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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가 가고 진짜가 왔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1 - チャプター 20

25 チャプター

제11화

육주한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나 지금 뭐 하는 거야? 한별이야말로 내가 점찍은 여자인데 주이설 따위를 한별이랑 비교하다니.’“그냥 주이설한테 어떻게 털어놓을지 생각 중이었어. 이번에 돌아오면 확실히 말할게. 말한 다음에 우리 결혼식을 본격적으로 준비하자.”육주한이 강한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왜 울어?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내가 사랑하는 건 너 하나뿐이라고. 나한테 다른 여자는 다 너의 대체품일 뿐이야.”3년을 기다려 어렵게 되찾은 강한별이었다. 그런 여자의 눈에서 눈물 나게 할 수는 없었다.그 후로 며칠간 육주한과 강한별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지냈다. 예전처럼 포옹하고 입을 맞추며 데이트를 즐겼다. 수년 전의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육주한은 매일 직접 요리를 해서 강한별의 삼시 세끼를 챙겼다. 3년이라는 헤어짐이 무색하게 그는 여전히 강한별의 입맛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또한 강한별의 상처에 세심하게 약을 발라줬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조심스럽게 안아 들어 옮기며 아이처럼 애지중지 아꼈다.여유로운 시간이 나면 강한별은 육주한의 품에 안긴 채 영화를 보면서 외국에 있는 3년 동안 늘 육주한을 그리워했다고 속삭였다.강한별에게 육주한은 인생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과거에 떠날 때도 육주한이 무조건 그녀를 기다려줄 것이라 확신했기에 그녀는 한 번도 위기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육주한의 마음은 언제나 그녀의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하지만 육주한이 어떤 여자와 동거하고 있고 그들의 관계가 3년이나 지속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강한별은 점점 초조해졌다. 육주한이 정말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줄까 봐 겁이 났다.육주한이 오만하기 짝이 없는 여자에게 스폰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강한별은 그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장난일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육주한이 휴대폰을 보며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강한별은 그가 주이설을 생각하고 있을까 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주한아, 우리 내일 웨딩드레스 고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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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별장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본 육주한은 주이설이 돌아왔다고 생각했다.지난 며칠간 전화도, 메시지도 한 통 없던 그녀였다. 퇴근할 때면 데리러 오라고 보채던 주이설이 이번에는 돌아왔다는 기척조차 없이 너무나 조용했다.육주한은 차 안에서 한참을 머물며 주이설을 어떻게 달랠지 고민했다.주이설은 달래기 쉬운 여자였다. 매번 그가 기분을 상하게 해도 주이설이 화를 쉽게 풀었기에 그녀가 등을 돌릴 거라는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았다.다만 그녀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숙제였다.고민 끝에 차 안에서 고급스러운 보석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 하트 모양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강한별의 반지를 고르다 눈에 띈 것인데 주이설에게 무척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이걸 받으면 주이설은 분명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할 것이다.주이설이 환하게 웃을 모습을 상상하자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린 육주한은 당장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다이아몬드 반지를 챙겨 들고 차에서 내려 현관문 앞에 섰다. 평소처럼 비밀번호를 눌렀지만 뜻밖에도 비밀번호가 틀렸다는 안내음이 울려 퍼졌다.몇 번을 다시 시도해 보다가 결국 도어락이 잠겨버려 더는 비밀번호를 누를 수가 없었다.육주한의 마음속에 조급함이 일었다.‘이설이 단단히 화가 났구나. 비밀번호까지 바꾼 걸 보면.’“이설아, 문 좀 열어줘. 너 주려고 선물 사 왔단 말이야.”예전에는 그가 저렴한 선물을 줘도 주이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좋아했었다. 육주한이 준 것이라면 무엇이든 보물처럼 소중히 간직했고 힘들게 돈을 번 그를 걱정했었다.그래서 이번에도 예전처럼 그를 용서해줄 것이라 믿었다.