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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or: 괜한오지랖
박동철은 영업팀에서 4년째 일하고 있고 회사 사정에도 익숙한 직원이었다.

재작년 뉴질랜드 스카이다이빙에도 갔고, 지난해 명절 지원금도 받았다. 회사에서 지급한 복지 혜택은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었다.

나는 입사 지원서 화면을 캡처해서 최지연에게 보냈다.

[박동철이 최근 3일 동안 시스템에 접속한 기록 좀 확인해 줘.]

논란은 사흘째가 되자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오전 9시, 내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3년째 거래 중인 최대 고객사 정준우 대표였다.

인사말도 없이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윤 대표님,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그룹은 협력사 관련 여론을 따로 점검하고 있는데, 지금 귀사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와 있어서요.]

[다음 분기 구매 계약은 일단 보류하겠습니다. 상황이 정리되면 다시 이야기하죠.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사회에서도 보고 있어서요.]

통화가 끊어지고 나자 사무실이 유난히 조용했다.

16억 원.

다음 분기 매출의 40%였다.

인턴 한 명의 30초짜리 영상 때문에 그 계약이 멈출 위기에 놓인 것이다.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가슴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런데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최지연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대표님, 박동철이 직원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잠깐 멈칫했지만 생각해 보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탕비실에 새로 들어온 젊은 직원들을 몇 명 모아 놓고 따로 얘기하고 있어요.”

“지나가다 들었는데... 대표님이 이번에는 너무했다면서, 강소라 씨 혼자 회사 밖에서 싸우고 있으니 다른 직원들도 같이 나서서 도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강소라 씨를 동생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나는 의자에 기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동철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데 능숙했고, 회사에서도 누구와 척지는 법이 없었다.

워크숍만 가면 누구보다 먼저 술잔을 챙겼고, 단체사진을 찍을 때면 제일 먼저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다.

복지 혜택 지급 명단에서도 늘 이름이 앞쪽에 있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은 강소라 편에 서서 회사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나서고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최지연이 태블릿을 내밀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박동철의 시스템 접속 기록을 확인해 봤는데요.”

화면에는 시스템 기록이 떠 있었다.

지난 3일 동안 박동철의 계정으로 업무시간이 아닌 때에 고객 관리 시스템에 여러 번 접속한 흔적이 있었다.

접속 시간은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에 몰려 있었다.

“무슨 자료를 내려받았어?”

최지연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핵심 고객 세 곳의 견적 자료입니다. 저희가 거래할 때 사용하는 최저 제안 가격까지 들어 있습니다.”

최지연이 말을 이었다.

“경쟁사가 이 자료만 가지고 있으면, 우리 가격에 맞춰 더 낮은 조건을 제시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고객을 빼앗길 수도 있고요.”

그제야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하나씩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강소라가 앞에서 여론을 흔드는 동안 박동철은 한밤중에 회사의 핵심 고객 자료를 빼내고 있었다.

두 사람이 정말 처음부터 함께 움직인 거라면, 강소라의 영상은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수단이었을 수도 있었다.

“이 자료를 들고 어디로 이직하려는 거야?”

최지연이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제가 알아봤는데, 지난달에 N시에 기반을 둔 태성그룹 영업팀장과 두 번 식사를 했습니다. 태성그룹은 저희의 최대 경쟁사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찍힌 사진 있어?”

최지연이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보여 줬다.

“박동철이 직접 SNS에 올렸습니다. 글에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고 써 놨는데, 맞은편에 앉은 사람 재킷 가슴 쪽에 태성그룹 로고가 있었습니다.”

나는 잠시 동안 말없이 화면만 바라봤다.

“오늘 회사에 있어?”

“네. 지금 자기 자리에 있습니다. 제가 들어올 때 보니까 핸드폰으로 강소라 씨 라이브를 보고 있었어요. 웃고 있더라고요.”

나는 곧바로 CCTV 화면을 띄웠다.

박동철은 자기 자리에 앉아서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화면까지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뭔가를 누르고 있었다.

잠시 뒤 그의 손이 멈췄다. 거의 같은 시각 강소라의 라이브 화면에는 익명의 계정으로 유료 후원이 들어왔다.

그것만으로 박동철이 보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확인해 볼 이유는 충분했다.

화면을 보던 최지연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4년 동안 회사에서 받을 건 다 받아 놓고, 자료까지 훔쳐서 나가려고 하면서 뒤통수까지 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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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브 채팅창이 잠시 멈췄다.그리고 곧바로 글이 한꺼번에 쏟아지기 시작했다.[잠깐만... 뭐라고?][4억짜리 워크숍? 수상 빌라에 1인당 400만 원 지원금까지? 이게 강제 출근이라고?][계약서를 보니까 항공권이랑 수상 빌라 비용도 회사가 다 내고, 1인당 400만 원 지원금까지 있잖아... 이게 무슨 악덕 대표야. 날개 없는 천사지!][강소라, 저런 회사를 대체 왜 신고한 거야?]강소라를 응원하던 채팅창에는 의문과 당황스러운 반응이 빠르게 늘어났다.카메라에 비친 계약서 사본에는 개인정보가 가려져 있었지만, 금액과 날짜, 회사의 직인까지 선명하게 보였다.강소라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졌다.처음에는 믿지 못하는 듯하더니 곧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졌다.“이, 이럴 리 없어요. 이런 거 일부러 준비해서 속이려는 거잖아요...”“속이려고 만든 거라고요?”나는 여행 지원금 지급 승인 내역을 집어 들었다.“회사 직인이 찍혀 있고 내 서명까지 들어간 자료도 가짜라는 건가요? 그럼 내일 고용노동부에서 확인하러 올 때도 똑같이 말해요.”강소라는 입을 열었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사이 채팅창에는 강소라를 향한 비판이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강소라, 네가 회사 사람들 몰디브 여행을 다 날린 거야?][내가 동료였으면 진짜 못 참았겠다.][그러니까 아까 직원들이 책상을 친 게 강제 워크숍 때문이 아니라 몰디브 여행이 취소됐기 때문이었던 거야?][우리도 강소라 말만 믿고 대표를 욕했잖아. 완전히 같이 휩쓸린 거네.]강소라는 손을 떨며 테이블 위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두 번이나 잘못 누르면서 라이브방송도 끄지 못했다.그때 회의실 뒤쪽에서 의자가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박동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두 손을 펴 보이며 앞으로 걸어오더니, 강소라와 내 사이에 섰다.“대표님, 일단 진정하시죠.”박동철은 자신이 화면 안에 들어오는지 확인하듯 카메라 쪽을 한번 바라본 뒤 다시 나를 향했다.“이건 그냥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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