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벙어리 아내가 임신하고 도망쳤다: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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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한지혁은 요즘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차유정과 함께 살면 오랫동안 바라던 생활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갈수록 커졌다. 함께 산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차유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거만하게 구는 모습이 벌써 익숙해질 지경이었다.그동안 보여 줬던 상냥함과 자상함도 전부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꾸며 낸 모습이었다.한지혁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가 눈앞을 자욱하게 가리는데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한씨 집안 식구들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였다. 한지혁의 부모님은 물론 큰아버지 가족까지 참석했다.어머니 김혜숙이 한지혁을 훑어보고는 냉랭하게 말했다.“왜, 그 벙어리는 같이 오겠다고 안 매달리더냐?”서민아를 경멸하는 기색이 말투에 고스란히 묻어났다.예전에는 이런 자리에서 부모가 서민아에게 무례하게 굴어도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쩐지 그 말이 유난히 거슬렸다.한지혁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별로 입맛이 없었다.“몸이 안 좋아서 집에서 쉬고 있어요.”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맞은편에 앉아 있던 한동석이 코웃음을 쳤다.“집에서 쉰다고? 글쎄다. 민아는 진작에 네 곁을 떠났을 텐데.”한지혁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 한동석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큰아버지, 민아가 어디 갔는지 아세요?”“남편인 너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알겠니?”한지혁은 할 말을 잃었다.한동석은 대놓고 쏘아붙였다.“이미 떠난 사람인데 너도 그만 신경 써라. 지혁아, 내가 지난번에 서민아를 어디서 봤는지 아느냐?” “병원이었다. 네가 내연녀랑 한통속이 돼서 애를 괴롭히고 있더구나. 너희는 양심도 없니? 말도 못 하는 애한테 어떻게 그렇게 모질게 굴 수가 있어?”“내가 죄를 지었지. 너한테 소개해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에휴, 차라리 떠난 게 잘된 일이다. 이제 더는 괴롭힘당할 일도 없을 테니.”한동석은 고개를 저으며 안타까워했다.한지혁도 병원에서 서민아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떠올리고 표정이 어두워졌다.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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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서민아의 노점은 날이 갈수록 장사가 잘됐다.외모도 뛰어나고 마음씨도 착한 데다 요리 솜씨까지 좋으니,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 줬다.하지만 식당 주인 부부는 서민아의 장사가 잘되는 게 못마땅했다.서민아가 돈을 잘 버는 게 배가 아팠던 것이다.그날 서민아는 행주로 테이블을 닦고 있었다. 식당에는 서민아와 사장 둘뿐이었다.그때 사장이 갑자기 다가와서 서민아를 안쪽 방으로 밀어 넣었다.방은 어둡고 비좁았다. 잡동사니가 가득했고, 옆 공사장에서 주워 온 2층 침대도 하나 놓여 있었다.사장은 서민아에게 달려들더니 아래층 침대에 쓰러뜨리고 몸으로 짓눌렀다.서민아는 크게 놀랐다. 겨우 소리를 내면서 두 손으로 사장을 밀어내려고 필사적으로 버텼다.사장은 잔뜩 흥분한 채 욕설을 퍼부었다.“X발, 이 망할 벙어리야. 그렇게 돈 벌어서 어디에 쓰려고? 맨날 내 앞에서 알짱거리면서 꼬시려는 거 다 알아!”서민아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그저 식당에서 평소처럼 돌아다니며 일했을 뿐이었다.그게 왜 유혹이란 말인가?하지만 힘으로는 도저히 사장을 당해 낼 수가 없었다.기름기가 번들거리고 역한 냄새가 나는 입을 얼굴 가까이 들이밀자, 서민아는 이를 악물고 다리를 들어 힘껏 걷어찼다.발이 정확히 사장의 사타구니에 맞았다. 사장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서민아는 그 틈에 몸을 일으키면서 밖으로 달려 나갔다.그때 마침 돌아오던 박우진과 마주쳤다. 겁에 질린 서민아의 얼굴을 본 박우진이 곧바로 다가왔다.서민아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수어로 설명했다.박우진도 혈기 왕성한 젊은이였다. 친구가 그런 일을 당한 걸 알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곧바로 도구를 집어 들고 안으로 뛰어 들어가 사장을 제압했다.“이 늙은 영감탱이가 자기 직원한테까지 이런 짓을 해요? 부끄럽지도 않아요?”박우진은 그렇게 말하며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장을 곧바로 경찰서로 연행했다.