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락 슬로언 대공의 전용 침실.북부의 지배자이자 전장의 사신이라 불리는 남자의 방은, 그 악명에 걸맞게 온통 서늘한 무채색으로 꾸며져 있었다.검은 대리석 바닥, 차가운 은장식, 서릿발 같은 겨울 숲의 향기.그리고 그 중앙에 덩그러니 놓인, 지나치게 거대한 킹사이즈 침대."……."나는 그 무시무시한 침대 한가운데에 눕혀진 채, 조심스럽게 몸을 뒤척여 보았다.'오.'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분명 분위기는 사람 하나 잡아먹게 생겼는데, 내 등을 받치고 있는 매트리스와 덮고 있는 비단 이불은 미치도록 푹신했다. 마치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안락함이었다.'최고급 구스다운인가? 아니면 마수 털? 백수 생활하기엔 아주 완벽한 침대인데.'순간 본분을 잊고 이불에 얼굴을 부비적거릴 뻔했다.하지만 지금은 이불의 촉감을 감상하며 늘어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당장 방문 밖에서 들려오는 저 살벌한 소리들부터 해결해야 했다.쾅-! 쿠당탕!"살려주십시오, 대공 전하! 아무리 그래도 황실 내의원 회의 중에 목덜미를 잡고 끌고 오시면……!""닥치고 들어가라.""히익!"육중한 침실 문이 부서져라 열리며, 제국 최고의 명의라 불리는 벤윅 노(老)의원이 바닥에 패대기쳐졌다.그의 뒤로 핏발 선 눈을 한 카일락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대공의 서슬 퍼런 살기에 방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영하로 뚝 떨어지는 듯했다.침대에 누워있던 나는 그 황당한 광경에 입을 떡 벌렸다.'아니, 황실 의원을 저렇게 개끌듯이 끌고 온다고?'카일락은 바닥에 엎드려 덜덜 떠는 벤윅 의원의 뒷덜미를 짐승처럼 움켜쥐더니, 억지로 내 침대 앞까지 질질 끌고 왔다."진찰해라.""예, 예? 하지만 전하, 저는 내상 전문…….""이 여자의 몸 상태가 어떤지,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내게 보고해. 만약 병명을 밝혀내지 못하거나, 살릴 방도를 찾지 못한다면……."서릉-카일락의 허리춤에서 푸른빛을 머금은 장검이 반 뼘쯤 뽑혀 나왔다."네 목숨으로 그 무능함을 증명하게 될
Huling Na-update : 2026-09-16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