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원과 혼인신고를 하기로 한 약속이 벌써 99번째였다.이번에도 나는 곱게 다려 놓은 원피스를 입고, 뜨거운 햇볕 아래 약속한 시간에 맞춰 혼인신고 접수처 앞에서 송재원을 기다렸다.이제는 직원들도 내 얼굴을 알아볼 지경이었다. 한 직원이 나를 보더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오늘이 벌써 99번째죠? 남자친구분은 대체 오시기는 하는 거예요?”“이렇게 여러 번 오시는 동안 처음 같이 왔던 부부는 벌써 이혼까지 했는데, 아직도 혼인신고를 못 하셨네요!”내가 하도 자주 오다 보니 직원들은 언제쯤 혼인신고에 성공할지 내기까지 했다고 한다.그런데 내 성공에 돈을 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때 멀리서 송재원의 BMW가 천천히 다가왔다.눈이 번쩍 뜨인 나는 허리를 곧게 펴고 성큼성큼 차를 향해 걸어갔다.하지만 가까이 가기도 전에, 뒷좌석에서 커플룩을 입은 두 사람이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송재원은 비서 고은서의 손을 잡고 구청으로 들어가려 했다.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두 사람을 가로막았다.“이게 무슨 짓이야?”송재원은 그제야 나를 발견했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아, 오늘 너랑 혼인신고 하기로 한 걸 깜빡했네.”“미안해. 은서가 집에서 결혼하라고 성화를 부린다면서 도와 달래.”“걱정하지 마. 일단 은서 부모님을 안심시킨 뒤에 반드시 이혼할 거야. 그때 너랑 혼인신고 하면 되잖아. 응?”그 말을 마친 송재원은 고은서의 손을 잡고 나를 지나쳐 가려 했다.이것으로 벌써 100번째였다.나는 주먹을 꽉 쥐고 마지막 미련을 담아 말했다.“나, 이제 너를 백 번이나 기다렸어...”송재원이 멈춰 서서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은서가 가족한테 시달려 죽게 생겼는데, 그냥 두고 보라는 거야?”“그렇게 못되게 굴지 좀 마.”차가운 말투에 손끝이 떨렸다.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고개를 들자 고은서의 득의양양한 눈빛이 보였다. 하지만 입에서는 가련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대표님, 실장님이 싫다는데 그냥 관두세요. 뭐, 집에서 묶어 놓고 몽둥이로 때리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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