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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불 속에 나를 두고 간 사람: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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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송단희는 어릴 때부터 금지옥엽으로 자랐다.누군가에게 호통을 듣기는커녕 언성을 높여서 말하는 이들조차 없었다.분노가 치밀어 오르자, 송단희는 더는 참지 못하고 기다란 손톱을 세워 하재윤의 얼굴을 할퀴려고 했다.하지만 하재윤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손을 뻗어서 송단희를 그대로 바닥에 밀쳐 버리고는 비서에게 말했다.“문 집사님, 사람 불러서 밖으로 내보내세요!”“하재윤!”육중한 대문이 굳게 닫히면서 송단희의 처절한 외침도 그저 희미하게 들려왔다.안수연의 유골을 안장하는 날에도 비가 내렸다.하재윤은 안수연의 유골함을 품에 안고 조심스럽게 묘 안에 내려놓은 뒤, 조금씩 흙을 덮어 묘지에 안장했다.모든 절차가 끝나자 하재윤의 등 뒤에서 수많은 사람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안수연은 생전에 사람들과 두루 잘 지냈다.딸을 잃은 슬픔에 잠겨 외국에 정착한 안수연의 부모를 제외하고, 안수연을 알고 지냈던 사람들은 모두 찾아와서 추모했다.심지어 안수연과 단 한 번밖에 만난 적이 없었던 사람들까지도 찾아왔다.사람들의 흐느끼는 소리는 보슬비에 뒤섞여 희미하게 들렸지만, 오히려 슬픔만 더욱 짙어졌다.곧 하재윤은 안수연의 묘비 앞에 무릎을 꿇었다.그러고는 묘비에 새겨진 ‘나의 아내 안수연’이라는 글귀를 손으로 몇 번이고 어루만졌다.“수연아...”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하재윤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남자는 비가 내리는 내내 빗속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날 밤, 밤새 비를 맞은 하재윤은 결국 고열에 시달렸다.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하재윤은 안수연이 나오는 꿈을 꾸었다.이는 안수연이 죽은 뒤로 처음 꾸는 꿈이었다.꿈속의 풍경은 여전히 그날의 화마가 휩쓸던 별장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하재윤이 안수연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 손을 꼭 잡고 함께 불길을 빠져나갔다.하늘을 뒤덮은 불길 속에서 하재윤은 안수연의 손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강하게 붙잡으면서.그런데 안수연을 데리고 막 탈출하려던 순간, 안수연이 갑자기 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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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밤이 되자, 안수연은 침대에 누운 채 채용 공고를 미친 듯이 뒤지며 여러 무용단에 이력서를 보냈다.해외 무용단의 지원 절차는 국내와 달랐다.최소 3개월 전에 이력서를 제출해야 할 뿐 아니라, 그동안 무용단에서 진행하는 각종 심사에도 참여해야 했다.그 모든 심사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무용단에 들어갈 수 있었다.안수연은 아직 다리가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여러 무용단에 이력서를 보내기 시작했고, 집 안에 마련된 연습실에서도 춤 연습을 이어 갔다.지난 몇 년 동안 하재윤의 복수 때문에 무용단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몰래 기본기를 연습해 왔다.덕분에 안수연의 춤 실력은 아직도 녹이 슬지 않았다.3개월 뒤, 한 유명 무용단의 최종 심사에서 안수연은 무대 위를 우아한 백조처럼 춤을 췄다.가볍게 공중으로 도약해 한 바퀴를 회전한 뒤, 안수연의 심사가 마침내 끝났다.눈부신 무대에 심사위원들은 모두 A를 주었다.평가가 끝날 무렵, 심사위원 한 명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안수연 씨, 이력서를 봤어요. 춤을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세 살 때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춤을 배워 오셨는데, 대학 3학년 때부터는 어떤 대회에도 참가하지 않으셨더군요. 그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안수연은 마이크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한 남자한테 3년동안 놀아났거든요.”뜻밖의 이유에 심사위원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스치자, 안수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이제는 다 지난 일이에요.”“앞으로 제 인생에는 춤만 있을 거예요. 사랑은 더 이상 없을 거고요.”안수연은 순조롭게 심사를 통과했다.트와일라잇 무용단에서 모든 심사위원에게 A를 받은 사람은 안수연이 유일했기에, 입단하자마자 큰 주목을 받았다.1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안수연은 전임 수석 무용수에게서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리고 첫 공연부터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무용단이 큰 인기를 끌자, 국내 여러 공연장에서도 트와일라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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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구재희는 앞서 그 협력사가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떠올리며, 무용단 공연 티켓을 보낸 협력사에게 속으로 애도를 표했다.