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벙어리 아내가 임신하고 도망쳤다

벙어리 아내가 임신하고 도망쳤다

By:  육어Completed
Language: Korean
goodnovel4goodnovel
25Chapters
74views
Read
Add to library

Share:  

Report
Overview
Catalog
SCAN CODE TO READ ON APP

선천적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서민아는 누구도 원치 않는 여자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재벌가인 한씨 가문으로 시집가게 되었다. 서민아는 알고 있었다. 한지혁이 자신을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지혁의 첫사랑 차유정이 귀국하자,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은 다시 사랑에 빠졌다. 서민아는 이제 자신이 먼저 물러날 때임을 깨닫고 임신 검사 결과지를 숨겼다.

View More

Chapter 1

제1화

서민아가 임신 검사 결과지를 움켜쥐고 룸에 들어섰을 때, 차유정은 마침 한지혁의 입에 작은 과자 하나를 넣어 주고 있었다.

한지혁은 마다하지 않고 웃으며 받아먹었다.

아내인 서민아는 그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지혁은 남이 먹여 주는 음식은 절대 먹지 않았다. 하지만 첫사랑 차유정 앞에서는 그 원칙도 소용이 없었다.

“민아 씨, 왔어요? 전화를 하지 그랬어요. 제가 나가서 마중이라도 했을 텐데... 아, 미안해요. 말을 못 하는 걸 깜빡했네요.”

차유정은 싱긋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서민아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차유정이 불쑥 말을 꺼냈다.

“참, 어제 너희 큰아버님을 뵀는데, 두 사람이 빨리 아이를 가졌으면 하시더라.”

순식간에 식탁에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

한지혁이 코웃음을 쳤다.

“벙어리한테 내 애를 낳게 할 생각 없어. 애까지 벙어리로 태어나면 어쩌려고?”

서민아는 태어날 때부터 말을 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온갖 차별과 모욕을 겪어 왔지만, 한지혁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비아냥만큼 가슴 아픈 말은 없었다.

서민아는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조금 전 확인한 검사 결과를 떠올렸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임신한 지 한 달이었다.

아이를 가지면 부부 사이도 조금은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지혁에게 알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서민아는 슬그머니 임신 검사 결과지를 감췄다.

한 달 전, 한지혁은 만취한 상태로 서민아와 억지로 관계를 맺었다.

그 단 한 번의 관계로 임신이 되고 말았다.

의사는 서민아의 체질이 특이해서, 이번에 낙태하면 앞으로 임신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한지혁은 이 아이가 태어나는 걸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서민아는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이제는 자신이 떠날 때가 된 것 같았다.

차유정이 눈을 굴리다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안 되지. 어른들이 손주를 얼마나 기다리시는데. 네 생각이 그렇다면 다른 여자한테 낳아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겠네?”

말끝에 묘한 여운이 남았다. 차유정은 한지혁에게 은근한 눈길을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한지혁도 뜨거운 시선으로 차유정을 바라봤다.

“그럼 네가 낳아 줄래?”

한지혁이 말했다.

아내가 버젓이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에게 자기 아이를 낳아 달라니. 그 자체로 충분히 잔인한 모욕이었다.

차유정은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누르며 수줍은 척 말했다.

“농담하지 마. 네 아내도 여기 있잖아.”

그러고는 다시 한지혁에게 음식을 집어 주며 화제를 돌렸다.

차유정은 확실하게 거절하지 않고 한지혁의 애만 태웠다. 익숙한 수법이었다.

‘아내’라는 말을 들은 한지혁은 서민아를 무심히 훑어봤다. 서민아가 여전히 기가 죽은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코웃음을 쳤다.

서민아는 한지혁이 뭘 비웃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두 사람의 결혼은 우연한 계기로 이루어졌으니까.

반년 전, 한지혁은 차유정과 결혼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명문가인 한씨 집안에서는 평범한 집안 출신인 차유정을 못마땅하게 여겨서, 두 사람의 결혼을 번번이 반대했다.