육주한이 몇 번이나 주이설을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전화를 해봐도 기계 안내음만 들려왔다.“전화기가 꺼져 있어...”참을성이 바닥난 육주한은 결국 사람을 불러 문을 강제로 열게 했다.집 안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으나 사람은 없었다.이곳에 올 때면 육주한은 마음이 편안해졌다.우선 위층으로 올라가 씻고 옷을 갈아입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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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육주한이 직접 차를 몰면서 찾을 수 있는 모든 곳을 뒤졌지만 그 누구도 주이설이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했다.그녀가 평소 자주 가던 바와 레스토랑, 카페를 밤새 샅샅이 뒤졌으나 그녀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기만 했다.육주한이 별장을 판 부동산을 찾아갔다. 부동산 중개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주이설 씨가 대략 보름 전에 매물을 내놓으셨어요. 처분이 급하셨는지 결국 헐값에 넘기셨죠. 이후 절차는 전부 제게 맡기셨고 계약서에 사인한 뒤로는 저도 한 번도 뵌 적이 없어요.”그 별장은 주이설이 육주한에게 사준 것이었다. 그녀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별장만큼은 절대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곳에 두 사람의 모든 추억이 깃들어 있었으니까.그런 주이설이 두 사람이 3년 동안 함께 살아온 보금자리를 팔아치웠다.육주한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날이 밝자마자 주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 그런데 텅 비어 있었고 주명진도 자취를 감췄다.문득 얼마 전에 들었던 소문들이 떠올랐다.주씨 가문이 부도나고 빚더미에 오른 주명진이 채무를 갚기 위해 딸을 팔려고 데려갈 가장 좋은 매수자를 물색 중이라는 소문이었다.당시 주이설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육주한의 친구들은 대놓고 조롱했고 주이설의 최종 매수자가 과연 누가 될지를 두고 내기를 걸기까지 했다.정략결혼이라 포장했을 뿐 실상은 딸을 팔아먹는다는 말을 그럴싸하게 돌려 말한 것에 불과했다.육주한이 친구들을 찾아갔을 때 그들은 한창 유흥에 빠져 있었다.“주이설의 정략결혼 상대, 결국에는 누가 됐어?”다짜고짜 던진 육주한의 질문에 자리에 있던 이들은 모두 어리둥절해했다. 강한별마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육주한을 쳐다봤다.온종일 전화를 걸어도 연락이 닿지 않던 육주한이 불쑥 들이닥쳐 주이설에 대해 물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갑자기 그건 왜 물어봐? 주씨 가문 일에 누가 관심을 둔다고.”“그러게. 게다가 주이설 걔 매일 너한테 끈질기게 매달렸잖아. 그런 애가 정략결혼을 받아들였을 리가 없지.”“요즘 주씨 가문이랑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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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육주한이 서늘한 눈길로 강한별을 응시했다.예전의 강한별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육주한의 주변에 어떤 여자들이 있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었다.여자들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뿐이라는 것을, 육주한이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그녀뿐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이게 바로 진짜 여자친구의 여유이자 당당함이었다.그런데 그런 강한별에게 주이설이 위기감을 안겨주었다. 입으로는 주이설 따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주이설을 향한 좋지 않은 말들이 그녀의 초조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육주한의 차가운 눈빛에 겁을 먹은 강한별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육주한이 차를 몰고 떠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육주한은 사방으로 주이설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한편 주명진의 행방까지 조사하도록 했다.주이설과 함께했던 지난날들을 되짚어보며 대체 언제부터 일이 틀어지기 시작한 것인지 생각해봤다.주이설이 함께 도망가겠냐고 물었던 그날 밤, 적어도 ‘그래’라는 답장을 보냈던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다.주씨 가문의 상황을 육주한도 빤히 꿰뚫고 있었다. 고작 정략결혼으로 해결될 만한 위기가 아니었음에도 주명진은 딸을 불구덩이에 처넣으려 했다.하지만 육주한은 주이설이 아버지의 강요에 굴복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아버지와의 사이가 나빴기에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팔려 가듯 정략결혼을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심지어 진짜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주이설에게 돈을 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적어도 먹고살 걱정이 없이 살 수 있도록, 돈 때문에 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지 않도록 해주려 했다.