곧 구재희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하재윤이 화풀이를 해 오면 어떻게 감당할지 마음의 준비를 했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하재윤은 티켓을 집어 들더니 꼼꼼히 살펴보기까지 했다.티켓의 크기는 꽤 컸지만 디자인은 매우 심플했다.필수 정보 외에는 불필요한 장식이나 군더더기가 전혀 없었다.문득 하재윤의 머릿속에 아주 오래전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그때는 안수연이 아직 곁에 있었고, 무용단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각종 티켓을 디자인하고 있었다.그리고 안수연이 밤늦게 귀가할 때면, 하재윤은 무용단에 대한 불평을 자주 듣곤 했다.그중에서도 티켓 디자인은 자주 하던 불평거리였다.안수연은 간결한 디자인을 좋아했기에 티켓도 최대한 깔끔하게 만들었다.하지만 아무리 예쁘게 디자인해도 위에서는 늘 퇴짜를 맞았다.화려하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안수연은 그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윗사람들이 하는 말을 흉내 내며 하재윤에게 보여 주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남자는 웃음을 터뜨렸다.불평의 끝에서 안수연은 늘 다짐하듯 말했다.나중에 자신이 결정권을 갖게 되면, 반드시 가장 간결한 디자인의 무용단 티켓을 만들겠다고.하지만 지난 1년 동안 하재윤은 그렇게 간결한 티켓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적어도 오늘 이 티켓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하재윤은 무엇에 홀린 듯 문득 직접 공연을 보러 가고 싶어졌는지, 티켓을 챙겨 들고 옆에 있던 구재희에게 지시했다.“구 비서, 차 준비해.”공연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재윤이 앉은 맨 앞줄로 수시로 사람들이 찾아와서 인사를 건넸다.그러나 하재윤은 시종일관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사람들이 한참 동안 온갖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짧은‘음’이라는 소리뿐이었다.하재윤이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이후에는 감히 더 다가와 말을 거는 사람도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막이 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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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그 말이 떨어지자 젊은 단원들은 흥분에 찬 비명을 질렀다.하운그룹의 사장은 젊고 재력까지 갖춘 남자였다.그런 사람의 눈에 들기만 한다면, 앞으로 자신의 입지도 한층 높아질 터였다.다들 비슷한 생각을 한 건지 단원들은 저마다 대기실로 달려가 꽃단장을 시작했다. 하재윤에게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려고.그러나 안수연만 그 자리에 조용히 서서 복잡한 생각에 잠겨 있었다.‘멀쩡히 있다가 대체 무슨 일로 무대 뒤까지 찾아온 걸까?’하재윤이 안수연을 가장 열렬하게 쫓아다녔던 때에도 무대 뒤까지 찾아온 적은 한번도 없었다.기껏해야 구재희를 시켜서 꽃을 보내는 정도였다.생각하면 할수록 머릿속은 더 복잡해지자 안수연은 어느새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살을 깊이 파고들었는데도 전혀 느끼지도 못했다.“수연 씨.”걱정스러운 엘렌 단장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안수연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단장님, 왜 그러세요?”“안색이 별로 좋지 않네요? 어디 아파요?”“그렇다면 먼저 호텔로 돌아가 쉬어도 돼요, 이쪽은 걱정하지 말고요.”그 말에 안수연은 입술을 깨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감정이 상당히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재윤을 다시 마주했을 때 자신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결국 안수연은 엘렌 단장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가면도 벗지 않은 채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그때 앞쪽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들려오면서, 곧 낯선 사람의 공손한 목소리가 뒤따랐다.“사장님, 이쪽으로 오시죠. 저희 무용단을 찾아 주셔서 정말 영광이에요.”그 사람은 말하면서 안수연 앞을 가리고 있던 두꺼운 휘장을 걷으려고 했다.순간 가슴이 철렁한 안수연은 황급히 몸을 돌리면서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바로 그때 하재윤이 무대 뒤로 들어섰다.하재윤이 모습을 드러내자, 무용단의 젊은 단원들이 앞다투어 다가가 남자를 둘러싸고 재잘거리며 인사를 건넸다.