거대한 5단 은쟁반이 놓여 있었다.그 위에는 황실 수석 파티시에가 꼬박 사흘을 밤새워 만들었다는 각종 디저트가 영롱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황금 마나 가루가 뿌려진 마카롱, 심해의 진주를 갈아 넣었다는 크림 타르트, 그리고 천 년 묵은 정령수의 수액으로 끓여낸 최고급 홍차까지.단순한 디저트가 아니었다.보기엔 예쁘장한 과자들이었지만, 그 안에는 웬만한 소드마스터들도 평생 한 번 먹어볼까 말까 한 '대륙 최고의 영약'들이 아낌없이 때려 박혀 있었다."드십시오, 영애 전하. 씹으실 힘조차 부족하실까 하여, 입에 넣자마자 공기처럼 사르르 녹아내리는 식감으로 조리했습니다."시녀장이 눈물을 글썽이며 홍차를 따랐다.나는 떨리는 손으로 황금 마카롱을 집어 입에 쏙 넣었다.'미쳤다! 개맛있어!'입에 넣자마자 달콤한 크림이 사르르 녹아내림과 동시에, 엄청난 양의 순수 마나가 식도를 타고 뱃속으로 훅 밀려 들어왔다.내 몸속에서 소용돌이치던 마나 코어가 "더 줘! 더!" 하고 환호성을 지르는 게 느껴졌다.이 디저트를 3일만 더 먹으면 맨손으로 드래곤도 때려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나는 황홀경에 빠져 두 번째 타르트를 집어 들려 했다.바로 그 순간이었다."어머, 여기가 그 유명한 시한부 영애의 병동인가요?"정원 입구 쪽에서 새된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나는 미간을 확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대공저 기사단이 삼엄하게 경비하는 이 정원에 감히 함부로 발을 들인 불청객.화려하고 천박한 분홍색 프릴 드레스를 입고, 부채로 입가를 가린 채 비웃음을 흘리고 있는 여자.'이레나 백작 영애?'원작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이레나. 사교계에서 원래 세르리아와 라이벌 기믹으로 앙숙이었던 악역 조연.세르리아가 대공저에 갇혀(실제로는 요양 중) 사교계에 나타나지 않자,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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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아빠까지 오열하기 시작했다

정원의 소동이 지나간 다음 날 아침.대공저 침실로 내리쬐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눈을 뜬 나는, 제자리에서 가볍게 손가락을 쥐었다 펴 보았다. 몸 상태는 그야말로 인생 최고조를 갱신하고 있었다.마나 코어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며 체내의 모든 불순물이 빠져나간 덕분인지, 피부에서는 윤기가 흘렀고 눈을 뜨자마자 사막을 가로질러 달릴 수 있을 만큼 온몸에 힘이 넘쳐났다.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당장 이 방의 무거운 쇳덩이 가구들을 가볍게 들었다 놓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후아암."나는 푹신한 구스다운 이불 속에서 기지개를 크게 켜려 했다. 사흘 내내 억대의 영약과 전설의 디저트만 받아먹었더니, 아주 몸이 펄펄 날아다니다 못해 사자후라도 지를 수 있을 지경이었다.하지만 내 손가락 마디가 다 펴지기도 전에, 침실 문이 부서져라 열리며 벼락같은 고함이 귓가를 때렸다."내 딸!! 내 귀한 딸 세르리아아아아─!"쾅─!얼마나 거세게 문을 열었는지 고급 마호가니 문짝에 쩍 하고 긴 금이 갔다.나는 놀라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올리며 문가를 바라보았다.대공저 침실 복도를 삼엄하게 경비하던 기사들을 당당히 뚫고 들어온 남자는, 핏발 선 눈에 옷매무새가 엉망으로 흐트러진 중년 신사였다.은빛이 섞인 흑발에 날카로운 턱선, 그리고 제국 최고의 부를 쥐고 있는 남자. 원작 소설 속 세르리아의 친부이자, 사교계의 냉혈한으로 유명한 발렌티 공작이었다.'어? 아빠가 왜 여기서 나와?'원작 속 발렌티 공작은 딸에게 극도로 무관심한 인물이었다.사치와 악행을 일삼는 세르리아를 그저 '가문의 오점' 취급하며 방치하고, 오직 가문의 명예와 재산 증식에만 관심이 있던 서늘한 위선자.그랬던 남자가 지금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한 채, 마치 세상을 잃은 사람처럼 내 침대를 향해 몸을 던지고 있었다."세르리아! 이게 무슨 일이야! 네가 시한부라니! 하루에도 피를 한 바가지씩 토하며 죽어가고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예?"하루에 피를 한 바가지씩 토해? 소문이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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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황태자가 감히 날 찾으러 왔다가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나는 내 손가락에 끼워진 순은빛 공간 반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어제 아빠(발렌티 공작)와 카일락이 사치 배틀을 벌인 결과, 내 공간 반지 안에는 현재 제국 전체를 세 번쯤 사고도 남을 보물들과 명의 이전 서류들이 빼곡하게 들어가 있었다.