그런데 지금...육주한은 갑자기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가 과연 주이설을 제대로 알고 있기는 했던 걸까?주이설이 육주한의 앞에서 언제나 그를 지나치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그녀가 정말 그가 없이는 안 되는 줄로만 믿고 있었다.가슴을 짓누르는 거대한 불안감이 보이지 않는 그물처럼 육주한의 모든 생각과 이성을 옭아맸다.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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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육주한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이 여자가 내 진짜 정체를 알고 있었어? 그렇다면 이설이도... 다 알고 있단 말이야?’주이설의 친구가 혐오가 가득한 눈으로 육주한을 쏘아보았다.“나한테서 이설이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사실 나도 이설이가 어디 갔는지 몰라. 하지만 확실한 건 어디에 있든 네 곁에 있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거야.”“3년이나 이설이를 속이면서 재미있었어? 3년을 함께한 여자친구가 벼랑 끝으로 내몰렸는데도 모른 척 방관한 네가 과연 남자라고 할 수 있을까?”“하지만 이젠 상관없어. 이설이가 가야 하는 길이 있으니까. 떠난 이설이를 영원히 찾을 생각 하지 마.”이 말들이 육주한의 신경을 날카롭게 긁어댔다. 그가 핏발이 선 두 눈으로 옆에 있던 쓰레기통을 걷어찼다.하지만 누구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주이설의 친구가 안으로 들어가 가방 하나를 챙겨 나오더니 그 안에 든 것들을 육주한의 몸을 향해 전부 쏟아부었다.“이건 이설이가 떠나기 전날 밤에 두고 간 것들이야. 죄다 네가 준 쓰레기들이겠지? 이제 다 돌려줄게. 육주한, 어떻게 이런 조잡한 물건들을 선물이라고 줄 수 있어? 대체 이설이를 뭐라 생각했던 거야?”‘이설이를 뭐라 생각했냐고?’육주한이 바닥에 흩어진 물건들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싸구려 귀걸이와 목걸이, 시계, 머리핀, 향수, 조화들... 전부 합쳐도 육주한이 평소 술집에서 쓰는 팁보다 적었다.하지만 주이설은 이것들을 받을 때마다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하며 소중히 간직했다.“네가 준 선물이니까 잘 간직할 거야.”육주한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주이설이 한시도 빼놓지 않던 그 은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전에 그녀가 반지를 뺀 것을 보고 왜 끼지 않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설마 그때부터 이미 마음을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야? 주이설... 대체 언제부터 내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어?’육주한이 쪼그려 앉아 물건들을 하나하나 주워 담았다. 아무 값어치도 없는 쓰레기 같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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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육주한의 싸늘한 태도에 강한별의 가슴은 다시금 갈기갈기 찢겨나갔다.“주한아, 나한테 이러면 안 되잖아. 네 마음속에 나밖에 없다며? 나랑 결혼하기로 약속해놓고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거야?”“너 나를 사랑하잖아. 잊었어? 내가 없던 3년 동안 네 마음 한구석에 늘 내가 있었던 거?”“유람선에서 사고가 났을 때도 넌 다친 주이설을 버려두고 나를 구하러 달려왔고 내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어. 클럽에 불이 났을 때도 주이설이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넌 쳐다보지도 않았잖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도 넌 목숨 걸고 나한테 달려와서 나부터 살려달라고 했고 정성껏 간호해줬어.”“네가 어떻게 했었는지 다 잊은 거야? 너의 행동이 이미 증명해주고 있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주이설이 아니라 나라는 걸 말이야...”“내가... 이설이를 사랑하고 있어.”그 한마디에 주변의 공기마저 얼어붙었다.육주한 본인조차 주이설을 향한 마음을 인정할 줄은 몰랐다.“지금 농담하는 거지? 주이설은 그냥 내 대체품일 뿐이라며? 육주한, 네가 대체품을 사랑하게 됐다는 게 말이 돼?”육주한이 눈을 감았다. 인정하기 싫지만 강한별에게 프러포즈하던 그날 밤에도 육주한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던 건 사실 주이설이었다.주이설이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주이설도 이런 프러포즈를 좋아할까?강한별과 함께 있는 동안에도 육주한은 주이설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저도 모르게 생각하곤 했다.과거의 약속대로 강한별과 결혼하면 지난 3년의 기억이 서서히 잊힐 줄 알았다. 주이설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저 잠깐 즐긴 거라고 스스로를 속여왔다.