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목소리에 조정겸이 흠칫했다.그의 품에 안긴 조윤헌마저 힘겹게 눈을 떴다."어머니..."기운 없는 목소리였다.그래도 육 년 가까이 내 손으로 키운 아이였다. 아무리 모질게 마음을 먹었어도, 저런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렸다.조정겸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너는..."노영찬이 조용히 내 앞을 막아섰다. 나를 지키려는 몸짓이자, 내가 그의 사람임을 알리는 행동이었다."태자 전하, 얼마 전 신과 혼인한 아내입니다."팽팽한 기류가 흘렀다. 나는 두려움을 억누르며 얼굴을 가린 천을 걷고, 조정겸을 향해 몸을 낮춰 예를 올렸다."맹아란입니다. 태자 전하께 인사 올립니다."조정겸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눈앞의 여인은 목소리만 장나원과 비슷할 뿐, 생김새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이 세상에 장나원은 더 이상 없었다."어찌하여 어르신 앞을 막아서는 것이냐?"조정겸의 낯빛이 차가워졌다.변방에서 지낸 이 년여 동안,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는 드문드문 전해 들었다.나를 추봉했고, 그 일로 황후와 거의 원수가 되다시피 했으며, 다른 여인을 들이지도 않았다는 것까지.하지만 나 때문에 하룻밤 새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는 건 몰랐다.놀란 것도 잠시였다. 나는 곧 평정을 되찾았다."황손 전하의 병은 제가 고칠 수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나서실 필요는 없습니다."동궁에서 보낸 육 년 동안 조윤헌의 몸을 수없이 돌보았다. 이 아이를 어떻게 살려야 하는지,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장나원을 닮은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조정겸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윤헌을 살리지 못하면 네 목숨으로 갚아야 할 것이다.""명을 받들겠습니다."조윤헌의 맥을 짚고 약을 처방해 먹인 뒤 침과 뜸으로 다스렸다. 그러고서야 일단 위급한 고비는 넘길 수 있었다.수행한 궁녀에게서 조정겸이 변방에 온 까닭도 들었다. 두 나라의 동맹 회담에 참석하러 온 길이었다고 했다.그런데 도중에 조윤헌의 병이 도져, 그날은 예를 차릴 겨를도 없이 혼례에 들이닥쳤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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