경찰이 합의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지만, 서민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반드시 사장이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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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한지혁은 불도 켜지 않은 채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표정은 살벌했고, 말없이 앉아 있는 모습은 차가운 조각상 같았다.차유정은 들어오자마자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렸다.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한지혁의 옆에 앉았다.평소처럼 애교를 부리려 했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한지혁이 그녀를 바닥에 내팽개쳤다.“지혁아, 너... 뭐 하는 거야?”차유정은 바닥에 엎드린 채 겁먹은 눈으로 한지혁을 바라봤다.한지혁이 일어났다. 커다란 체구가 드리운 그림자가 차유정을 완전히 뒤덮었다.“전에 서민아가 널 속여서 외곽으로 불러냈다고 했지? 자해한 다음에 너한테 누명을 씌우려고 했다고.”차유정의 어깨는 벌벌 떨렸다.“으응... 맞아.”한지혁이 싸늘하게 웃더니 차유정의 옷깃을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그런데 네가 사람을 시켜 서민아를 강간하려 했다는 건 무슨 소리야? 사진까지 찍어서 협박하려고 했다면서?”마지막 말은 거의 고함에 가까웠다.차유정은 겁에 질려서 얼굴까지 파르르 떨었다.이제 끝이었다. 한지혁이 이미 다 안 이상, 아무리 변명해도 소용없었다.한지혁은 그런 사람이었다. 한번 눈 밖에 난 사람은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차유정이 울음을 터뜨렸다.“지혁아, 내가 잘못했어. 잠깐 정신이 나갔었어... 서민아가 널 빼앗아 갈까 봐 무서웠어! 난 널 잃을 수 없단 말이야!”차유정은 울면서 매달렸지만, 한지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표정은 어두웠고,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내가 그 말을 믿을 만큼 멍청해 보여?”차유정은 입을 다물었다. 그저 눈동자만 불안하게 이리저리 굴렸다.하지만 한지혁은 차유정이 다른 변명을 생각해 낼 틈도 주지 않고 물었다.“병원에서 서민아가 너한테 뜨거운 물을 부었다고 했지. 그것도 거짓말이야?”차유정은 반사적으로 부정하려다가 한지혁의 서슬 퍼런 표정을 보자 입을 다물었다.수치심이 점차 분노로 바뀌자, 차유정은 아예 태도를 돌변했다.“왜 이렇게 몰아붙이는데? 서민아를 괴롭힌 게 나뿐이야? 너도 똑같잖아! 네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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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서민아의 가게가 자리를 잡자, 박우진은 일하던 식당을 그만두고 서민아를 돕는 일에 전념했다.연인 사이는 아니었지만, 친구로서는 꽤 잘 맞는 두 사람이었다.그날도 날씨가 좋았다. 서민아와 박우진이 가게 안을 분주하게 오가던 중, 문밖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학생들이 여럿 모여서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었다.이상하게 여긴 서민아가 오픈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어 밖을 내다봤다.그 순간,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낯익은 검은색 포르쉐 파나메라가 가게 앞에 서 있었다.차 문이 열리더니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처럼 모습을 드러냈다.한지혁은 선글라스를 벗어 차 안에 던져 넣었다.몸에 꼭 맞는 맞춤 쓰리피스 정장을 매만진 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작은 가게의 간판을 바라봤다.“민지식당.”한지혁이 나직이 읊조렸다.“동생 이름을 붙였구나.”동생 서민지를 잃은 일이 서민아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라는 걸 알기에, 한지혁의 눈빛도 어두워졌다.하지만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리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서민아를 반드시 데려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한지혁은 주변에서 쏟아지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안을 둘러보자 그토록 보고 싶었던 서민아가 조리대 뒤에 서 있었다.“민아야, 나야!”한지혁이 다급하게 불렀다.자신을 보면 서민아도 조금은 반가워할 줄 알았다. 하지만 서민아의 얼굴에는 반가움은커녕 두려움만 가득했다.서민아는 새하얗게 질린 채 뒤집개를 쥔 손마저 떨고 있었다.할 수만 있다면 당장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다.하지만 이제는 기댈 곳 하나 없이 한지혁의 괴롭힘을 고스란히 견디던 예전의 서민아가 아니었다.강해져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이 가게는 누가 지킨단 말인가?서민아는 이를 악물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숙이고 계속 음식을 볶았다. 한지혁을 아예 없는 사람으로 취급했다.다행히 한지혁은 예전처럼 제멋대로 굴지 않았다. 조용히 빈자리를 찾아 앉았을 뿐이었다.손님은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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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그 짧은 글귀가 한지혁의 눈을 아프게 찔렀다.