남부 휴양지 영지 전체 소유권. 서부 다이아몬드 광산 5개 계약서. 제국 최고급 디저트 숍 30개 무료 이용권. 그리고 대륙에 세 개뿐이라는 '마나 정화의 아티팩트'까지.'미쳤다. 나 진짜 제국 최고 갑부 됐어.'사치와 악행을 일삼다 처형당할 운명이었던 악녀가, 가만히 누워서 피 한 번(사실은 마나 각성이지만) 토했다고 제국 전역의 부를 쓸어 담고 있었다.게다가 마나 각성 효과는 계속되어, 이제 나는 눈 감고도 50미터 밖의 파리 날개짓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전신 감각이 예민해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쇠젓가락도 접어버릴 힘이 넘쳐났다."세르리아, 입 벌려라. 이번엔 북해에서 건너온 마력 젤리다."카일락이 정성껏 수저를 내밀었다. 그 옆에서는 아빠가 최고급 비단 부채로 나를 향해 땀을 뻘뻘 흘리며 바람을 붙여주고 있었다.제국을 움직이는 두 거구가 내 침대 양옆에 딱 붙어 수발을 들고 있는 황홀한 광경.바로 그때였다.쿵─! 쿵─! 쿵─!침실 밖 복도에서 무거운 무구들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안하무인인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슬오언 대공! 발렌티 공작! 당장 문을 열지 못할까!"쿵 소리와 함께 굵직한 사내들의 발소리가 다가왔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공저의 철혈 기사단을 뚫고 침실 앞까지 무혈입성할 수 있는 인물은 제국에 단 한 명뿐이었다.원작 소설의 남주인공이자, 도도하고 오만한 제국의 후계자. 황태자 에드워드였다.'황태자가 여긴 왜 왔어?'원작의 에드워드는 세르리아가 아무리 사교계에서 구애를 해도 벌레 보듯 무시하던 냉정한 남주였다. 그런 그가 제복 옷매무새를 팍 찌푸린 채, 황실 근위대를 대동하고 침실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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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내 요양 여행이 제국 순방이 되어버렸다

황태자 에드워드가 눈물을 머금고 헌납한 '황실 전용 마법 마차'. 그것은 원래 제국의 후계자가 타는 것답게 웅장하고 세련된 황금빛 자태를 자랑하는 명품이었다.……적어도 어젯밤까지는 말이다."……이게 대체 뭐죠?"대공저 정문 앞. 나는 내 앞에 놓인 거대한 물체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황금빛 마차는 간데없고, 그 자리에는 웬 '움직이는 요새' 혹은 '거대한 솜사탕'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마차 외벽에는 미사일도 튕겨낼 법한 8서클 절대 방어 마법진이 빈틈없이 새겨져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내부는 아예 충격 흡수용 최고급 마수(魔獸)의 털과 구스다운 쿠션으로 도배가 되어 밖으로 비져나올 지경이었다."황태자가 쓰던 낡은 마차를 그대로 태울 순 없지 않느냐."발렌티 공작, 우리 아빠가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며 말했다."밤새 공작가의 수석 마법사 백 명을 갈아 넣어 내부 공간 확장 마법을 다시 걸었다. 침실과 욕실은 물론이고 미니 정원까지 갖춰두었지. 바퀴에는 최고급 부유(浮遊) 마법을 걸어, 돌멩이 하나 밟는 충격도 네 가녀린 허리에 닿지 않게 만들었다!""방어는 내가 책임졌다."카일락이 서늘한 얼굴로 덧붙였다."드래곤의 브레스가 쏟아져도 안의 온도조차 변하지 않을 거다. 넌 그저 요람에 누운 것처럼 편안하게 숨만 쉬면 돼."두 거구가 밤새 합작하여, 황태자의 세단 마차를 '대재앙 대피용 방공호 겸 7성급 스위트룸'으로 마개조해 놓은 것이다.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떡 벌렸다."아니…… 아무리 그래도 마차 크기가 집채만 한데, 저걸 말이 끌 수 있기는 해요?"내 질문에 카일락이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말이 왜 필요한가. 내 기사단장과 정예 기사 50명이 직접 마차에 밧줄을 묶고 마나를 운용해 끌어당길 것이다. 짐승의 불규칙한 걸음걸이조차 네게 피로를 줄 수 있으니.""예……?"나는 경악하며 마차 앞을 보았다. 진짜였다. 제국 최고의 무력을 자랑하는 철혈 기사단의 최정예 소드마스터들이, 말 대신 마차의 견인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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