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혁이 이 작은 마을에 너무 오래 머물자, 부모님이 전화까지 걸어 호통을 쳤다.[벙어리 하나 때문에 죽고 못 살겠다고 난리라니! 우리 집안에 너 같은 못난 놈은 없다!]한지혁은 그저 말없이 부모님의 꾸중을 들었다. 한참 화를 쏟아 낸 부모님이 당장 돌아오라고 하자, 돌아가지 않겠다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서민아는 이 일을 몰랐다. 한지혁도 굳이 알릴 생각이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민아 부모님의 기일이 돌아왔다. 그러자 한지혁은 함께 가겠다며 나섰다.굳이 따라오겠다는 사람을 막을 수도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함께 묘지를 찾았다.서민아 부모님의 묘는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한지혁이 두 분의 묘를 제대로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유복한 집에서 자란 한지혁은 서민아가 아픈 동생을 데리고 그동안 어떻게 버텨 왔을지 상상하기가 어려웠다.그렇게 꿋꿋하게 살아온 사람이 하필 자신을 만나 온갖 괴롭힘까지 당했다.한지혁은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향을 피웠다.속으로 많은 말을 했지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서민아에게 알리지 않았다. 서민아도 묻지 않았다.아마 뒤늦은 참회일 것이라고 짐작했을 뿐이었다.한지혁은 여전히 매일 민지식당을 찾았다. 출근 도장이라도 찍듯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왔다. 서민아도 한두 번은 말려 봤지만 소용없다는 걸 알고는 더 신경 쓰지 않았다.어느덧 임신 3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배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한지혁과 박우진은 서민아가 어디 부딪히기라도 할까 봐 사소한 일까지 신경을 썼다.더 기가 막힌 건 한지혁이 어디서 전단지를 구해 왔는지, 임산부 교실에 등록까지 했다는 사실이었다.보통 부부가 함께 가거나 임산부 혼자 듣는 수업인데, 한지혁은 혼자 참석했다. 임산부들 사이에 앉아 있으니 유난히 눈에 띄었다.박우진이 서민아에게 농담을 건넸다.“저 자식도 오래 보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네. 다시 돌아갈 생각은 있어?”서민아는 하던 일을 멈추지 않은 채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박우진도 잘 생각했다는 듯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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