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꿀복지를 고발한 배신자들의 최후: Chapter 1 - Chapter 10

10 Chapters

제1화

회사를 세운 지도 올해로 6년째였다.처음에는 네 명이 허름한 집에 모여서 시작했고, 그렇게 3년을 버틴 끝에 겨우 회사를 제대로 키워 냈다.그때부터 내가 세운 원칙이 하나 있었다.[매년 회사 순이익의 50%는 직원 복지에 쓴다.]구내식당의 무료 과일이나 간식 같은 보여 주기식 복지가 아니라, 직원들이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혜택에 돈을 썼다.지난해 명절에는 전 직원에게 240만 원씩 지원금을 지급했고, 유급휴가도 3일 더 줬다.재작년 워크숍은 뉴질랜드에서의 스카이다이빙이었다. 1인당 860만 원이 들었지만 비용은 전부 회사에서 부담했다.초창기부터 나와 함께한 핵심 직원들이 매년 받는 복지만 합쳐도 급여보다 많을 정도였다.그만큼 돌아오는 것도 확실했다.사내 분위기는 좋았고, 실적은 해마다 두 배씩 뛰었다. 이직률도 업계에서 부러워할 만큼 낮았다.그래서 올해 연휴에는 더 크게 준비했다.몰디브 6박 7일 여행에 수상 빌라까지 전부 회사에서 부담하기로 했다.1인당 지원금은 400만 원.장기근속 직원은 가족도 함께 갈 수 있었고, 항공권과 숙박 예약금도 2주 전에 이미 결제해 둔 상태였다.그런데 한 달 전 입사한 인턴 강소라의 30초짜리 영상 하나로 모든 일정이 틀어졌다.창업 때부터 함께한 최지연 이사가 핸드폰을 내 앞에 내밀었다.“대표님, 댓글이 벌써 5만 개를 넘었습니다.”나는 화면을 훑어봤다.[피도 눈물도 없는 오너네.][연휴에 워크숍을 가면 사실상 출근이잖아?][직원들도 사람인데, 이건 신고해야죠.]댓글은 끝도 없이 올라왔고, 하나같이 내 이름을 거론하며 욕을 퍼붓고 있었다.강소라는 직장 내 부당한 관행을 고발한다는 취지의 태그를 달았고, 회사가 연휴에 강제로 워크숍을 진행한다고 호소하고 있었다.영상 속 그녀는 부당한 회사내 문화에 맞서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낸 인턴처럼 보였다.30초짜리 영상의 조회 수는 이미 300만 회를 넘어섰다.사무실 밖으로 나오자 복도에는 직원들이 몰려 있었다.최 이사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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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의자에 다시 앉자 핸드폰이 또 울렸다.확인해 보니 강소라가 새 영상을 올린 상태였다.영상 속 강소라는 눈시울을 붉힌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에요. 이런 부당한 직장 문화 때문에 더는 피해 보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어요.]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이미 식어 버린 커피를 들었다.그때 밖에서 누군가 또 책상을 내리쳤는지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최지연이 문 앞에 서서 뭔가 말하려다 망설이고 있었다.나는 그녀를 바라봤다.“강소라 입사 지원서도 가져다줘.”다음 날 강소라는 출근하지 않았다.병가를 냈고, 제출한 서류에는 급성 위장염 진단을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그런데 온라인을 확인해 보니, 강소라는 침실 침대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었다.직장 내 부당한 관행을 바로잡자는 문구가 적힌 왕관 모양의 가상 효과까지 띄운 채였다.[여러분, 제가 사실대로 말한 뒤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오늘은 무서워서 출근도 못 했어요.]화장도 하지 않고 얇은 흰 티셔츠만 입고 있어서, 더 야위고 안쓰러워 보였다.라이브 시청자는 이미 2만 8천 명을 넘어섰다.채팅창에는 강소라를 걱정하고 응원하는 글이 쉴 새 없이 올라왔고, 유료 후원도 연달아 들어왔다.[저는 인턴이에요. 월급이 고작 170만 원밖에 안 됩니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아요. 직장인이 이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되니까요.]마지막 말을 할 때 강소라는 일부러 목이 메는 듯 말을 끊었다.그 타이밍은 너무나 정확했다.나는 강소라에게 개인 카톡을 보냈다.[강소라 씨, 입사한 지 한 달밖에 안 돼서 이전 워크숍이 어떤 식이었는지 잘 모를 겁니다. 지금이라도 멈추면 아직 수습할 수 있습니다.]분명히 읽었는데도 대답이 없었다.그런데 30분 뒤, 나는 라이브 방송에서 내가 보낸 메시지를 그대로 보게 됐다.강소라는 대화 캡처 화면을 카메라에 비췄다.[여러분, 이것 좀 보세요. 대표가 직접 나서서 저를 협박하고 있습니다. 멈추라는 게 무슨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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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박동철은 영업팀에서 4년째 일하고 있고 회사 사정에도 익숙한 직원이었다.재작년 뉴질랜드 스카이다이빙에도 갔고, 지난해 명절 지원금도 받았다. 회사에서 지급한 복지 혜택은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었다.