하지만 주이설이 사라진 뒤 육주한은 심장이 뜯겨나가는 듯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파 숨을 쉴 수가 없었다.육주한이 주먹을 꽉 쥐었다. 안색이 점점 창백해진 그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미안해. 내가 거짓말했어.”멘탈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강한별이 옆에 있던 쓰레기통을 걷어찼다.“육주한, 너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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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주한아, 사실... 주이설의 정략결혼 상대가 누군지 알아냈어. 영군시에 있는 심씨 가문인 것 같아.”결국 누군가 참지 못하고 방금 주워들은 소식을 육주한에게 털어놓았다.육주한의 안색이 급격히 굳어졌다.영군시 심씨 가문에서 혼기가 찬 남자라면 심재원밖에 없었다.“주한아, 아직 늦지 않았어. 정말 좋아한다면 가서 다시 붙잡아. 사실 주이설도 괜찮긴 해. 적어도 너한테만큼은 진심이었으니까...”...영군시.5년 만에 심재원을 다시 만났다.공항에서 심씨 가문 사람을 따라 호텔에 도착한 이후 주이설은 꼬박 사흘 동안 방치되었다.주이설도 자신이 심씨 가문과 무언가를 협상할 처지가 못 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심씨 가문이 정략결혼을 승낙해 준 것만으로도 파격적인 일이었으니까.오히려 주이설은 마음이 편했다. 어차피 그녀가 원해서 하는 결혼도 아니었고 다른 선택지가 하나라도 남아 있었다면 그녀를 상품처럼 가격표를 붙여 내놓지 않았을 것이다.그때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이설아, 거긴 어때? 괴롭힘당하고 있는 건 아니지? 내가 가서 기 좀 살려줄까?”주이설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예전처럼 제멋대로 굴 수 없었다. 그녀가 선택한 길은 오롯이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육주한이 날 찾아왔었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네가 어디 있는지 안 알려줬으니까. 그 자식 세상 애틋한 척은 혼자 다 하더라. 3년 동안 널 속였다는 걸 몰랐다면 진짜 널 사랑하는 거라고 믿을 뻔했어.”“이설아, 그런 남자 때문에 마음 아파하지 마. 그럴 가치도 없어. 게다가 듣자 하니 강한별이랑도 대판 싸웠대. 거봐, 걘 누구도 사랑하지 않아. 이제라도 그 실체를 알아서 천만다행이지.”주이설은 육주한에 대한 얘기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친구와 몇 마디를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몸을 돌린 순간 주이설이 누군가의 딱딱한 품에 부딪혔다.“죄송합니다...”고개를 들자마자 주이설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5년 만에 마주한 심재원은 기억 속의 거침없고 제멋대로이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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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혼인신고를 마친 뒤 꼬박 일주일 동안 주이설은 심재원을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심씨 가문 사람들 역시 주이설을 찾지 않았다.사실 이 정략결혼에 대해 주이설은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심씨 가문에서 대체 왜 그녀를 받아들인 것일까?5년 전, 주씨 가문이 한 차례 위기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당시 주이설 어머니의 병세가 위중해 생사가 위태로웠다. 바로 그때 심재원의 어머니 김애순이 주이설의 앞에 나타났다.“넌 우리 가문에 시집올 자격이 없어. 여기 100억이 있으니까 이 돈을 받고 내 아들을 떠나.”평생 그런 모욕을 당해본 적이 없었던 주이설은 난생처음 남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하지만 당시 주씨 가문은 물론 어머니도 주이설을 필요로 했다.결국 첫사랑을 100억 원에 팔아버렸고 심재원과의 사랑도 그렇게 끝이 났다.그 후 심재원이 주이설에게 끈질기게 매달렸지만 주이설은 그에게 상처가 되는 온갖 모진 말들을 쏟아내며 끝내 그를 단념시켰다.지난 5년 동안 주이설은 육주한과 몸을 섞을 때마다 옛날의 심재원을 떠올리곤 했다.과거 심재원에게 미처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주이설은 육주한에게 아낌없이 쏟아부었다.육주한이 주이설을 대체품으로 여겼듯 주이설 역시 심재원에 대한 미안함을 육주한에게 투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처음 육주한을 보았을 때 그의 눈빛이 심재원과 너무나 닮아 있었기에 그녀는 그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주이설은 이 비밀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곰곰이 생각해보면 주씨 가문의 두 번의 위기 모두 심재원이 구원해준 셈이었다.지난번에는 김애순에게서 받은 100억 원으로 주씨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웠지만 이번에는 5년 전처럼 운이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그렇게 평온하고 무미건조한 나날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던 차에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심재원이 나타났다.