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육주한을 스폰해준 지 3년이 되던 해, 주이설의 집안이 부도났다. 아버지 주명진은 가문을 살리기 위해 주이설에게 정략결혼을 강요했다. 그날 밤, 주이설은 전 재산을 챙겨 육주한과 함께 야반도주하려 했다. 그러다가 육주한이 일하는 바에서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을 마주했다. 사람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는 육주한의 몸짓에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이 흘렀다. 지난 3년 동안 주이설이 돈을 대주며 보살폈던 가난한 청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Ver más심재원의 갑작스러운 고백 이후, 주이설은 이 결혼을 대하는 태도를 완전히 바꾸었다.심재원은 주이설을 두 번이나 구해주었다. 5년 전과 5년이 지난 지금 지독하게 닮은 처지에서 매번 심재원 덕분에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그러니 주이설에게는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먼저 빚을 진 쪽이 그녀이니 심재원이 그녀에게 어떻게 대하든 모두 감내해야 마땅했다.심재원이 주이설을 데리고 심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 집안사람들에게 주이설을 직접 소개하며 그녀가 자신의 아내임을 당당하게 알렸다.주이설은 심씨 가문 사람들이 새로운 안주인이 된 그녀를 몹시 못마땅해하면서도 감히 뭐라 하지 못하는 걸 한눈에 알아챘다.이후 심재원은 주이설의 존재를 세상에 발표했고 각종 공식 석상에 함께 참석했다.사람들은 입을 모아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주이설은 심재원의 곁에서 아내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려 애썼다. 때로는 이것이 잘 짜인 연기인지 아니면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진심인지 스스로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한 달 뒤, 주이설은 SNS를 통해 육주한의 부고를 접했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너도 소식 들었지? 육주한이 돌아온 뒤로 엄청 어둡게 변했더라고. 강한별은 육주한이 자기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못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사랑을 확인받으려고 매일같이 결혼하자고 닦달했대.”“그런데 육주한이 이별을 통보해 버리니까 완전히 돌아버린 거야. 강한별은 육주한을 사랑하면서 원망했어. 포기하기 아쉬우니까 자존심까지 다 버리고 매달려 봤지만 육주한이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며 내쫓았어.”“그런데도 육주한의 마음에 자기가 남아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고 차를 몰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거야.”“결과적으로 육주한이 강한별의 바람대로 구해주긴 했지만 중상을 입은 바람에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어. 손쓸 틈도 없이 즉사했대.”“사람들이 다 육주한이 죽으려고 작정하고 일부러 강한별의 덫에 뛰어든 거라고 수군대고 있어. 이설아, 육주한이 널 찾아갔
주이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온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5년이라는 세월 동안 심장 깊숙이 묻어두고 필사적으로 외면해 왔던 진실이었다. 가능하다면 심재원이 평생 모르길 바랐고 설령 그가 그녀를 영원히 증오한다 해도 상관없었다.“100억을 몰래 돌려줬다고 해서 이미 일어난 일이 없던 게 될 줄 알았어?”심재원은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이 너무나 늦었을 뿐이었다.6개월 전, 심재원의 어머니 김애순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그를 병상 곁으로 따로 불렀다. 병세가 위중해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김애순은 과거에 주이설을 내쫓았던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지난 몇 년간 넌 곁에 여자 한 명 두지 않고 혼자 지냈어. 결혼 얘기를 꺼낼 때마다 늘 급할 거 없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다 알아. 네 마음속에 아직도 그 애가 있다는 걸. 재원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그 애가 대체 어디가 그렇게 좋아서 아직도 잊지를 못하는 거니?”심재원은 김애순의 앞에서 점점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날, 마침내 주이설이 떠나야 했던 진실을 전해 들었다.“당시 주씨 가문은 절망적인 상황이었고 그 애 엄마도 돈이 있어야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처지였어. 그래서 내가 그 애의 약점을 잡고 돈을 줄 테니 널 떠나라고 했어.”“그랬더니 바로 동의했고 돈을 챙겨 떠난 뒤로 다신 널 찾지 않더라고. 그런 여자는 네 사랑을 받을 가치가 없어. 걔한테 너희들의 사랑은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듣자 하니 지금 어떤 기생오라비를 끼고 살면서 사이가 아주 좋다더구나. 넌 걔를 생각하는데 걔는 진작 널 잊었어.”“변해버린 네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가끔은 그때 내가 잘못한 건가 싶기도 했어.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난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넌 심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고 네 결혼은 네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심재원은 그때 처음으로 이별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주이설이 그토록 매정하게 굴었던 게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