짙은 향수 냄새가 한꺼번에 하재윤의 코를 찌르자, 남자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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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무대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던 아까와 달리, 이렇게 가까이 마주하자 하재윤은 상대에게서 풍기는 향수 향까지도 선명하게 맡을 수 있었다.게다가 여자의 심장 박동 소리까지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하재윤은 눈앞의 여자가 점점 더 낯이 익다고 느껴졌다.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가지 추측이 불쑥 머릿속을 스쳤다.또한 상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하재윤에게 까닭 모를 확신을 심어 주었다.곧 하재윤은 천천히 손을 들어서 떨리는 손끝을 상대의 얼굴 쪽으로 뻗었다.가면에 가까워질수록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면서 호흡도 점점 가빠졌다.맞은편에 선 안수연은 하재윤이 이렇게 직접 손을 뻗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예전에 알던 하재윤의 성격대로라면, 다른 여자가 질문에 제때 대답하지 않을 경우 얼굴이 굳어지면서 자리를 떠났을 것이었다.그래서 안수연은 한번 도박을 해 본 것이었는데, 하재윤이 이렇게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하재윤의 손이 가면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자, 안수연의 온몸이 굳어지면서 가슴은 바짝 조여들었다.하재윤의 손이 안수연의 가면에 닿으려던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다급한 벨 소리가 울렸다.하재윤은 곧장 손을 거두고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하재윤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그러더니 눈앞의 안수연에게 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황급히 몸을 돌려서 자리를 떠났다.하재윤의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된 뒤에야 잔뜩 굳어 있던 안수연의 몸이 비로소 풀렸다.안수연은 줄곧 꽉 쥐고 있던 손을 천천히 펼치자, 손바닥에는 어느새 땀이 흥건하게 배어 있었다.그날 밤, 무용단의 다른 단원들은 서운시의 야경을 구경하러 나가기로 했다.어릴 때부터 서운시에서 살아온 안수연은 굳이 따라나서지 않았다. 그저 단원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호텔로 돌아가는 차에 올랐다.그런데 호텔에 도착해서 막 차에서 내렸을 때, 마침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인 하재윤이 호텔에서 나오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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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안수연은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옆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서 몇 글자를 입력한 뒤 하재윤에게 보여 주었다.[계속 쳐다보시는 이유가 뭔가요?]하재윤은 안수연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안수연이 점점 더 아내와 닮았다는 생각에 그만 무심코 속마음을 털어놓고 말았다.“예전에 알던 사람과 많이 닮았어요.”‘예전에 알던 사람?’[누구요?]안수연은 이제 휴대폰 자판을 두드리는 것조차 귀찮아져서, 옆에 있던 직원에게 종이와 펜을 빌려서 다시 물었다.그러다 하재윤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가 결국 쓴웃음을 지었다.“아내요.”눈앞의 여자가 안수연과 너무나 닮아서였을까?하재윤은 마음속 경계심을 모두 내려놓았다.그리고 지난 1년 동안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고통을 맞은편에 앉은 진짜 안수연에게 전부 털어놓았다.“저는 제 아내를 정말 사랑했어요.”“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이간질에 잘못된 판단을 내렸고, 결국 제 아내는 불길 속에서 목숨을 잃었거든요.”“그날 이후 매일 밤 꿈을 꿔요.”“꿈속에서는 매번 불길 속에서 아내의 손을 붙잡는 데 성공하지만, 막 빠져나가려는 순간마다 아내는 내 손을 뿌리치고 다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요.”“게다가 아내를 싫어하는 여자가 유골을 깨뜨린 뒤로는 꿈에서조차 아내를 다시 볼 수 없게 됐어요.”“지난 1년 동안 수많은 절을 찾아다녔지만, 주지 스님들은 하나같이 아내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어요.”오랫동안 억눌러 온 감정이 마침내 이 순간 무너져 내렸다.평소 냉혹하기 그지없던 하재윤이 낯선 사람 앞에서 얼굴을 감싼 채 흐느껴 울었다.안수연이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하재윤의 사랑 이야기에 분명 감동했을 것이다.그러면서 후회에 잠겨 눈물을 흘리는 하재윤에게 휴지를 건네주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안수연은 바로 하재윤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 아내였다.하재윤이 털어놓은 말 속에 얼마나 많은 사실이 감춰져 있는지도 알고 있었지만, 굳이 들춰내고 싶지는 않았다.