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아가 임신 검사 결과지를 움켜쥐고 룸에 들어섰을 때, 차유정은 마침 한지혁의 입에 작은 과자 하나를 넣어 주고 있었다.한지혁은 마다하지 않고 웃으며 받아먹었다.아내인 서민아는 그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한지혁은 남이 먹여 주는 음식은 절대 먹지 않았다. 하지만 첫사랑 차유정 앞에서는 그 원칙도 소용이 없었다.“민아 씨, 왔어요? 전화를 하지 그랬어요. 제가 나가서 마중이라도 했을 텐데... 아, 미안해요. 말을 못 하는 걸 깜빡했네요.”차유정은 싱긋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서민아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차유정이 불쑥 말을 꺼냈다.“참, 어제 너희 큰아버님을 뵀는데, 두 사람이 빨리 아이를 가졌으면 하시더라.”순식간에 식탁에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한지혁이 코웃음을 쳤다.“벙어리한테 내 애를 낳게 할 생각 없어. 애까지 벙어리로 태어나면 어쩌려고?”서민아는 태어날 때부터 말을 하지 못했다.어릴 때부터 온갖 차별과 모욕을 겪어 왔지만, 한지혁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비아냥만큼 가슴 아픈 말은 없었다.서민아는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조금 전 확인한 검사 결과를 떠올렸다. 가슴이 먹먹해졌다.임신한 지 한 달이었다.아이를 가지면 부부 사이도 조금은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다.하지만 이제는 한지혁에게 알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서민아는 슬그머니 임신 검사 결과지를 감췄다.한 달 전, 한지혁은 만취한 상태로 서민아와 억지로 관계를 맺었다.그 단 한 번의 관계로 임신이 되고 말았다.의사는 서민아의 체질이 특이해서, 이번에 낙태하면 앞으로 임신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한지혁은 이 아이가 태어나는 걸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서민아는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이제는 자신이 떠날 때가 된 것 같았다.차유정이 눈을 굴리다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안 되지. 어른들이 손주를 얼마나 기다리시는데. 네 생각이 그렇다면 다른 여자한테 낳아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겠네?”말끝에 묘한 여운이 남았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