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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가짜가 가고 진짜가 왔다: Capítulo 1 - Capítulo 10

25 Capítulos

제1화

“주한 형, 주씨 가문도 이제 끝이라면서? 딸까지 팔아 치울 기세던데 형 여자친구 좀 구제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여자친구는 무슨. 그냥 형이 심심풀이로 데리고 노는 장난감이지. 형의 진짜 여자친구가 곧 귀국한다잖아. 그때 되면 주이설 같은 멍청이랑은 바로 끝내고 갈아타겠지. 역시 우리 형 계산 하나는 끝내준다니까.”“다른 건 몰라도 주이설 걔 얼굴과 몸매는 끝내주던데. 즐길 거 즐기면서 돈까지 받아 챙겼으니 완전 남는 장사 한 거지. 그나저나 나송시의 내로라하는 재벌인 형이 맨날 기생오라비 취급당하면서 그 비위 맞춰준 것도 참 대단해.”“벌써 3년이나 됐는데 주이설은 형이 여기 직원이 아니라 사장이라는 걸 전혀 모른다며?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멍청할 수가 있어?”방 안에서 비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육주한이 자욱한 담배 연기 사이로 여유롭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주이설에게 답장을 보냈다.30분 전 주이설이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주한아, 우리 멀리 도망가서 살자. 응?]주이설의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그래.]고개를 숙여 화면을 확인한 그때 두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야반도주? 걔가 도망가면 어디로 가겠어. 지금은 자기 아버지의 돈줄이나 다름없는데. 한 발짝만 움직여도 바로 잡혀서 팔려 갈걸?”육주한이 담배를 비벼 끄더니 옆에 앉은 여자의 목에서 저렴해 보이는 목걸이를 아무렇지 않게 낚아챘다.그 모습을 본 누군가가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또 주이설 주려고? 지난번엔 택배비 포함 2만 원짜리 은반지, 그전엔 플라스틱 조화를 주지 않았어? 걔도 명색이 재벌가 딸인데 눈이 왜 그렇게 낮아? 그런 거 받고 화도 안 내?”“걔는 내가 주는 거면 뭐든 좋아해. 그 은반지도 아까워서 못 빼고 다니거든.”주이설이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손가락에 낀 반지를 만졌다. 가슴 한구석이 아릿하게 저렸다.육주한이 반지를 선물했을 때 주이설은 진심으로 기뻤다. 그게 프러포즈를 암시하는 건 줄 알았다.그런데 그저 그가 아무렇게나 던져준 싸구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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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샤워를 마친 육주한이 다가와 고개를 숙여 주이설의 귀를 깨물었다. 마디가 굵은 육주한의 손이 주이설의 옷자락 속으로 거침없이 파고들었다.주이설은 미처 말릴 새도 없이 그대로 침대 위에 눕고 말았다. 그녀를 덮친 육주한이 그녀의 입술을 머금고 깊숙이 파고들려던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하자마자 육주한이 멈칫하더니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주한아, 우리 집에 도둑이 든 것 같아. 지금 와주면 안 될까?”육주한이 휴대폰 너머의 여자에게 한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바로 갈게.”통화를 마친 육주한이 주이설에게 미안하다는 듯 가볍게 입을 맞췄다.“다른 아르바이트 자리에 급하게 대타가 필요하대.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아.”주이설이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이렇게까지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 너희 집에 안 좋은 일도 생겼는데 내가 더 열심히 벌어서 너 먹여 살려야지.”그는 주이설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고는 옷을 갈아입은 뒤 서둘러 집을 나섰다.그렇게 밤늦게야 돌아온 육주한은 집안이 어딘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둘러보니 두 사람의 커플 아이템들이 전부 사라진 것이었다.그 커플 아이템들은 데이트할 때마다 주이설이 정성껏 골라 샀던 것들이었다.“갑자기 웬 집 정리야? 이런 아기자기한 것들을 네가 제일 좋아했잖아.”주이설이 남은 물건 몇 개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대꾸했다.“이제 다 싫증 났어. 나중에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그때 다시 사지 뭐.”이유 모를 불안감이 밀려온 육주한이 급히 주이설의 손을 잡았다.“이 밤중에 어디 가려고?”“오늘은 우리 집에 가서 잘게.”육주한과 동거를 시작한 이후 주이설은 집에 별로 가지 않았다. 그를 미치도록 좋아하던 시절 주이설은 오직 그의 품 안에서만 안심하고 잘 수 있었다.주이설은 육주한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짐을 챙겨 주저 없이 문을 나섰다.차에 올라탄 그때 부동산 중개인에게서 전화가 왔다.“주이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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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순간 주이설은 목이 메면서 헛웃음이 나왔다.