한지혁이 무슨 말이라도 더 하려던 순간, 때마침 핸드폰이 울렸다.꺼내 보니 발신자는 차유정이었다. 한지혁은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또 무슨 일인데?”[그날은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어. 너한테 화내면 안 됐는데... 나 우울증인가 봐. 자꾸 감정이 조절이 안 돼. 흑흑...]“아프면 치료나 받아! 나 귀찮게 하지 말고!”한지혁은 서둘러 전화를 끊고 다시 서민아를 바라보았다.서민아는 담담한 얼굴로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러고는 핸드폰에 차유정이야말로 한지혁이 돌아가야 할 사람이라고 적었다.한지혁은 황급히 부정했다. 하지만 말을 더 잇기도 전에 서민아가 핸드폰을 눈앞에 내밀었다.환하게 빛나는 화면에는 차가운 말들이 적혀 있었다.[차유정도 고분고분하게 따르지만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버리려는 거잖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이 원한 건 말 잘 듣는 반려동물일 뿐이었어요.]한지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말없이 서민아를 바라보았다. 맑고도 깊은 검은 눈동자에는 예전의 나약함이 더는 보이지 않았다.분명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용기를 내어 한지혁을 똑바로 응시했다. 물러설 생각은 없어 보였다.한지혁은 서민아가 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더는 자신이 괴롭히는 대로 당하기만 하던 예전의 서민아가 아니었다.한지혁은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한 채 일단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아예 식당 근처에 숙소를 잡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서민아를 찾아갔다.그만한 재력이면 누군가의 환심을 사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아침에 가게에 도착한 서민아는 문 앞에 온갖 명품이 가득 쌓여 있는 걸 보았다.선물로 거의 작은 산을 이룰 지경이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바라보았다.하지만 서민아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삽으로 물건들을 길모퉁이에 내다 버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가게 문을 열었다.차 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지혁은 이상하게 마음이 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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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한지혁은 뺨이라도 한 대 맞은 듯 얼굴이 화끈거렸다가 곧 싸늘해졌다.자신도 배우면 된다고 말하려다가 곧바로 깨달았다. 배울 수 있느냐가 아니라 배우려는 마음이 있었는가의 문제였다.정말 그럴 마음이 있었다면 반년 전에 이미 배웠을 것이다.한지혁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나기는 싫었다. 결국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집어 들었다. 일이라도 거들면서 서민아의 눈에 들고 싶었다.서민아는 말릴 생각도 없이 박우진과 함께 일에 몰두했다. 곧 점심시간이었다. 그 전에 식재료를 준비해 둬야 했다.그런데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불청객이 찾아왔다.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차유정이 하이힐 소리를 또각또각 울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차유정은 먼저 서민아를 경멸스럽게 훑어봤다. 하지만 시비를 걸 새도 없이 곧장 한지혁에게 달려갔다.그날 한지혁과 사이가 틀어진 뒤, 쓰고 있던 카드들이 전부 정지됐기 때문이다.한씨 집안에 기대서 평생 먹고살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당장 먹고 살기도 막막해졌다.차유정은 뻔뻔스럽게 한지혁에게 다가갔다.“왜 여기 온다고 말도 안 했어? 한참 찾았잖아.”“여긴 왜 왔어? 돈 떨어졌어?”한지혁이 비웃었다.차유정은 어색하게 웃었다. 애교라도 부려서 화를 풀어주려고 했지만, 한지혁은 단번에 밀어냈다.차유정은 한지혁이 어설픈 자세로 바닥을 쓰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이 휘둥그레졌다.‘한지혁이 빗자루질을 하다니!’차유정은 곧장 서민아 앞으로 달려가서 허리에 손을 얹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감히 지혁이한테 청소를 시켜요? 민아 씨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요?”서민아는 어이가 없었다. 차유정과 한지혁이 무슨 사이든 이제는 관심도 없었다. 차유정이 저렇게 날뛰는 걸 봐도 그저 할 말이 없을 뿐이었다.그 모습을 보자, 한지혁이 곧장 다가와서 차유정을 다짜고짜 문밖으로 밀어냈다.그렇게 힘들게 서민아를 찾아냈는데, 차유정 때문에 겁먹고 또 도망이라도 가면 어쩌란 말인가?“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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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서민아는 당황한 채 산전검사 결과지를 주워들었다. 