나는 입사 지원서 화면을 캡처해서 최지연에게 보냈다.[박동철이 최근 3일 동안 시스템에 접속한 기록 좀 확인해 줘.]논란은 사흘째가 되자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오전 9시, 내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는 3년째 거래 중인 최대 고객사 정준우 대표였다.인사말도 없이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윤 대표님,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그룹은 협력사 관련 여론을 따로 점검하고 있는데, 지금 귀사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와 있어서요.][다음 분기 구매 계약은 일단 보류하겠습니다. 상황이 정리되면 다시 이야기하죠.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사회에서도 보고 있어서요.]통화가 끊어지고 나자 사무실이 유난히 조용했다.16억 원.다음 분기 매출의 40%였다.인턴 한 명의 30초짜리 영상 때문에 그 계약이 멈출 위기에 놓인 것이다.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가슴은 무겁게 가라앉았다.그런데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최지연이 사무실로 들어왔다.“대표님, 박동철이 직원들을 모으고 있습니다.”잠깐 멈칫했지만 생각해 보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탕비실에 새로 들어온 젊은 직원들을 몇 명 모아 놓고 따로 얘기하고 있어요.”“지나가다 들었는데... 대표님이 이번에는 너무했다면서, 강소라 씨 혼자 회사 밖에서 싸우고 있으니 다른 직원들도 같이 나서서 도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강소라 씨를 동생이라고 부르더라고요.”나는 의자에 기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동철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사람을 상대하는 데 능숙했고, 회사에서도 누구와 척지는 법이 없었다.워크숍만 가면 누구보다 먼저 술잔을 챙겼고, 단체사진을 찍을 때면 제일 먼저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다.복지 혜택 지급 명단에서도 늘 이름이 앞쪽에 있었다.그런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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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전 직원에게 공지해. 내일 오후 3시, 강소라 씨까지 한 명도 빠지지 말고 대회의실로 모이라고 해.” “사내 단톡방에는 연휴 전 마지막 전사 회의라고 올리고. 고용노동부 안내와 관련된 내용이라 전원 확인 서명도 필요하다고 해.”최지연이 잠시 망설였다.“강소라 씨도 올까요?”나는 CCTV 화면을 끄고 가볍게 웃었다.“올 거야.”지금처럼 라이브 반응이 뜨거울 때라면, 대표에게 직접 따질 기회를 그냥 넘기지는 않을 테니까.연휴 전날 오후 3시 정각.대회의실 문이 열렸다.강소라가 가장 먼저 들어왔다.오른손에는 핸드폰을 높이 들고 있었다. 화면은 자기 얼굴을 향해 있었고, 라이브 알림음이 계속 울렸다.가볍게 화장한 강소라의 뒤로 젊은 직원 4명이 따라 들어왔다. 박동철이 따로 불러 모았던 직원들이었다.강소라는 카메라를 보면서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여러분, 지금 회사 대회의실입니다. 대표님이 회의를 하자고 해서 왔어요.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 무섭지 않습니다.]라이브 시청자는 3만 명에서 순식간에 5만 명까지 늘었다.채팅창에도 글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힘내요.][대표한테 제대로 따져요.][온라인에서 20만 명이 응원하고 있는데 뭐가 무서워요?]강소라는 내 맞은편에 앉더니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세웠다.카메라는 정면으로 나를 향하고 있었다.“대표님, 마침 잘 됐네요. 저도 직접 말씀드릴 요구사항이 몇 가지 있습니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말해 봐요.”“첫째, 전 직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강제 워크숍이 잘못이었다고 인정해 주세요.”“둘째, 제가 신고한 뒤 받은 정신적 피해도 보상해 주세요.”“셋째, 오늘 회의는 전부 라이브로 공개해 주세요. 한마디도 빼지 말고요.”채팅창이 올라가는 속도는 더 빨라졌고 유료 후원도 연달아 들어왔다.[당당하다.][할 말은 해야지.][직장인도 이 정도는 말할 수 있어야죠.]박동철은 팔짱을 끼고서 회의실 뒤쪽 벽 가까이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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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라이브 채팅창이 잠시 멈췄다.그리고 곧바로 글이 한꺼번에 쏟아지기 시작했다.[잠깐만... 