차유정도 자존심이 강했다.

한지혁의 어머니 김혜숙에게 여러 차례 푸대접을 받자 미련 없이 외국으로 떠나 버렸다.

마침 그 무렵, 한지혁의 큰아버지 한동석이 길에서 넘어지는 일이 있었다. 아무도 선뜻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지만, 서민아만은 한동석을 병원으로 데려갔다.

서민아를 좋게 본 한동석은 한지혁에게 그녀를 소개해 줬다.

한지혁은 홧김에 쓸모없는 벙어리 여자와 결혼해 버렸다. 일부러 집안에 반항하려는 심산이었다.

결과적으로 한지혁의 뜻대로 됐다. 하지만 부모는 불같이 화를 냈고, 그 뒤로는 한지혁의 연애 문제에 더 이상 간섭하지 않았다.

서민아는 자신이 남의 행복을 훔친 도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마음이 여리고 겁도 많은 편이었다. 동생의 치료비가 필요하지 않았다면, 감히 이 결혼을 받아들일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 서민아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내가 떠나면 어떨까?’

그러면 한지혁과 차유정이 함께할 수 있고,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한지혁에게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한지혁이 자신을 몹시 싫어한다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서민아는 눈을 내리깔았다. 더는 지체하지 말고 떠나야 했다.

‘그런데 동생은 어쩌지?’