하재윤을 목숨처럼 사랑했던 안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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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안수연이 몸을 돌리려던 바로 그 순간, 둔탁한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안수연은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구재희가 겁에 질린 얼굴로 서 있었다.“사, 사모님?”구재희가 필사적으로 안수연을 가로막으면서 결국 병원을 떠나지 못하게 되었다.“사모님, 제발 가지 마세요. 사장님이 지난 몇 년 동안 어떤 일을 겪으셨는지 사모님은 모르시잖아요.”“지난 일을 다시 꺼내고 싶지 않으시더라도, 사장님이 사모님을 구해 주셨다는 사실만이라도 생각해 주세요.”“제발 곁에 조금만 더 있어 주세요.”안수연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첫째, 저를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저는 그 사람과 부부도, 연인 사이도 아니니까요.”“둘째, 여기 남아서 곁에 있어 줄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이 괜찮다는 걸 확인하면 저는 바로 떠날 거예요.”“더는 그 사람과 아무런 관계도 맺고 싶지 않거든요.”안수연이 한마디씩 할 때마다 맞은편에 선 구재희의 표정은 더욱 난처해졌다.결국 구재희는 한발 물러서면서 안수연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다.두 사람은 수술실 밖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조용히 기다렸다.안수연이 21번째로 휴대폰 화면을 켜서 시간을 확인했을 때, 수술실 문이 열리더니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은 하재윤이 들것에 실려 나왔다.그러나 의외인 것은 하재윤이 수술실에서 나올 때 의식이 꽤 또렷했다는 점이었다.초점 없이 흐려져 있던 하재윤의 눈빛은 안수연을 발견하는 순간 빛나더니 안수연의 이름을 불렀다.“수연아!”VIP 병실에 들어선 하재윤은 자신의 부상도 아랑곳하지 않고 안수연을 품에 힘껏 끌어안았다.하재윤의 목소리에는 벅찬 기쁨과 안도감, 그리고 뒤늦게 밀려온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다행이다, 다행이야. 네가 아직 살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꿈인 줄 알았어. 수술실에서 나오면 네가 또 사라졌을까 봐 무서웠어. 정말 다행이야.”하지만 안수연의 말투는 한없이 차분했다.“나는 하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수연아?”자신을 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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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그 후 보름 동안 안수연은 공연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당연히 하재윤에게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마지막 공연까지 모두 마치고 나서야 안수연은 오랜만에 휴가를 맞았다.안수연이 차를 렌트해 여행을 떠나려던 순간, 구재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기 너머의 구재희는 하재윤에게 일이 생겼다는 말만 반복하며, 저택으로 한번 와 달라고 애원했다.하재윤의 성격을 잘 아는 안수연은 이번에도 어김없는 복수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굳이 진실을 들춰낼 마음도 없었기에 그저 차분하게 대답했다.“저는 의사가 아니라서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아요.”말을 마친 안수연은 상대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상대가 다시 귀찮게 굴지 못하도록 친절하게 전화번호를 차단 목록에 추가했다.그러고는 휴대폰을 내던지듯 내려놓고 렌터카 업체로 가기 위해서 택시를 불렀다.택시에 올라 기사에게 목적지를 알려 준 안수연은 뒷좌석에 기대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한참 뒤, 기사가 차를 세우고 안수연을 깨웠다. 그런 뒤 그저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말뿐이었다.안수연은 별다른 의심 없이 요금을 지불하고 비몽사몽한 상태로 차에서 내렸다.눈앞의 건물을 제대로 확인하고 나서야 기사가 목적지를 잘못 듣고 자신을 하씨 집안의 별장으로 데려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안수연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면서도 화가 났다.휴대폰을 꺼내서 다시 택시를 부르며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별장의 대문이 열렸다.집사인 문근호가 도우미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안수연을 발견한 문근호 집사는 놀라면서도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사, 사모님! 아니, 아가씨! 드디어 오셨네요!”말을 마친 문근호는 여러 도우미와 함께 안수연을 둘러싸듯 별장 안으로 안내했다.다시 이 별장에 발을 들인 순간, 안수연의 눈빛에 잠시 아련한 기색이 스쳤다.당시 안수연은 너무 급하게 떠나는 바람에 많은 물건을 챙기지 못했다.