서둘러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한지혁이 앞을 가로막았다.한지혁이 굳은 얼굴로 다그쳤다.“누구 애야? 네 가게에 있던 그 남자 애야?”지나가던 사람들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채고 이쪽을 쳐다봤다.앞으로도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 서민아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수어로 제발 놓아 달라고 애원했다.한지혁은 문득 예전에 자신에게 구석까지 몰린 채 벌벌 떨며 빌던 서민아의 모습이 떠올랐다.가슴이 아파오면서 저도 모르게 손을 놓았다.“애 지워. 그럼 없던 일로 해 줄게.”애써 감정을 억누른 목소리는 싸늘했다. 서민아를 겁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건 견딜 수 없었다.자신이 모르는 사이 서민아가 다른 남자와 몸을 섞고, 가장 깊은 속마음까지 그에게 털어놓았을 거라 생각하니 질투가 치밀면서 미칠 것만 같았다.서민아는 소리 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눈빛에는 거절의 뜻이 분명히 담겨 있었다.이어서 핸드폰을 꺼내서 문자를 작성했다.[제 아이예요. 당신과는 상관없어요.]서민아는 용기를 내어 한지혁의 서슬 퍼런 눈빛을 마주했다. 더는 물러서지 않았다.한지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마냥 분노에 휘둘릴 만큼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곧 정신을 가다듬었다.산전검사 결과지에 적혀 있던 임신 기간을 떠올렸다. 두 달이었다.서민아가 집을 나간 지는 한 달 가까이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임신 두 달이라니?‘그렇다면 이 아이는...’한 줄기 희망이라도 발견한 듯 한지혁이 다급하게 서민아의 양팔을 붙잡았다. 눈빛에는 광기마저 어려 있었다.“내 아이 맞지? 말해 봐! 민아야, 걱정하지 마. 너도 애도 내가 책임지고 잘 돌볼게...”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민아가 한지혁을 밀어냈다.[더는 찾아오지 마세요.]그 말을 남기고 서민아는 곧장 위층으로 뛰어올라가서 문을 닫아 버렸다.집 안으로 몸을 피한 서민아는 여전히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채 아랫배를 어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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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한지혁은 씁쓸한 마음을 애써 누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해야. 나도 이런 짓까지 하진 않아. 그래도 걱정하지 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알아볼게.”서민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지혁에 대한 믿음은 이미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이렇게까지 끈질기게 매달리는 사람이니, 가게 문을 닫게 해서라도 자신을 데려가려 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한지혁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더 얘기해 봐야 소용없었다.자리에서 일어난 서민아는 주방으로 가서 박우진과 함께 일했다. 한지혁은 사람을 시켜 사건을 조사하게 했다.이곳은 한지혁의 영향력이 닿는 지역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맥이 워낙 넓기에 조사할 사람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영업이 정지된 지 이틀째, 구청 위생과에서 아직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전에 한지혁이 보고서를 들고 찾아왔다.그런데 이 모든 소동의 배후가 차유정이었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차유정은 점심시간에 손님이 몰려 서민아와 박우진이 정신없는 틈을 타서 주방에 몰래 들어갔다. 그리고 식재료에 약을 탔다.“사람들을 보냈더니 이미 눈치채고 도망쳤더라고. 하지만 증거는 확실히 확보했어. 아무리 도망쳐도 처벌은 피할 수 없을 거야.”한지혁은 진지한 얼굴로 서민아에게 보고서를 건넸다.“지금 사람들을 시켜 찾고 있어. 오늘 안에는 소식이 올 거야.”서민아는 고개를 숙여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몇 장 넘기지도 못하고 지친 듯 눈을 감았다. 차유정이 남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이성을 잃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자신을 없애고 한지혁의 마음을 붙잡겠다고 범죄까지 저지르다니. 정말 어리석었다.예전 같았으면 차유정의 일편단심을 가엾게 여겼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구제 불능인 바보로만 보였다.그럴 가치도 없는 남자의 마음 하나를 얻겠다고 자기 인생을 내던지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한지혁에게 보고서를 돌려준 뒤, 서민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햇볕이라도 쬐려고 가게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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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서민아가 눈을 뜨자 머리가 어지럽고 무거웠다.