뭐라고?][4억짜리 워크숍? 수상 빌라에 1인당 400만 원 지원금까지? 이게 강제 출근이라고?][계약서를 보니까 항공권이랑 수상 빌라 비용도 회사가 다 내고, 1인당 400만 원 지원금까지 있잖아... 이게 무슨 악덕 대표야. 날개 없는 천사지!][강소라, 저런 회사를 대체 왜 신고한 거야?]강소라를 응원하던 채팅창에는 의문과 당황스러운 반응이 빠르게 늘어났다.카메라에 비친 계약서 사본에는 개인정보가 가려져 있었지만, 금액과 날짜, 회사의 직인까지 선명하게 보였다.강소라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졌다.처음에는 믿지 못하는 듯하더니 곧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졌다.“이, 이럴 리 없어요. 이런 거 일부러 준비해서 속이려는 거잖아요...”“속이려고 만든 거라고요?”나는 여행 지원금 지급 승인 내역을 집어 들었다.“회사 직인이 찍혀 있고 내 서명까지 들어간 자료도 가짜라는 건가요? 그럼 내일 고용노동부에서 확인하러 올 때도 똑같이 말해요.”강소라는 입을 열었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사이 채팅창에는 강소라를 향한 비판이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강소라, 네가 회사 사람들 몰디브 여행을 다 날린 거야?][내가 동료였으면 진짜 못 참았겠다.][그러니까 아까 직원들이 책상을 친 게 강제 워크숍 때문이 아니라 몰디브 여행이 취소됐기 때문이었던 거야?][우리도 강소라 말만 믿고 대표를 욕했잖아. 완전히 같이 휩쓸린 거네.]강소라는 손을 떨며 테이블 위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두 번이나 잘못 누르면서 라이브방송도 끄지 못했다.그때 회의실 뒤쪽에서 의자가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박동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두 손을 펴 보이며 앞으로 걸어오더니, 강소라와 내 사이에 섰다.“대표님, 일단 진정하시죠.”박동철은 자신이 화면 안에 들어오는지 확인하듯 카메라 쪽을 한번 바라본 뒤 다시 나를 향했다.“이건 그냥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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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다음 화면에는 사내 보안 시스템에 남은 데이터 반출 기록이 떴다.핵심 고객 세 곳의 견적 자료를 박동철의 계정으로 다운로드한 기록이었다.세 파일을 합친 용량은 47MB. 모두 외부 이메일 주소로 전송되어 있었다.나는 화면을 가리켰다.“이 메일 주소, 태성그룹에서 사용하는 기업용 도메인이네요.”다음 화면에는 카톡 음성 메시지 텍스트 변환본이 떠 있었다.보낸 사람은 박동철, 받은 사람은 강소라.시간은 강소라가 첫 영상을 올리기 이틀 전이었다.[소라 씨, 내가 말한 대로 찍어. 내용은 내가 다 써 줄게.][걱정 마. 이런 회사 워크숍은 교외에 나가서 단체 훈련이나 하는 거야. 내가 여기서 4년을 일했는데 그런 것도 모르겠어?][영상을 올리면 분명히 반응이 올 거야. 잘되면 광고도 받을 수 있고. 그때 내가 연결해 준 거 잊지 말고.]회의실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직원들의 시선이 하나둘 화면에서 박동철에게로 옮겨 갔다.박동철이 마른침을 삼켰다.“그, 그 음성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그럼 무슨 뜻인지 설명해 봐요.”“그냥... 별생각 없이 한 말입니다. 농담이었어요.”“농담이라고요?”나는 최지연이 건넨 다른 자료를 펼쳤다.“지난달 태성그룹 영업팀장하고 두 번 식사했죠. SNS에도 직접 올렸고요.”박동철의 표정이 잔뜩 굳어졌다.“맞은편에 앉은 사람 재킷에 태성그룹 로고까지 찍혀 있던데, 그 자리에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설명해 봐요.”박동철은 입을 열었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옆에 앉아 있던 강소라는 화면의 음성 메시지 내용을 한참 바라봤다.얼굴은 굳은 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고서 박동철을 쳐다봤다.“나 속인 거야?”잔뜩 잠긴 목소리가 날카롭게 갈라졌다.“워크숍은 교에 가서 단체 훈련하는 거라며. 이런 회사는 다닐 가치도 없다고 했잖아. 영상을 올리면 다른 직장인들한테도 도움이 될 거라고 했고.”박동철은 반사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소라 씨, 일단 진정해.”“진정하라고?”강소라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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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대표님, 저희는 정말 몰랐습니다.”서민재가 겨우 입을 열었다.“박동철 씨가 강소라 씨가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해서... 그냥 도와주고 싶었습니다.”“뭘 도와주려고 했는데요?”“그게...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했으니까요.”나는 서민재를 바라봤다.“입사한 지 3개월 됐죠. 