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사진은 그대로 있었다.서율은 봉안당 유리 앞에 서서 한동안 꽃병만 보았다. 저번에 놓고 간 꽃이 끝부터 시들어 있었다. 새 꽃을 꽂으려고 가져온 봉투가 손에서 바스락거렸다.옆에서 태혁이 물었다.“여기야?”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와 식당에서 헤어진 다음 날이었다. 명의 관련 검토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려 했지만, 잠을 자다 깨면 빈 유리장부터 떠올라 아침 일찍 오겠다고 했다.태혁은 차를 준비해놓고 함께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서율은 잠깐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한 번도 같이 온 적 없는 곳이었다.새 꽃의 포장을 벗기는 손이 자꾸 미끄러졌다. 태혁이 봉투를 받아 들었다.“이것만 들고 있을게.”서율은 마른 꽃을 거두고 물을 갈았다. 꽃의 방향을 바로잡느라 고개를 숙였는데, 옆에서 기다리는 남자의 구두가 보였다. 왠지 어머니에게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라 꽃잎만 만졌다.“엄마, 나 왔어.”목소리가 생각보다 작았다.“며칠 못 올 줄 알았는데…… 그냥 왔어.”태혁은 사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누군지 길게 소개하지 않았고, 딸을 평생 책임지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았다. 그가 한 발 물러서주자 서율은 유리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어머니가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자신이 아버지를 거스른 것 때문에 이 얼굴까지 빼앗길 것 같아 겁이 났었다. 실제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도 전에 그 말을 믿었다.“다음에는 내 손으로 다 챙겨올게. 다른 사람한테 맡기지 않고.”서율은 유리에 손을 댔다가 내렸다. 뒤돌아보니 태혁은 복도 끝에서 빈 꽃봉투를 접고 있었다.관리 사무실에서는 미리 연락받은 직원이 계약 사본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법무 담당자는 기존 계약과 가족관계를 확인할 자료를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서율은 자리에서 직접 이름을 말하고, 어떤 연락을 누구에게 보내는지 하나씩 물었다.그동안 변동 사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서율은 그 말만으로도 의자에 기대고 싶었다. 아버지가 가능하다고 말
Last Updated : 2026-10-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