누군가에게 돈을 쥐여주며 정리하는 일은 본래 주이설이 가장 잘하던 것이었는데 이젠 그녀가 그 정리의 대상이 될 줄은 몰랐다.“강한별 씨가 이렇게 제멋대로 굴고 있는 걸 주한이는 알고 있나요?”강한별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이설 씨는 나와 주한이가 얼마나 깊은 사이인지 모를 거예요. 우리 예전에 결혼까지 할 뻔했던 사이예요.”“제가 바다를 좋아해서 주한이는 매년 다른 섬으로 휴가를 데려갔죠. 어릴 때 먹던 맛이 그립다고 하니까 아예 식당을 하나 사서 언제든지 먹을 수 있게 해줬어요.”“주한이 가슴에 있는 장미 반지 문신, 그거 제가 직접 새겨준 거예요. 나중에 저한테 결혼반지를 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주한이 집안 배경에 대해서도 더 설명해줄까요? 이설 씨는 주한이와 3년을 함께했으면서 주한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있어요. 그런데도 여전히 주한이가 이설 씨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세요?”주이설은 온몸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육주한의 모든 취향이 사실은 강한별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니.“이설 씨는 주한이를 스폰해줬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주한이는 이설 씨를 저의 대체품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강한별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제 전화 한 통이면 주한이 바로 달려올 텐데. 저랑 내기 한번 해볼래요?”주이설의 마음속에 순식간에 수만 가지 감정이 휘몰아쳤으나 결국 차분하게 가라앉았다.육주한과 처음으로 함께 보냈던 생일이 떠올랐다. 그가 모양도 볼품없고 맛도 없는 저렴한 케이크를 사 왔지만 주이설에게는 생애 가장 맛있는 케이크였다.그날 그녀는 육주한의 품에 안긴 채 소원을 빌었다.“내년 생일도 주한이와 함께 보내게 해주세요.”육주한이 웃으며 약속했다.“앞으로 매년 생일을 함께 보내줄게.”또 한번은 주이설이 술에 취해 험한 일을 당할 뻔한 적이 있었다.육주한이 도착했을 때 그녀는 거의 넋이 나가 있었다. 그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끌어안고 약속했다.“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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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문틈 사이로 주이설은 육주한이 강한별을 품에 안고 입을 맞추는 광경을 목격했다. 육주한의 말에 주이설은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렸다.강한별이 거짓말한 게 아니었다.주이설은 그저 육주한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만난 장난감에 불과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의 든든한 돈줄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하지만 이제는 진실이 어떻든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곧 그를 떠날 예정이었으니까.주이설이 소리 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몸을 돌려 떠나려던 그때 복도에서 매캐한 연기가 순식간에 몰려왔다.“불이야! 불이야!”경보음이 울려 퍼지자 바 안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사방에서 튀어나온 사람들에게 밀쳐진 주이설은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간신히 몸을 일으켰으나 또 누군가에게 짓밟혔다.고개를 들었을 때 주이설의 시야에 강한별을 품에 안고 안전한 곳으로 달려가는 육주한의 모습이 들어왔다.주이설은 본능적으로 그를 향해 기어갔고 온 힘을 다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청했다.인파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육주한이 고개를 돌렸다.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진 주이설을 본 순간 멈칫했다.무의식중에 주이설을 구하려고 발길을 돌리려 했으나 품에 안긴 강한별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채고는 잠시 주춤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주이설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를 지켜주겠다던 남자가 가장 위험한 순간에 그녀를 외면했다.숨을 깊게 들이쉰 뒤 필사적으로 벽을 짚고 일어섰다. 그리고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인파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밖으로 밀려 나와 안전을 확인한 뒤 다리에 힘이 풀린 주이설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하마터면 정말 목숨을 잃을 뻔했다.주이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든 그때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육주한과 눈이 마주쳤다.육주한의 두 눈에 주이설이 이해할 수 없는 조바심과 후회가 서려 있었으나 그는 강한별의 곁을 지킬 뿐 주이설에게 단 한 걸음도 다가오지 않았다.