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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Penulis: 무명
옆에서 모든 걸 지켜본 하윤아는 화가 나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꾹 참고 물었다.

“정말 떠나실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오늘 송재원에게 결재받아야 할 기획서를 챙겨 그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송재원이 고은서를 품으로 끌어당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발견한 고은서는 당황한 목소리로 변명했지만, 송재원은 오히려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제가 발을 헛디뎌서 넘어진 것뿐이에요! 저희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송재원은 흐트러진 옷깃을 정리하고 있었다.

7년 동안 그는 사무실에서 나와 조금이라도 연인다운 스킨십을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목에 선명히 남은 키스 자국을 보니 눈이 시렸다.

‘그렇게 급했나... 퇴근할 때까지도 못 기다릴 만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그리고 아직 옷매무새도 다듬지 못한 송재원 앞으로 서류를 내밀었다.

송재원은 민망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내게 화를 냈다.

“심서연, 들어올 때 노크도 안 해?”

“그리고 나 바쁜 거 안 보여? 꼭 이럴 때 서류를 들이밀어야겠어?”

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오해하지 마. 검토받을 프로젝트 기획서를 가져온 것뿐이야.”

송재원은 한참 내 표정을 살폈다.

“정말 그것뿐이어야 할 거야.”

그러고는 서류를 고은서에게 넘겼다.

“그거 다음 분기 핵심 프로젝트야.”

내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결과물이기도 했다.

“은서가 검토하는 게 곧 내가 검토하는 거야.”

송재원은 나를 무심하게 흘겨봤다.

고은서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기획서를 대충 몇 장 넘기더니 내 쪽으로 내던졌다.

“이건 좀 아닌데요? 심 실장님 실력이 겨우 이 정도예요? 다시 해 오세요.”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주워 망설임 없이 사무실을 나왔다.

문밖에서 듣고 있던 하윤아가 분통을 터뜨렸다.

“디자인 공부도 안 한 사람이 뭘 안다고 저래요!”

고은서가 나를 괴롭히려는 것뿐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나는 기획서를 하윤아에게 건넸다.

“내가 떠난 뒤에 조금 손봐서 다시 제출해.”

“나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법적으로 부부가 된 건 저 두 사람이었다.

퇴근 전까지 모든 업무 인계를 마쳤다.

송재원이 퇴사를 승인해 주지 않겠다면 그냥 떠날 생각이었다.

그는 나를 데리러 왔을 때도 이미 텅 빈 내 자리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함께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자 고은서가 이미 조수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고은서는 송재원을 보자 일부러 나를 옆으로 밀쳐 내고 운전석으로 달려가 그를 맞았다.

비틀거리는 내 모습을 본 송재원이 눈썹을 찌푸렸다.

“그런 유치한 누명 씌우기 좀 그만해.”

나는 어깨를 문지르며 아무 말 없이 뒷좌석에 앉았다.

생신 잔치가 열리는 호텔에 도착하자 송재원의 아버지가 직접 마중 나와 있었다. 그는 고은서를 보자 얼굴이 활짝 펴졌다.

“아이고, 우리 며느리가 바로 이 아가씨구나!”

고은서는 웃으며 다가가 송태식을 가볍게 안고 인사했다.

나는 미리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

예전에는 나에게 제법 친절했던 송태식이 선물을 받더니 경멸하는 얼굴로 말했다.

“7년이나 내 아들 돈으로 먹고살았으면서 고작 이런 쓰레기를 선물이라고 가져와? 필요 없어!”

한쪽에 내팽개쳐진 귀한 산수화를 나는 말 없이 주워들었다.

그동안 알고 지낸 정을 생각해 생일 축하차 따라온 것뿐이었지만, 이럴 거라면 오지 말았어야 했다.

송재원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우리 아버지가 그림 보는 눈이 없는 거 알면서 일부러 이런 걸 가져왔어? 성의도 없게?”

기가 막혔다.

“지나친 생각이야.”

내 소장품 가운데 하나를 골라 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저들 눈에 나는 그런 비싼 작품을 가질 리 없는 평범한 여자일 뿐이었다.

송재원은 얌전히 행동하라고 경고한 뒤 송태식과 고은서를 따라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 연회장에 들어서는 순간 누군가 내 어깨를 짓눌러 송태식 앞에 무릎 꿇렸다.

“내 아들한테 그렇게 오래 얹혀살았으니 차 한 잔 정도는 무릎 꿇고 올려야 하지 않겠어?”

나는 몸을 비틀며 저항했다.

“저는 재원 씨한테 얹혀산 적 없어요.”

같은 집에서 살았을 뿐, 생활비는 전부 내가 냈다.

송재원은 옆에서 한숨만 내쉬고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원래 널 탐탁지 않아 하셨잖아. 이럴 때 좀 잘 보이면 안 돼?”

“틀린 말씀을 하신 것도 아니고.”

직원이 뜨거운 찻잔을 억지로 내 손에 쥐여 줬다.

손가락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이후 비행기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뜨거움을 참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찻잔을 내밀었다.

“아버님, 차 드세요.”

그제야 송태식이 흡족한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고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남은 차를 내 몸에 뿌렸다.

“그래도 말은 들을 줄 아니, 이 차를 내가 내려 주는 복이라 생각해라.”

고은서는 곁에서 입을 가리고 킥킥 웃으며 우쭐한 눈빛을 보냈다.

나는 연회장 가장 구석진 자리로 안내됐다. 옷에는 찻물이 잔뜩 묻어 닦아도 지워지지 않았고, 손가락은 계속 떨렸다.

무대 위에서는 송재원이 고은서와 함께 송태식에게 차를 올리고 있었다.

저 둘은 무릎을 꿇을 필요도 없었다. 분위기는 그저 화기애애했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송재원은 아무렇지 않은 듯 틈을 내 메시지까지 보냈다.

[난 그냥 은서랑 밥만 먹으려던 거야.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오늘 잘 참아 줬으니까 약속할게. 은서 부모님 일도 빨리 해결해서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볼게. 어때?]

그가 내놓은 새로운 보상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아무 관심도 없었다.

무대 위에서 두 사람이 어른들의 성화에 못 이겨 서로 팔을 걸고 술을 마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눈물을 닦고, 캐리어를 끌어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에 오른 나는 송재원이 그동안 선물한 물건의 값을 모두 계산해 현금으로 돌려보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선물까지 포함해서.

한참 뒤 송재원은 무심코 심서연이 앉았던 자리로 시선을 돌렸다.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급해졌다.

“심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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