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연휴를 사흘 앞두고 고용노동부에서 전화가 왔다. [귀사에서 연휴 기간 강제로 워크숍을 진행한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검색해 봤다가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입사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인턴 강소라가 올린 영상 때문에, 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있었다. [연휴에도 워크숍이라는 명목으로 출근시키는 악덕 대표. 직장인은 회사 마음대로 부려도 되는 소모품인가요?] [자율 참석이라고 했지만, 누가 감히 안 간다고 하겠어요?] 댓글도 이미 수만 개가 달려 있었고, 욕설들도 온통 나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회사 워크숍은 회사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유급 여행이었다. 이번에는 내 사비까지 보태서 몰디브에서의 6박 7일 초호화 여행을 준비했다. 항공권과 숙박비는 전액 회사 부담. 거기에 1인당 400만 원의 별도 지원금까지 지급하고, 장기근속 직원은 가족도 함께 갈 수 있게 했다. 그런데 다들 그렇게 자유를 원한다니, 굳이 회사가 돈까지 써 가며 여행을 보내줄 이유도 없었다. 나는 고용노동부 담당자에게 짧게 대답했다. “전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사내 단체 채팅방에 공지를 올렸다. [고용노동부의 안내에 따라 이번 연휴 워크숍은 취소합니다. 연휴 기간 전 직원 정상 휴무입니다.] [이에 따라 여행 지원금 지급도 취소하며, 워크숍에 편성됐던 예산은 전액 이번 분기 사내 유보금으로 전환합니다.] 공지가 올라간 직후, 사무실 밖에서 누군가 책상을 거세게 내리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view more“대표님... 대표님, 이러시면 안 돼요. 후원금도 전부 돌려주겠습니다. 제가 직접 해명문도 올리고 사과할게요...”나는 테이블 위에 미리 준비해 둔 서류를 집어 들고 강소라 앞으로 걸어갔다.“이건 경찰에 사건이 접수됐다는 확인서입니다.”한 장을 넘겼다.“이건 회사 법무팀에서 작성한 경제적 손실 평가 보고서고요. 강소라 씨와 박동철 씨의 행동으로 발생한 손실을 합치면 6억 원이 넘습니다.”다시 한 장을 넘겼다.“그리고 이건 법원에서 온 출석 통지서입니다. 재판 날짜는 직접 확인하세요.”나는 서류를 강소라의 손에 건넸다.떨리는 손끝에서 종이 뭉치가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직장인을 위해 나선 거라고 했죠? 직장인은 거짓말로 동정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강소라 씨가 망가뜨린 건 내 명예만이 아니에요. 이 회사에서 일하는 40여 명의 생계와 서로에 대한 신뢰까지 건드렸습니다.”강소라는 고개를 숙였다.눈물이 소리 없이 서류 위로 떨어졌다.종이 위의 글자가 눈물에 젖으면서 희미하게 번졌다.박동철은 이미 회의실 문 앞까지 가 있었다.나가기 직전에 뒤를 돌아보더니, 아직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라이브 채팅창을 바라봤다.[남의 거 훔치려다 자기가 더 크게 당했네.][저 정도면 한 10년형은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강소라도 자업자득이지. 조회수에 취하면 결국 조회수에 잡아먹히게 되는 거야.]12만 명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편을 드는 댓글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두 사람이 회의실 밖으로 나갔을 때 복도는 조용했다.구두 굽이 바닥 타일에 부딪히는 소리까지 또렷하게 들릴 정도였다.강소라가 문 앞에 서 있던 이영민 곁을 지나갔다.이영민이 그녀를 한번 바라봤다.“다음에는 사람 좀 제대로 보고 믿어. 남이 하는 말이 사실인지부터 직접 확인하고.”강소라는 돌아보지 않았다.회의실 문이 닫혔다.그제야 안을 짓누르던 무거운 분위기가 한꺼번에 걷혔다.나는 프로젝터를 끄고 창가로 걸어갔다.아래를 내려다보니 회사 건물 앞
라이브 방송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그런데 아무도 끌 생각을 하지 않았다.강소라를 따라 들어왔던 젊은 직원 4명은 뒤쪽 구석에 바짝 붙은 채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있었다.나는 더 이상 그 직원들을 보지 않았다.대신 몸을 돌려서 가운데에 앉아 있던 직원들을 바라봤다.유수진 차장, 조동현 과장, 최지연 이사, 이영민 부장.그리고 개발팀 하도영 주임과 총무팀 주상철 팀장까지.이들은 지난 사흘 동안 온라인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분위기에 휩쓸려 나를 두둔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을 따라 나를 욕하지도 않았다.평소처럼 자기 일을 하면서 최지연에게 내 상태를 물어본 게 전부였다.나는 그 직원들을 바라보면서 처음으로 웃었다.“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은 정리됐네요.”유수진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이영민은 아무렇지 않은 척 코를 세게 문질렀다.“하지만 우리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나는 정장 안주머니에서 서류 봉투 하나를 꺼냈다.아까 테이블 위에 올려놨던 것과는 다른 봉투였다.“문제가 된 회사 워크숍은 공지한 대로 취소했습니다. 관련 예산도 전부 회사에 남겨 뒀고요.”나는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 한 장씩 테이블 위에 펼쳤다.“대신 이번 여행은 회사 행사가 아닙니다. 연휴 동안 자발적으로 같이 가는 개인 일정이에요. 비용도 전부 제가 개인적으로 부담합니다.”다음 장을 펼쳤다.“원래 예정돼 있던 몰디브 6박 7일 일정 그대로입니다. 항공권과 수상 빌라, 가족 동반 인원도 그대로고요.”나는 마지막 장을 내려놓았다.“1인당 지원금은 기존 금액에 160만 원씩 더 추가했습니다. 수상 빌라는 어젯밤에 다시 확인했고, 항공권도 제 개인 비용으로 다시 예약해 뒀습니다.”최지연의 입이 살짝 벌어졌고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었다.“대표님, 이걸 언제 다 준비하신 겁니까?”“지난 사흘 동안 내가 아무것도 안 한 줄 알았어?”최지연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떨어졌다.나는 직원들을 천천히 둘러봤다.“뉴질랜드도, 그 전 홋카이도도, 그보다 앞선 발리도