‘강한별이 오해할까 봐 두려운 거야?’주이설이 웃으며 힘겹게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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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육주한은 주이설의 태도가 예전 같지 않음을 눈치챘는지 그 후 며칠 동안 그녀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그날 밤 주이설을 외면했던 미안함을 씻으려는 듯 육주한은 특별히 유람선에서의 캔들 라이트 디너를 예약했다.유람선 레스토랑 내부는 중세 영국풍의 고전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고 창밖으로는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웨이터가 꽃다발과 와인을 가져왔을 때 강한별이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 육주한의 팔짱을 다정하게 꼈다.“어머, 주한아, 너도 여기 밥 먹으러 왔어? 이런 우연이 다 있네?”주이설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버렸다.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을 리 없었다. 모든 것은 치밀하게 계산된 만남일 뿐이었다.어쩐지 육주한이 갑자기 이런 곳으로 데려온다 했더니, 결국 강한별과 마주치기 위한 구실이었다.“이설 씨, 제가 같이 식사해도 괜찮을까요?”주이설에게는 거절할 권리조차 없었다. 육주한이 이미 강한별을 위해 의자를 빼주며 그녀가 합류하기를 바라고 있었으니까.음식을 주문할 때 강한별이 웃으며 말했다.“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시켰네? 이설 씨가 뭘 좋아하는지는 물어보지도 않은 거야?”육주한이 그제야 메뉴판을 주이설에게 건네며 다정하게 물었다.“먹고 싶은 거 있는지 봐봐.”주이설이 고개를 내저었다.“네가 알아서 시켜.”주이설에게는 모래를 씹는 듯한 한 끼였다.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강한별과 육주한을 보며 그녀는 불필요한 존재가 된 기분이 들었다.답답한 마음에 바람이라도 쐴 겸 밖으로 나갔다가 길을 잘못 들었는지 다른 구역에 발을 들였다.어느 방 앞을 지날 때 누군가 주이설을 거칠게 안으로 잡아당겼다.“낯이 익다 했더니 주이설이었네. 온 김에 우리랑 술이나 한잔하고 가지?”“예전엔 콧대가 높아서 아무나 안 만나주더니 집안이 망하니까 결국 이런 데서 술 시중이나 들러 다니는 신세가 됐구나.”주이설이 미간을 찌푸렸다. 과거 그녀를 오랫동안 쫓아다니던 자들이었는데 무시당했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다.“미안한데 알코올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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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주이설은 홀로 병원에서 상처를 치료한 뒤 의사 진료실로 불려갔다.방금 나온 검사 결과지를 내려다보던 주이설은 둔기가 심장을 후벼 파는 것 같아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말도 안 돼.’육주한과 관계를 가질 때마다 피임을 철저히 했고 설사 분위기에 취해 잊은 날이 있더라도 꼭 사후 피임약을 챙겨 먹었다.‘왜 하필 이때 아이가 생긴 거냐고.’“선생님, 수술 예약 잡아주세요. 최대한 빠른 날짜로요.”수술은 사흘 뒤로 잡혔다. 그 사흘 동안 육주한은 주이설에게 단 한 통의 전화도 걸지 않았다.휴대폰에 뜬 친구 추가 요청을 확인한 주이설은 홀린 듯 수락 버튼을 눌렀다.강한별의 SNS는 마치 연애 일기장 같았다. 그녀가 귀국한 뒤 육주한과 함께 보낸 나날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육주한은 강한별을 위해 직접 요리했고 그녀에게 떠먹여 주기까지 했다.병원 생활이 지루할까 봐 매일같이 값비싼 선물을 준비해 그녀를 기쁘게 했다.그리고 유머집을 뒤져가며 늦은 밤 잠 못 드는 강한별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그뿐만이 아니라 지극정성으로 강한별을 간호했고 퇴원하는 날에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고 했다.주이설은 그 모든 것을 무표정하게 지켜보았다. 문득 육주한과 처음 만났던 그때가 떠올랐다.당시 주이설은 잦은 접대 때문에 만취하기 일쑤였고 육주한은 늘 바 앞에서 그녀를 기다려 집까지 데려다주었다.구토하면서 괴로워할 때 곁을 지키며 돌봐주던 육주한의 모습에 주이설은 그가 그녀를 진심으로 아낀다고 믿었다. 비록 그 진심이 돈으로 쌓아 올린 것이라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주이설은 이젠 깨달았다. 그녀만 육주한을 외로울 때 부르는 심심풀이용 장난감으로 여긴다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녀가 육주한의 장난감이었다는 것을.그날 밤 주이설은 또 술에 잔뜩 취했다. 같은 꿈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꿨는지 모른다. 꿈속에서 육주한에게 그녀와 결혼해줄 수 있느냐고 묻고 또 물었지만 그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초조함과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눈을 떴을 때 주이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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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육주한의 얼굴에 찰나의 죄책감이 스치더니 주이설을 품에 안고 다정하게 달랬다.