차에 올라탄 뒤에야 주이설이 물었다.“어디 가는 거야?”“밥 먹으러.”심재원의 태도가 여전히 냉랭했고 주이설 역시 더는 캐묻지 않았다. 심재원은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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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주이설의 상처가 거의 아물 무렵, 심재원은 그녀를 데리고 친구 모임에 참석했다.함께 식사하고 쇼핑하고 영화를 봤으며 가끔 산책하면서 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5년 전의 일은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심재원의 변화를 느낀 주이설은 계속 가슴을 졸였다. 그가 이 연기에 지치는 날이 오면 두 사람의 관계가 다시 예전의 냉랭한 상태로 돌아갈까 봐 두려웠다.어느 늦은 밤, 주이설이 막 잠자리에 들려던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형수님, 와서 재원이 좀 데려가세요. 술에 진탕 취해서 끝도 없이 주정을 부려요.”주이설이 도착했을 때 심재원이 창가에 기댄 채 연거푸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심재원의 친구가 주이설을 옆으로 데려가 낮은 목소리로 귀띔했다.“매년 이날만 되면 저래요.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시는데 왜 그러냐고 물어도 죽어도 말을 안 해요. 짐작건대 재원이한테 아주 특별한 날인 것 같아요. 방금도 한 차례 토했는데 지금은 정신이 좀 들었는지 모르겠네요.”주이설이 고개를 끄덕이고 감사를 표한 뒤 심재원에게 살며시 다가갔다.심재원의 눈빛이 멍하게 풀려 있었다. 주이설을 보자마자 또 꿈을 꾸는 줄 알았는지, 눈을 세게 비비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여긴 왜 왔어? 날 버렸잖아. 내가 싫다며?”오랜만에 보는 아이 같은 투정에 주이설은 마음이 답답했다.겨우 심재원을 달래 집으로 데려왔다. 밤새 씨름한 끝에 잠든 심재원이 다시금 지독한 악몽에 빠져들었다.“가지 마, 제발. 뭐든 다 할 테니까 날 버리지만 마...”“내가 잘못했어.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돼? 부탁이야.”흐느끼듯 웅얼거리는 심재원의 목소리에 주이설이 곧바로 그의 손을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심재원, 일어나. 너 악몽 꾼 거야.”그 순간 심재원이 눈을 번쩍 떴다. 멍하니 주이설을 응시하던 그가 갑자기 그녀의 뒷머리를 끌어당기더니 키스를 퍼부었다. 폭풍우처럼 거세고 사나운 키스에 주이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처음엔 버둥거리며 밀어내려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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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이설아...”주이설을 보자마자 육주한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가 성큼 다가가 주이설의 팔을 낚아챘다. 손바닥이 어찌나 뜨거운지 주이설의 피부가 델 정도였다.“드디어 찾았어. 네가 심씨 가문이랑 정략결혼을 했다는 말을 듣고 심씨 가문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널 못 찾았는데. 여기서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잃어버린 보물을 되찾은 듯한 기쁨에 육주한은 그녀를 놓지 않으려 했다.주이설을 찾아 헤매는 동안 육주한은 수없이 다짐했다. 그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겠다고, 그래서 다시는 그녀와 헤어지지 않겠다고 말이다.하지만 주이설의 손가락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본 순간 육주한의 두 눈이 붉게 변했다.두려움과 질투가 이성을 집어삼켰다.“내가 준 반지 외에 그 누구의 반지도 끼지 마.”육주한이 주이설의 손가락에서 반지를 거칠게 빼내려 들었다.취기 때문에 머리가 깨질 듯 아팠던 주이설이 육주한의 손을 뿌리치며 도망가려던 그때 심재원과 부딪히고 말았다.심재원이 주이설을 감싸 안으며 덤덤한 시선으로 육주한을 쳐다봤다.“우리 와이프가 내가 준 반지를 안 끼면 대체 어떤 놈이 준 반지를 끼어야 한다는 거지?”그 말에 육주한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함부로 지껄이지 마. 이설이는 내 여자친구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이설이를 안고 있는 거냐고!”가뜩이나 주이설의 냉랭한 태도에 이미 초조해질 대로 초조해진 육주한이었다. 와이프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결국 폭발한 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심재원에게서 주이설을 뺏어오고 싶었다.“이설이가 사랑하는 건 나뿐이야. 내 여자 뺏어갈 생각 말고 당장 놔.”육주한이 다시 주이설의 팔을 잡으려고 달려들자 심재원이 가볍게 몸을 틀어 피했다. 두 남자 사이의 팽팽한 기 싸움에 어지러웠던 주이설의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힘겹게 눈을 뜬 주이설이 그제야 분노에 가득 찬 육주한의 얼굴을 확인했다.하지만 육주한을 보는 주이설의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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