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하는 남자의 옷을 벗길 생각이 없었다.적어도 청운별궁의 욕실 문을 열기 전까지는.“……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문틈으로 뜨거운 수증기가 한꺼번에 밀려 나왔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에는 여러 약재의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당귀와 천궁, 말린 생강, 그리고 오래 끓인 황기 특유의 구수한 향까지. 평생 약재를 만지며 살아온 서하에게는 눈을 감고도 구별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한 냄새들이었다.그런데 그 사이에 낯선 향이 하나 섞여 있었다.달았다.꽃향이라고 하기에는 무겁고, 약향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부드러웠다. 처음에는 꿀을 태우는 듯한 단내가 났지만, 숨을 조금 더 들이마시자 코끝에 서늘한 기운이 남았다.서하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이상한데.’청운별궁에서 주문한 약재 가운데 저런 향을 내는 것은 없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향을 맡은 직후 혀끝이 아주 희미하게 저릿해졌다는 사실이었다.그녀는 곧장 소매로 코와 입을 가렸다.약재를 다루는 사람에게 낯선 냄새란 두 가지 의미였다. 새로운 돈벌이가 될 물건이거나, 잘못 건드리면 목숨을 잃을 물건이거나.그리고 지금 이 냄새는 아무래도 후자에 가까웠다.“전하?”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서하는 욕실 안쪽을 살피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애초에 그녀가 여기까지 들어올 이유는 없었다.오늘 해야 할 일은 약재를 배달하고 돈을 받는 것뿐이었다. 황족의 사생활을 엿볼 생각도 없었고, 청운별궁에 무슨 비밀이 숨어 있는지 알아낼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도성 변두리에 자리한 연화약방으로 청운별궁의 주문서가 들어온 것은 사흘 전이었다.당귀 두 근, 황기 한 근, 백출과 천궁 각 반 근, 그리고 최상품의 인삼 세 뿌리.흔히 몸을 보하는 데 사용하는 약재들이었다. 다만 주문한 수량과 품질이 지나치게 까다로웠다. 특히 인삼은 뿌리 하나에 은자 몇 냥이 오가는 최상품만을 요구했다.서하는 주문서를 세 번 읽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직접 가져오셔야 합니다.’주문서를 전달한 늙은 내관이 그렇게 말했다.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9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