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켄의 거대한 머통이 코코넛 한 방에 터져 나간 직후, 남부 해안가는 깊은 침묵과 통곡의 도가니에 휩싸였다.제국 최고의 7성급 셰프 수십 명이 동원되어 조리한 9등급 심해 마수, '대왕 크라켄 문어숙회'가 마침내 순금 쟁반에 정갈히 담겨 내 앞상에 올려졌다.특제 초장과 특제 생와사비 소스를 살짝 찍어 입에 넣자, 쫄깃하면서도 달달한 마수 고기의 식감이 입안 가득 퍼졌다.'미친, 존맛! 3대 500 마나 코어 풀파워로 코코넛 던진 보람이 있네!'내가 입안 가득 만족스러운 우물거림을 멈추지 않고 있을 때였다.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두 남자의 표정은 마치 제국이 멸망이라도 한 듯 어둡기 그지없었다.카일락은 핏발 선 적안으로 내가 문어숙회를 씹어 넘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는 여전히 아련함과 숭고함이 넘쳐나다 못해 흘러내리고 있었다."마지막 순간까지…… 품위를 잃지 않고 식사를 마치하려는 저 숭고함이라니." "내 딸이…… 죽기 전 마지막 남은 생명의 불꽃을 짜내어 마수를 잡고, 겨우 저 적은 양의 음식을 삼키고 있구나. 흑, 으흑!"발렌티 공작은 손수건으로 연신 피눈물을 훔치며 울부짖었고, 카일락의 전신에서는 서슬 퍼런 마기가 지옥의 오라처럼 뿜어져 나왔다.'……저기요, 적은 양이라니요. 나 이미 크라켄 다리 세 개를 혼자 작살냈는데요.'내가 진실을 지적하려 입을 뻐끔거렸으나, 두 사람이 뿜어내는 흉흉한 기세에 눌려 조용히 젓가락질만 계속했다.그때, 카일락이 결연한 의지가 담긴 황금 양피지 한 두루마리를 내 테이블 앞에 내밀었다."세르리아. 널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 하지만…… 네게 남은 시간이 정말 얼마 없다면, 이 세상의 모든 행복과 권력을 누리다 가야 한다." "이게 뭔가요, 대공님?" "버킷리스트다."친정아빠와 흑막 대공이 밤을 새워가며 작성한, 일명 '세르리아의 마지막 소원 목록'이었다.나는 초장이 묻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황금빛 양피지를 스르륵 펼쳤다. 그리고 거기 적힌 미친 내용들을 읽어 내려가
Huling Na-update : 2026-09-19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