정신을 잃기 직전의 일이 떠오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차유정이었다. 차유정이 자신을 납치한 것이다.자신도 모르는 사이 차유정이 줄곧 뒤를 밟으며 납치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작은 통나무집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 기괴하게 웃는 차유정이 긴 몽둥이를 끌고 들어왔다.서민아는 겁에 질려서 뒤로 물러났다. 몽둥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차유정을 말리려고 애써 소리를 냈다.“입 다물어!”차유정이 버럭 소리치며 몽둥이로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한지혁한테 돈 뜯어내려고 널 데려온 거야. 얌전히 있으면 목숨은 살려 줄게. 안 그러면...”며칠째 도망 다닌 탓에 차유정의 곱던 얼굴은 잔뜩 수척해져 있었다.그런데 서민아는 예전처럼 움츠러들기는커녕 눈부실 만큼 생기가 넘쳤다.예전보다 당당하고 자신감까지 생긴 모습을 보자 더욱 화가 치밀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벙어리 주제에 서민아는 저렇게 잘살고 있는데, 왜 나만 수배자 신세가 돼야 한단 말인가?’자신은 태어날 때부터 잘 살 운명이었다. 그 화려한 미래를 망쳐 놓은 건 바로 서민아였다!차유정은 서민아를 사납게 노려보고는 핸드폰을 꺼내 한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지혁, 네 아내랑 아이가 지금 내 손에 있어. 할 말 없어?”한지혁은 멈칫했다. 서민아가 혼자 여행을 떠났다는 것만 알았지, 납치됐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지난번 차유정이 사람을 시켜 서민아를 납치했던 일이 떠오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지만 겉으로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이번에도 차유정이 꾸민 수작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영상 통화로 바꿔. 직접 확인해야겠어.]차유정은 영상 통화로 전환해서 서민아의 얼굴을 비췄다.아무렇지 않은 척 애를 써도 서민아의 창백한 얼굴에는 두려움이 역력했다.차유정은 이제 이성을 잃고 막다른 길에 몰린 도망자였다. 무슨 짓을 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핸드폰 너머로 한지혁이 이를 악물고 내뱉는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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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서민아는 심하게 맞았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을 줄 만한 상처는 없었다. 한동안 몸만 잘 추스르면 회복할 수 있었다.그 일을 겪은 뒤로 한지혁은 서민아의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썼다.경호원들을 붙여서 몰래 서민아를 지키게 했을 뿐 아니라, 자신도 날마다 민지식당 근처를 지켰다.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서민아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말려 보았다.하지만 한지혁은 서민아의 안전에 집착이라도 생긴 듯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았다. 서민아는 더 말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차유정이 잡혀간 뒤로 한지혁은 변호사와 계속 사건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서민아에게도 장담했다.“반드시 차유정이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서민아는 한숨을 쉬었다. 한지혁이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건 분명했다.문제는 서민아에게 그 죄책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서민아는 그동안 벌어진 많은 일이 차유정만의 잘못으로 일어난 건 아니라는 뜻을 전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서민아가 한지혁과 너무 가까이 있었다는 데 있었다.앞으로 서로 만나지 않는다면 이런 끔찍한 일도 다시는 겪지 않을 터였다.서민아의 뜻을 알아들은 한지혁의 얼굴에는 괴로움이 가득했다. 더는 담아 두지 못하고 눈으로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한지혁은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변명도 하진 않았다.한참이 지나서야 한마디를 꺼냈다.“그냥 내가 없다고 생각해. 공기처럼 여겨도 돼. 그것만으로도 난 만족해.”...선고 당일, 서민아는 직접 법정에 갔다.한때 그토록 화려하게 빛나던 차유정은 불과 며칠 사이에 수십 년은 늙어 버린 듯했다. 흰머리까지 올라와 있었다.차유정은 잠깐 판단을 잘못했을 뿐이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애원했다. 하지만 차가운 법 앞에서 빠져나갈 틈은 없었다.결국 차유정은 음식에 독극물을 넣은 혐의와 납치 혐의가 모두 인정돼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법정 경위에게 끌려 방청석 앞을 지나던 차유정은 마침 서민아와 눈이 마주쳤다.그러자 차유정은 미친개처럼 서민아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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