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이설의 상처가 거의 아물 무렵, 심재원은 그녀를 데리고 친구 모임에 참석했다.함께 식사하고 쇼핑하고 영화를 봤으며 가끔 산책하면서 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5년 전의 일은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심재원의 변화를 느낀 주이설은 계속 가슴을 졸였다. 그가 이 연기에 지치는 날이 오면 두 사람의 관계가 다시 예전의 냉랭한 상태로 돌아갈까 봐 두려웠다.어느 늦은 밤, 주이설이 막 잠자리에 들려던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형수님, 와서 재원이 좀 데려가세요. 술에 진탕 취해서 끝도 없이 주정을 부려요.”주이설이 도착했을 때 심재원이 창가에 기댄 채 연거푸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심재원의 친구가 주이설을 옆으로 데려가 낮은 목소리로 귀띔했다.“매년 이날만 되면 저래요.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시는데 왜 그러냐고 물어도 죽어도 말을 안 해요. 짐작건대 재원이한테 아주 특별한 날인 것 같아요. 방금도 한 차례 토했는데 지금은 정신이 좀 들었는지 모르겠네요.”주이설이 고개를 끄덕이고 감사를 표한 뒤 심재원에게 살며시 다가갔다.심재원의 눈빛이 멍하게 풀려 있었다. 주이설을 보자마자 또 꿈을 꾸는 줄 알았는지, 눈을 세게 비비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여긴 왜 왔어? 날 버렸잖아. 내가 싫다며?”오랜만에 보는 아이 같은 투정에 주이설은 마음이 답답했다.겨우 심재원을 달래 집으로 데려왔다. 밤새 씨름한 끝에 잠든 심재원이 다시금 지독한 악몽에 빠져들었다.“가지 마, 제발. 뭐든 다 할 테니까 날 버리지만 마...”“내가 잘못했어.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돼? 부탁이야.”흐느끼듯 웅얼거리는 심재원의 목소리에 주이설이 곧바로 그의 손을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심재원, 일어나. 너 악몽 꾼 거야.”그 순간 심재원이 눈을 번쩍 떴다. 멍하니 주이설을 응시하던 그가 갑자기 그녀의 뒷머리를 끌어당기더니 키스를 퍼부었다. 폭풍우처럼 거세고 사나운 키스에 주이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처음엔 버둥거리며 밀어내려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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