Expand
Next Chapter
Download

Latest chapter

More Chapters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No Comments
25 Chapters
제1화
서민아가 임신 검사 결과지를 움켜쥐고 룸에 들어섰을 때, 차유정은 마침 한지혁의 입에 작은 과자 하나를 넣어 주고 있었다.한지혁은 마다하지 않고 웃으며 받아먹었다.아내인 서민아는 그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한지혁은 남이 먹여 주는 음식은 절대 먹지 않았다. 하지만 첫사랑 차유정 앞에서는 그 원칙도 소용이 없었다.“민아 씨, 왔어요? 전화를 하지 그랬어요. 제가 나가서 마중이라도 했을 텐데... 아, 미안해요. 말을 못 하는 걸 깜빡했네요.”차유정은 싱긋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서민아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차유정이 불쑥 말을 꺼냈다.“참, 어제 너희 큰아버님을 뵀는데, 두 사람이 빨리 아이를 가졌으면 하시더라.”순식간에 식탁에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한지혁이 코웃음을 쳤다.“벙어리한테 내 애를 낳게 할 생각 없어. 애까지 벙어리로 태어나면 어쩌려고?”서민아는 태어날 때부터 말을 하지 못했다.어릴 때부터 온갖 차별과 모욕을 겪어 왔지만, 한지혁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비아냥만큼 가슴 아픈 말은 없었다.서민아는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조금 전 확인한 검사 결과를 떠올렸다. 가슴이 먹먹해졌다.임신한 지 한 달이었다.아이를 가지면 부부 사이도 조금은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다.하지만 이제는 한지혁에게 알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서민아는 슬그머니 임신 검사 결과지를 감췄다.한 달 전, 한지혁은 만취한 상태로 서민아와 억지로 관계를 맺었다.그 단 한 번의 관계로 임신이 되고 말았다.의사는 서민아의 체질이 특이해서, 이번에 낙태하면 앞으로 임신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한지혁은 이 아이가 태어나는 걸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서민아는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이제는 자신이 떠날 때가 된 것 같았다.차유정이 눈을 굴리다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안 되지. 어른들이 손주를 얼마나 기다리시는데. 네 생각이 그렇다면 다른 여자한테 낳아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겠네?”말끝에 묘한 여운이 남았
Read more
제2화
점심을 먹고 한지혁이 차를 가지러 간 사이에, 차유정과 서민아는 식당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서민아가 고개를 숙인 채 신발 끝만 내려다보고 있는데, 차유정이 불쑥 입을 열었다.“한지혁이 홧김에 너랑 결혼한 건 알고 있어?”서민아는 고개를 들고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차유정이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조금 전 한지혁 앞에서 보이던 온화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태도가 한껏 거만해졌다.“그럼 나 때문에 집안이랑 틀어진 것도 알아? 나 아니면 결혼 안 한다고 했었는데.”서민아는 이번에도 고개만 끄덕였다.다른 반응은 없었다.서민아가 아무렇지 않은 듯이 굴수록 차유정은 속이 뒤집혔다.그때 외국으로 떠난 것도 한지혁이 자신을 달래러 와 주길 바랐기 때문이었다.그런데 그사이에 다른 여자와 결혼해 버릴 줄이야.그것도 벙어리하고!차유정은 도저히 분을 삭일 수가 없었다.속으로는 이를 갈았다. 저 벙어리는 생긴 것부터 멍하고 어리숙해 보였다.한지혁도 서민아에게는 영 관심이 없어 보였다.어떻게 하면 한지혁을 되찾을 수 있을까 궁리하던 차유정은 갑자기 배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순식간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못했다.서민아는 크게 놀라 차유정을 부축했다. 말이 되지 않는 소리를 내면서 괜찮냐고 물었다.“비켜! 유정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그 순간, 누군가 서민아를 거칠게 잡아당기면서 옆으로 내팽개쳤다.서민아는 옆에 있던 무거운 물체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쳤다.이마에서 곧바로 피가 흘렀다.아픔을 참으며 고개를 돌리자, 한지혁이 차유정을 반쯤 품에 안고 어디가 아픈지 다급하게 묻고 있었다.차유정이 흐느끼며 배가 아프다고 하자, 한지혁은 두말하지 않고 차유정을 번쩍 안고 차에 태웠다. 그리고 그대로 차를 몰고 떠났다.서민아는 피가 계속 흐르는 이마를 감싼 채 차가 사라진 쪽을 멍하니 바라봤다.아무리 그래도 아내인데, 자신이 쓰레기처럼 내팽개쳐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한지혁의 초조한 모습이 눈앞에 스쳤다.
Read more
제3화
