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로 들어가던 순간 주이설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차가운 수술 도구가 몸에 닿자 주이설이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지난 3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생리통으로 배가 아플 때면 육주한은 정성껏 생강차를 끓여줬고 따뜻한 손으로 배를 문질러주며 마음 아파했다.“내가 대신 아파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아버지와 다투다 뺨을 맞은 날, 빨갛게 부어오른 주이설의 얼굴을 본 육주한은 이성을 잃고 당장이라도 주씨 가문에 쳐들어가 따지겠다며 날뛰기도 했다.폭우가 쏟아지던 밤, 고열에 시달리는 주이설을 업고 병원까지 단숨에 달려갔고 그녀가 악몽을 꾸자 다정하게 달래기도 했다.“이설아, 무서워 마. 내가 계속 옆에 있을게.”육주한의 연기가 그토록 완벽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너무 둔해서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믿어버린 것인지 이젠 구분이 가지 않았다.다정한 목소리와 따뜻한 온기가 오가던 그 순간들에 육주한은 과연 주이설을 누구라고 생각했던 걸까?주이설이 지친 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육주한, 넌 평생 모를 거야. 우리한테 형체조차 갖추지 못한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을.’수술이 끝나고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병실 복도를 지나던 주이설의 귀에 간호사들의 잡담이 들려왔다.“어제 들어온 그 커플 말이에요. 남자가 엄청난 재력가인데 여자친구 요양시키려고 VIP 병동 한 층을 통째로 빌렸대요. 오늘 눈 뜨자마자 여자친구부터 보러 간 거 있죠?”“여자가 아직 화가 안 풀렸는지 계속 용서해주지 않으니까 남자는 다친 와중에도 병실 밖을 떠나지 않고 여자를 한참 동안 달래더라고요. 여자를 저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를 처음 봤어요. 어찌나 부럽던지. 드라마에서도 그렇게는 안 할걸요?”주이설이 씁쓸한 마음을 안고 VIP층으로 향했다. 병실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고개를 돌리자 육주한의 품에 안겨 울면서 그를 원망하는 강한별의 모습이 보였다.“주한아, 아직도 내가 유학 갔던 것 때문에 화난 거야? 지난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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