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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눈과 함께
이혁수를 보내고 나서, 나는 서둘러 짐을 챙겨 마을 전당포로 향했다.

몇 년 전 이혁수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나는 인형극 상자를 전당포에 맡겼었는데, 그것은 어머니가 남겨주신 마지막 유품이었다.

"주인장, 맡긴 물건을 찾으러 왔습니다."

주인장은 고개를 들어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싱긋 웃으며 계산대 밑에서 상자를 꺼내왔다.

"서 낭자, 부군께서 진작에 찾아가셨습니다."

"은자도 넉넉히 더 얹어 주면서, 낭자에게 전해 달라고 하더군요. 집에서 자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라고요."

나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인형극 상자를 어루만지며 낮게 읊조렸다.

"이제 그럴 필요 없습니다."

처음 이혁수를 살려냈을 때, 그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그를 벙어리라고 놀려댔다.

그는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의 자존심이 상할까 걱정스러웠다.

그가 말하지 못하니 내가 대신 말해주기로 했다.

누군가 그를 비웃으면, 나는 마치 억척스러운 아낙네처럼 달려들어 일일이 이름을 부르며 욕을 퍼부었다.

또 그가 심심해할까 봐, 매일 밤 등잔불 아래에서 그림자 인형극을 보여주기도 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노래로 불렀다.

어느 날 밤, 극 중 주인공이 담을 넘는 대목을 부르다가 손에 든 인형이 그만 넘어졌다.

그때 그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참 재미있는 재주를 가졌구나."

그 순간, 나는 비로소 선비들이 말하던 ‘맑은 샘물이 바위 위를 흐르는 소리’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바로 이혁수의 목소리였다.

그는 자신이 과거시험을 보러 도성으로 가던 길에, 집안의 상인 일행이 습격을 당해 화를 당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처참한 화살과 칼에 베인 상처는 한눈에 봐도 평범한 산적에게 당한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눈치껏 묻지 않았고, 우리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뜻이 맞아 함께 살아갔다.

이혁수가 장작을 패면 내가 밥을 지었고, 그가 글을 쓰면 나는 인형극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삼황자의 부하들이 근처를 돌며 남은 무리를 수색했다.

그때 이혁수는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고, 집엔 쌀도 없었으니 약을 살 돈은 더더욱 없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인형극 상자를 전당포에 맡겨 약 한 첩과 쌀 반 자루를 바꿔 왔다.

이혁수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나를 데리고 낡은 사당으로 가서 천지에 절을 올렸다.

그리고 평생 나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때 나는 그의 눈에 어린 촛불빛이 눈부시게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이곳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부부로 지내는 편이 외지인으로 있는 것보다 훨씬 안전했다.

나는 통행증을 챙겨 마차를 몰고 서쪽 대막으로 향했다.

흙먼지가 날리는 낡은 나무집들을 보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나는 화려하고 눈부신 전각들이 무서웠다.

이를테면 동궁, 그리고 어머니가 자주 드나들던 그 으리으리한 저택들 말이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태어나 아비 없이 홀어머니 손에 자랐다.

어머니는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 고관대작들에게 노래를 불러 주러 다녔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어머니의 몸에는 상처가 남아 있었다. 입맞춤 자국이거나, 꼬집힌 멍 자국이었다.

어머니는 병이 옮아 그 화려한 대문 밖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죽는 순간까지도, 어머니를 보러 온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연화야, 절대로 남자에게 마음을 주지 말거라. 특히 권세와 힘이 있는 남자에게는 더더욱."

어머니가 내게 남긴 마지막 유언이었다.

"그들의 심장은 돌로 되어 있단다."

그래서 전생에 이혁수가 자기와 함께 돌아가자고 했을 때 망설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내 목덜미에 고개를 묻은 채 나를 끌어안았고, 숨결마저 떨리고 있었다.

그는 동궁이 너무 춥다고 했다.

"부황께서는 나를 의심하고, 형제들은 서로 다투며, 모두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다."

"나한테는 이제 너밖에 없다."

그 순간, 그도 나처럼 세상에 서로밖에 남지 않은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에 나는 마음이 약해졌다.

이혁수는 약속을 지켜 나를 가장 화려한 별채에 머물게 했다.

하사품들이 물밀듯 쉴 새 없이 내 마당으로 들어왔다.

그는 항상 나를 끌어안고 말했다.

"연화야, 조금만 기다리거라. 내가 반드시 너를 황후로 만들어 주마."

사실 나는 황후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가진 유일한 욕심은, 그를 딱 한 번만 더 보는 것이었다.

이 깊은 궁 안에서 그가 밥은 제대로 먹고 있는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혁수가 찾아오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매일 오던 것이 사흘에 한 번, 보름에 한 번으로 바뀌었다.

조정의 비난도 점점 거세졌다.

비천한 출신인 내가 태자의 명예를 더럽힌다며, 승상 따님의 자리를 차지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고 했다.

소문이 가장 거셌을 때는 한 대신이 목숨을 걸고 내 처소까지 찾아와, 나를 내쫓으라고 호소했다.

그때 이혁수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내 귀를 꽉 틀어막으며 듣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문밖에서 한 노인이 한숨을 내쉬며 이혁수에게 물었다.

"전하, 정말 저 여인을 황후로 삼으실 생각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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