“그럼 넌? 우리가 함께한 3년 내내 날 속인 넌 피나 눈물이 있어?”주이설의 목소리가 어떤 감정도 실리지 않을 만큼 메말라 있었다. 그 무미건조함이 육주한을 서서히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과거의 주이설은 육주한이 무엇을 하든 조건 없이 믿어줬다. 훗날 그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용서해주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은 먼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육주한 스스로가 주이설의 진심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주이설은 심재원을 먼저 차에 태운 뒤 이성을 잃고 날뛰는 육주한을 무표정하게 응시했다.“육주한, 어젯밤에 내 뜻을 충분히 전했다고 생각하는데. 대체 뭘 믿고 내가 널 못 잊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아르바이트 간다고 거짓말하고 강한별 곁을 지키러 갔을 때도, 가난한 척 연기하며 내 고통을 방관할 때도, 네 친구들이 내 면전에서 조롱할 때도 넌 침묵했어.”“그리고 나 몰래 강한별에게 프러포즈하며 뻔뻔하게 거짓말을 늘어놓던 순간까지 넌 나를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았어. 그런데 이제 와서 대체 왜 이러는 건데?”“강한별을 사랑하잖아. 심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그 여자를 위한 반지 문신까지 새겨놓고는 날 위해 새긴 거라고 거짓말까지 했어. 난 바보같이 그 말을 믿고 너한테 더 잘해주려고 애썼어.”“내가 너한테 무슨 잘못을 했길래 지금까지 놓아주지 않는 건데? 여기서 더 추해져 봤자 서로 좋을 거 없어. 구질구질하게 굴지 마.”육주한의 두 눈에 핏발이 섰고 목구멍이 막혀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주이설이 다시 몸을 돌려 떠나려 하자 육주한이 돌연 옷을 찢더니 칼을 꺼내 가슴팍에 새겨진 문신을 도려내기 시작했다.살을 찢는 고통에 육주한의 의식은 점차 흐릿해졌지만 여전히 주이설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창백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이설아, 네가 싫다면 없애버릴게.”육주한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피가 새하얀 셔츠를 붉게 물들였다.하지만 주이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무엇을 하든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엔 너
주이설은 온몸의 진이 다 빠져나가 말 한마디 꺼낼 힘조차 남지 않았다.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심재원이 주이설의 손목을 거칠게 낚아채더니 벽으로 밀어붙였다.“나랑 헤어지고 나서 아주 화끈하게 놀았더라? 남자를 스폰해주지를 않나, 서로 대체품으로 삼지를 않나. 그 자식을 누구의 대체품으로 삼았어?”주이설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자신을 꿰뚫어 볼 듯 집요하게 응시하는 심재원의 눈빛에 마음이 혼란스러워진 주이설이 불쑥 말을 내뱉었다.“아무튼 너는 아니야.”“내가 언제 나라고 했어? 뭐가 찔려서 발끈하는 건데?”심재원이 기다란 손가락으로 주이설의 허리를 쓸어내리더니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그녀를 단단히 구속했다.“남자 보는 눈이 어쩜 갈수록 형편없어져? 3년이나 살을 섞어놓고는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외면당하는 꼴이라니. 한 남자한테 3년 내내 농락이나 당하고. 주이설, 언제부터 이렇게 멍청해졌어?”심재원의 비아냥거림에 주이설은 수치심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의 품 안에서 버둥거리며 밀쳐내려 했으나 그가 그대로 주이설을 어깨에 들쳐메고 2층으로 올라가 침대 위로 내던졌다.남자의 숨결이 순식간에 주이설을 덮쳤다.오늘 밤 심재원의 입맞춤은 유난히도 거칠고 집요했다.기분이 엉망이었던 주이설이 짜증스럽게 심재원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심재원은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숙이 파고들며 주이설의 입안을 사정없이 헤집어놓았다.“주이설, 다시는 도망칠 생각하지 마. 몇 번이고 널 기다려줄 만큼 내 인내심이 그리 넉넉하지 않거든.”숨이 막혀 머릿속이 새하얘진 바람에 주이설은 심재원이 벌을 주듯 입술을 깨물면서 내뱉은 그 말의 진짜 의미를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희뿌연 새벽빛이 어스름하게 밝아올 때까지 육주한은 차 안에서 넋을 놓은 채 꼬박 밤을 지새웠다.주이설과 심재원이 별장 안으로 들어간 뒤 더는 나오지 않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마음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이 피어올랐다.‘이설이가 정말로 심재원이랑 결혼한 거야? 말도 안 돼.’심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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