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작은 마을, 어느 별채.침상에 누워 눈을 뜨자 낯익으면서도 낯선 푸른 비단 휘장이 보였다. 잠시 머릿속이 흐릿했다.그날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운명이 내 편을 들어 주었다.벼랑에는 오래전부터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나는 떨어지다가 그 줄기에 걸린 뒤 강으로 떨어졌고, 나를 찾아온 노영찬이 물에서 건져 주었다.내 스승은 독을 다루는 의술로 천하에 이름을 떨친 서백헌이었다.구조되었을 때는 온몸의 뼈가 여러 군데 부러지고 바위에 얼굴까지 상한 데다 묵은 병도 가득했다. 그래도 스승님은 나를 살려 내셨다.다만 일 년을 혼수상태로 보냈고, 얼굴은 예전 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달라졌다.깨어나 노영찬의 검은 눈을 마주한 순간, 그날 꿈결처럼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아란아, 살아야 해. 이제 곧 집에 갈 거야."어린 시절, 마을의 못된 아이들이 나를 버려진 집 안에 가둔 적이 있었다. 그때도 노영찬은 영웅처럼 불쑥 나타났었다.반짝이는 눈으로 내게 손을 내밀면서."아란아, 집에 데려가려고 왔어."이번에도 젊은 장군은 나를 집으로 데려와 주었다.깨어난 이튿날, 노영찬이 말해 주었다. 궁중 내관을 매수해 아기의 시신을 바꾸어 두었고, 아이와 어머니를 한곳에 묻어 드렸다고.일어나 걸을 수 있게 된 뒤, 나는 노영찬과 함께 어머니와 아기의 무덤을 찾았다.돌아오는 길에 노영찬이 물었다."아란아, 이제 어찌할 생각이니?"끝없는 초원을 바라보자 막막해졌다.이토록 넓은 세상에 내 몸 하나 머물 곳이 없었다.노영찬은 그런 나를 보고 들뜬 마음을 누르며 제안했다."요 몇 년 변방에 싸움이 잦았어. 어르신께서는 연로하시고, 너는 그 의술을 온전히 배웠잖니. 군에 남아 일을 거들어 드리는 건 어떻겠니?"이 세상에 내 혈육은 이제 없었다.길러 주시고 목숨까지 구해 주신 스승님께는 은혜를 갚아야 했다. 남은 생을 곁에서 모시며 일을 거들어 드리면, 그 짐도 덜어 드릴 수 있을 터였다.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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