그랬기에 별장 안은 안수연이 떠나던 그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마치 한 번도 이곳을 떠난 적이 없는 듯한 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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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안수연에게 뺨을 맞은 하재윤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한참 뒤에야 천천히 손을 들고 붉게 부어오른 자신의 뺨을 만졌다.“꿈 아니야?”영문 모를 일로 하루 종일 기분이 상해 있던 안수연은 곧바로 차갑게 비웃었다.“꿈이라고? 당연히 꿈이지. 이런 악몽 같은 일을 겪다니, 나도 참 재수가 더럽게 없네.”안수연은 더는 하재윤을 쳐다보지도 않고 몸을 돌려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수연아!”그제야 정신을 차린 하재윤이 황급히 뒤따라 내려갔다.두 사람이 서로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 안수연은 발을 헛디디며 그대로 아래로 넘어졌다.“조심해!”하재윤은 당황한 얼굴로 반사적으로 안수연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한발 늦었다.대신 안수연을 품에 감싸안으며 바닥에 강하게 넘어졌다.하재윤이 안수연을 감싸 준 덕분에, 안수연은 머리가 조금 어지러운 것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반면 바닥에 누운 하재윤의 뒤통수에서는 가느다란 핏줄기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사장님!”저택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문근호가 황급히 두 사람을 병원으로 데려갔다.이 소동으로 인해서 며칠이 또 훌쩍 지나갔다.하재윤이 아직 병원에 입원해 있는 틈을 타서 안수연은 몰래 떠날 생각이었다.그런데 막 저택 문 앞에 도착하자, 도우미들이 안수연을 가로막았다. 안수연의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물었다.“지금 이게 대체 무슨 뜻이죠?”도우미 두 사람이 난처한 표정으로 안수연을 바라보며 사과했다.“죄송해요, 아가씨. 사장님의 허락 없이는 나가실 수 없으세요.”그 말이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안수연은 코웃음을 쳤다.“사람을 가두려는 거면 그냥 그렇다고 말하세요.”도우미들이 잠시 멈칫하며 반응하지 못하는 사이, 안수연은 도우미들을 밀어내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하재윤이 아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터라, 도우미들도 감히 안수연에게 함부로 손을 대지는 못했다.결국 뒤따라가며 안수연을 말리는 수밖에 없었다.“아가씨, 아가씨!”“정말 나가시면 안 되세요!”차라리 말하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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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자신의 눈앞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하재윤을 바라보며, 안수연은 그저 어이가 없고 가소롭다는 생각뿐이었다.“하재윤, 입만 열면 나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왜 송단희가 나를 모함했을 때 진실부터 밝히지 않았어?”“왜 송단희가 나에게 보복하려는 계획에 동의했어?”“왜 나한테 진실을 말하지 않았어?”“변명은 하지 마. 나는 너한테 기회를 줬어.”“그 불길 속에서 내가 너한테 돌아올 거냐고 물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그때 네가 곧바로 돌아서서 나를 불길 속에서 끌어내 준다면, 나는 너를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도 없던 것으로 할 수 있었어. 그런데 너는 그때 어떻게 했어?”안수연의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들에 하재윤은 한참 동안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화재가 일어난 지도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서 하재윤조차 당시의 상황을 거의 잊을 뻔했다.하지만 그때 안수연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끝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 버렸다.“불길 속에서 나를 버리고 떠날 수 있었던 너였어. 근데 내가 너를 위해 남아 줄 거라고 생각해?”안수연은 그 말을 남기고 하재윤을 지나쳐서 그대로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이번에는 정신을 차린 하재윤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막아!”그 두 글자에 안수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하재윤!”하재윤에게 조금이라도 죄책감이 남아 있다면, 더는 자신을 막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재윤은 천천히 안수연에게 다가왔다.이번에는 마침내 손을 뻗어 안수연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애원했다.“수연아, 예전에 내가 잘못했던 일은 전부 인정할게. 내가 받아야 할 벌도 이미 받았잖아.”“그러니 이제 과거는 덮어 두고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네가 아직 나한테 화가 나 있다는 거 알아. 앞으로 천천히 보상해 줄게. 그러면 안 될까?”“싫어!”안수연은 거칠게 고개를 돌리면서 하재윤의 손길을 피했다.너무나 크게 실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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