서민아는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곧바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애초에 가져온 짐도 별로 없었고, 한씨 집안에 시집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새로 산 물건도 많지 않았다.20인치 캐리어 하나면 충분했다.서민아는 캐리어를 끌고 넓은 저택 거실에 섰다. 아랫배를 가만히 어루만지자 문득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애초에 이곳은 자신이 머물 곳이 아니었다. 그저 잠시 머물다 떠날 사람일 뿐이었다.유일하게 걱정되는 건 아직 병원에 있는 동생이었다.돈이 없으면 동생은 하루도 버티지 못할지도 몰랐다.갑자기 현관문이 열렸다.서민아는 얼른 핸드폰을 집어넣었다.성큼성큼 들어오던 한지혁은 캐리어를 들고 있는 서민아를 발견하자마자 손목을 움켜쥐었다.“뭐야? 잘못한 게 있으니까 도망이라도 치려고?”서민아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이번엔 또 뭘 잘못해서 한지혁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그래도 떠나려던 참이라 괜히 찔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핸드폰을 꺼내서 심심해서 안 입는 옷을 정리하다가 기부하려고 챙겨 놨다고 적었다.한지혁은 의심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더 화를 냈다.“유정이가 네가 식사할 때 집어 준 닭고기 볶음을 먹고 급성 위장염에 걸렸어. 아직 병원에 누워 있는데 넌 여기서 한가하게 옷이나 정리하고 있어?”“네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당분간 옆에서 간호해. 퇴원할 때까지.”서민아는 멍해졌다.‘나 때문에 유정 씨가 병원에 갔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내가 유정 씨한테 닭고기 볶음을 집어 줬다고?’다급히 반박하려 했지만 한지혁은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서민아를 거칠게 끌고 가서 차에 밀어 넣었다.가는 내내 서민아는 핸드폰에 적은 해명을 한지혁에게 보여 주려고 했다. 하지만 한지혁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곧 서민아도 깨달았다.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한지혁은 그저 이 일을 빌미로 자신에게 경고하려는 것이었다.자신이 한지혁에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가정부나 다름없다는 걸 똑똑히 알려 주려는 것이었다.서민아는 씁쓸하게
Read more
제4화
서민아의 이마가 차가운 바닥에 강하게 부딪쳤다.차유정이 말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됐어, 그만해. 왜 그렇게 괴롭혀? 얼른 놔줘.”억지로 머리를 조아려야 했던 건 서민아인데, 착한 사람 행세는 차유정이 다 하고 있었다.한지혁은 차유정의 말을 듣자 싸늘한 얼굴로 서민아를 놓아줬다. 그러고는 차유정을 부축해서 의사에게 데려가 응급처치를 받게 했다.차유정의 손은 제법 심하게 다쳤지만, 의사가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에도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았다.눈가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애써 울음을 참는 모습이 보는 사람마저 안쓰럽게 만들었다.서민아가 진료실 가까이 다가갔을 때, 한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걱정 마.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그래도 네 아내잖아. 나 때문에 부부 사이까지 나빠지면 안 되지.”차유정은 그렇게 말하며 슬그머니 눈물을 닦았다.차유정이 이해심 많고 너그러운 척할수록 한지혁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서민아가 질투심에 일부러 차유정에게 뜨거운 물을 끼얹었다고 굳게 믿었다.한지혁은 서민아에게 따지러 가려고 일어났다가, 그녀가 줄곧 문 앞에 말없이 서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서민아는 핸드폰을 꺼내서 한지혁에게 내밀었다.메모장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적혀 있었다. 한지혁이 읽어 주길 바랐다.하지만 화가 잔뜩 난 한지혁은 핸드폰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대로 손을 휘둘러 핸드폰을 쳐 버렸다.핸드폰은 멀리 날아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산산조각이 났다.서민아는 놀라 멈칫했다. 핸드폰을 주우려고 했지만, 한지혁이 옷깃을 움켜쥐고 벽에 거칠게 밀어붙였다.체구가 작은 서민아는 한지혁의 힘에 조금도 저항할 수 없었다.서민아는 겁에 질려서 눈물을 흘렸다.끙끙거리면서 제발 놓아 달라고 빌었다.하지만 한지혁은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서민아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댄 한지혁이 낮고 음산한 목소리로 속삭였다.“뜨거운 물을 뒤집어쓰면 어떤 기분인지, 너도 한번 느껴볼래?”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Read more
제5화