“미안해. 내가 너무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어. 꼭 보상할게.”다음 날, 육주한은 서프라이즈 선물이 있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주이설을 차에 태웠다.30분 뒤 차가 멈춰 선 곳은 한 웨딩드레스 샵이었다.육주한이 미리 골라두었다는 드레스들을 보며 주이설이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여긴 왜 데려온 거야?”“너 결혼하고 싶어 했잖아. 드레스 한번 입어보고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미리 사두려고.”육주한의 말투는 평온하기 그지없었으나 주이설의 속은 씁쓸함으로 가득 찼다.‘사서 뭐 하게? 장식품으로 걸어두려고?’그의 속셈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주이설도 곧 있을 정략결혼을 위해 드레스를 골라야 했다.결국 인내심을 갖고 드레스를 여러 벌 입어봤다.마지막 드레스를 입어보던 그때 육주한이 드레스를 가리키며 점원에게 말했다.“이걸로 하죠. 포장해서 이 주소로 보내주세요.”육주한은 별장 주소를 적은 뒤 주이설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러고는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조금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설아, 이 드레스 입은 모습 정말 예뻐.”주이설이 떠보듯 물었다.“이 드레스 엄청 비쌀 텐데? 내가 계산할게.”“드레스 한 벌 정도는 나도 살 능력이 돼.”육주한이 주이설의 손을 잡았다. 그러다 주이설이 늘 보물처럼 아끼던 싸구려 은반지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그의 마음에 순간 당혹감이 밀려왔다.“반지는?”주이설이 손을 빼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잃어버릴까 봐 다른 곳에 넣어뒀어.”“비싼 것도 아닌데 잃어버리면 다시 사면 되지. 이설아, 나한테 시간을 조금만 더 줘. 돈 많이 모으면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 사서 정식으로 프러포즈할게.”거짓말은 한 번으로 족했다. 주이설의 마음속에 이젠 끝을 알 수 없는 비웃음만 남았다.육주한이 주이설의 손가락에 남은 반지 자국을 만지작거리다 입을 맞췄다. 그의 시선이 주이설의 뒤쪽으로 향한 그때 안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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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수술실로 들어가던 순간 주이설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차가운 수술 도구가 몸에 닿자 주이설이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지난 3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생리통으로 배가 아플 때면 육주한은 정성껏 생강차를 끓여줬고 따뜻한 손으로 배를 문질러주며 마음 아파했다.“내가 대신 아파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아버지와 다투다 뺨을 맞은 날, 빨갛게 부어오른 주이설의 얼굴을 본 육주한은 이성을 잃고 당장이라도 주씨 가문에 쳐들어가 따지겠다며 날뛰기도 했다.폭우가 쏟아지던 밤, 고열에 시달리는 주이설을 업고 병원까지 단숨에 달려갔고 그녀가 악몽을 꾸자 다정하게 달래기도 했다.“이설아, 무서워 마. 내가 계속 옆에 있을게.”육주한의 연기가 그토록 완벽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너무 둔해서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믿어버린 것인지 이젠 구분이 가지 않았다.다정한 목소리와 따뜻한 온기가 오가던 그 순간들에 육주한은 과연 주이설을 누구라고 생각했던 걸까?주이설이 지친 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육주한, 넌 평생 모를 거야. 우리한테 형체조차 갖추지 못한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을.’수술이 끝나고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병실 복도를 지나던 주이설의 귀에 간호사들의 잡담이 들려왔다.“어제 들어온 그 커플 말이에요. 남자가 엄청난 재력가인데 여자친구 요양시키려고 VIP 병동 한 층을 통째로 빌렸대요. 오늘 눈 뜨자마자 여자친구부터 보러 간 거 있죠?”“여자가 아직 화가 안 풀렸는지 계속 용서해주지 않으니까 남자는 다친 와중에도 병실 밖을 떠나지 않고 여자를 한참 동안 달래더라고요. 여자를 저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를 처음 봤어요. 어찌나 부럽던지. 드라마에서도 그렇게는 안 할걸요?”주이설이 씁쓸한 마음을 안고 VIP층으로 향했다. 병실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고개를 돌리자 육주한의 품에 안겨 울면서 그를 원망하는 강한별의 모습이 보였다.“주한아, 아직도 내가 유학 갔던 것 때문에 화난 거야? 지난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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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주이설의 대답을 들은 육주한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가 옷을 몇 벌 챙기면서 그녀에게 설명했다.