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수를 보내고 나서, 나는 서둘러 짐을 챙겨 마을 전당포로 향했다.몇 년 전 이혁수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나는 인형극 상자를 전당포에 맡겼었는데, 그것은 어머니가 남겨주신 마지막 유품이었다."주인장, 맡긴 물건을 찾으러 왔습니다."주인장은 고개를 들어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싱긋 웃으며 계산대 밑에서 상자를 꺼내왔다."서 낭자, 부군께서 진작에 찾아가셨습니다.""은자도 넉넉히 더 얹어 주면서, 낭자에게 전해 달라고 하더군요. 집에서 자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라고요."나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인형극 상자를 어루만지며 낮게 읊조렸다."이제 그럴 필요 없습니다."처음 이혁수를 살려냈을 때, 그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그를 벙어리라고 놀려댔다.그는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의 자존심이 상할까 걱정스러웠다.그가 말하지 못하니 내가 대신 말해주기로 했다.누군가 그를 비웃으면, 나는 마치 억척스러운 아낙네처럼 달려들어 일일이 이름을 부르며 욕을 퍼부었다.또 그가 심심해할까 봐, 매일 밤 등잔불 아래에서 그림자 인형극을 보여주기도 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노래로 불렀다. 어느 날 밤, 극 중 주인공이 담을 넘는 대목을 부르다가 손에 든 인형이 그만 넘어졌다.그때 그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참 재미있는 재주를 가졌구나."그 순간, 나는 비로소 선비들이 말하던 ‘맑은 샘물이 바위 위를 흐르는 소리’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바로 이혁수의 목소리였다.그는 자신이 과거시험을 보러 도성으로 가던 길에, 집안의 상인 일행이 습격을 당해 화를 당했다고 했다.하지만 그 처참한 화살과 칼에 베인 상처는 한눈에 봐도 평범한 산적에게 당한 것 같지 않았다.나는 눈치껏 묻지 않았고, 우리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뜻이 맞아 함께 살아갔다.이혁수가 장작을 패면 내가 밥을 지었고, 그가 글을 쓰면 나는 인형극을 했다.그러던 어느 날, 삼황자의 부하들이 근처를 돌며 남은 무리를 수색했다.그때 이혁수는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고,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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