서민아는 몸을 일으켜 절뚝거리며 화장실을 나왔다.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야 했다. 새 핸드폰을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눈을 가렸다. 서민아는 휘청거리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다행히 뒤에서 누군가 두 손을 뻗어서 서민아를 붙잡아줬다.고개를 돌리자, 한지혁의 큰아버지 한동석이 안타까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한동석은 마침 재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온 참이었다.“민아야, 어쩌다 이렇게 심하게 다쳤니?”뜻밖에 한동석과 마주친 서민아는 난처한 듯 고개를 숙였다.그럴수록 한동석은 더 마음이 아팠다.서민아의 몸에 난 상처가 모두 그 못난 조카의 짓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그 짐승만도 못한 놈이 너한테 이랬단 말이야?”좋은 인연을 맺어준 줄 알았는데, 서민아를 불구덩이에 밀어 넣은 꼴이었다.한동석은 서민아를 응급실로 데려갔다. 필요한 조치를 받게 하고는 먼저 자리를 떴다.떠나기 전, 한동석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자신이 모든 걸 해결해 주겠다고 했다.서민아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화면이 깨진 핸드폰을 쥔 채 멍하니 있었다.“여기 있었네? 한참 찾았잖아.”돌아보니 어느새 차유정이 뒤에 서 있었다.차유정은 흠뻑 젖은 서민아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입가에는 우쭐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한지혁이 나한테 얼마나 신경 쓰는지 봤지? 눈치가 있으면 알아서 먼저 떠나는 게 좋을 거야. 나중에 쫓겨나서 망신당하지 말고.”서민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원래 떠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차유정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유난히 모욕적이었다.서민아는 핸드폰을 챙긴 뒤 차유정과 더는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몸을 돌렸다.그러자 차유정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녀를 붙잡았다.“지금 그 태도는 뭐야? 나 무시해? 됐어. 벙어리랑 일일이 따지고 싶지도 않아.” “너 같은 사람이 일자리 구하기 힘든 건 나도 알아. 나보고 매정하다고 하지 말고 이 돈이나 받고 당장 한지혁 곁에서 떠나.”차유정은 서민아의 손에 다짜고짜 수표 한 장을
Read more
제6화
서민아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다.다급하게 소리를 내며 연신 손을 내저었다.하지만 한지혁은 서민아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수표를 몇 번이나 꼼꼼히 살펴보더니, 갑자기 비웃으며 바닥에 내던졌다.“나 몰래 유정이한테 돈을 달라고 했어? 서민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한테 그렇게 뻔뻔하게 굴다니. 네가 이렇게 돈 욕심이 많은 줄은 몰랐네.”한지혁이 천천히 다가왔다. 커다란 체구가 드리운 그림자가 서민아를 완전히 뒤덮었다.가늘고 긴 눈매는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눈빛에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서민아는 한지혁이 화가 났다는 걸 깨달았다. 이미 그 분노를 겪어 봤기 때문이다.도저히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침대에 앉아 있던 서민아는 계속 뒤로 물러났다.고개를 저으며 애원했지만, 한지혁은 전혀 봐주지 않았다. 서민아를 침대에서 거칠게 끌어내리더니 바닥에 내팽개쳤다.알몸을 드러냈다는 수치심에 서민아는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도 지키려는 듯했다.한지혁이 차갑게 비웃었다.“뭘 그렇게 가려? 내가 너한테 관심이라도 있는 줄 알아? 너 같은 건 벌거벗고 길거리에 서 있어도 아무도 안 쳐다봐.”서민아는 모욕감에 눈을 감았다.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한지혁이 자신처럼 장애가 있는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잠자리를 가질 때마다 서민아의 얼굴을 베개에 파묻게 하고, 그녀를 차유정이라고 생각했으니까.한지혁에게 서민아는 차유정의 대역이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욕구를 풀 수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서민아는 이를 악물고 괴로움을 속으로 삼켰다. 팔을 뻗어서 수표를 주우려고 했다. 그 돈만큼은 꼭 필요했다. 체면을 버리더라도 지켜야 했다.하지만 서민아가 그토록 필사적으로 수표를 챙기려 하자 한지혁은 더욱 못마땅했다.한지혁은 얼굴이 굳어지더니 서민아의 손등을 발로 밟고 힘껏 짓눌렀다.서민아는 고통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온몸을 떨었다.
Read more
제7화