“새로운 아르바이트를 구했는데 며칠 동안 교육을 받으러 가야 해. 보고 싶을 거야, 이설아.”주이설이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강한별의 곁을 지키러 가는 거겠지.’그녀는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드레스룸에 지난 3년 동안 주이설이 육주한에게 사준 옷과 선물들이 가득했다.반면 육주한이 주이설에게 준 건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그날 밤, 주이설은 서둘러 별장 매매 계약서에 서명을 마쳤고 이후의 모든 절차를 부동산 중개인에게 맡겼다.떠나기 전 마지막 밤, 주이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술기운이 오르자 머리가 지끈거린 주이설은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왔다.2층에서 1층 정원을 내려다봤는데 통째로 대관된 상태였다.화려하고 정성스럽게 꾸며진 정원은 누가 봐도 프러포즈를 앞둔 현장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주이설은 육주한의 모습을 발견했다.블랙 맞춤 정장을 차려입은 육주한이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함을 풍기고 있었다.눈시울이 붉어진 강한별이 서서히 다가오는 육주한을 바라보았고 오만하고 고귀하던 남자는 강한별 앞에 경건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 아름다운 꽃다발을 건넸다.“한별아, 나랑 결혼해줄래?”강한별은 이미 울음이 터진 상태였다. 주변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서 그녀가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육주한이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강한별의 손가락에 끼워주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품에 안고 입을 맞췄다.그 순간 강변의 밤하늘 위로 천 대의 드론이 동시에 떠올랐다. 드론들이 육주한의 사랑이 담긴 글을 하나하나 수놓다가 마지막에 문장을 완성했다.[강한별, 나랑 결혼해 줘.]알고 보니 육주한의 프러포즈 현장이었다.주이설은 육주한이 그녀에게 어떻게 프러포즈할지 수만 번을 상상했었다. 지금 그 광경을 보고 있지만 프러포즈의 주인공은 주이설이 아니었다.“이설아, 조금만 기다려줘. 내가 다이아몬드 반지를 살 수 있게 되면 그때 꼭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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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저녁이 됐는데도 주이설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육주한이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휴대폰은 계속 꺼져 있었다.‘대체 어디를 가기에 비행기를 이렇게 오래 타?’육주한은 별장 안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꽉 쥐고 있는 듯 가슴 한구석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불안감이 피어올랐다.“주한아, 왜 그래? 저녁 내내 기운이 없어 보여. 무슨 고민 있어? 혹시... 주이설이 또 널 곤란하게 했어?”육주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 그냥 조금 피곤해서 그래.”“주이설한테는 언제쯤 사실대로 말할 거야? 나한테 프러포즈까지 해놓고 얼마나 더 숨길 생각인데?”그녀의 말에 옆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그녀의 편을 들었다.“주한아, 나 같았으면 진작에 못 버텼어. 주이설 그 여자는 네 겉모습만 보고 좋아했지, 진심으로 좋아한 게 아니야. 돈 좀 있다고 얼마나 나댔는데. 네가 돈이라면 넘쳐나는 사람인 줄도 모르고 말이야.”“맞아. 주이설이 네 정체를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정말 기대된다니까. 자기 곁에 있던 남자가 주씨 가문을 살려낼 수 있는 사람인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주한이 말 한마디면 주씨 가문도 기사회생할 수 있고 주이설도 정략결혼 같은 거 안 해도 될 텐데.”“아 참, 정략결혼은 어떻게 됐대? 주씨 가문에서 마지막에 누구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네. 주이설 걔 설마 주한이 때문에 끝까지 정략결혼 안 하겠다고 버티는 거 아니야?”사람들의 비웃음이 이어질수록 육주한은 짜증이 점점 밀려왔다.주이설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과거 그녀가 육주한을 스폰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명진이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퍼부었을 때도 주이설은 육주한의 앞을 막아선 채 주명진에게 따귀를 얻어맞았다.대체 왜 이럴까?왜 자꾸 주이설과 관련된 기억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걸까?강한별만 돌아오면 주이설과는 미련 없이 끝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왜냐하면 주이설은 그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장난감에 불과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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