“저한테 책임을 묻겠다고요? 그러세요. 그래도 그 돈은 이제 못 돌려받으실 겁니다. 제가 드리는 퇴사 선물이라고 생각하시죠.”회의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최지연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고, 옆에서는 누군가 숨을 들이켜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렸다.라이브 채팅창도 잠깐 멈췄다.[저 인간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6억 원이 넘는 계약을 빼돌려 놓고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지?]나는 박동철을 바라보다가 곧 웃음을 터뜨렸다.박동철은 내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잠시 멈칫했다.“뭐가 웃기십니까?”“이 부장, 마지막 자료 띄워 줘.”이영민이 컴퓨터 앞에 서서 몇 번 키보드를 두드렸다.스크린에 기업 정보 공개 화면이 떴다.회사 이름은 주양그룹.박동철이 방금 말한 6억 원대 계약의 최대 고객사였다.대표 이름 옆에는 법원의 채무 불이행 관련 조치 대상이라는 빨간 표시가 붙어 있었다.경영상 이상 징후가 등록된 날짜는 4월 23일.대표가 잠적하기 사흘 전에 회사 계좌에 있던 현금은 이미 전부 빠져나간 상태였다.박동철은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표정이 완전히 굳은 채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이 회사는 지난주 법원의 공개 자료에도 채무 불이행 사실이 올라왔어요.”나는 화면을 가리켰다.“대표는 납품업체들에 140억 원 넘게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태였고요. 잠적하기 직전까지 여기저기서 주문을 받아 물건부터 넘겨받고 있었습니다.”나는 박동철을 바라봤다.“박동철 씨가 가져간 견적 자료와 고객 정보는 내가 2주 전에 일부러 시스템에서 바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올려 둔 거야.”박동철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내 고객 정보를 들고 새 회사에 가서 한몫 챙길 생각이었지? 그런데 박동철 씨가 태성그룹에 넘긴 건 대금 회수 자체가 어려운 고객사였어.” “태성그룹은 박동철 씨가 준 최저 제안가를 바탕으로 주양그룹과 계약했고, 물건도 이미 출고가 됐지.”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물건은 나갔는데 돈은 못 받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 된 거지. 태성그룹이 지금
“대표님, 저희는 정말 몰랐습니다.”서민재가 겨우 입을 열었다.“박동철 씨가 강소라 씨가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해서... 그냥 도와주고 싶었습니다.”“뭘 도와주려고 했는데요?”“그게...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했으니까요.”나는 서민재를 바라봤다.“입사한 지 3개월 됐죠. 회사 헬스장 써 봤어요?”서민재가 잠시 멈칫했다.“네.”“무료로 쓰고 있죠. 구내식당은요?”“거기도 무료입니다.”“지난 연말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원들한테 보너스로 얼마가 나왔죠?”서민재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160만 원이요.”“입사한 지 반년도 안 된 신입에게 연말 보너스로 160만 원.”나는 네 사람을 차례로 바라봤다.“그런 회사가 정말 직원들을 부당하게 대하는 곳인지, 직접 확인해 볼 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봤어요?”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강소라는 다급하게 테이블 앞으로 달려오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무릎이 바닥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대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이런 워크숍인 줄 몰랐어요. 박동철이 산에 가서 단체 훈련하는 거라고 했어요.”강소라의 목소리가 떨렸다.“받은 후원금도 전부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 주세요.”채팅창에는 강소라를 안쓰럽게 보는 반응도 올라오기 시작했다.[이용당한 건 맞는 것 같은데, 저 정도면 한 번 봐줘도 되지 않나?][봐주자고? 자기가 남을 공개적으로 몰아붙일 때는 봐준 적도 없잖아.]하지만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그래도 확인도 안 하고 영상을 올린 건 본인이잖아.][조회수 올리겠다고 먼저 공개한 것도 자기 선택이지.]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강소라를 내려다보던 이영민은 뒤쪽에 모여 있는 젊은 직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이제 와서 운다고 그냥 끝나는 줄 알아? 남의 직장을 흔들어 놓을 때는 그렇게 당당하더니.”이영민은 가운데 앉아 있던 장기근속 직원들을 돌아봤다.“유 차장, 뉴질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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