한씨 저택.한지혁은 결국 끝까지 관계를 맺지는 못했다.서민아가 계속 울다가 구토까지 하는 바람에 한지혁도 완전히 흥이 식어 버렸다.화장실에서 구역질하는 소리가 들리자, 한지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스럽게 말했다.“너 혹시 이상한 병이라도 걸린 거 아니야? 어디 아프면 병원 가서 치료부터 받아. 나한테 옮기지 말고.”서민아는 목욕 가운을 걸치고 나와서 난처한 듯 고개를 저었다. 입덧이라는 걸 한지혁에게 들켜서는 안 됐다. 핸드폰에 문자를 작성해서 보여 줬다.[음식을 잘못 먹었어요.]한지혁은 별 관심도 없다는 듯 화면을 훑어봤다. 더는 캐묻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내가 시킨 일 잊지 마. 유정이가 오늘은 좀 담백한 게 먹고 싶다니까 지금 만들어 놔. 난 씻고 병원에 갈 테니까.”한지혁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서민아는 곧장 자리를 떴다.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가 버리는 모습에 한지혁은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한지혁이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서민아는 이미 음식을 포장해 놓았다.얼핏 보니 딱 한 사람분이었다.“한 사람 것만 만들었어?”서민아는 영문을 몰라 수어로 물었다.[차유정 씨 것만 만들면 되는 거 아니었어요?]어차피 한지혁은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결혼하고 한동안 정성껏 식사를 준비해 줬지만, 한지혁은 한 번도 먹지 않았다. 음식은 전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한지혁은 얼굴이 굳어진 채 그 일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았다.서민아에게 카드 한 장을 던져 주며 마트에 가서 장을 봐 오고, 유정이 먹을 음식에 좀 더 신경 쓰라고 했다.그러고는 아직 따뜻한 음식이 든 봉투를 들고 떠났다.한지혁이 가고 나서야 서민아는 씁쓸하게 한숨을 내쉬면서 손등을 내려다봤다.조금 전 음식을 찌다가 실수로 데는 바람에 손등이 온통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한지혁에게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말해 봤자 비웃기만 할 테니까.서민아는 화상 연고를 찾아 조심스럽게 발랐다.사실 혼자 자신을 돌보는
Read more
제8화
서민아는 온몸에 피가 싸늘하게 식는 듯했다. 문자가 온 건 한 시간 전이었다.그때는 아직 의식을 잃고 있었다.범인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할 겨를도 없었다.서민아는 몸을 일으켜서 곧장 문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문에 손이 닿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불량배들이 건들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그들 사이에는 뜻밖에도 차유정이 서 있었다.서민아는 눈을 크게 떴다.차유정이 이런 짓까지 벌이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한지혁 때문인가?’‘이미 떠날 생각이었는데, 차유정은 대체 왜 이러는 걸까?’차유정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시작해.”노란 머리 남자가 손짓하자 다른 불량배들이 곧바로 서민아를 붙잡아 의자에 앉혔다.노란 머리 남자는 캠코더를 들고 서민아 앞에 섰다.“우리가 너무하다고 원망하지 마. 얌전히 있기나 해. 그래야 험한 꼴을 안 당하지. 쯧쯧, 얼굴은 정말 끝내주네.”서민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차유정을 바라보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고, 손짓까지 해 가며 애원했다. 지금은 그저 빨리 병원에 가서 동생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차유정은 서민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그렇다고 놓아줄 생각도 없었다.서민아만 없으면 한지혁 곁에서 마음 편히 지내며, 그의 아내라는 자리가 주는 모든 걸 누릴 수 있었다.불량배들이 음흉한 눈빛으로 달려들어서 서민아를 에워쌌다.그리고 서민아의 몸을 마구 더듬기 시작했다.공포와 절망에 사로잡힌 서민아는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다.필사적으로 밀쳐 내려고 했지만 누군가 그 손을 붙잡았다. 손이 거칠게 꺾이는 순간 관절이 꺾였다.서민아는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고통에 몸부림치며 울었다.문득 한지혁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다.하지만 한지혁이 여기에 올 리가 없었다.서민아는 절망 속에서 생각했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이런 치욕만큼은 당하고 싶지 않았다.서민아는 온 힘을 다해 바닥에 있던 쇳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배를 힘껏 찔렀다.모두가 얼어붙었다.새빨간 피가 뚝뚝
Read more
제9화
