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르부르크의 흑한(極寒)은 그저 온도가 낮은 것이 아니라, 피부 밑 혈관을 얼어붙게 만드는 폭력적인 기상 현상이었다. 네바 강의 살얼음을 깎아내며 불어온 칼바람이 황궁의 육중한 대리석 기둥을 때릴 때마다, 빙결된 거대한 석조 건축물은 둔탁하고 기괴한 마찰음을 토해냈다. 황금빛 돔과 눈이 시리도록 화려한 조각들로 치장된 지상의 본성과 달리, 빅토르가 향한 황궁 가장 깊은 곳의 ‘황실 움브라 통제국(Umbra Control Bureau)’은 짙은 음습함이 지배하는 공간이었다.빛이 온전히 닿지 않는 화강암 계단에는 벽면에서 스며 나온 습기가 그대로 얼어붙어 시커먼 살얼음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탁한 가스등이 헐떡이며 내뿜는 매캐한 석탄 냄새와 오래된 양피지들의 묵은내, 그리고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는 비릿한 피 냄새가 환기되지 못한 채 묵직한 공기 속에 진득하게 녹아 있었다. 빅토르의 투박한 구두 굽이 얼어붙은 석재 바닥을 짓누를 때마다 울리는 파열음은, 이 거대한 지하 건축물이 살아 숨 쉬며 침입자의 온기를 착취하는 괴물의 내장처럼 느껴지게 했다. 어둠의 피조물들을 감시하고 사냥꾼들을 통제하는 제국의 은밀한 기관이었다.통제국의 수장이자 움브라 계 특별 관리관인 ‘바실리 카라조프(Vasily Karazov)’는 탁한 가스등 조명 아래서 거만한 표정으로 빅토르를 맞이했다. 빅토르는 그에게 어떠한 예의도 갖추지 않은 채, 자루의 끈을 풀어 집무실의 매끄러운 탁자 위로 내용물을 쏟아냈다.툭, 데구르르.은탄환에 미간이 박살 난 채 흉측하게 일그러진 머리통 하나가 굴러나왔다. 재로 바스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특수 주술이 걸린 은가루를 잔뜩 뿌려둔, 볼코프 백작의 잘린 수급이었다. 바실리는 불쾌한 피비린내에 미간을 찌푸리며 비단 손수건으로 코끝을 가렸지만, 이내 서늘한 눈빛으로 수급의 이목구비와 수배 서류를 꼼꼼히 대조했다. 특유의 기형적인 송곳니와 야성의 골격. 동유럽 변방을 어지럽히던 움브라 계의 깡패, 볼코프 백작이 틀림없었다."수고했군, 추적꾼. 제국의 칙
Huling Na-update : 2026-10-04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