회사 헬스장 써 봤어요?”서민재가 잠시 멈칫했다.“네.”“무료로 쓰고 있죠. 구내식당은요?”“거기도 무료입니다.”“지난 연말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원들한테 보너스로 얼마가 나왔죠?”서민재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160만 원이요.”“입사한 지 반년도 안 된 신입에게 연말 보너스로 160만 원.”나는 네 사람을 차례로 바라봤다.“그런 회사가 정말 직원들을 부당하게 대하는 곳인지, 직접 확인해 볼 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봤어요?”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강소라는 다급하게 테이블 앞으로 달려오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무릎이 바닥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대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이런 워크숍인 줄 몰랐어요. 박동철이 산에 가서 단체 훈련하는 거라고 했어요.”강소라의 목소리가 떨렸다.“받은 후원금도 전부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 주세요.”채팅창에는 강소라를 안쓰럽게 보는 반응도 올라오기 시작했다.[이용당한 건 맞는 것 같은데, 저 정도면 한 번 봐줘도 되지 않나?][봐주자고? 자기가 남을 공개적으로 몰아붙일 때는 봐준 적도 없잖아.]하지만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그래도 확인도 안 하고 영상을 올린 건 본인이잖아.][조회수 올리겠다고 먼저 공개한 것도 자기 선택이지.]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강소라를 내려다보던 이영민은 뒤쪽에 모여 있는 젊은 직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이제 와서 운다고 그냥 끝나는 줄 알아? 남의 직장을 흔들어 놓을 때는 그렇게 당당하더니.”이영민은 가운데 앉아 있던 장기근속 직원들을 돌아봤다.“유 차장, 뉴질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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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저한테 책임을 묻겠다고요? 그러세요. 그래도 그 돈은 이제 못 돌려받으실 겁니다. 제가 드리는 퇴사 선물이라고 생각하시죠.”회의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최지연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고, 옆에서는 누군가 숨을 들이켜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렸다.라이브 채팅창도 잠깐 멈췄다.[저 인간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6억 원이 넘는 계약을 빼돌려 놓고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지?]나는 박동철을 바라보다가 곧 웃음을 터뜨렸다.박동철은 내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잠시 멈칫했다.“뭐가 웃기십니까?”“이 부장, 마지막 자료 띄워 줘.”이영민이 컴퓨터 앞에 서서 몇 번 키보드를 두드렸다.스크린에 기업 정보 공개 화면이 떴다.회사 이름은 주양그룹.박동철이 방금 말한 6억 원대 계약의 최대 고객사였다.대표 이름 옆에는 법원의 채무 불이행 관련 조치 대상이라는 빨간 표시가 붙어 있었다.경영상 이상 징후가 등록된 날짜는 4월 23일.대표가 잠적하기 사흘 전에 회사 계좌에 있던 현금은 이미 전부 빠져나간 상태였다.박동철은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표정이 완전히 굳은 채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이 회사는 지난주 법원의 공개 자료에도 채무 불이행 사실이 올라왔어요.”나는 화면을 가리켰다.“대표는 납품업체들에 140억 원 넘게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태였고요. 잠적하기 직전까지 여기저기서 주문을 받아 물건부터 넘겨받고 있었습니다.”나는 박동철을 바라봤다.“박동철 씨가 가져간 견적 자료와 고객 정보는 내가 2주 전에 일부러 시스템에서 바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올려 둔 거야.”박동철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내 고객 정보를 들고 새 회사에 가서 한몫 챙길 생각이었지? 그런데 박동철 씨가 태성그룹에 넘긴 건 대금 회수 자체가 어려운 고객사였어.” “태성그룹은 박동철 씨가 준 최저 제안가를 바탕으로 주양그룹과 계약했고, 물건도 이미 출고가 됐지.”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물건은 나갔는데 돈은 못 받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 된 거지. 