한지혁이 경찰서에서 진술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너무 적막했다.넓은 저택은 온통 어둠에 잠겨 있었고, 사람의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당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벌레 울음소리와 바람 소리마저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한지혁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예전에는 아무리 늦게 돌아와도 서민아가 불 하나쯤은 켜 두곤 했다. 그래야 집에 온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하지만 별생각 없이 넘겼다. 오늘은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서민아가 찔리는 게 있어서, 방에 숨은 채 일찍 잠든 모양이라고 생각했다.한지혁은 안방에 가서 옷을 챙기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차유정은 아직 경찰서에서 진술하고 있었다. 서민아가 자신을 속여 그곳으로 불러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경찰도 사건 경위를 자세히 묻고 있었다.한지혁은 경찰서에서 차유정을 데리고 나와 집까지 데려다줬다.차유정은 가는 내내 작게 흐느꼈다.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었다.한지혁은 안쓰러운 마음에 차유정의 손을 잡았다.“걱정 마. 그 벙어리가 감히 널 함정에 빠뜨리려고 해? 절대 가만 안 둬.”“그만해. 널 너무 좋아해서 그런 거겠지. 내가 널 빼앗아 갈까 봐 겁나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한 거야... 그냥 넘어가자. 너까지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차유정은 한지혁에게 몸을 기대고 고개를 숙였다.속으로는 온갖 계산을 하고 있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더없이 사려 깊고 너그러웠다.한지혁은 차유정의 손을 어루만지며 안쓰러워했다.서민아가 감히 그런 악랄한 수법으로 차유정에게 누명을 씌우려 했다고 생각하자, 그 벙어리 아내가 더욱 혐오스러웠다.“겁내지 마. 난 네 편이야. 그 여자 무릎을 꿇려서 너한테 사과하게 할게.”이틀 뒤, 차유정의 상태가 나아진 것을 본 한지혁은 집으로 돌아왔다.그런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또다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오랫동안 문을 닫아 둔 집처럼 저택 안에 퀴퀴한 냄새가 배어 있었다. 이틀 전
Read more
제10화
한편, 서민아는 결국 바닷가 부근에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서민아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다닐 때 부모님을 모두 잃었다.동생을 먹여 살리려면 학교를 그만두고 일찍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학력도, 특별한 능력도 없었다.말까지 하지 못하니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겨우 입에 풀칠하면서 동생까지 힘겹게 돌봤다.동생이 병에 걸린 뒤로는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다행히 그때 한동석이 서민아를 한지혁에게 소개해 주었다.처음에는 자신도 한지혁에게 끌렸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그렇게 잘생긴 남자가 동생의 치료비까지 대주겠다고 하니, 세상 물정 모르던 서민아는 금세 남자를 짝사랑하게 됐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한지혁과 자신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걸.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다행히 마을 사람들은 순박하고 인정이 많았다.덕분에 식당에서 일할 자리도 소개받았다.하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는 직원들을 공평하게 대하지 않았다.서민아가 말을 못 한다는 이유로 가장 더럽고 힘든 일을 맡겼다.그런데 주방에서 일하는 젊은 남자 박우진은 수어를 할 줄 알았다.서민아에게 호감도 조금 있었던 터라, 그녀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걸 유독 못마땅해하며 서민아의 편을 들어줬다.하지만 서민아는 딱히 불만이 없었다.오히려 자유로웠다.작은 식당은 장사가 잘됐다. 공사장 근처라 손님이 끊길 걱정도 없었다. 가격까지 저렴해서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혼자서는 도저히 주방 일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박우진은 사장에게 사람을 한 명 더 구해 달라고 했다.하지만 사장은 직원을 더 뽑으면 인건비가 늘어나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 홀에서 음식을 나르던 서민아에게 눈길이 갔다.사장은 서민아를 붙잡고 말했다.“서민아 씨, 요리 좀 한다면서? 일단 주방에 가서 우진 씨 좀 도와줘요. 홀은 내가 볼 테니까.”서민아는 눈을 깜빡였다. 거절하지 않았다.실제로도 요리를 잘했다.예전에 식
Read more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