태성그룹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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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라이브 방송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그런데 아무도 끌 생각을 하지 않았다.강소라를 따라 들어왔던 젊은 직원 4명은 뒤쪽 구석에 바짝 붙은 채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있었다.나는 더 이상 그 직원들을 보지 않았다.대신 몸을 돌려서 가운데에 앉아 있던 직원들을 바라봤다.유수진 차장, 조동현 과장, 최지연 이사, 이영민 부장.그리고 개발팀 하도영 주임과 총무팀 주상철 팀장까지.이들은 지난 사흘 동안 온라인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분위기에 휩쓸려 나를 두둔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을 따라 나를 욕하지도 않았다.평소처럼 자기 일을 하면서 최지연에게 내 상태를 물어본 게 전부였다.나는 그 직원들을 바라보면서 처음으로 웃었다.“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은 정리됐네요.”유수진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이영민은 아무렇지 않은 척 코를 세게 문질렀다.“하지만 우리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나는 정장 안주머니에서 서류 봉투 하나를 꺼냈다.아까 테이블 위에 올려놨던 것과는 다른 봉투였다.“문제가 된 회사 워크숍은 공지한 대로 취소했습니다. 관련 예산도 전부 회사에 남겨 뒀고요.”나는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 한 장씩 테이블 위에 펼쳤다.“대신 이번 여행은 회사 행사가 아닙니다. 연휴 동안 자발적으로 같이 가는 개인 일정이에요. 비용도 전부 제가 개인적으로 부담합니다.”다음 장을 펼쳤다.“원래 예정돼 있던 몰디브 6박 7일 일정 그대로입니다. 항공권과 수상 빌라, 가족 동반 인원도 그대로고요.”나는 마지막 장을 내려놓았다.“1인당 지원금은 기존 금액에 160만 원씩 더 추가했습니다. 수상 빌라는 어젯밤에 다시 확인했고, 항공권도 제 개인 비용으로 다시 예약해 뒀습니다.”최지연의 입이 살짝 벌어졌고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었다.“대표님, 이걸 언제 다 준비하신 겁니까?”“지난 사흘 동안 내가 아무것도 안 한 줄 알았어?”최지연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떨어졌다.나는 직원들을 천천히 둘러봤다.“뉴질랜드도, 그 전 홋카이도도, 그보다 앞선 발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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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대표님... 대표님, 이러시면 안 돼요. 후원금도 전부 돌려주겠습니다. 제가 직접 해명문도 올리고 사과할게요...”나는 테이블 위에 미리 준비해 둔 서류를 집어 들고 강소라 앞으로 걸어갔다.“이건 경찰에 사건이 접수됐다는 확인서입니다.”한 장을 넘겼다.“이건 회사 법무팀에서 작성한 경제적 손실 평가 보고서고요. 강소라 씨와 박동철 씨의 행동으로 발생한 손실을 합치면 6억 원이 넘습니다.”다시 한 장을 넘겼다.“그리고 이건 법원에서 온 출석 통지서입니다. 재판 날짜는 직접 확인하세요.”나는 서류를 강소라의 손에 건넸다.떨리는 손끝에서 종이 뭉치가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직장인을 위해 나선 거라고 했죠? 직장인은 거짓말로 동정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강소라 씨가 망가뜨린 건 내 명예만이 아니에요. 이 회사에서 일하는 40여 명의 생계와 서로에 대한 신뢰까지 건드렸습니다.”강소라는 고개를 숙였다.눈물이 소리 없이 서류 위로 떨어졌다.종이 위의 글자가 눈물에 젖으면서 희미하게 번졌다.박동철은 이미 회의실 문 앞까지 가 있었다.나가기 직전에 뒤를 돌아보더니, 아직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라이브 채팅창을 바라봤다.[남의 거 훔치려다 자기가 더 크게 당했네.][저 정도면 한 10년형은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강소라도 자업자득이지. 조회수에 취하면 결국 조회수에 잡아먹히게 되는 거야.]12만 명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편을 드는 댓글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두 사람이 회의실 밖으로 나갔을 때 복도는 조용했다.구두 굽이 바닥 타일에 부딪히는 소리까지 또렷하게 들릴 정도였다.강소라가 문 앞에 서 있던 이영민 곁을 지나갔다.이영민이 그녀를 한번 바라봤다.“다음에는 사람 좀 제대로 보고 믿어. 남이 하는 말이 사실인지부터 직접 확인하고.”강소라는 돌아보지 않았다.회의실 문이 닫혔다.그제야 안을 짓누르던 무거운 분위기가 한꺼번에 걷혔다.나는 프로젝터를 끄고 창가로 걸어갔다.아래를 내려다보니 회사 건물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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